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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영국 총리 탄생] [정치 중립 엄격한 英 방송] ....

뚝섬 2022. 10. 26. 09:09

[인도계 영국 총리 탄생]

[정치 중립 엄격한 英 방송]

[대처와 트러스]

[빅4에 백인男 없는 英내각]

[英 3번째 여성총리 트러스]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브렉시트와 영국 총리]

 

 

 

인도계 영국 총리 탄생

 

“인도의 권력은 악한과 사기꾼과 약탈자들의 손에 들어가고 지도층은 무능하고 약해빠진 이들로 채워질 것이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1947년 독립을 선언했을 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악담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국주의 향수를 버리지 못한 채 쓴맛을 다시던 영국의 당시 분위기였다. 인도가 독립 75주년을 맞은 올해, 인도계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영국의 새 총리로 결정되자 “처칠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민자 2세인 수낵 신임 총리는 영국 역사상 첫 비(非)백인 총리가 된다. 부모가 각각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살다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계다. 이민자의 아들, 그것도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이민자의 핏줄이 견고했던 보수당 내 ‘백인 장벽’을 깨뜨린 것이다. 인도는 전역이 흥분에 휩싸였다. “제국주의의 반전”, “영국에서 뜨는 인도의 태양”, “제국을 떨치고 일어난 인도의 자손” 같은 표현이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역사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정의의 실현”이라는 평가도 있다.

불과 50일 전 수낵이 리즈 트러스와의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만 해도 그의 정치 인생은 내리막길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보수당원 16만 명이 진행한 투표에서 57% 대 43%로 고배를 마셨다. 부인의 탈세 논란 등으로 상처가 나면서 빠르게 존재감을 상실했다. 영국 생활을 접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역전의 기회는 드라마틱하게 찾아왔다. “총리를 다시 뽑게 됐다”고 알리는 전화를 받은 것은 그가 볼링장에서 공을 굴리고 있을 때였다.

 

▷수낵 총리는 “영국은 조국이고 고향”이라면서도 자신의 종교와 문화유산의 뿌리가 인도에 있다고 강조해 왔다. 힌두교도인 그는 소고기를 먹지 않으며, 하원의원 취임식 때는 힌두교 경전을 들고 선서했다. 다만 이민자 출신임에도 그의 이민 정책은 강경하다. 그가 브렉시트에 찬성한 이유 중 하나는 영국의 국경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선 과정에서는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수낵 총리가 자신을 지지하는 동료 의원 100명을 다시 끌어모으는 데는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트러스노믹스’ 파장을 경고해 판단력을 입증한 그는 보수당의 강력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경제위기를 뚫어낼 구체적 해법은 아직 없다. 재정 보수주의자인 그가 의료, 복지 지원 확대를 원하는 민심을 어떻게 끌고 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영국의 추락을 멈춰 세울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44일 천하’로 끝난 전임자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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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립 엄격한 英 방송

 

영국 공영방송 BBC의 ‘더 페이퍼스(The Papers)’는 다음 날 조간 신문의 주요 기사를 시청자에게 미리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4일 시작과 함께 화면에 등장한 진행자 마르틴 크록솔은 “이 모든 것이 매우 흥미롭지 않나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기뻐해도 될까요? 될 것 같네요”라며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이날 방송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보수당 대표 경선 불출마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파를 탔다. 크록솔은 동료 진행자에게 “신문 최종판에 최신 소식을 반영하려면 시간이 촉박할 것 같다”고 말해 자신의 오프닝 멘트가 존슨 총리의 낙마를 뜻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텔레그래프 기자인 토니 그루가 “존슨은 자신을 2024년 영국 총선은 물론 미국 대선의 승리를 이끌 적임자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농담을 하자 폭소를 터뜨렸다. 그루 기자가 곧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사과했고, 크록솔도 “나는 웃어선 안 됐다. 이렇게 깔깔거림으로써 마땅히 지켜야 할 ‘적절한 불편부당성(Due Impartiality)’을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과 보수당 의원 등은 크록솔이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닐 오브라이언 보수당 하원의원은 “BBC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일부 시청자는 영국 미디어 규제 기관인 오프콤에 문제를 제기했다. 자체 조사에 착수한 BBC는 “우리는 최고 수준의 보도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크록솔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방송에서 배제될 예정이다.

