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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밤의 대학살'] [꿈도 꾸면 안 될 일 해치우는 정권, 눈에 보이는 게 없나] [검찰 수사라인 날린다고 '靑 비위'가 사라지지 않는다] ...

뚝섬 2020. 1. 10. 06:46

['수요일 밤의 대학살']

[꿈도 꾸면 안 될 일 해치우는 정권, 눈에 보이는 게 없나]

[검찰 수사라인 날린다고 '靑 비위'가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은 버텨내고 진행된 수사 끝마쳐야 한다 ]

[필요할 때만 갖다 붙이는 '삼권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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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밤의 대학살'

 

1973 10 20일 토요일 닉슨 미국 대통령이 리처드슨 법무장관을 긴급 호출했다. '워터게이트 도청(盜聽)' 수사로 자신의 목을 조여오던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라"는 것이었다. 법무장관이 "특검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법무차관도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차관보가 마지못해 대통령 지시를 따르면서 하루 만에 특검·장관·차관의 목이 전부 날아갔다. 언론은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이라고 불렀다. 국민 분노가 폭발했다. '도청은 모르는 일'이라고 버티던 닉슨은 이듬해 8월 의회 탄핵 투표를 앞두고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의혹을 파헤친 워싱턴포스트는 "닉슨을 끌어내린 건 도청이 아니라 은폐였다"고 했다.

 

▶닉슨의 탄핵 소추 사유는 사법 방해와 권한 남용이었다. 미 형법에서 사법 방해는 "법과 정의의 정당한 집행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위증이나 증거 훼손, 수사·재판 압력 등이 해당하는데 5년 또는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 범죄다. 미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탄핵 사유에 들어간다. 1998클린턴 대통령이 탄핵 심판대에 오른 것도 '성 추문' 본안이 아니라 특검 수사에서 저지른 위증과 사법 방해 때문이다. 원래 저지른 범죄보다 사법 방해가 더 무겁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자 언론은 "화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했다. 닉슨처럼 사법 방해로 탄핵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할 뮬러 특검이 임명되자 트럼프는 "내 대통령직도 끝났다. X 됐다"고 낙담했다. 제멋대로 하는 트럼프이지만 특검을 자르지는 못했다. 하야 성명을 읽던 닉슨의 초라한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제 밤 법무부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쳐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팔 하나는 부산으로, 다리 하나는 제주로 멀리 날려버렸다. 대통령으로 향하던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수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부를 만하다.

 

▶탄핵 위기에 몰린 미 대통령 4명 중 3명이 사법 방해 혐의를 받았다. 주권자가 용납할 수 없는 대통령의 최악 범죄가 자기 비리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라는 의미다. 그런 권력자는 내쫓을 수 있다는 게 미국의 법치(法治) 전통이다. 견제 장치를 제거했다고 믿는 권력은 폭주하기 마련이다. 지금 한국이 그리 가고 있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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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꾸면 안 될 일 해치우는 정권, 눈에 보이는 게 없나

 

1·8 검찰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공격한 폭거였다. 법과 절차를 짓밟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진을 공중분해시킨 이 인사 조치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유재수 감찰 무마라는 문재인 청와대의 범죄 혐의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것 말고는 그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

