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참수 작전, 北은 금지선 넘지 말라
미군이 이란의 대미 군사 도발을 주도해온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총사령관 솔레이마니를 드론 미사일 공격으로 폭살했다.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내 친(親)이란 조직과 접촉하려고 바그다드 공항에
내려 차로 이동하는 순간 정확히 폭사시켰다. 적 핵심 수뇌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외과 수술식으로
없애는 '참수 작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명령한 작전이다.
과거 참수 작전은 성공 확률이 낮았다. 목표물의 이동 경로와 은신처 등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미군은 위성과 드론으로 목표물의 동선 파악 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미 언론은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공격했다'고 전했다. 드론에 탑재된 적외선 센서 등이 수집한 정보가 위성으로
미국 내 작전 본부에 전달됐고 드론 조종사들이 목표물을 따라가 '닌자 폭탄(Ninja bomb)'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직후 "미국인 안전을 지키는 데 절대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솔레이마니가 최근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과
미군 시설을 공격해 미국인을 살해한 범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공격을 준비했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트럼프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군사 개입을 꺼린다. 하지만 올해 대선을
앞두고 탄핵 공세까지 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과감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미 하원의
탄핵 조사가 진행될 때는 IS 지도자 알바그다디를 '참수
작전'으로 제거해 고비를 넘기려 한 적도 있다. 미국인은
안보 위기가 닥치면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트럼프는 올해 대선에서 이란 문제와 함께 대(對)북한
외교 실패를 추궁당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이란식 참수 작전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면
착각일 것이다. 트럼프의 이란 참수 작전은 미 국방장관이 북을 향해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지 반나절 뒤에 이뤄졌다.
핵 없는 이란과 핵을 가진 북을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북핵과 중동 문제는 성격도 다르다. 그러나 북이 ICBM 발사 등으로 미국을 직접 핵 타격할 위협을
가하고 이것이 트럼프 선거운동에 악재가 된다면 트럼프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다. 김정은은
트럼프를 허풍쟁이로 보고 있을 테지만 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행동을 함부로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충격적
행동' 운운하는 김정은의 핵·ICBM 협박은 공갈에 그쳐야
한다. 금지선을 넘지 말라.
-조선일보(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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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풀어주자는 의원 60명에게 묻는다
상식 있는 지도자라면 북핵에 무방비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동해에 美핵잠수함 배치… 한미일 동맹 3국의 공동 관리하에 두자
얼마 전 국회의원 60여명이 중·러 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 결의안을 지지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제재 완화를
주장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핵무장은 최종 단계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핵전력은 이미 완성되었다. 지난 2년간 과대 포장된 북한 비핵화 의지와 판문점,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 리얼리티쇼에 열중하다 보니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으로 착각했지만, 현실은 비핵화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했다. 북한 핵전력은 오히려 증강되었고 20여 차례의 각종 미사일
실험으로 고도화·첨단화되고 있다. 최근 폐기했다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에서 신형 미사일 엔진
실험을 감행했고, 김정은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이겠다며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의 핵무장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이로 인해
국제 제재에 직면해 있다, 핵보유에 대한 국제적 공인을 얻어야만 제재를 피할 수 있다. 북한은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처럼 미국의 묵인을 통해 제재를 피하고자 한다. 지난 30년간의 핵협상 과정을 보면 북한은 대미 담판을 통해 '제재 없는
핵보유국'이 되고자 한다. 하노이에서 김정은은 낡은 영변
시설을 대가로 제재 해제를 일관되게 요구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길'이란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핵보유를
묵인해주지 않으면 ICBM 도발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 완화나 해제를 운운하는 것은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포괄적 비핵 합의도 없고 동결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요구대로 제재가 해소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비핵화를 이끌어낼 동인이 없고 결국 핵보유국 북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북 협상에 참여했던
조셉 윤 미 국무부 전 대북특별대표는 비핵화가 30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30년이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핵을 고집한다면, 북한 정권에 전략적 손실이 지속적으로 부과되는 국제 제재 틀이 존재해야만 그나마 30년 걸려서라도 협상을 통한 비핵화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대한민국 지도자라면, 그리고 비핵화를 원한다면 허물어지고 있는 국제 제재 틀을 다시금
조이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말 상식 있는 지도자라면 증강되고 있는 북한 핵전력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으로부터 14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은 국민을 보호하는 중층적인 미사일 방어망을
갖추었지만, 한국은 국민을 보호할 이렇다 할 억제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한·일 간 방위비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다. 킬 체인, KAMD, 3축 체계 등 요란한 용어들이 동원되었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요격 미사일도 전략위성도 배치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 확장 억제력은 형해화될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정부는 이념의 틀에 갇혀 미 MD(미사일방어)에 편입하지 않는다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 사드 배치로 평택 이남의
국민은 MD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수도권 2300만명은
핵미사일에 무방비다.
