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한국당" "존재가 민폐" "다 물러나자" 틀린 말 없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17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당 최연소 3선(選)인 김 의원이 내놓은 불출마 선언문은 현재 한국당 현실에서 틀린
말을 찾을 수 없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고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 집회에는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명 남짓 참석하지만 일반 단체 주최 집회에는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한다"며 "정권이 아무리 폭주해도 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을 넘어선 적이 없고 조국 사태 후에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 지적처럼 한국당은 친박·비박이 갈라져 싸우다 선거를 망치고도 못난 내부 갈등을 계속했다. 그렇게
스스로 쌓아온 비호감은 이제 거의 혐오 수준으로 악화됐다. 한국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북한 김정은과
같은 62%라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국민의
지지를 존재 이유로 하는 정당으로선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 사망선고를 받았는데 계속 돌아다니며
먹잇감을 탐하는 것이 바로 '좀비'다.
의원들부터 쇄신과 변화는 외면한 채 때만 되면 막말하고 기득권 지키기만 골몰하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광화문을 메웠던 남녀노소가 분통을 터뜨린 대상은 폭주하는 정권만이 아니었다. 내년
총선에서 오만한 정권이 심판받아야 하는데 한국당이 오히려 정권의 총선 승리를 도와주는 도우미 구실만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여당에선 '대통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야당 복(福)은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감수성도, 공감능력도, 소통능력도 없는 의원들이 서로 물러나라고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 않는다"며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고 했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희생과 헌신, 책임이다. 정확히 한국당에 없는 가치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일부 의원은
최근의 정권 심판 분위기에 편승해 말을 뒤집었다. '조국 낙마'에
공을 세웠다며 표창장을 주고, 상품권을 돌리며 희희낙락했다. 비호감인
한국당 의원들은 오로지 자기 공천받을 궁리만 한다.
낡은 인물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당을 환골탈태하는 데는 당연히 저항이 생긴다. 지금 한국당
지도부에선 그 저항을 넘어서겠다는 결의를 전혀 볼 수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그런 결의를 보인다. 그러니 참신한 인재들이 모일 리도 없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물 한 명 데려오지 못한 채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총선기획단이라고 모여 앉은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이 혀를 찬다.
저렇게 모아놓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세상 바뀐 걸 모르고 환경에 적응 못 하면 도태되는 게 섭리인데 이를
거스르고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앞장서고 미련 두지 말고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히 해체하자.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의 생각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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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 고함
헤게모니 능력 상실해 권력 쟁취 못하는 정당
정부·여당 실수에만 기대는 반사정치론 정국 주도 불가
개혁 보수로 진화하고 중도로 지평 넓혀야
문재인 정권 2년 반은 총체적 실정(失政)의 연속이었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겸허한 자기 성찰은커녕 후안무치한 자화자찬으로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팬덤에 가까운 강력한 고정 지지층으로 민심 이반의 강풍을 결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제1 야당이 운신(運身)할
정치적 공간을 극대화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정부·여당을 떠나간 민심조차 자유한국당을 기피한다. 한국당은 부동(不動)의 비(非)호감 정당 1위다.
한국당은 이미 오래전에 헤게모니 능력을 잃었다. 대중의 자발적 지지를 창출함으로써 권력을
쟁취하는 헤게모니 능력은 정당의 존재 이유이다. 헤게모니를 상실한 불임(不姙) 정당에 먹고살기
바쁜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리 없다. 황교안 대표가 문 정권의
'총체적 폐정(弊政)'을 질타하면서 민부론과
민평론을 설파하자마자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수권 능력을 잃어버린 한국당이 발화자(發話者)이기 때문이다. '문
정권이 자유와 정의, 공정을 무너트렸다'는 한국당의 비판은
옳지만 사회적 울림이 전무하다. 퇴행적 지역감정과 적대적 양당정치에 기생해 정의와 공정을 파괴해 온
한국당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제1 야당으로선 천금 같은 기회였던 조국 사태를 한국당이 흘려보낸 것도 무능의 소치만은
아니다. 한국당이 지금처럼 헤매는 데는 역사구조적이고 정치사상적인 배경이 있다. 사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수구 정당이다. 합헌적 국법 질서와 시민들의 일반의지로 진행된 탄핵은 박근혜의 사당(私黨)이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적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결국 대중은 한국당이 대표하는 권위주의적 박정희 패러다임에 철퇴를
가함으로써 수구 정당에 대한 정치적 신임을 철회한 것이다.
정치 이념적으로 자유한국당엔 '자유'도 부재하고 '한국'도 없다. 한국의
수구 보수는 냉전반공주의와 천민자본주의를 자유민주주의의 미명(美名)으로
분칠해왔다.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을 내세워 양심과 사상의 자유나 기본권 같은 자유주의의 핵심 이념에 적대적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당이 줄곧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를 외면해왔다는 사실이다. 공화정의 핵심은 법치주의와
성숙한 시민 정신을 통한 공공성(公共性) 구현에 있다. 공화정 지도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앞장서는 까닭이다. 그런데
탄핵 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탄핵 이후에도 한국당은 공화 정신을 거부하는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해왔다.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정을 배척한 자유한국당은 국익보다 당파적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수구적 이익집단으로 각인되었다.
