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國, '촛불의 祖國'을 배반하다
촛불의 정치적 열매 독식한 조 후보자, 사리사욕으로 촛불 정신 짓밟은 게 조국 사태의 본질
'조국 사태'는 법무 장관 후보자 인준 문제를 넘어섰다. 조국 후보자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Persona·分身)인
그의 진퇴가 문 정권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문 대통령의 정면 돌파 의지와 조 후보자의 결의가 너무나 선명하다.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여야가 사활을 건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극렬한 이념 투쟁과 편
가르기를 마다치 않는 조 후보자의 강성(强性) 진보 성향이
보수 진영을 자극해 진영 대립의 악순환으로 과열되고 있다.
하지만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조국 사태를 보면 명징한 교훈이 도출된다. 민심이 분노하기
시작했을 때 조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게 순리였다. 명예와 가족을 지키면서 학교로 돌아가 미래를 기약하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 대통령의 뚝심과 조 후보자 본인의 권력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까지 가려 한다. 그 길의 끝에 정권 재창출과 국운 융성의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최대 실세(實勢)의 몰락이 부른 정권 붕괴와 국가의 쇠멸(衰滅)이 올지는 알 수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조국 후보자는 정의 구현을 책임질 법무 장관 자격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신을 자기 정당화의 최종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명정대한
나라를 외쳤다. 그게 2016~17년의 엄동설한을
뜨거운 가슴으로 녹여낸 천만 시민의 열망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를 사사화(私事化)한 대가로 역사와 국민 앞에 탄핵당했다. 합헌적 탄핵 과정에서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들은 충만한 주인 의식으로 행복했다.
촛불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성취였다. 그런 촛불의 정치적 열매를 독식(獨食)한 조 후보자가 사리사욕으로 촛불 정신을 짓밟은 게 조국 사태의
본질이다.
조 후보자는 평생 정의를 설파한 지식인이었건만 촛불의 공의(公義)보다 사욕을 앞세웠다. 정의와 공정의 가면을 쓴 채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으로 자신과 가족의 사복(私腹)을 채웠다. 조 후보자는 실정법 위반 여부를 넘어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시민적 원칙과 상식을 거역했다. 촛불의 맹장(猛將)이
촛불의 배신자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강제 수사 이전에 이미 조국이라는 상징 자산은 궤멸되었다. 그를 떠받쳐온
것은 초라한 합법성의 외피가 아니라 찬란한 도덕성의 아우라(Aura)였기 때문이다. 조국 후보자가 우리네 삶의 근본인 원칙과 상식을 파괴하고 신뢰의 사회자본을 붕괴시킨 건 조국(祖國)에 끼친 결정적 해악이다.
청문회를 앞둔 법무 장관 후보자를 검찰 특수부가 강제수사 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집권당 대표의 일갈(一喝)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야말로 검찰이 살아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모든 건 수사
결과가 말해준다. 조 후보자와 청와대뿐 아니라 검찰도 칼날 위에 같이 선 형국이다. 없는 혐의를 조작하거나 권력 비리를 은폐해온 검찰의 흑(黑) 역사가 반복된다면 검찰 조직은 국민적 공분(公憤) 앞에 바로 죽게 된다. 정공법 말고 검찰의 출구는 없다.
조국 사태는 망국적 진영 논리를 만천하에 폭로했다. '우리 편'인 조 후보를 살리기 위해 명망가와 전문가들이 쏟아낸 온갖 요설(妖說)이 충격적이다. 포악한 진영 논리가 민주 시민의 양식과 지식인의 이성을
초토화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국 사태에서 승리해 '우리의
적(敵)'을 박멸해야 한다는 우적(友敵) 논리가 기승을 부렸다. 인간의
삶을 동물의 세계로 격하시키는 자기 파멸의 반(反)정치적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의 일관성과 공정성조차 결여한 궤변론자들의 반(反)민주적 행태는 인간다운 삶의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
조국 후보자는 추레한 행적으로 촛불 정신을 유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후보자와
촛불을 동일시함으로써 민주 시민의 지성과 판단력을 모욕하고 있다. 정의의 촛불 정신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건 민주주의와 촛불을 욕보이는 짓이다. 정의 없는 국가는 조국(patria)이 아니라 폭정에 불과하다. 정의와 공정은 나라의 존재
이유이자 촛불의 존립 근거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삶엔 불의와 특권만이 가득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집착은 촛불과 한국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나라의 들보를 무너뜨린다. 조국(曺國)은 '촛불의 조국(祖國)' 대한민국을
배반하였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조선일보(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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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반대' 막으려 선거법 강행, 反민주
폭거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전날 안건조정위원회에 이어 29일 전체 회의에서 한국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4월 한국당을 뺀 4당의 강행 처리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은 11월
27일부터 본회의 의결이 가능해졌다.