 

총리 후보의 낙마 소식에 희희낙락한 공영방송 진행자가 자체 조사를 받는 영국의 모습은 왜곡 논란에도 꿋꿋한 한국 공영방송의 현실과 대비된다. MBC는 지난 11일 방송된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 편에서 음성을 변조하고 실루엣으로 처리한 다수의 내부 제보자들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대역이었으며, ‘재연 고지 하지 않아 심각한 왜곡이란 주장이 나왔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에도 공영방송을 통해 허위 정보가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전화 출연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정상들은 통상 오른쪽에 쓴다”며 윤 대통령이 조문록을 잘못 썼다고 꼬집었지만, 실제로는 당시 상당수의 정상이 윤 대통령처럼 조문록 왼쪽에 글을 남겼다. “베일은 장례식에서 로열패밀리만 쓰는 것”이라고 한 TBS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의 주장도 사실과는 달랐다. MBC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 윤 대통령의 말에, 자체 해석한 ‘바이든’이란 자막을 달아 시청자들이 공정하게 받아들일 기회를 차단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크록솔의 웃음은애교 느껴진다. BBC의 보도 지침인 ‘적절한 불편부당성’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되짚어야 할 가치가 아닐까.

 

-장민석 기자, 조선일보(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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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와 트러스

 

[경제 위기 때 집권… 감세 등 자유주의 정책 앞세워]

 

최근 선출된 英 신임 총리 트러스
전형적인 보수 우파 정책 내세우며
첫 女총리 '철의 여인' 대처와 비슷해

 

영국의 첫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가 1979년 미국의 대통령 지미 카터(왼쪽)를 만난 모습. /위키피디아

 

영국의 새 총리로 리즈 트러스(47) 전 외무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선출됐어요.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인데요. 트러스는 영국의 첫 번째 여성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와 비교되며 '리틀 대처' '제2의 대처'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가 대처 전 총리처럼 자유주의 보수 우파 정책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지요. 트러스 총리 역시 "마거릿 대처는 나의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오늘날 영국은 높은 물가 상승률과 함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1979년 대처 전 총리가 취임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처의 삶과 정책을 살펴보면, 앞으로 트러스 총리가 영국이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처 전 총리와 함께 트러스 총리에 대해 알아볼게요.

한때 진보적 활동을 한 트러스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1925년 영국 중부의 그랜덤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대처 전 총리의 아버지는 식료품점 주인이었지만,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의 유년 시절 동안 아버지는 그랜덤의 시의원과 시장에 취임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했고, 아버지의 이런 행보는 대처 전 총리에게 큰 영향을 미쳤죠.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정치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토론하며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해요.

대처 전 총리는 옥스퍼드대에서 대학 내 보수협회 회장직을 지냈어요. 졸업 후 변호사가 된 뒤에도 보수당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했고 1959년 보수당의 국회의원이 됐죠. 이후 꾸준히 주택장관·재무장관·교육장관 등 장관급 고위 직책을 맡았습니다.

1974년 보수당이 정권을 노동당에 넘겨주고 야당이 된 후 이듬해 대처 전 총리는 보수당의 당수가 됩니다. 그리고 경제 침체와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영국에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이 닥친 1979년 노동당을 밀어내고 정권 교체를 이뤄냅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 당수가 총리가 돼요. 그가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거예요. 그는 친기업·반(反)노조의 입장에서 경제 개혁을 실시했고, 1983년과 1987년 총선에서도 승리했어요. 그러다 다시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이 올라가자 1990년 사임합니다.

트러스 총리는 어떨까요. 그는 지금 여러모로 대처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때 진보적 활동을 했어요. 그는 어린 시절 스코틀랜드에서 "대처 퇴진"을 외치며 대처 전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광산업·철강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스코틀랜드에는 노동자가 많았어요. 그래서 당시 대처 전 총리의 반노조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였죠. 트러스의 부모님도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 지지자였고요.