이 인사는 추미애 법무장관이 주도했고 청와대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실무를 맡았다.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벌일 때 민주당 대표가 추 장관이었다. 이 비서관은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됐고, 최 비서관은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일로 검찰 소환 대상이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세 사람이 그 수사 라인을 흩트리는 인사로 수사를 방해한 것이다. 이 정권이 국정 과제 1호로 청산 대상을 삼은 전 정권 적폐에도 이런 무도한 권력 남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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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임명된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한두 명이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고 이런 일을 벌였겠나. 대통령이라는 배경을 믿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송철호 백원우 조국 김경수 윤건영 한병도 등은 모두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이들이 모두 개입됐다면 상식적으로 대통령 자신도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무산시키기 위해 1·8 검찰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불과 반년 전 윤석열 검찰총장을 "우리 총장님"이라고 부르며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도 보지 말라"고 했던 대통령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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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가로막는 사법 방해는 미국 대통령 탄핵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특검을 해임한 일로 탄핵 위기에 몰려 중도 사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FBI 국장을 해임한 일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윤석열 수사 라인을 학살한 1·8 인사의 본질도 이 두 사안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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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역대 정부에서도 늘 있었던 일이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 아들들이,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형들이 각각 임기 중에 사법 처리됐다. 노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검찰이 대통령 오른팔과 최측근 참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당시 대통령들도 권력 주변을 겨눈 검찰 수사에 불만이 없었겠나.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을지언정 공개적으로 표출한 대통령은 없었다. 오히려 "집안과 측근의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한 대통령은 있었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보복성 좌천 인사로 좌절시키는 시도는 역대 대통령 누구든 꿈도 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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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느냐, 차마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을 이 정권은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운다. 그런 정권에 놀라고 어이없고 화가 난 국민을 향해 "너희가 어쩔 건데"라고 뻗대기까지 한다. 부끄럼이나 거리낌이 없다는 뜻의 '안면 몰수'는 이럴 때 쓰라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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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이런 오만은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집권 세력은 제1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거법을 강행 처리했다. 그 규칙으로 싸우면 웬만해선 '4+1' 좌파 연대가 과반 의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헌법 기관인 검찰을 아래에 두고 통제할 수 있는 공수처라는 위헌적 기관을 만드는 입법 조치도 밀어붙였다. 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원초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정권에 불충을 드러낸 검찰 대신 사냥개 역할에 충실한 경찰에 힘을 몰아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전임 대법원장을 적폐로 몰아 감옥에 보내고 친문(親文)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한 법원도 튼튼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 행정·입법·사법부와 수사기관까지 모두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친문 유일 체제는 대통령이 일편단심 애정을 쏟는 북의 김정은 체제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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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권력의 힘으로 국민 뜻을 뭉개고 가겠다는 정권의 시도는 반드시 국민의 분노와 저항에 부딪히게 돼 있다. 우리 현대사가 생생하게 증언하는 진리다. 반칙과 특권을 일삼은 위선자를 법무장관에 앉혔던 '조국 쿠데타'도 민심의 역풍을 맞고 좌초됐다. 문재인 정부의 1·8 만행도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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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라인 날린다고 '靑 비위'가 사라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비리를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들에 대한 '대학살'이 벌어진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정권과 가까운 검사들이 대거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대학 후배가 임명됐다. '조국 수사에서 윤 총장을 빼고 가자'고 했던 사람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추미애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팀장이었고,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검찰국장 역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정권의 주문은 뻔하다. 자기들 비리를 덮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추 장관은 "가장 균형 있는 인사"라고 했다. 끝까지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려 든다.

법무부는 차장검사급 이하 후속 인사도 조만간 실시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총장과 협의해 인사하라는 검찰청법을 짓밟고 보복 인사 폭거를 저지르더니 '중간 간부들 보직은 1년 내에 바꿀 수 없다'는 검찰 인사 규칙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권 수사를 담당한 평검사들까지 모두 쳐내는 '2차 학살'을 벌이려 들 것이다. 해당 사건들 수사가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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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와대가 개입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의 진상과 증거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돼 있다. 정권이 덮으려 든다고 덮어질 일이 아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 후보를 매수하려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친구를 단독 전략 공천했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은 여당 후보 공약을 사실상 만들어 줬다. 정부는 야당 후보 공약은 무산시키면서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여당 후보 공약에는 예타 면제 특혜를 줬다. 경찰은 청와대 하명을 받아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덮쳐 선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게 선거 공작이 아니면 무엇이 선거 공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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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을 ''이라고 불렀다는 유재수 비리 비호 사건에서도 대통령 최측근 도지사와 핵심 정치 참모들이 민정수석에게 '감찰 중단' 청탁을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까지 "혐의가 소명된다"고 했다. 유씨는 감찰에서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처벌은커녕 영전을 거듭했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을 빼놓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여태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들도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이 이 모든 일들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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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은 검사장 인사 발표 직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년사에선 "검사들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했다. 끝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9일에도 국가균형발전위를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권의 방해는 더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권력으로 수사를 일시적으로 덮는다 해도 국민의 눈까지 가릴 수는 없다. 이미 만천하가 다 알게 된 청와대의 비위가 사라질 수도 없다. 세상사는 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돼 있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조선일보(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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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버텨내고 진행된 수사 끝마쳐야 한다

