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 난 '조국의 꿈'에 깜짝 출연한 카메오 尹
개각 직전 고교 동문 술자리서 '대선 진로' 놓고 건배했던 曺
"단군 이래 최고 위선자" 비판에 일주일 새 1000만명이 등 돌려
6년 전 曺 칭송 들었던 윤석열… 결정적 길목서 등장한 배경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8·9 개각이 발표되자 그 며칠 전 조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조씨는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들을 만나
종류별로 소주를 마셨다"며 소주 세 병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상표를 차례로 읽으면 '대선, 진로, 좋은데이'였다. "대선 가도가 환하게 열렸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했다. 부산 소재 H고등학교 동문들이 법무장관 단일 후보인
조씨를 미리 축하하기 위해 가진 술자리로 짐작된다. 내친김에
"대선으로 거침없이 진군하라"는 건배사가 나왔음직하다.
조씨는 그 글에서 "고향은 원초적 힘을 준다"고도 썼다. 문재인 정권의
'PK 집권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노무현, 문재인을 이어갈 세 번째 부산 주자를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국 이름이 떠오른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에 수려한 용모와 화려한 언변까지. 그의 대선
후보 스펙은 가히 다이아몬드급이었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를 유시민이 맡았다면, 문재인에겐 조국이 있었다. 조씨는 2012년 대선 때부터 정치적 고빗길마다 문 대통령을 감쌌다. 문 대통령의 반(反)아베
선전포고에 죽창가를 부르며 선봉에 선 것도 그였다.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사법 개혁을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씨에게 '대선' '진로' '좋은데이' 소주 시리즈를 권하고 싶었던 건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022년 대선을 바라보며 두 사람이 함께 꾸던 꿈은 개각 20일 만에 파탄을 맞고 있다. 조국 후보자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일주일 만에 42%에서 18%로 급락했다. 24%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2년 전 대선 유권자 42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1000만명에 해당한다. 그 정도 인원이 조 후보자에 대한 신임을
일주일 만에 거둬들인 것이다. 정치부 기자 20여 년 동안
이렇게 급격한 여론 변동은 본 기억이 없다. 2016년 탄핵에 시동을 건 태블릿 PC 문제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일주일 새 25%에서 14%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조
후보자 딸의 의학 논문 제1 저자 논란의 파괴력이 최순실 농단을 압도한 것이다. 성난 민심의 바다에 휘말린 조국호(號)는 복원력의 한계인 40도를 훨씬 넘게 기울어졌다. 침몰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지자 수십만 명이 뭉쳐서 청와대 게시판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주십시오" 지지
단추를 누르고, '조국 힘내세요'를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강물 흐름을 바꾸겠다고 자갈 던지는 격이다.
법무장관이든 대선 주자든 '조국 카드'는 국민
마음에서 이미 떠났다.
결말이 예고된 문재인·조국 브로맨스(브러더+로맨스) 드라마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깜짝 출연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주문했던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그의 임명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통제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검증 책임자였던 조국 민정수석도 비슷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치 못했던 거물급 카메오가 등장한 배경을 둘러싸고 추측이 분분하다. 조국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는 문 감독 요청에 따른 우정 출연일까, 여권 일각에서 걱정했던 '윤석열 리스크'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걸까. 필자는 둘째 경우라고 본다. 윤 총장 스타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의 판단력이 평균 이상일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검찰 구성원으로서 더 이상 올려다볼 곳이 없는 명예로운 위치에 서 있다. 그가 후배 검사들을 이끌고 '단군 이래 최고 위선자'의 침몰에 동참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조국은 자신의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예언을 모두 자신의 트위터에 남겨 놨다. 2013년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 윤석열 검사가 출석했을 때 일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의 정당성에 의문부호를 남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그는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
장면을 지켜본 조국 교수는 트위터에 "윤석열은 헌정 문란 범죄에 맞서 국록을 받은 사람이
뭘 해야 할지 잘 보여준다"고 썼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검사의 오늘 발언은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는 글도
남겼다. 그로부터 6년 후 자신이 파멸을 향해 가는 길목에
윤석열이 등장할 것도 조국은 예견했던 것일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발언이 지금은 가슴을 후벼 파고 있지 않을까.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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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수사 대상, 가족은 출금' 세상에 이런 법무장관 후보 있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 관련자들을 검찰이 압수 수색한 것에 대해 "관계 기관과 전혀 협의하지
않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고 했다. 검찰이 압수 수색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비밀 유지가 생명인 압수 수색은 그 사실을 미리 누설하는 것 자체가
범죄다. 검찰 내부 규칙에도 압수 수색을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나 여당에 '사전 보고'하거나 '협의'하라는 내용은 없다. 지금 법무부엔 조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이 있다. 법무부에 알려주면 즉각 조 후보자 귀에 들어갈 것이다. 수사
대상에게 '압수 수색 한다'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나. 그런데 '나라를 어지럽혔다'고
한다.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검찰이 수사를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도 믿기 어렵다.
지금 민주당에선 "피의사실 유출자를 찾아내라"
"검찰 적폐" "(서울)중앙지검장, 특수2부장 책임"이라는
등 검찰을 협박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전 정권 수사에서 피의사실이 생중계되고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왔을 때는 입도 벙긋 않던 사람들이다.