또 트러스 총리는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보수당·노동당과 함께 영국의 3대 정당으로 꼽히는 자유민주당에서 활동했어요. 그가 대마초(마리화나) 합법화와 왕실 폐지론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유명하지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트러스 총리는 졸업 직후인 1996년 보수당으로 돌아섰어요. 훗날 인터뷰에서 그는 좌파 활동을 했던 시절을 두고 "철없는 시절의 실수"로 묘사하기도 했어요. 2010년 트러스는 사우스 웨스트 노퍽 지역 보수당의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이후 교육부 장관, 환경부 장관 등을 지냈어요. 그리고 감세 정책 등을 앞세우며 당수로 선출돼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됐습니다.

1970년대 모습과 판박이인 영국

1970년대 말 영국의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었어요. 복잡한 정부 규제와 높은 세금으로 경제활동은 침체돼 있었고, 노동자들의 잦은 파업 등으로 노동 생산성은 저하됐어요.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렸는데요. 과도한 복지 정책과 국유화 등이 효율성의 저하를 낳았어요. 대처 전 총리는 당시 위기를 이른바 '영국병(British Disease)'이라고 불렀습니다.

대처 전 총리는 1979년 총선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감세 정책, 민영화 확대와 복지 정책의 축소를 내세운 강력한 경제 개혁을 주장했어요. 이런 그의 경제 정책을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고 부릅니다. 총리가 된 후에는 통신 업체 '브리티시 텔레콤(British Telecom)'과 에너지 업체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 등의 국유 산업을 민영화했어요. 또 주택 구입 보조비를 없애고 교육 투자 예산을 대폭 줄였지요. 노조 활동을 규제하는 법도 제정합니다.

트러스 총리 역시 대처 전 총리와 유사하게 감세와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전형적인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구합니다.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감세 정책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죠.

하지만 트러스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1500억파운드(약 238조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정부의 개입으로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현재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위기가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영국 표준가구의 가정용 전기·가스 요금은 10월부터 기존보다 약 80% 뛸 예정이라고 해요. 그는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한 뒤 기업 감세 등을 내세운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내에서도 평가 엇갈려

영국 내에서 대처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갈립니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추진력으로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라고 불렸는데요. 강경한 반공주의자였던 대처 전 총리가 1976년 공산주의를 비난하는 연설을 한 후 소련 언론이 붙인 별명이었어요. 복지 예산을 축소하고 감세 정책을 펼치는 대처 전 총리의 자유주의 정책은 빈부 격차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교육부 장관이던 1971년 그가 무상 우유 급식을 유상으로 바꿨을 때는 '우유 도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얻기도 했지요.

트러스 총리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데요. 그는 좌파였다가 우파로 전향한 것뿐 아니라 종종 정책 기조도 바꿔 비판받기도 합니다. 2016년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에 반대하다가 이후 찬성 측으로 입장을 바꿨어요. 이에 워싱턴포스트(WP)는 "일각에선 그를 출세를 향해 움직이는 '풍향계'라고 비판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또 트러스 총리가 내세우는 감세 정책은 반대파로부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국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대처 전 총리가 집권하던 시절인 1984년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광부 파업 집회. /지난 5일(현지 시각) 영국의 새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예요. 자유주의 보수 우파 정책을 내세우며 ‘리틀 대처’라고 불리기도 해요. /위키피디아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윤서원 단대부고 역사 교사, 조선일보(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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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에 백인男 없는 英내각

 

영국 내각에는 ‘The Great Offices of State(국가 중요 관직)’라고 불리는 4개의 자리가 있다. 내각 구성원 중에서도 특히 역할이 중요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총리와 재무장관, 외교장관, 내무장관을 가리킨다. 6일 출범한 리즈 트러스 내각은 이 ‘빅4’를 모두 백인 남성이 아닌 인물들로 채웠다. 영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수당 소속이면서도 취임 일성으로 “개혁”을 외친 트러스 총리의 승부수다.