 

윤석열의 실수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충정을 알아줄 것으로 과신했던 점
여기서 비극이 시작

 

'윤석열이 조국 수사에 손대는 순간 그의 운명은 예정돼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윤석열의 마지막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어제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석열은 "법과 원칙대로"를 반복했지만, 대통령은 검찰총장보다 더 힘센 칼을 갖고 있다. 조만간 검사장급 물갈이 인사를 통해 검찰 안에서 윤석열을 고립시킬 수 있다. 그가 제 손으로 사표를 안 쓸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작년 10 18일 자 '윤석열 검찰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칼럼이다. 윤석열에게 환호하던 이들에게는 불편했겠지만, 현 정권의 속성을 아는 사람들은 내심 동의했을 것이다. 정말 석 달이 안 돼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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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야당의 반대로 청문 보고서 채택이 안 된 채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소위 대통령의 '코드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님"이라며 임명장을 줬고,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으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덕담했다. 이런 둘 사이가 '청와대와 검찰의 대격돌'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 상황을 연출할 줄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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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윤석열은 철저히 '대통령의 사람'이었다. 그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안 된다'며 청와대에 의견을 개진한 것은 대통령 인사권에 반기를 들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대통령에게서 확실한 점수를 따려는 의도였다. 조국은 위법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였고 검찰 자료도 확보돼 있었다. 수사하게 되면 어차피 장관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정권이 타격을 덜 받으려면 조국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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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청와대가 내 얘기는 안 들어주고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주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의 판단이 옳았을 것이다. 다만 그의 중대한 실수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충정을 알아줄 것으로 과신했던 점이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됐다. 대통령에게 조국은 후계자였지만 윤석열은 도구라는 점을 몰랐다. 대통령 총애의 클래스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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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 강행은 검찰을 향해 '수사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윤석열은 부하들에게 '대통령 뜻이 저러니 그냥 덮어두자'고 말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옳았음을 확실하게 입증해 보이겠다는 의욕도 있었다. 이미 고발돼 있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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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장관직에서 버티는 동안 수사 진도가 너무 나가버렸다. '청와대 권력형 비리'로 발전한 것이다. 조국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수사의 칼날은 문 대통령 턱밑까지 겨누게 됐다. 청와대가 윤석열을 '정권의 위험인물'로 여기고 쳐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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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도 이렇게 끌고 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상황이 그렇게 굴러간 것이다. 애초에 착수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이미 진행된 수사는 검찰총장이라도 막을 수 없다. 그만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순간 직무 유기나 직권 남용이 된다. 참모와 수사팀 검사, 계장들이 그를 다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인과 한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혐의가 나오는 대로 수사할 도리밖에 없지 않은가. 나는 검사들이 하자는 대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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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조직 생리가 이와 비슷하다. 대형 사건이 굴러가고 있으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해도 편집 간부나 경영진이 일선 기자에게 취재 중단을 지시하지 못한다. 그럴 경우 언론사 간판을 내리고 무역 회사로 바꿔 달아야 한다. 검찰의 존재 이유도 그런 것이다. 혐의가 나오면 수사해야 하고 덮고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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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원칙에 예외 조항이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청와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으면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 말을 너무 믿은 것은 치명적 실수였다. 대통령의 연기가 너무 교묘해 속아 넘어갔을 수도 있다. 청와대의 본색은 그저께 밤 대대적 검찰 숙청 인사로 드러났다. 독재자나 할 법한 이런 공세 앞에서 검찰은 무기력했다. 검사장급 이상의 집단 사표나 전국 평검사 회의 개최 소식도 없었다. 윤석열은 마치 수족이 잘린 채 연금된 모양새가 됐고,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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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굴욕은 끝이 아닐 것이다. 청와대는 후속 인사를 통해 권력형 비리 수사팀을 바꿔버릴 것이다. 그가 제 발로 검찰을 떠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버텨내고 진행된 수사를 끝마쳐야 한다. 그게 검사로서 살아왔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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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문 대통령의 권력이 이겼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찰을 보복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권력자'로 기록될 것이다. 아마 악령(惡靈)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정치인 추미애도 그 도구가 됐다는 낙인을 결코 지우지 못할 것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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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만 갖다 붙이는 '삼권분립'

