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퇴로 닫은채 정면대결 시작
靑, NSC열고 "국제법 명백히 위반한
보복… 외교방안 적극 강구"
日, 반도체 등 3대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행하며 "철회는 없다"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취한 수출 규제 조치는 WTO (세계무역기구)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를 철회하도록 WTO 제소를 포함한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청와대가 보복 조치 발표 3일 만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은 우리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무기 등으로 전용이 가능한 기술 수출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당연한 일"이라며 "(철회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우리 정부가 'WTO
제소' 카드로 맞서면서 양측이 출구 없는 강대강(强對强) 대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며 "국제적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 한·일
간 직접 대화 대신 미국 등 우방국을 설득하거나 WTO 제소 등을 통해 일본의 보복 조치를 중단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날 발표에서 '정치적 보복
성격'이라고 표현했다가 30분 만에 '정치적'을 빼고 '보복적
성격'으로 수정했다.
청와대의 강경 입장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과 위안부 합의 문제 등)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보복 차원임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 조치를 점검 중"이라면서 "상응
조치의 세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출 규제 등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은 이날부터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하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앞으로 일본 기업이 이 제품들을 한국에 수출할 때 사용 목적과 방법
등을 자세히 기술한 서류를 제출한 뒤 일본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일이 정면충돌하고 있지만 그간 중재 역할을 했던 미국 정부는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중재 역할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미국의 중재 역할까지
막히면 우리 기업들이 무대책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최규민 기자/이민석 기자,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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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에 치명적 시나리오, 25년만에 현실이 됐다"
1994년 회의 주재했던 진대제 "日, 한국 대표산업 골라 타격"
1994년 11월, 충남
아산의 도고 파라다이스호텔. 당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장이던 진대제 전무가 핵심 간부들과 전략
회의를 열었다. 주제는 '삼성 반도체가 망하는 2가지 시나리오'. 첫째는 미국의 반도체 강자(强者) 인텔이 메모리 사업에 뛰어든다, 둘째는 일본이 한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 장비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가상 시나리오였지만 이를 접한 간부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한
임원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다"고
했다.
당시 회의를 주재했던 진대제(陳大濟·67) 전
삼성전자 사장(현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3일 본지 인터뷰에서 "2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예상했던 일본의 수출 금지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안타깝다"고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불화수소)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진 회장은 "한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어려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오랜 연구 끝에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은 세 가지 소재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례(前例)가 없는 놀라운 일로 상당한 치명타를 날렸다"고 말했다.
이어 진 회장은 "우리가 소재 국산화에 뛰어든다고 해도 최소 1~2년은 족히 걸리고 어쩌면 영원히 대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재고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두 달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박순찬 기자,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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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포토 레지스트 수출 규제는 치명적… 삼성·하이닉스 몸살 앓게 할것"
'삼성 반도체 신화' 진대제 前장관, 日 경제보복에 대한 생각
반도체 전문가인 진대제(67) 삼성전자 전 사장(현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이례적 '경제 보복' 카드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가 높은 지지율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본은 천황이 바뀐 데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경제 상황도 좋고 국가 분위기 역시 고조돼 있다"면서 "오랜 준비 끝에 한국이 가장 아파할 만한 부분을 골라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진대제 삼성전자 전 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진 전 사장은 “기업 차원에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결국엔 ‘신뢰 기반의 국제 분업(分業)’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력을 잘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예고한 대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불화수소)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진 회장은 3가지 규제 대상 중 '포토 레지스트'가 가장 민감하다고 평가했다. "포토 레지스트는 빛이 닿은 부분과 닿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주는 일종의 감광(感光) 물질인데 20여년 전부터 그 중요성 때문에 국산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다만 반도체 기술이 현재 10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으로 빠르게 발전했는데 국산 포토 레지스트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거죠. 현재 아주 짧은 파장의 빛으로 감광하는 분야에선 국산화된 것이 전무(全無)합니다." 그는 "디스플레이 장비는 화면을 점점 크게 만들기 때문에 정밀도가 좀 떨어져도 괜찮지만 반도체는 점점 작게 만드는 것이라 소재와 부품의 정밀도, 순도(純度)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회로대로 정밀하게 깎아내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불화수소 역시 순도가 99.99%냐 99.99999%냐에 따라 갈리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주로 쓰이는 투명 폴리이미드 역시 열처리 시 균열 정도, 팽창률, 빛 투과율, 빛 반사도 등 기술 차이가 크다. 진 회장은 "불화수소와 폴리이미드는 품질이 약간 낮아도 손실을 감수하고 억지로 써볼 수 있지만 포토 레지스트는 대체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면서 "특수 용도로 쓰는 고품질의 소재는 공급량이 제한적이라 굳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를 개발하려는 국가나 기업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17년 기준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18.2%, 소재 국산화율은 50.3%다.
