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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병과 청자] 코카콜라의 고향 조지아주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

뚝섬 2020. 2. 16. 07:17

고려청자엔 명품도 많고 특이한 것도 많다. 국보 94호 청자참외모양병은 보면 볼수록 '요즘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청자의 몸통은 참외 모양이다. 몸통 아래쪽에는 치마 주름 굽을 높게 만들었고 몸통 위쪽 주둥이는 꽃잎 모양으로 처리했다. 이와 유사한 참외모양 청자는 중국과 고려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해오는 참외모양 청자 가운데 국보 94호가 단연 매력적이다. 참외와 꽃잎, 치마 주름의 비례가 빼어나기 때문이다. 참외의 양감과 탄력도 보통이 아니며 비색(翡色) 또한 깊고 투명하다.

이 청자를 볼 때마다 코카콜라병이 떠오른다. 우리가 보는 코카콜라병 디자인의 원조는 1915년에 등장했다. 당시 코카콜라 음료가 인기를 끌자 유사 콜라병이 범람했고 코카콜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공모했다. 그 결과 인디애나주의 한 유리공장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선정됐다. 그들은 카카오 열매의 볼록한 모습과 표면에 길게 흐르는 듯한 선을 콜라병 디자인에 차용했다
.

그때의 디자인 도면이나 콜라병을 보면, 카카오 열매와 모습이 흡사하다. 코카콜라병의 몸통은 지금보다 훨씬 더 통통하다. 럭비공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카카오 열매뿐만 아니라 여성의 치마 주름을 일부 차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디자이너들은 병의 색깔을 엷은 초록으로 정하고 '조지아 그린'이라 이름 붙였다. 코카콜라의 고향 조지아주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이었다.


 

청자참외모양병과 1915년 코카콜라병은 모양과 분위기가 꽤 비슷하다. 주둥이를 제외한 몸통과 아래쪽이 특히 그렇다. 물론 둘 사이에 영향 관계는 없겠지만 그래도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와 참외라는 열매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는 점, 의상의 요소가 드러난다는 점, 자연의 색깔인 초록 계통이라는 점. 이를 두고 '일상 속의 디자인'으로 요약하고 싶다. 일상은 현대미술의 핵심 요소다.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이들의 인기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이광표 서원대 교수, 조선일보(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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