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모두 아니라는데 정권만 몸 단 '南北 속도전'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북이 노력하자"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노력" "남북
철도·도로 연결"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도 언급했다. "우리 정부 들어 평화가 성큼 다가왔다"는 말까지 했다. 대통령 신년사만 들으면 한반도에 드리웠던
북핵 먹구름이 걷히고 남북 평화 시대가 활짝 열린 듯하다.
현실이 그런가. 지난해 북한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만 13차례 했다. 김정은은 폐쇄를 약속한 '미사일 실험장'에서 신형 엔진에 불을 붙이더니 '충격적 행동' 운운하며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는 먹구름 정도가 아니라 언제 천둥과 벼락이 칠지 모를 험악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신년사는 '북핵'과
'비핵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
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했다. 남북 관계를 미·북 핵협상 진전에 연계해
왔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미국이 이미 반대 뜻을 분명히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도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안보 특보가 6일 워싱턴에서 "문재인
정부는 중·러의 대북 제재 완화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제재 완화 시도에 사실상 동조했다. 대통령은
북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지렛대인 제재를 풀어주는 데 앞장서려는 것인가. 한·미·일 삼각 안보 체제의 핵심 연결 고리인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 선언을 했다가 미국의 강한 압박에
뒷걸음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비핵화 압박 국제 공조에서 벗어나
북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쪽에 섰다가 뒷감당을 할 자신은 있나.
금강산·개성·철도 정도의 협력 제안에 북이 맞장구를 칠지도 의문이다. 북 선전 도구는 그제도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을 "가소로운 넋두리" 라고
비난했다. 김정은은 새해 벽두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에서 '남한'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아예 무시한 것이다.
총선을 석 달 앞두고 어떻게든 '김정은 쇼'로
표를 얻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통령이 미국이 결사 반대하고, 북한도 전혀 생각이 없다는 '남북 속도전'이라는 허황된 시나리오로 국민 눈을 흐리려 하나.
-조선일보(20-01-0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대통령에게 6·25는 대한민국 역사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4·19혁명 6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으며 숭고한 정신을 되새긴다"고 했다. 또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고도 했다. 하지만 올해가 6·25 발발 70주년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북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내느라 100만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낸 6·25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불행한 사건이다. 6·25를 빼고 대한민국 70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런데도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과 남북 교류·협력에만 의미를 부여하면서 70주년을
맞는 6·25는 존재하지 않은 역사인 것처럼 무시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도 거르고 신년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실수로 6·25를 누락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뺀 것이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 6·25 기념식
당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6·25 때 북에 희생된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는 날인 현충일 기념사에서도 3년간 '6·25'와 침략 주체인 '북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6·25 때 북한 편에서 공을 세운 사람을 일제 때 광복군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군의 뿌리인 것처럼 추켜세웠다. 스웨덴 의회 연설 때는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며
명백한 남침인 6·25가 마치 쌍방과실인 것처럼 호도했다. '평화쇼'를 위해 김정은 눈치를 살피느라 보고 싶은 역사만 보는
정도를 넘어서 역사 자체를 비틀고 있는 셈이다.
이 정권은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져온 '자유민주주의'를 없애려 시도하고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란 표현도 삭제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A급 민족반역자' '미국 꼭두각시'로 매도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는 친일·독재·분단 세력과 자주·민주·통일
세력의 전쟁"이라고 주장한 다큐에 대해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지켰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위원회가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주요 독립운동가 초상화를 내걸면서 임정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빼버린 일도 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역사 속에서 지우려 했다가 실패한 6·25를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조선일보(20-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