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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북 주민은 인터넷 못 쓰는 것도 모른다니] ....

뚝섬 2025. 11. 25. 08:19

[대통령이 북 주민은 인터넷 못 쓰는 것도 모른다니]

[무상 치료제 폐지된 북한의 현실] 

[법 만능주의]

 

 

 

대통령이 북 주민은 인터넷 못 쓰는 것도 모른다니 

 

기자간담회 입장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대북 방송 왜 합니까, 쓸데없이”라며 “그런 바보짓이 어디 있어요”라고 했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오는데 뭔 대북 단파방송을 합니까, 그것도 돈 들잖아요”라고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북 확성기 중단, 전단 단속에 이어 국가정보원이 50년간 해오던 대북 라디오·TV 방송도 모두 꺼버렸다.

 

북한은 주민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싱가포르 데이터 분석 기관에 따르면, 북한의 인터넷 사용자는 1000명 미만이라고 한다. 세계 최하위다. 김씨 일가 등 극소수 특권층만이 인터넷을 쓴다. 연구원 등이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특급 기밀에 접근하는 것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다른 정보를 검색하지 않는지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나머지 99.9% 주민은 외부로 연결된 인터넷은 쓰지 못하고 내부 통신망에만 접속할 수 있다. 내부망에는 외부 정보가 하나도 없다. 평양의 외국 대사관 주변엔 휴대전화를 들고 배회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혹시 무선 인터넷이 잡힐까 기대하는 것이다.

 

대북 방송은 인터넷 등 외부 정보와 완전히 차단된 북 주민에게 바깥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탈북민 상당수가 대북 방송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자유세계 소식을 접했고 ‘인권’이란 말의 뜻도 알게 됐다. 수용소로 끌려갈 위험을 무릅쓰고 단파 방송을 들었다. 탈출에 성공한 뒤 대북 방송을 한 분을 은인이라며 찾아 나선 탈북민도 있다. 북 주민은 김씨 왕조 비난보다 세상 사는 이야기, 연속극, 정확한 일기예보 등에 더 끌렸다. 한국 드라마 요약본만 보고도 자신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대북 방송은 끄지 않았다. 그것이 ‘바보짓’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20년 ‘반동사상배격법’을 만든 뒤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퍼뜨린 주민을 심하면 처형까지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김정은과 협상을 해보려는 생각 자체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북한 주민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는 초보적인 북한 실상조차 모르면서 대북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할 따름이다.

 

-조선일보(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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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치료제 폐지된 북한의 현실 

 

19일 열린 평양 인근 강동군병원 준공식에서 김정은(가운데)이 빨간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올해 2월 착공한 강동군병원은 김정은이 4차례나 방문한 끝에 9개월 만에 완공됐다. 노동신문 뉴스1

 

2025년은 김정은이 병원에 꽂힌 한 해였다. 그는 19일 평양 인근 강동군병원 준공식에 참석했다. 올 2월 6일 착공식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9개월여 동안 그는 이 병원을 4차례 방문했다. 지난달 준공한 평양종합병원도 올해만 3차례 찾았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해엔 ‘20X10 정책’을 발표해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라고 하더니, 올해엔 여기에 더해 병원도 매년 20개씩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이 인민 건강에 갑자기 지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지는 않다. 의료가 아주 괜찮은 돈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뿐이다. 자기가 아무리 호통을 쳐도 인민이 주머니를 열지 않지만,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집을 팔아서라도 치료비를 낸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한국에는 북한의 무상 치료제가 폐지됐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남조선은 돈이 없으면 치료를 못 받고 죽지만, 우리 공화국은 무상으로 인민을 치료한다”고 반세기 넘게 자랑해서 그런지 북한이 아직도 무상 치료제를 시행하는 줄 알고 있다.

북한 무상 치료제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사실상 사라졌다. 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하면 환자는 장마당에서 약을 사 오고, 그 약으로 의사가 치료하는 시스템이 됐다. 치료는 공짜가 아니었다. 환자는 배급이나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의사에게 돈을 건네야 했다.

이런 유명무실하고 허울뿐인 무상 치료제는 2022년 8월 급격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때부터 북한은 모든 병원 간판에서 ‘인민’을 떼 버리게 했다. 올해 준공된 병원들도 원래라면 평양종합인민병원, 강동인민병원이라 불려야 한다.

인민이 간판에서만 버려진 것은 아니다. 인민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접수비, 진단비, 치료비, 약값, 처방비, 입원비 등 모두 물어야 한다. ‘합법적인’ 치료비가 도입된 것이다.

한국과 북한의 병원은 이제 시스템에서는 별 차이가 없게 됐다. 하지만 1인당 소득으로 비교하면 한국이야말로 진정한 무상 치료 수준이다.

