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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장의 아이들] 민주화 인권 운동을 했다는 현 정부의 통일연구원은..

뚝섬 2019. 6. 13. 08:04

2012년 여름 어느 날 오후 평양 외곽 강건종합군관학교 운동장에 평양 시내 대학생들이 가득 모였다. 잠시 후 눈가리개로 얼굴을 가리고 가슴팍에 커다란 명찰을 단 예술단원 10여명이 끌려왔다. 군인들이 한 사람씩 나무 말뚝에 묶은 뒤 바로 재판이 시작됐다. "이들은 성() 녹화물을 시청하고 그것을 재연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포했다. 인민의 이름으로 처형한다."

 

▶고사총을 실은 차량이 이들 40m쯤 앞에 섰다. "!" 하는 명령이 떨어지자 구경 14.5㎜ 총신 4개가 한꺼번에 불을 뿜었다. 총신 하나에 60발씩, 한 사람당 총알 240발이 발사됐다. 처형이 끝나자 "이런 민족 반역자들은 공화국에 묻힐 곳이 없다"는 말과 함께 이미 산산조각 난 시신들을 탱크로 깔아뭉갠 뒤 화염방사기로 불 질렀다. 당시 목격자인 북한 대학생이 전한 공개 처형 장면이다.


 

▶한 국제 인권 단체가 탈북민 610명을 심층 인터뷰해 북한의 공개 처형 장소 323곳을 공개했다. 함경북도가 200곳으로 가장 많았고 평양에도 4곳이나 있었다. 공개 처형은 강가나 공터, , 운동장 등에서 벌어지는데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명가량의 주민이 참관한다. 참관자들 맨 앞에 초등학생, 그 뒤엔 중·고교생, 맨 뒤엔 일반 주민이 선다고 한다. 탈북민 중 83%가 공개 처형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참관 당시 일곱 살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북한의 일반적 공개 처형에서는 죄수 한 명에게 사격수 3명이 3발씩 총 9발을 쏜다. 죄수 입 안에는 돌멩이나 쇠뭉치를 쑤셔 넣어 아무 말도 못하게 한다. 가족이 반드시 참관해야 하는데, 슬퍼하거나 울면 그 역시 반역 행위로 처벌받는다. 오히려 "이 반역자, 왜 당을 배반했어?" 하며 비판해야 한다. 처형된 시신은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아무렇게나 암매장한다. 2005년 이런 공개 처형 장면이 몰래 녹화돼 전 세계에 공개된 뒤로는 주민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걸러낸다고 한다. 당시 동영상에도 처형장에 어린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북한의 공개 처형은 칼로 목을 치던 중세 암흑시대보다 더 잔인하다. 민주화 인권 운동을 했다는 현 정부의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펴내온 북한인권백서를 발간 사실도 알리지 않고 있다. 올해는 슬그머니 웹사이트에 올렸다가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소리 없이 내려버렸다. 눈 감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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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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