조 후보자 가족이 100% 투자한 가족 사모펀드의 핵심 인물 3명이 이미 해외로 출국했다고 한다. 도피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자 딸에게 '유급 위기 극복 격려 장학금'을 준 부산대 의전원 지도교수가 나중에 장학금 규정을 변조하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문제의 지도교수는 "대통령 주치의 인선에 깊은 일역(一役)을 담당했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관련 없나.
조 후보자 지명 후 20일간 나온 의혹과 범죄 혐의 증거들이 셀 수 없을 지경이다. 급기야 조 후보자 일가 대부분을 검찰이 출국금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계좌
추적도 진행된다고 한다. 법무장관은 나라의 법을 수호하는 사람이다. 그
법무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수사를 받고 일가족은 출국금지가 됐다는데 계속 '장관 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조 후보자 위선에 분노한 대학생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법조인들은 실명으로 조 후보자 비판에 나서고 있다. 검사들은 "비애를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조 후보자를 그대로 밀고 가는 듯한 분위기라고 한다. 나라가 멍들어가고 있다.
-조선일보(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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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 조작 실상 보여준 '조국 힘내세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의혹에
관한 압수 수색이 동시다발로 이뤄진 27일 주요 포털 사이트에 난데없이 '조국 힘내세요'가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에 올랐다. 친(親)정권 성향의 인터넷 카페 등이 "다음과 네이버에 '조국 힘내세요' 이벤트를 한다"는 글을 퍼뜨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조국 힘내세요'는 '가짜뉴스
아웃'으로 바뀌어 실검 1위에 올랐다.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씨 임명 청원 동의자는 50만명에
육박한다. 조씨 철회 청원의 두 배 가깝다.
실제 여론은 이와 정반대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조씨 임명 반대가 60.2%로 찬성 27.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부적합 48%, 적합 18%였다. 조씨 응원 검색어가 인터넷을 휩쓴 날 서울 거리 곳곳에는 '시험 치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습니다. 학비 내지 않습니다. 우리 아빠는 조국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분당에는
'고교생 자녀를 2주 만에 영문 의학 논문 제1저자
만드는 법'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28일 '후안무치 조 교수의 사퇴를 촉구한다'며 두 번째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것이 진짜 여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수만~수십만으로 추정되는 극렬 집단이 떼로
몰려다니며 인터넷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그 실상이 '조국
힘내세요'로 그대로 드러났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과 다를 게
없다. 드루킹 일당은 이틀 만에 각종 댓글에 210만회의
부정 클릭을 하는 수법으로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 국민 80%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조작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조선일보(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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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可不可 청문회?
결혼은 '살고 싶은 세계'를 선택하는 일이다. 결혼 행진곡이 끝나면 파트너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꾸로 내
흠결도 발각된다. 성혼 선언 이후는 낭만이 아니고 현실이다. 그래서
배우자를 고르는 건 '어떤 특별한 종류의 고통을 감수하고 살지 결정하는 문제'라고 한다.
유권자로 대통령을 몇 명 뽑아 보니 결혼과 흡사한 구석이 많다. 그들과 한 지붕 밑에서
한이불 덮고 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선택함으로써 희망 못지않게 특별한 종류의 고통을 공기처럼
마셔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후회한들 임기가 끝날 때까진 견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입시 정책부터 일자리, 나라 살림까지 바라지 않은
변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국회에 드물게 가부(可否)를
묻는 제도다. 의혹투성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펀드
등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발표하곤 청문회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검찰이
지난 27일 후보자 딸 입시 부정 의혹을 비롯해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웅동학원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압수 수색을 하면서 그는 사실상 피의자 신세가 됐다.
고려대와 서울대에서는 진상 규명과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여론이 매우
나쁘다는 것은 임명권자도 안다.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그를 지명하는 바람에 생긴 고통이다. 이번에도 "청문회 때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잘한다"는 식의 낭만주의로 넘어갈 수 있을까. 불행이 뻔하다면
식을 올리기 전에 파혼하는 편이 낫다.
이현화가 쓴 희곡 '불가불가'는 역사의 악순환을
부르는 지배 계급의 무능과 부도덕을 풍자한다. 예컨대 임진왜란 전 임금 앞에서 두 대신이 갑론을박한다. 대신 1은 "바다
건너올 화살을 막으려면 10만 병력을 길러야 한다"고
아뢰고, 대신 2는
"10년 후에 올지 모른다는 호랑이가 무섭다고 당장 코밑에 호랑이를 키우잔 말이냐"며
반박한다. 임금이 대신 3에게 의견을 묻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한다. "불가불가(不可不可)…."
임금이 다시 묻는다. "대감, '불가불, 가(不可不, 可)'요, 아니면 '불가, 불가(不可, 不可)'요?" '불가불, 가'는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는 찬성이고 '불가, 불가'는 절대
반대다. 대신 3은 알쏭달쏭하게 "불가불가"만 되풀이한다. 역사적 위기에서 보신만 추구한 지배 계급과 지식인을 향한 조롱이다.
법무장관 후보자가 그동안 해온 언행이 자신을 겨눈다. 뱀이 자기 꼬리를 문 모습이다. 그런데 검찰의 압수 수색마저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제가 답변 드리기 곤란합니다"라며
방패로 삼는 건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시늉뿐인 '불가불가
청문회'는 이제 그만. 정의와 공정이 퇴행하진 않았는지
가늠할 기회다.
-박돈규 주말뉴스부 차장, 조선일보(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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