▷내각의 2인자로 평가되는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사상 첫 흑인 재무장관이 됐다. 영국인 부친과 시에라리온 출신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에 끊임없이 놀림을 당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출입국 정책 등을 담당하는 내무부를 지휘하게 된 수엘라 브래버먼 역시 아프리카와 인도 혈통이 섞인 비백인 여성이다. 보수층에서는 “주요 직위에 백인 남성의 자리는 없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반면 야당 노동당에서는 이들의 발탁을 놓고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내놨다.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트러스 총리는 물론 세 명의 장관 모두 보수 일색이라는 것이다. 콰텡은 브렉시트와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클레벌리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브래버먼은 학교가 학생들의 성(性)적 지향을 존중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세 사람은 트러스의 당 대표 선거를 지원한 핵심 측근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트러스 총리가 파격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던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국에서 백인 인구 비율은 1991년 94%에서 2011년에는 87%로 줄어든 반면 흑인, 아시아계 등은 늘고 있다. 수도 런던은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비백인이고 2016년부터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사디크 칸 시장이 재임하고 있다. 인종 다양성에 관심을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성 장관을 늘리는 것은 전통적으로 여성 유권자에게 인기가 없는 보수당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영국 보수당은 전 세계 보수정당의 원조라고 할 만큼 역사가 길다. ‘토리’라는 정파가 생긴 지는 300년이 넘었고, 보수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으로 활동한 지도 200년 가까이 된다. 그동안 디즈레일리, 처칠, 대처 같은 지도자들은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정치·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적극 수용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보수당은 유지돼 왔다. 트러스 총리의 성패는 이런 과거의 교훈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개선해서 실행할지에 달렸을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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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3번째 여성총리 트러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카멜레온’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다. 군주제 폐지와 마약 합법화 등을 외치며 진보당에서 활동하다가 보수당으로 옮겨 외교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2014년부터 8년간 환경·농림부와 법무부, 재무부, 통상부 장관을 두루 거쳐 “직업이 장관”이라는 말도 듣는다. 5일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그는 이제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전 총리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총리 탄생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다.

▷“당황스럽다. 왜 여성 정치인들은 늘 대처와 비교당하느냐.”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처 전 총리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반박했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대처 전 총리와 트러스 장관을 비교하는 각종 사진이 넘쳐난다. 통이 넓은 흰색 리본 블라우스, 러시아 모스크바 광장에서 눌러쓴 모피 털모자 같은 패션부터 탱크 위에 올라탄 사진 구도 등은 30여 년 전 대처 전 총리의 것과 판박이다. ‘대처의 아바타’라고 불릴 법하다.

트러스 장관은 전속 사진사를 두고 인스타그램 활용을 극대화해 온 ‘이미지 관리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나는 그저 나 자신일 뿐”이라고 강변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대처 전 총리는 과감한 노조 개혁과 재정 개혁을 통해 1970년대 영국병을 치유해낸 ‘철의 여인’으로 평가받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윈스턴 처칠에 이어 두 번째로 존경받는 지도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대처 전 총리에 이어 26년 만에 두 번째 여성 지도자가 된 메이 전 총리도 선거 과정에서 ‘제2의 대처’ 이미지 활용을 망설이지 않았다.

 

세 여성 지도자는 보수적인 영국 정치권, 그것도 보수 토리당의 유리천장을 잇따라 깨뜨리는 성공 스토리를 썼다. 옥스퍼드대 출신의 엘리트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대내외적으로 강경한 정책을 밀어붙인 매파 정치인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때로 파격적이기까지 한 시도로 “차갑고 완고하다”는 평가를 바꿔 왔다. 메이 전 총리는 100권이 넘는 요리책을 사 모으는 취미와 호피무늬 구두를 비롯한 과감한 패션 스타일이 화제였다. 트러스 장관은 두 딸을 키우며 노래방을 즐기는 일상을 공개해 왔다.