진 회장은 "반도체칩 하나의 값이 100이라면
포토 레지스트나 불화수소를 모두 합해봐야 가격 비중은 1도 안 되지만 그게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게 무서운 것"이라며 "일본 소재
기업도 판로(販路)가 막히면 힘들지만 그보다는 한국이 받는
충격이 훨씬 클 것이란 계산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두 달 정도"라며 "현재
각 사(社)의 구매팀이 백방으로 뛰며 재고 확보에 나섰을
것"이라고 했다. 진 회장은 1990년대 중반 반도체 패키지(포장)용 화학물질을 만드는 일본 업체의 공장이 폭발했던 사례를 떠올렸다.
"당시 삼성이 일본에 70%가량을 의존하던 소재였는데 깜짝 놀라서 구매팀이 일본으로
달려가 엎드려 절해가며 겨우 사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부는 정부로서의 체면이 있겠지만 기업은 다릅니다. 무조건 일본 회사에 달려가서 엎드려 절하고, 무릎 꿇고 빌어서라도
사와야 하는 거죠. 기업엔 생사(生死)가 달렸습니다. 이런 건 아마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다만 진 회장은 "일본이 포토 레지스트 수출을 완전히 끊어 한국이 메모리 생산을
못 하게 만드는 수준까지 가진 못할 것"이라며 "공급량을
조절해 우리 마음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최소한 몸살을 앓도록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제는 수출 규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일본이 카드를 꺼내 보인 소재 3종에 대해서만 얘기하지만
이것 말고도 자동차와 휴대전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에도 일본에 의존하는 것이 많다"며 "일본이 규제를 확대하면 한국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 회장은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에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일본 의존도가 높은 20여 소재·부품 리스트를 직접 보고했다고 한다. 당시 휴대전화에
들어가던 일본 야마하의 음향칩과 같은 100% 수입 의존품이 리스트에 담겼다. 진 회장은 "당시에도 기업과 정부가 국산화 노력을 꾸준히
했고 이 덕분에 국산화율이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첨단 기술 분야에선 공백이 있다"며 "국가가 나서서 돈을 쏟아붓고 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를 대체할 수 없듯 우리가 모든 걸 다 국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본 수출 규제로 한국 기업들이 '소재의 자원화'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해도 뚜렷한 대안이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꺼낼 수 있는 '반격 카드'에 대해
묻자, 진 회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별로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 일부에서는 OLED를 말하는데, 다른 데서도 살 수 있고 그게 없다고 해도 일본은
별로 아프지 않을 겁니다. 일본은 원자재·부품에 강한 나라지, 완제품을
하는 건 별로 없습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한국이 상당
부분을 뺏어왔기 때문이죠. 일본은 이런 계산까지 다 마쳤을 겁니다."
진 회장은 "결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일본·미국·중국과 같은 주변
강대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강대국 틈바구니에 껴 있으면서도 중립국을 표방하며 실익을 챙기는 스위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북한 때문에 완충이 되지만 통일이 되면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게 되는 만큼 통일 이후에는 오히려 더 강한 군사력을
가진 상태에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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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日 반도체 장비 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설움"]
"日, 16MD램 노광장비
납품 미뤄…
웨이퍼 싸들고 공장 찾아갔지만 반경 10㎞ 내 얼씬도 못하게 해"
'삼성 반도체 신화'를 이끈 진대제 회장은 1989년 16메가(M) D램
반도체 개발을 이끌던 시절 "일본의 반도체 장비 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설움을 겪었다"고 했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미세한 회로를 반도체 원재료인
동그란 웨이퍼(wafer) 위에 사진 현상하듯 찍어내는 노광(露光) 공정이 필요하다. 당시
한국에는 노광 장비를 만드는 곳이 없었고, 일본 히타치사(社)가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1년 생산량은 고작 4대. 3대는 히타치가 자체적으로 쓰고 1대만 삼성에 팔기로 했다. 그런데 납품을 차일피일 미뤘다. 당시 삼성은 일본과 16M D램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진 회장은 "미리 돈까지 지불했는데
삼성에 주려던 기계가 불량이라며 히타치가 두 달째 장비를 주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일본 히타치 지점장의 멱살까지 붙잡고 거칠게 싸웠다"고
했다.
