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라는 덫]
[중년의 질병, 우울증]
완벽주의라는 덫
고2까지 전교 1등을 하던 남자가 한 번의 시험 때문에 내신이 추락한 후, 시험 공포증으로 사회 진출을 못 했다는 사연을 들었다. 글자 하나만 틀려도 새 제품을 사느라 수십 권의 쓰다 만 다이어리를 갖게 된 여자의 사연도 들었다. 이들은 자신을 완벽주의자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 건 완벽주의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작은 것까지 신경 써 최상의 결과를 만드는 전문가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청결 완벽주의자라고 소개한 남자의 방은 의외였다. 창틀 먼지, 손톱 위 거스러미 하나 참을 수 없다던 남자는 왜 떡진 머리로 쓰레기 방에 고립됐을까. 그는 책상 하나를 닦기도 전에 이미 지쳤다. 방 안의 먼지와 쓰레기를 완벽히 치울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완벽주의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의하는 이유다.
완벽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시험을 보지 않으면 떨어질 일이 없고,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삼진 아웃되는 위험은 없다. 성공의 정의가 성취로 나아가는 게 아닌, 실패를 막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완벽주의자의 또 다른 얼굴은 타인의 시도를 지적하며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방구석 평론가다.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환경을 걱정하면서 왜 탄소 배출이 많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가느냐고 따지는 사람처럼 말이다.
완벽주의를 게으름이나 회피에 대한 방어 논리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완벽주의를 실패에 대한 불안으로 정의하면 우리의 기도는 ‘실패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으로 바뀔 것이다. 내가 쓰는 글 역시 완벽해서가 아니라 써가면서 점점 완성도를 높여 가는 것이다. 요리를 해본 사람은 안다. 모든 재료가 완벽하게 있어야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게 아니다. 완벽한 준비란 없다. 준비하면서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배는 항구에 있으면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있으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백영옥소설가, 조선일보(24-12-21)-
______________
중년의 질병, 우울증
중년을 넘어서면(pass middle age) 자존감 슬럼프를 겪으면서(undergo a slump in self-esteem) 우울증에 걸리는(suffer from depression) 경우가 흔하다. 어느 날 불현듯(all of a sudden) 중년의 질병(mid-life malaise)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상담 전문가 앤드리아 오언은 "자신감과 자존심(confidence and self-respect)이 무너지면 행복 U 곡선에서 갑작스럽고 급격한 추락을 경험한다(go through a sudden and dramatic plunge)"고 말한다. 그런데 누구는 U 곡선 바닥에서 허덕이며(languish at the bottom of the U curve) 헤어나지 못하는 데 비해 누구는 금세 예전의 낙관주의와 활력을 되찾는다(spring back swiftly to their former optimism and vitality).
신속한 회복의 열쇠(key to a speedy recovery)는 불행 습관을 파악하는 데 있다고 한다. 우선 자신을 숨기지(hide away) 말아야 한다. 거절당하거나 모욕당할까 봐(get refused or insulted) 스스로 고립시켜서는(isolate yourself) 안 된다. 기분을 더 악화시킨다(make you feel worse).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extricate yourself from perfectionism) 한다.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거부와 수치심의 고통을 회피하기(avoid the pain of rejection and shame) 위해서다. 스스로 더 피곤하고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운동을 빼먹기도 하고(skip a workout), 위아래 어울리지 않는 속옷을 입어도 보자(wear non-matching underwear).
실패의 두려움을 떨쳐버리자(shake off the fear of failure). 목표 달성 학습 곡선(achievement process learning curve)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배움, 향상(improvement), 창의성(creativity), 변화는 실패에서 얻어진다.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자.
남과 비교하지 말자. 비교(comparison)는 기운과 행복을 고갈시키는(deplete energy and happiness) 독성 강한 습관(toxic habit)이다. 따지고 보면 남보다 내가 이룬 것도 많은데 너무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껴도(give yourself permission to feel satisfaction)
괜찮다.
자신의 성공은 운으로 얻어졌다며 불안해하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가질 필요 없다. 자신을 폄하하는(undercut you) '그저, 단지, 겨우, 그냥' 단어들을 쓰지 말자. 본인 스스로 비하하고(depreciate yourself) 자신의 능력을 부인하면서 유쾌한 마음이 될 수 없다.
다른 사람 비위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 '아니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자(practice saying 'No' to overcome people-pleasing). 이제는 느끼는 대로 말하고, 참지 못할 것은 못하겠다고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자. 무조건 '네, 네' 하다가 원망하는 마음 갖는(end up resentful) 것보다 낫다. 그 불행의 습관을 깨야(break the unhappiness habit) 우울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조선일보(19-07-18)-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隨想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의 한 수 같은 인생은 없다"] ["밥값 내놔라!"] (0) | 2025.01.16 |
---|---|
[목사와 보험 외판원] [한국의 삼겹살과 예멘의 '카트'가 만날 때] .... (0) | 2025.01.12 |
[인생의 맛] [다른 각도, "다른 줄 하나를 그었다. 더 길게.. "] (0) | 2024.12.07 |
[붕세권 지도] [1000원의 행복] [돌아갈 수 있는 내 집이 있다.. ] (0) | 2024.11.28 |
[미안하다는 말] [인생의 선택에는 정답은 없더라는 것.. ] (0) | 2024.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