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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고층아파트 화재] [하늘로 뻗는 한국 집.. ]

뚝섬 2025. 11. 28. 05:30

[홍콩 고층아파트 화재]

[하늘로 뻗는 한국 집, 옆으로 늘어선 영국 집]

 

 

 

홍콩 고층아파트 화재

 

26일 홍콩의 31층 아파트 단지에서 불이 나 현재까지 55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되는 최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외벽 보수 공사 중이던 이 아파트 8개 동 중 7개 동이 화마에 휩싸였는데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사이로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 건물마다 설치된 고층 작업용 가설물인 대나무 비계가 불길이 번지게 하는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 생존자들은 “대나무가 딱딱 소리를 내며 터지고, 불붙은 대나무들이 20∼30층 높이에서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고 전했다.

▷공사 중인 건물은 비계라고 불리는 임시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다. 인부들이 딛고 서는 발판이자 자재를 옮기는 통로여서 공사 현장의 뼈대라고도 불린다. 철제 비계가 주로 쓰이지만 홍콩에선 대나무 비계가 많다. 비좁은 땅에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밀집한 지리적 특징이 낳은 산물이다. 대나무는 유연하고 자르기 쉬워 좁은 건물 틈 사이로 비계를 설치하기 쉽다. 워낙 싸고 효율이 좋아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은 과소평가돼 왔다. 하지만 잠재된 위험은 이번 화재처럼 언젠가 현실이 된다.

▷홍콩 당국이 이런 참사에 대비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1996년 홍콩 갈레이 빌딩 화재 때도 대나무 비계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41명이 희생된 적이 있다. 고층 건물은 사다리차가 닿지 않아 속수무책이란 것도 그때 다 경험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압도적 가성비에 숙련된 대나무 비계공들이 풍부해 오랜 관행을 포기하지 못했다. 정부도 이를 계속 방관하다 올 3월에야 단계적으로 사용을 금하기로 했지만 때늦은 조치였다.

 

▷화재가 난 공사 현장에는 담배를 피우는 인부들도 많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들이 아무 데다 꽁초 버리는 걸 목격하고 여러 번 항의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화재는 담뱃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홍콩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최근엔 강풍까지 자주 불어 안전 그물망이 떨어져 나가는 일도 많았다. 각층의 창문은 깨지지 말라고 스티로폼으로 도배돼 있었다. 이처럼 불에 잘 타는 자재와 버려지는 꽁초들, 게다가 강풍까지 불이 날 징조들은 차곡차곡 쌓여 왔다.

한국은 홍콩 못지않은 ‘초고층 아파트 공화국’이다. 우리는 대나무 비계를 쓰진 않지만 가연성 외장재나 필로티 주차장 같은 우리만의 ‘불쏘시개’를 안고 있다.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2010년),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2015년) 등이 그런 사례다. 요즘 초고층 아파트엔 중간에 피난 구역이 있다고 하지만 유사시 대피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오래된 고층 건물엔 이런 피난처마저 없다. 재난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지 않는다. 위험한 줄 알면서 “설마…”할 뿐이다. 홍콩에서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듯, 우리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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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뻗는 한국 집, 옆으로 늘어선 영국 집

 

戰後 한국의 건설붐… 첨단 고층 아파트는 '편리함'과 동의어
수백년 된 영국 집, 제인 오스틴 소설 속 장면 보는 듯
한국엔 천장과 바닥에 이웃… 영국선 옆집과 벽을 공유
 

 

레고맨이 집을 지을 수 있다면 한국의 도시처럼 높은 건물을 쌓아 올렸을 것이다. 주택과 빌라, 한옥도 있지만 한국에는 수많은 고층 아파트가 우뚝 솟아 있다. 누가 시공했는지 상관없이 아파트들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똑같이 보인다.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반듯한 직사각형, 모든 층이 똑같이 생긴 집들이 한국 전역에 24평, 33평 또는 48평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곳곳에 설치된 CCTV, 디지털 인터컴, 스마트 카드 리더, 미세 먼지가 배출되는 환기 시설, 안면 인식 기술이나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도입된 한국의 첨단 아파트는 영국 출신인 내게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한국에서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영국에서는 18세기에 지은 집을 살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등장할 듯한 무척이나 아름다운 집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샐 것 같은(영국은 비가 자주 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마른 밀짚과 갈대로 엮은 초가지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관, 대문, 차고 그리고 정원에 있는 창고를 열기 위해서는 번거롭게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다녀야 한다. 종이처럼 얇은 창문으로는 온기가 새어나가 천문학적인 숫자의 난방비 고지서가 날아들게 될 것이다.

집 안은 어떨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휘어진 나무 바닥은 밟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낸다. 모두 잠든 한밤중에도 삐걱거려 마치 유령들이 몰려다니는 듯한 소리가 온 집 안을 울리기도 한다. 무언가를 발명한 사람이 한때 이 집에 살았다는 이유로 사적지로 지정이 돼 창문 하나 바꾸는 데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갑작스럽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영국인이 초가지붕을 덮은 코티지에 살지는 않는다. 이런 코티지는 한국의 한옥에 상응하는 개념이다.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2019년을 살고 있는 바쁜 현대인들의 주거 공간으로는 너무나 비실용적이다.

 

한국의 주택 건설 붐은 전쟁 후 한국의 첫 번째 산업혁명과 동시에 일어났다. 한국인들은 평지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위로 올라가는 형태의 건물이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파트와 같이 높이 쌓아 올린 건물이 한국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오래된 주택들이 늘어선 도심 지역에서는 더 많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이들을 허물기도 한다. 한국의 첫 번째 산업혁명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심화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아파트는 한국의 산업혁명 시대에 탄생된 집의 전형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몇 백 년 전에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영국은 원만한 구릉지대의 목초지가 대부분이다. 산업혁명 동안에 공장주들은 적은 예산으로 건축업자들에게 목초지를 타르로 뒤덮어 그 위에 노동자의 숙소들을 만들어 줄 것을 의뢰했다. 건축업자들이 만들어 낸 것은 한국 아파트의 가로 버전이었다. 천장과 바닥을 이웃과 공유하는 대신 옆집과 벽을 공유하는 형태이다. 콘크리트가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건축업자들은 빨간 벽돌과 시멘트를 기본 자재로 집을 지었다. 당시 이렇게 만들어진 집들이 오늘날까지 남아 영국 주택의 전형이 됐다. 풀로 붙여놓은 듯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는 빨간 벽돌집들이 현재는 '테라스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시간이 흘러 공장들은 문을 닫았다. 공장 일부는 철거되었고, 일부는 부유층의 호화 주택으로 탈바꿈되었다. 그러나 빨간 벽돌로 만든 테라스하우스들은 아직도 영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주택의 형태로 남아 있다. 현재는 공장주 대신 일반 가족들이 소유한다는 것과 거주자들이 입맛에 맞게 고쳐 살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영국인들은 차고를 개조해서 침실로 만들기도 하고, 오래된 지붕 위에 추가로 한 층을 올리기도 하고 또는 정원이 있던 자리에 일종의 유리 온실인 컨서버토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영국 집은 울퉁불퉁 상당히 비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색깔의 벽돌로 확장돼 있기도 하고 일부가 이상한 각도로 튀어나와 있기도 하다.

미국의 작가 랠프 월도 에머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집은 인간의 주인이 되었고, 그 집을 수리하는 것이 남은 일생 동안의 과업이 되었다. 현대식 주거 공간과 편리함이 사실상 동의어로 느껴지는 한국에서는 사실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이겠지만, 영국인들은 이 글을 읽으며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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