결국 급한 자가 무릎을 꿇었다. 궁여지책으로 한국에서 웨이퍼를 싸들고 일본 히타치 본사까지
가서 장비로 빛을 쏘이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유례없는 '해외
원정 공정(工程)'을 하기로 한 것이다. 히타치는 웨이퍼를 들고 온 삼성 직원이 공장 반경 10㎞ 이내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 그 제한선 바깥의 지정 호텔에만 머물도록 했다.
대신 히타치 직원이 웨이퍼를 받아다가 장비에 돌리고 다시 갖다줬다. 철저히 기술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반도체 노광 장비는 여전히 국산화를 하지 못한 상태다. 대신 삼성전자는 이후 네덜란드의 ASML이 일본 못지않은 노광 기술을
확보하자, 일본산(産) 장비
상당 부분을 이 회사 장비로 대체했다.
☞진대제(陳大濟)는 누구?
1952년 경남 의령 출생. 서울대를 졸업하고 '국비 유학생 1호'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IBM 연구소에서 일하다
1985년 삼성전자로 옮겨 세계 최초 인 16메가(M)
D램 개발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에서 메모리반도체 개발센터장을 거쳐 메모리사업부장(전무)과 시스템LSI 사업부장(부사장)·정보가전총괄(사장)·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을
역임했다. 당시 별명은 '미스터 칩(반도체 사나이)'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 투자 전문 기업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순찬 기자,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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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삼성 미래먹거리 '파운드리'까지 정조준
극자외선용 레지스트 등 반도체 최첨단 공정
필수 소재, 수출 규제 리스트에 올려
일본 정부가 소재 수출 규제
목록에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소재를 포함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2030년까지 메모리·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두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이날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가지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이 중 하나인 포토 레지스트(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는 총 5가지 세부 분류로 나눠 규제 대상에
올랐다. 여기엔 1㎚(나노미터·10억분의 1m)~15㎚ 파장 빛에서 사용하는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가 포함됐다. 이 소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최첨단 공정에 꼭 필요하다.
파운드리 사업은 다른 회사가 만든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생산해 납품한다. 회로 선폭이 얇을수록
원가가 낮아지고 성능도 좋아진다. 삼성은 올 4월에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1위인 대만 TSMC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공정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때 JSR·TOK 등 일본 업체의 극자외선용 레지스트를 사용했다. 현재 삼성은
이 기술을 앞세워 퀄컴·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의 물량을 수주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한 달치의 EUV용 포토 레지스트 재고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출 규제
탓에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EUV용 레지스트는 미국 화학사도 일부 생산하지만, 일본 업체의 기술력이 훨씬 높다. 일본은 또 EUV 공정보다 더 작은 단위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광원인 전자빔·이온빔용 레지스트도 규제 대상에 올렸다.
-김성민 기자,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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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폭발한 건 트럼프 중재 상실 탓"
美블룸버그통신 보도
한·일 관계가 최근 '전후 최악' 수준으로 악화한 것은 한·미·일 3각 동맹의 중심축인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재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아시아의 두 경제 대국이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 등으로) 다툴 때면 북한의 안보 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우려해 개입해왔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뒤 방한(訪韓)도 했지만, 작년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불거진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점점
방관자의 자세를 보이면서 한·일 간 불화는 경제 분쟁으로 표류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960년대 한·일 국교 정상화도 박정희 정부의
의지라기보다는 미국이 서로 화해하라는 강력한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당시 적성국인 소련·북한 등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강력한 3각 동맹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왜
잘사는 한국과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기존의 안보 문법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그가 지금이라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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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에 상응조치" 한다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對日 수출규제 가능성 배제 안하겠다
WTO 제소는 시간 너무 오래 걸려 유일한 대안 될 수 없어"
청와대가 4일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를 'WTO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보복'이라고 규정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논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상응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도
이미 이 문제가 외무성의 손을 떠나 총리실과 경제산업성이 주도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힘 대결로 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를 거론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일본에 타격을 줄 보복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말도 나왔다.