선거라는 경기를 치르기 위한 규칙인 선거법을 경기에 참여하는 주요 정당의 동의 없이 어느 일방의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축구 경기에서 어느 한 팀 골키퍼가 키가 작은 약점을 노리고
나머지 팀들끼리 담합해서 골대를 높이자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만약 이 폭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민주주의를 뒤엎는 쿠데타와 다를 것이 없다.
이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4당은 사표(死票)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마치 정치 개혁인 양 선전한다. 그러나 현행
소선거제로 바꿀 때 당시 야당 대표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야의 동반 당선을 막는 정치
개혁"이라고 했었다.
이건 맛의 대참치! 동원참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법 개정안은 제대로 내용을
아는 국회의원이 전체 300명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정의당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수학 공식 답안지를 읽는 기분이 든다. 개정안에 따라 지난 총선을
치렀을 경우 모의 실험을 한 결과 정의당 의석은 당초 6석에서 14석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협조
여부를 선거법 개정 처리에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여당이 이 시점에서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갑자기 밀어붙이는 것은 정의당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내지 않도록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걸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군소 정당에 전반적으로 유리한 선거법 개정안은 최근 동력이 붙기 시작한 보수 통합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민주당, 정의당, 평화당
등 여권 정당을 합하면 제도 변경 덕에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한국당에만 불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민심이 악화하자 제도를 바꿔 이기겠다는 건가. 무리수를 동원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조선일보(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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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曺國이 아닌 경우
신모씨는 2012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이었다. 집안이 가난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학업지원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공부를 계속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런
그가 첫해 2학기에 학점 2.61점을 받았다. 당시 부산대 로스쿨 학칙상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최저 학점은 '2.3'점이었다. 신씨는 '다행히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산(誤算)이었다. 학교 측은 "학년
석차 85% 이내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장학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규정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신씨는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형편"이라고 항변했지만 학교는 듣지 않았다. 신씨는 그해 말과
이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심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각하 사유는 '장학금을 못 받는다는 점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지났고, 장학금을 주지 않은 것이 기본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수십억원대 자산가 집안의
딸 조모씨가 이 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입학했다. 조씨는 입학하자마자 3과목에서 낙제해 유급했다. 조씨의 학점은 1.13점. 의전원
장학금 규정이 정한 최저 학점 2.5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조씨는
크게 낙담해 학업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자 마음씨 좋은 지도교수가 나섰다. 자신의 개인 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 "유급 위기를 극복하도록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학기마다 200만원씩, 6학기에 걸쳐 총 1200만원을 줬다. 개인 재단이라지만 원래 이 장학금은 신씨처럼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
1~4명에게 학기마다 지급됐다. 그러나 지도교수는
3년 내내 다른 불우 학생에게 갈 장학금까지 조씨에게 몰아줬다. 나눠서 주면 돌아가는 금액이
적다는 이유였다. 조씨 아버지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다.
비판이 제기되자 신상욱 부산대 의전원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절차상,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연방 강조했다. "외부 장학금은 성적 제한을
없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어려운 가정형편에 처했거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장학금을 못 받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공직자 재산공개서를
보면, 조씨가 5~6번째 장학금을 받은 2018년 조 후보자 가족의 총 재산은 53억원이었다. 부동산 가치가 공시가격으로 매겨진 것이어서 실제 재산은 이보다 훨씬 많다. 학생인
조씨 개인 재산만 6800만원으로 나온다.
고학생(苦學生) 신씨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산대에 '신씨가 무사히 졸업했느냐'고 물어봤다. "확인해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윤주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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