미 본토가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권에 놓이게 된 상황에서 과연 미국은 서울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평양을 핵보복할 수 있을지 적지 않은
의문이 생긴다. 이미 동맹을 겨냥한 북한의 각종 미사일 실험에도 미국은 개의치 않고 있다. 북핵에 맞서 국민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핵무장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거의 전적으로 대미 관계에 달려 있다. 물론 주한 미군이 철수하고 한·미 동맹이 와해된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핵우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도 고려할 수 있지만, 방어
무기인 사드조차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는 정치 지형에서 전술핵을 국내에 배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가지 안은 육지가 아닌 동해에 핵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미국 핵잠수함을 배치하여 동맹 공동 관리하에 두는 것이다. 비핵 국가인 일본도 참여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서울이나
도쿄가 북한의 핵공격을 받을 경우, 자동적으로 잠수함에서 평양을 공격하는 독트린을 갖게 함으로써 핵우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흔들리는 한·미 동맹을 재정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물론 중국은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보다
중국에 훨씬 이익이 되는 시나리오다. 국민의 안전을 북한에 구걸하는 것보다 실질적 억제력을 갖추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조선일보(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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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구상이 공화국에 무슨 도움이 됩니까"
북측도 정부 구상 외면하는데 文 대통령 '오로지 평화' 고집
참모들 誤判, 눈치보기에 국제적 외톨이 될 수 있다
작년 말 우리 정부 관계자가 일본에서 조총련 간부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DMZ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밝힌 이후였다.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한 평화 구상을 설명하자, 그 간부는 다짜고짜
짜증부터 냈다고 한다. "그런 제안을 뭐 하러 미국 가서 합니까?"
우리 측은 "대북 제재 문제와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했지만, 그는
"공화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잘랐다. "미국에 그런 구상 밝히고 부탁해 봐야 제재 완화가 됩니까? 트럼프가
그걸 빌미로 미국산 무기나 더 사달라고 요구할 텐데, 오히려 공화국만 피곤해집니다." 미국을 상대로 쓸데없이 '북한 세일즈'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엔 남·북·중·러를 포괄하는 철도 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북은 한마디 응답도 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북한 원산·갈마 지역
등에 대한 관광 개발을 북에 제안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를 요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다. 북은 여기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일 다시 "남북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며 '상생 평화 공동체론'을 폈다. 김정은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 전략무기로 충격적 실제 행동"을 경고한 다음
날이었다. 북이 뭘 하든, 미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든 '외눈박이식' 대북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고집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것이 북한과 미·중·일·러에 통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배제하면서 남북 관계도 중단시켰다.
처음부터 김정은이 원한 것은 제재 완화였다. 한국에 바란 역할도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었다. 제재를 풀 능력이 없는 우리에게 주도권을 줄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거듭된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도 외교적 수사(修辭) 한마디 내지 않고 있다.
평화구상을 추진하면 중·러가 북 비핵화와 남북 관계에 도움을 줄 거란 기대도 일방적 희망일 뿐이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김정은과 만났을 때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대규모 식량 지원과 밀무역 묵인으로 제재의 뒷문을 열어줬다. 외교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북 안전 보장 시점까지
핵보유를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북이 지금처럼 충돌 국면으로 가면 대북 평화 구상만 외쳐온 문 정부는 국제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더구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의 고강도 도발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안보 당국자는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정부 내부에선 "혹여 미·북 협상이 풀려도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정은이 대선의 기로에 선 트럼프를 상대로 협상 주도권을 잡은 뒤 "한국은 빠지라"고 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무능한 남한 정부에 실망했다'는 말을 주변에 수차례 한 것으로 안다. 이후 '남한 패싱' 기류가
뚜렷하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문 대통령이 제대로 알고 있느냐다. 청와대 안팎에선 최근 "경제·안보 상황 보고가 제대로 못 올라가고 '커팅' 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참모들이 상황을 오판하고 눈치만 보면 대통령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게 된다. 최근 문 정부의 '오로지
평화' 구상이 이 때문이라면 나라 안보가 위태로운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배성규 정치부장, 조선일보(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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