◇홍남기 "日 경제 보복에 상응 조치"
홍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 판단에 대해 경제에서 보복한 조치라고 명백히 판단한다"며 "보복 조치는 국제법에 위반되기에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 조치를 다각도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맞보복' 수준의 수출 규제·경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홍 부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연정 객원기자
이어 이날 오후 청와대는 NSC 상임위를 개최한 뒤 처음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일본에 대해 '강(强) 대 강(强)'으로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로) 한·일 기업뿐 아니라 미국·유럽 기업의 생산에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일본을 간접
압박한 것이다. 그는 다만 "아베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일 텐데 (수출
규제를) 그렇게까지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日 타격 조치 수십 가지"…
내용 안 밝혀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응책은 'WTO 제소' '수입선 다변화' '소재산업에 매년 1조 투자' 등이다. 모두
시간이 걸리는 중장기 대책들로, 당장 일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들이 아니다. WTO 제소도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에
우리 기업들의 피해만 커지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만약 패소할 경우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승소하더라도 일본이 이행을 미적거릴 경우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언론에서 제기되는 대응 조치를 포함해 수십 가지 방안을 갖고
있지만, 일본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 카드를 꺼내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김상조 실장은 "일본의 카드에 우리가 대응하면 일본이 바로 다음 카드를 꺼낸다"며 "상승작용을 원하는 아베 총리 의도에 말려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준비한 것을 자세하게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상대에게 패를 다 보여주는 것이어서 일본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상응 조치를 할 경우,
일본이 심각한 고통을 느낄 만한 카드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가 언급한 '외교적 대응 방안'의 경우도, 국제사회 여론전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상근자문위원은 "일본의 조치에 맞보복하면 우리 쪽 피해가
더 크고, '한국 때리기'를 선거 전략으로 쓰는 아베 총리에게
말려드는 결과가 된다"며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부각해서 미국을 동원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청와대가 외교적으로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최현묵 기자 /김경화 기자,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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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한국이 집중할 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
孫 "대통령이 비전·방향 잡아야"
국내 기업인들에 日 관련 조언도… 文대통령 "우리 기업들 도와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한국계 일본인 기업가인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났다. 예정된 시간보다 50분을 넘긴 1시간 30분간 진행된 접견에서 손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구체적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한국계 일본인 기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AI)”이라고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한국 AI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손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서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었다"고 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오른쪽)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 앞에서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한국 AI 기업에 대한 적극 투자를 당부했다. 손 회장은 세계적인 벤처투자가로, 최근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회장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과 만찬 후 "일본의 제재와 관련해 조언을 했느냐"는 기자 물음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정우상 기자,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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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빼곤 하는 일도, 되는 일도 없는 대한민국 국정
우리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예고된 날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이벤트였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다음
날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여야 모든 정당 대표들이 평양을 함께 방문하자"고 제안했다. 역시 일본의 보복을 걱정하는 말은 없었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역사 문제와 미래지향적인 협력, 투트랙으로 나눠 관리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과거사에 대해서는 무작정 목소리를 높이고 거기서 촉발된 일본의 보복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정부는 '수입
다변화' '국산화'같이 먼 산 바라보는 얘기만 하고 있다.
대통령은 전 정권의 사드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에겐 "안보와 국익을 지켜낼 복안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MD) 참여, 한·미·일 동맹'을
않겠다고 중국에 약속하는 3불(不)이었다. 주권국가가 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굴욕적인 조치였다. 그런데도 시진핑은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사드 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나섰다.
일자리 정부를 깃발로 내걸고 탄생한 정권에서 매달 일자리 파탄을 알리는 지표만 발표된다.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리겠다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상대적 빈곤율이 사상 처음 20%를 넘어섰다. 소득 주도 성장을 보완한다는 혁신성장은 구호만 요란하더니 2년 넘게
아무 결과물이 없다. '차량 공유' '원격진료' 같은 말을 꺼냈다가 택시 기사나 의사들이 반발하면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뒤로 숨는다. 빅데이터·원격의료·카풀
등 4차 산업 대부분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운수사업법 같은 낡은 법규 그물에 걸린 채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세계가 AI(인공지능) 연구 개발에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민노총이
정권으로부터 폭력 면허를 받은 듯이 전국을 휩쓸고 다녀도 법치를 책임진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단 한마디 경고도 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탈(脫)원전을 해도 원전 수출엔
아무 문제가 없다더니 한전은 22조원 규모 영국 원전 사업권을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작년 7월 지위를 상실했다. 단독 수주를 기대했던 UAE 바라카 원전 정비는 하도급 참여로 격하됐다. 유력해 보였던
사우디 신규 원전 수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계 최고 수준 원자력 기술을 가진 나라에서 원자력을
공부하겠다는 학생이 없어지는 기막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안보실장이 두 번이나 평양 특사로 다녀오는 정성으로 일본과 소통했으면 보복 조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 쏟아온 관심과 노력의 절반이라도 들여 나라 살림을 챙겼으면 민생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내각과 여당에 이르기까지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북한뿐이다. 북한 쇼로 지지율이 올라가니 다른 분야는 '깽판'쳐도 된다고 믿나. 지금 '대한민국 국정은 북한 하나밖에 없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선일보(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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