게다가 북한은 리(里) 단위 작은 병원과 시군급 병원, 도 병원, 평양종합병원 간의 치료비 격차가 엄청 심하다. 가령 올해 초 기준 군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한 번 찍으면 북한 돈 2만 원을 받았는데, 도 병원에서는 설비가 최신식이라는 이유로 6만 원을 받았다. 2만 원은 쌀 2kg 이상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중앙병원에 가면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가령 북한에 몇 대 없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사용료는 지난해 기준 70만 원 정도였다. 북한 고액 연봉 수령자도 1년에 70만 원을 벌지 못한다. 지난해 종양으로 평양에 올라가 후두절제술을 받은 한 지방 고위 간부는 입원 치료비까지 5000달러(당시 기준 북한 돈 약 4400만 원)를 썼다.

처방과 동시에 병원에서 판매되는 약 가격은 장마당과 거의 같다. 장마당에서 비싸지면 병원에서도 비싸진다. 장마당 약품은 간혹 불량품이 있지만, 병원 약은 신뢰도가 있어 환자들은 이왕이면 병원에서 산다.

김정은은 19일 강동군병원 준공식에서 이런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다.

“이 병원은 건설 과정도 교본적이었지만 운영 과정도 지방 보건 발전의 우수한 본보기로 될 것”이라며 ‘혁명적 결행’ ‘우리식 보건 현대화’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 사람들은 본보기라는 강동군병원 치료비가 얼마로 책정될지 긴장하며 주시할 것이다.

사실 북한이 유상 치료제를 도입하든 말든, 어차피 인민은 수십 년 동안 돈 없으면 치료도 못 받고 죽는 세상에서 살았다. 그렇지만 우리식 보건 현대화란 것이 도입되면서 환자와 가족, 의사, 장마당 약장수 할 것 없이 모두 피해자가 되고 김정은만 수혜자가 됐다.

무늬만 무상 치료제하에서 의사에게 뇌물로 전달되던 돈은 이제 당국으로 들어간다. 정성제약종합공장, 순천제약공장 등에서 생산된 약품이 장마당 약장수를 대신한다. 또 국가가 정한 치료비가 뇌물 시대에 비해 훨씬 비싸지면서 환자와 그 가족의 부담도 엄청나게 커졌다. 이제 북한은 진짜로 돈이 없으면 치료도 못 받고 죽는 세상이 됐다.

김정은이 갑자기 병원을 많이 만들라고 채찍질하는 것을 보면 돈 냄새를 강하게 맡은 것 같다. ‘의료가 주머니 속 달러를 터는 데 제격이구나’라고 깨달은 것이다. 김정은이 인민들 좋으라고 저리 열심히 뛰어다니겠는가.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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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만능주의

 

[임용한의 전쟁사]

 

조선의 군사제도는 급료가 없는 부역병 체제였다. 후기에 급료병이 생기지만, 이들의 급료는 정확히 월세 비용밖에 되지 않았다. 조선 정부는 생계를 위해 병사와 이들의 가족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것은 조선 후기 서울에서 시장 발전과 사회 변동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군인과 상업 발전은 의외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도 병사들의 급료가 부족했다. 해외에 주둔하는 군단의 숙영지 주변에는 상인들이 몰려들었는데, 병사들은 주 소비자이기도 했지만 생계를 위해 직접 물건을 팔기도 했다. 전략적 요충지는 곧 교통의 요지다. 군단은 이런 곳에 자리 잡았고, 여기서 도시가 성장했다. 영국 런던, 프랑스 오를레앙, 독일 프랑크푸르트, 쾰른 등 이렇게 번성한 도시는 지금도 유럽의 주요 도시를 이루고 있다.

병사들이 판매하는 물품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전리품이다. 좋게 말해 전리품이지 실상은 약탈품인데, 로마제국에는 병사들이 전리품을 판매해 얻는 수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법이 있었다. 전리품 약탈은 명령으로 허용될 때만 가능했다. 즉, 평화 시 혹은 명령에 없는 약탈은 말 그대로 폭력이고 불법 행위였다. 그러나 전리품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게 법의 맹점이었다.

 

원로원에서 결국 전리품에도 세금을 매기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세금을 매긴다고 해서 불법적인 약탈이 줄어들 리 만무했다. 오히려 줄어든 수익만큼 더 가혹한 약탈을 조장할 위험이 컸다. 로마 역사를 보면 전쟁 영웅이 황제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세금이 촉발한 병사들의 불만은 황제로 향하고, 야심 찬 사령관은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와 싸워야 하지만, 법이 만능은 아니다. 목적이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혜는 부족해서 역사는 어리석은 법으로 가득 차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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