 

前 국회 수장을 총리로 임명, 국내 정치서 삼권분립 무시
융통성 허용되는 對日 문제선 스스로 발목 묶고 출구 못 찾아

 

한·일 관계는 항상 부침(浮沈)을 거듭했지만 작년 한 해는 그 밑바닥을 봤다. 일본의 우경화와 국내의 반일(反日) 포퓰리즘이 악순환을 일으키며 양국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감정 골이 깊어졌다. 원상 회복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어떤 식이든 일본과 타협·절충하는 일은 인기가 없기 때문에 총선에 사활을 건 문재인 정권이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별로 없다. '죽창가' 선동이나 안 하면 다행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전후로 많은 전문가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한·일 관계 파탄을 막아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문 정부는 '삼권분립'을 내세우며 사실상 손을 놨다. 대통령이 직접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고 했고, 민정수석은 '다른 의견을 말하면 친일파'라고 했다. 정부가 퇴로를 스스로 끊은 셈이다. 사법부 결정대로 하려면 일본이 식민 지배 불법성을 인정하고 사과·배상해야 한다. 이를 바라지 않는 한국 국민은 없다. 문제는 일본이 순순히 따를 가능성이 0%라는 것이다. 대책 없이 "일본은 개과천선하라"고 외치는 것은 시민 단체가 할 일이지 국정을 책임진 정부의 전략이 될 순 없다. 정부는 막연히 미·북, 남북 관계가 잘 풀리면 일본이 '왕따'를 면하기 위해 굽히고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한반도 정세는 그 반대로 흘러갔다. 안일한 오판의 결과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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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권분립 논리'에 발이 묶인 한·일 관계에서 뒤늦게 출구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 '국회 입법'을 통한 해결이다. 삼권의 또 다른 축인 입법부가 움직여준다면 행정부가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한 '1+1+α' 강제징용 법안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청와대·외교부는 공식적으로는 문희상법과 상관없다고 주장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물밑 교감 없이 이런 게 나올 수 있겠냐"고 했다. 정계 은퇴를 앞둔 국회의장이 사실상 총대를 멨다는 얘기다. '한·일 기업(1+1)안에 민간 성금을 더하고, 간접적으로 한·일 정부 보증도 포함한다'는 문희상안은 초창기에 정부 TF에서 논의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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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개인 아이디어"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여론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친정부 언론들은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의 단초"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며 지원 사격을 했다. 하지만 시민 단체들이 "일본에 면죄부를 준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청와대는 "피해자 동의 없인 안 된다"며 발을 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아베 총리와 회담하면서 "대법원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며 다시 문제를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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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국제 관계와 충돌하는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국내 법을 이유로 국제 문제상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는 게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한국 문제에 대해 내린 판결을 일본 정부가 한국에 강요할 수 없듯이,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 정치에서 삼권분립을 철저하게 지키되 외교 문제에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거꾸로다. 불과 2년여 전까지 입법부를 대표했던 전직 국회의장을 행정부 2인자인 총리로 지명했고, 대통령이 사법부 수장에게 명령 내리듯 "전 정부 사법 농단 의혹을 반드시 규명하라"고 했다. 삼권분립 존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러면서 국제 문제에서 행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고언에는 "삼권분립 모르냐"며 눈을 부라린다. 필요할 때만 꺼내 쓰고 아쉬울 때 그 뒤에 숨는다. '삼권분립 내로남불'이라 할 만하다.


-임민혁 논설위원, 조선일보(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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