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은 왕족인가
논어 13편 자로 3장
중학교 1학년 때 우리들의 수업 태도가 불량하니까 국어 선생님이 꾸중을 하셨다. "영국의 찰스 왕자나 앤 공주는 너희보다 어린데 공식 행사에서 몇 시간이고 미동도 안 하고 앉아있단다"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부끄러웠고, 찰스나 앤은 진짜 왕자, 공주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 찰스와 앤이 어른이 되어서 이런저런 말썽을 부릴 때 나는 그것이 그들의 몰수당한 유년기와 사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왕자나 공주로 태어나는 것은 저주일 수 있겠다 싶었다. 한편
평생 한 번의 일탈도 없이 여왕의 품위를 지켜 온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녀와 그 배우자들의 지각없는 행동이 얼마나 안타깝고 노여울까.
불과 열세 살 때 어머니를 참혹한 사고로 잃은 해리 왕손이 흑인 혼혈 미국인 아내 메건에 대한 영국민의 과도한 편견과 비난을 견딜
수 없어 왕족 역할을 파트타임으로(!) 수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할머니 여왕에게서 냉엄한 거절을
당했다. 이제 왕족으로서의 생활비 지원도 끊길 모양이니 구직도 어려운 해리는 어찌 살아갈까?
사실 영국의 왕실 유지는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지만 왕족들의 활용도가 커서 크게 남는 장사다. 찰스 왕세자는 400개 이상의 인권, 의료, 빈곤, 기후, 환경 등 자선단체와 공익단체의 장으로 2017년에는 546회 공식 행사에 출연했다고 하고 연 1억파운드 이상을 모금한다고
한다. 왕족은 최고의 친선대사이기도 하다. 그래도 왕족들은
국민의 도를 넘는 호기심과 까다로운 기대, 가혹한 비난에 시달린다.
그런데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태생 탓에 불가피한 임무를 맡은 왕족도 아니고, 자청해서, 시켜만 주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맹세하고 애걸해서 자리를 차지하고는 맡은 자리가 요구하는 일은
하나도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짓만 하는 사람이 있다. 나라 경제를 붕괴시키고, 교육을 파괴하고, 안보를 허물고,
마구잡이 복지로 나라의 미래를 박탈한다. 법 아닌 법을 제조해서 '합법적으로' 나라를 파괴해 나간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침입자들처럼 견고한 나라에 거머리처럼 파고들어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잠식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자기
하수인의 범죄를 은폐하려고 범죄 은닉 결사대를 풀어놓았다. '부패방지부장'은 부패 엄호가 전공이고 공직기강비서관은 공직 기강 파괴가 특기인가 보다.
공자는 제후에게 초대되어 정치를 맡게 된다면 무엇을 맨 먼저 하겠냐는 제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름과 실제의 괴리가 없도록)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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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기소한 건 쿠데타" 靑 비서관, 법무부 부리며 檢 협박까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에 대한 검찰 기소는 "쿠데타"라면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면 윤석열 검찰총장 세력의 사적 농단을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쿠데타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권한에 도전하는 행위를 비판할 때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인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에 대해 쿠데타 운운한 것이다. "자기가 대통령인 줄 착각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 비서관이 공수처가 뜨면 윤 총장과 측근들을 수사토록 하겠다고 한 것도 그의 위세를 짐작게 한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검찰 개혁을 완성하는 제도적 장치인 것처럼 선전하면서 국회 강행 처리를 밀어붙인 공수처를 최 비서관은 주머니
속 공깃돌 취급한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은 공수처 업무에 일절 관여할 수 없다"는 공수처법 조항도 안중에 없다.
최 비서관은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이 법무법인 인턴을 했다는 확인서를 허위 발급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들 합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확인서를
건넸다고 한다. 그래서 수사를 받게 된 피의자가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을 손보겠다고
겁주고 있다. 공수처가 집권 세력 눈 밖에 난 권력기관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국민에게 감추려 했던 정권의 속내가 최 비서관의 공갈 협박 때문에
탄로 난 것이다.
최 비서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를 받지 않고 자신을 기소한 것은 검찰청법을 위반한 항명이라고 주장한다. 대검 측은 윤 검찰총장이 이 지검장에게 세 차례나 기소 지시를 했으나 이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자 윤 총장
지시에 따라 적법하게 기소가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르면
이 지검장이 오히려 항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장관은 '날치기 기소'라는 최 비서관
편에 서서 대검의 규정 위반 여부를 감찰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최 비서관의 수족을 자처하며
검찰 지휘부에 대한 보복 대리전에 나선 것이다. 조국 아들 인턴 확인서를 떼준 공로로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는 비서관이 이 나라 최고 권력처럼 행세하고 있다.
-조선일보(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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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親文 총동원령, 국회에 '靑 호위대' 만들려 한다
민주당 총선 예비 후보 중 '대통령 직속 위원회' 경력을
내세운 후보만 60명이라고 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는 위원장부터 대변인, 전문위원까지
줄줄이 출마 선언을 했다. 작년 말 균발위가 "전국의
지역 전문가를 영입한다"며 10여 명인 소통위원을 350여 명으로 대폭 늘렸는데, 이들 중 20여 명은 이 명함으로 '문재인 마케팅'을 하며 총선에 뛰어들었다. 대통령 자문 기구가 '총선용 스펙 공장'으로 활용된 셈이다. 임명장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처음부터 균형 발전에는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70여 명에 달하는 청와대 출신 출마자 상당수는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청와대
경력을 '진문(眞文·진짜 친문)' 증표로 내세우며 주로 현역 의원이 '골수 친문'이 아닌 곳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 왔다면서 돌연 등장한 분과 공천을 다퉈야 한다. 그분은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내걸었다"는 글을 올렸다.
정권이 대통령 측근들을 선거판에 내려보내는 건 늘 있던 일이다. 20대 총선 때도 전 정부
참모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출마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그 정도가 심하다. 국정은 뒷전이고 모든
게 총선에 맞춰져 있다.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진 공직자가
134명으로 사상 최다다. 총선 출마자를 위한 크고 작은 청와대 인사 이동만 재작년 이후 15번이나 있었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 "낙하산도 아니고 공수부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이런 친문 출마 러시는 문 대통령의 의중 없이는 불가능하다. 총동원령을 내린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회에 친문계를 대거 포진시켜 문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을 깔아놓겠다는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등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사건이 검찰에 줄줄이 걸려 있다. 안면몰수하고 수사팀을 다 쳐냈지만 언제
칼끝이 다시 향할지 모른다. 이 모든 걸 국회 내 '청와대
호위대'로 막으려는 것이다.
-조선일보(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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