한마디로 한국당은 지나가버린 과거를 상징한다. 문 정권이 실정을 거듭하고 있지만 진취적인
한국인들은 숨 막혔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탄핵 직후 당명을 바꿔 달았지만 내용적으론
전혀 달라지지 않은 수구 세력을 국민이 신뢰할 리 만무하다. 그게 한국당의 현주소이다. 합리적 보수와 중도로 외연을 넓혀 미래로 나아가야만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선거판에서 한국당의 한계는 치명적이다. 정부·여당의 실수에 기대는 한국당식 반사(反射) 정치로는 정권 획득은커녕 정국 주도조차 불가능하다. 조국
사태가 그 뼈아픈 증거다.
민주주의는 국정 운영 결과를 선거로 심판하는 책임정치이다. 중간선거인 총선에선 정부 여당의
실정을 묻는 회고적 투표가 강세여서 집권 여당이 불리하다. 하지만 국민적 신망을 상실한 좀비 정당으로
전락한 한국당이 이런 통설을 위협한다. 역설적이게도 문 정권의 폭주와 민주당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최대 동력을 시대착오적인 제1 야당이 제공하고 있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돕는 최대 원군은 수구 정당 한국당의 존재 그 자체인 것이다. 적대적 공존 관계인 한국당과 민주당, 적대적 공생 관계를
맺은 '문빠와 박빠'가 민주공화국을 위협하고 있다.
수구의 틀을 떨쳐내지 못한 한국당은 지역 정당으로 축소되어 소멸할 것이다. 개혁 보수로
진화하고 중도로 지평을 넓히는 창조적 파괴만이 한국당을 구원한다. 자유한국당이 자유와 공화를
회복해야 나라의 앞날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통합해 미래로 가는 정책 정당만이 민심의 절규에
응답할 수 있다. 한국당이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증명한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조선일보(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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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죽음의 계곡'서 벗어나라
劉, 보수 확장성 보완할 야권서 몇 안 되는 정치인
'대통합'서 역할 하고 백의종군해 후일 도모를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1월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의 계곡 속에서 모진 풍파를 맞고 있지만 언젠가 꼭 희망의 새봄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한 지 2년이
되던 날이었다. 바른정당은 이후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된다. 유승민에게 '새봄'이란
독자적인 중도(中道)의 영토를 확보하는 것이었을 테고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승민의 새봄'은 오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남은 건 앞날이 불안한 7명의 자파(自派) 지역구 의원과 '황교안이
주저앉으면 유승민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주변의 기대 정도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선보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극단적인 좌우(左右) 대립의 구도에 애당초 중간 지대는 없었던 셈이다.
이런 유승민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보수 대통합' 제안으로
전기(轉機)를 맞았다. 머뭇거리던
황 대표는 '리더십 위기'의 돌파용으로 전격적으로 그 카드를
꺼냈다. 황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이른바 '유승민의 3원칙'을 모두 받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예상 밖이었다. 직전까지의 교섭
과정을 지켜봤던 한 인사는 "정치 경험이 없는 황 대표가 처음부터 다 내주겠다고 한 것은 협상
기술상 아쉬운 부분"이라고까지 했다.
한국당이 교섭팀을 꾸리자 바른미래당 '변혁'(유승민·안철수계
모임)의 대응은 '독자 신당 추진'과 '한국당 혁신 요구'였다. 유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3원칙'에 대한 황 대표의 '확답'이
없으면 '보수 통합 추진팀'을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간 쌓인 불신의 감정이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를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고,
변혁 내부 사정도 복잡해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협상을 계속 끌고 가려는 것은 유승민이 수도권과 20~30대 등에서
한국당의 취약한 확장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대표도 있지만 일단 개문발차(開門發車)하고
합류 여부는 추후 안 전 대표의 선택에 맡길 것이라 한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한국당이나
유승민 측 모두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 통합·연대의
흐름 자체를 돌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런 '닥치고 통합'의 성패(成敗)는 결국 인적 쇄신에 달렸다. 국민은 그들이 얼마나 물갈이를 하느냐로 보수 통합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이다.
특히 보수층은 '탄핵 프레임'에 발목 잡힌 기존의
야권 판 자체를 갈아엎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러자면 '탄핵'과 무관한 신인의 전면적 수혈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교체 요구가 높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중진 교체, 일부 전략 공천 지역을 뺀 대부분 지역에서의 국민경선 실시 등을 기본으로
신인에게 유리한 공천 룰이 보수 통합 과정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유승민도 이런 요구에 자유롭진 않다. 조국 사태를 경험하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유승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들이 늘었지만 "왜 유승민이냐"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이 10명 중 2명이라
하더라도 그 2명이 투표장에 안 나간다면 총선은 어려워진다. 이는
영남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보수 통합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유승민 스스로 백의종군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유승민이 '죽음의
계곡'에서 완전히 벗어나 후일을 도모해볼 길이기도 하다.
-최재혁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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