▷트러스 신임 총리가 직면하게 될 현실은 엄중하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까지 겹치면서 치솟는 물가와 인력난, 에너지난에 신음하고 있다. 대처 전 총리에 대한 영국인들의 향수가 점점 짙어지고 있는 것은 이런 국가적 위기 때문일 것이다. 대처 이미지의 모방을 넘어 그에 못지않은 리더십을 보임으로써 영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영국 사상 최초 40대 여성 총리의 어깨가 그만큼 더 무거워졌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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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예전에 한국 정치가 외신에 가끔 보도됐다. 국회에서 공중 부양에, 난투극까지 벌어지던 후진적 모습이었다. 그걸 볼 때마다 '언제쯤 한국 정치 수준이 민주주의 선진국인 영국이나 미국과 비슷해질까' 싶었는데 역설적으로 요즘 그리된 것 같다. 한국 정치 수준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영국과 미국 정치가 심각하게 퇴보해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고 있다.

▶25일 열린 영국 하원을 영국 BBC는 '곰 우리'라고 표현했다. '곰 우리' 사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만들었다.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밀어붙이려고 의회를 5주간 정회했다가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급작스럽게 열린 하원 본회의에서 총리는 '겁쟁이' '배신자' '투항자' 같은 단어를 써가며 야당 의원들한테 삿대질하고 언성을 높였다. 자신에게 불법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비난하고, 브렉시트에 반대하다 피살된 정치인을 모욕하는 발언도 했다. 격앙된 의원들은 총리를 향해 "당장 사퇴하라" "감옥에 가야 할 사람"이라고 맞섰다. 요즘 어디서 보는 풍경이다. 

 

▶부스스한 머리를 즐기는 존슨은 명문 이튼·옥스퍼드대 출신이지만 전통적 엘리트와는 정반대 스타일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보수당 소속이면서 "기업들 엿 먹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기자 시절 EU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 기사를 많이 써 영국 내 EU 회의론을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그 덕에 '브렉시트 스타'가 됐다.

▶존슨은 '영국판 트럼프'로 불린다. 진짜 트럼프가 있는 미국은 조용한 날이 없다. 이번에는 대선 라이벌을 잡으려고 외국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스캔들이 터졌다. 둘의 통화 내용은 영락없는 부동산업자와 코미디언의 대화록이다. 탄핵 주장이 나오자 특유의 적반하장으로 역공을 퍼붓는다. 내부 고발자를 '스파이'로 몰아붙이고 언론 보도를 '사기' '쓰레기'로 비난한다. 한때 미국 정치에서 '거짓말'은 사형 선고와 같았다. 그런데 트럼프에게는 일상이고 국민의 절반이 그런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 존슨 같은 사람이 미국과 영국에 등장한 건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다. 미국의 역사학자 애덤 투즈는 '트럼프 현상'을 1차 대전 이후 히틀러, 무솔리니의 등장에 빗댄다. 경제적 불만과 불안이 커진 국민들에게 저질 선동이 먹혀드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트럼프가 선전포고를 트위터로 할까봐 불안해한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전쟁과 같은 비극으로 치닫지 않길 바랄 뿐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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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영국 총리

 

캐머런 "브렉시트 국민투표 부치자" 투표 후 EU 탈퇴로 가닥 잡히자 사임

다음 총리 메이, EU와 조건 협상… 의회서 협상안 4차례 부결되며 실각
현재 존슨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 여·야 모두 제동 걸며 혼란 가중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걸 브렉시트(Brexit)라 하죠. 3일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를 놓고 드라마가 펼쳐졌어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7월 총리가 되기 전부터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며 브렉시트를 강하게 밀어붙여 왔어요. 노딜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걸 뜻해요.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게 분명한 조치죠.

그러자 이날 밤 의회가 존슨 총리에게 반기를 들었어요. 야당인 노동당뿐 아니라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노딜 브렉시트'에 제동을 거는 결의안을 심야 투표에서 가결한 거예요.

존슨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 달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맞서고 있어요. 브렉시트 때문에 이미 영국 총리 두 명이 사임했어요. 존슨 총리는 이번 난국을 헤치고 살아남을까요, 아니면 브렉시트 때문에 총리 관저에서 이삿짐 싸는 세 번째 총리가 될까요?

섣불리 국민투표 했다 실각한 캐머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0년 영국 총선에서 승리해 13년에 걸친 노동당 정권을 끝내고 보수당 정권을 세웠어요. 당시 43세로, 1812년 42세로 총리가 된 로버트 젱킨슨에 이어 영국 역사상 둘째로 젊은 총리였어요. 마거릿 대처(1925~2013) 총리에 이어 보수당을 한 번 더 역사의 중심에 올려놓을 정치 신동으로 주목받았어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 문제가 영국 총리들 발목을 잡고 있어요. 데이비드 캐머런(왼쪽)은 2016년 섣불리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사임했고, 테리사 메이(가운데)는 협상안이 통과되지 않으며 지난 7월 실각했어요. 보리스 존슨 현 총리는 브렉시트 강행을 주장했지만 의회가 반발하고 나서 미래가 불투명해졌어요. /게티이미지코리아·AP 연합뉴스

 

그는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15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했어요. 그는 어차피 국민투표를 해도 EU 잔류파가 이길 거라고 봤지만, 그건 오판이었어요. 2016년 6월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영국 국민 과반(51.9%)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진 거예요.

캐머런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사임했어요. 떠나는 그의 등 뒤로 "국익을 따지기보다 자신이 총선에 이길 것만 노리고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지요.

어떻게든 협상하려다 실각한 메이

캐머런 총리가 낙마한 뒤 같은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어요. 메이 총리도 취임 당시엔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의 여성 총리로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어요.

하지만 메이 총리에겐 장애물이 많았어요. 메이 총리는 원래 EU 잔류파였는데, 총리가 된 뒤엔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됐어요.

메이 총리는 EU와 브렉시트 조건을 협상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협상안을 가져오는 건 불가능했어요. 메이 총리는 올해 3월로 예정됐던 탈퇴 기한에 맞춰 세 차례 브렉시트 협상안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의회에서 퇴짜를 맞았어요.

메이 총리는 어쩔 수 없이 오는 10월로 탈퇴 기한을 미룬 뒤, 야권의 주장대로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보탠 네 번째 안을 내놓았어요. 하지만 같은 보수당조차 격렬하게 반발했어요. 결국 메이 총리는 지난 7월 총리직을 내려놨어요.

협상 없이 탈퇴하겠다는 존슨

메이 총리가 어떻게든 EU와 합의안을 만들어 브렉시트를 하려 했다면, 후임자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합의안 없이도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부터 EU 탈퇴를 줄기차게 주장해왔어요. 그는 한편으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연설가이자,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큰 그림'을 보여줄 줄 아는 정치인이에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원칙도 없고, 거짓말도 잘하고, 잘난 척만 하지 디테일에 약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어요.

브렉시트가 영국 국민을 분열시켰듯, 브렉시트를 주장해온 존슨 총리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과 혐오하는 사람으로 유권자들을 양분하는 인물이지요.

그는 총리 취임 직후부터 EU 탈퇴 기한인 오는 10월 31일이 되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밝혔어요. 영국 의원 대다수는 그에 반대하고 있어요. 문제는 지금까지 메이 총리가 내놓은 협상안을 의회가 모두 거부해 이젠 찬반을 논의할 협상안 자체가 없다는 점이에요.

존슨 총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지금 의회를 해산한 뒤 예정대로라면 내년 봄에 치러야 할 총선을 다음 달로 당겨서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어요.

정말 그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요. 조기 총선을 실시하려면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해요. 보수당이 제1당이긴 하지만 최근 존슨 총리 반대파가 탈당하는 바람에 의회 과반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상황이지만, 브렉시트가 영국 정치를 망가뜨린 것만은 분명해 보여요. 프랑스,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도 EU 탈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영국 상황을 보더니 요즘은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갔거든요.

 

-앤드루 새먼·아시아타임스 동북아특파원/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조선일보(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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