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청와대의 '짜파구리 헌정'이 보여준 것] [ ... 또 성급한 자화자찬] [다른 지역 집단 감염 발생하면 그 지역도 '손절'할 텐가]

뚝섬 2020. 3. 9. 06:33

청와대의 '짜파구리 헌정'이 보여준 것

 

고기 넣은 짜파구리는 위선과 차별의 아이콘 부유층 꼬집는 기호
메뉴의 함의 이해 못하고 호기심 자극 아이템에 눈길… '문해력' 수준 드러낸 건가

 

언젠가 역사가 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에서 2 20일에 있었던 한 해프닝은 작지만 의미심장한 한 줄을 차지할 것이다. 대통령 내외가 봉준호 감독 등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을 청와대 오찬에 초청해 영화 속 '짜파구리'를 깜짝 대접하며 희희낙락했던 일이다.

그날은 31번 신천지 확진자가 확인된 지 이틀이 지나고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날이었다. 이후 닥쳐온 국가적 재난 사태를 예견할 수는 없었겠지만 이미 드러난 불길한 조짐만으로 이런 행사를 삼가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희희낙락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온 나라가 암울한 상황에서 모처럼 국민을 기쁘게 한 문화적 성과를 낸 이들을 흥겹게 축하하는 게 무슨 큰 흠이겠는가. 우리는 장례의 슬픔마저 축제로 승화시키는 민족이다
.

문제는 '짜파구리'였다. 영화 속 짜파구리는 짜장 우동 라면에 고기를 넣어 고급스럽게 만든 요리다. 이는 겉은 대중적이고 평등해 보이지만 속은 귀족적(대중 기호 식품조차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급스럽게 소비)이고 권위적(한밤중 전화 한 통으로 가정부를 시켜 대령)인 부유층의 삶을 꼬집는 기호였다. 청와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스타 셰프를 불러 이 요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영화 속 설정의 충실한 재연이었다
.

짜파구리의 영화 속 함의가 무엇이건 이를 먹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식 오찬에서 그 영화의 감독에게 해당 메뉴를 제공하는 건 다른 문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이 메뉴 소개에 나섰다고 한다. 파티의 하이라이트였던 셈이다. 어안이 벙벙한 이 일은 행사 주최 측이 기생충이라는 영화, 그리고 거기 등장하는 짜파구리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문해력(literacy)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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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 낮은 이들에게 세상사는 천진한 아이들의 세계처럼 단순해진다. 그 함의가 무엇이건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템에 눈길이 꽂힌다.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가 한 가지 잣대나 가치, 이를테면 외모, 말주변, 연줄 내지 의리로 평가되기 시작한다. 복잡한 인간관계, 옳고 그름에 대한 성숙하고 섬세한 이해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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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해력 관점에서 이 정부의 불가사의했던 많은 일들이 설명된다. 상식을 벗어난 숱한 인사 실패,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 경제도 성장하게 된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 감상적 영화 한 편에 눈물을 흘린 탈원전 정서…. 사례는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
.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선과 악,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정형화된 구분을 허문다. 영화 장면들은 겉보기에 선하고 순진하지만 차별 의식과 비정함으로 가득한 상위 계층의 행태를 비춘다. 동시에 영화는 이들을 상대로 문서 위조, 사기 행각을 서슴지 않고, 부자들이 가진 것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가난한 자들의 몰염치를 보여준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한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이 바보들아
."

영화 속 파티는 끔찍한 칼부림들로 끝을 맺는다. 특히 마지막 분노의 칼끝은 유혈 상황에서조차 빈곤의 냄새에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막는 박 사장(부잣집 아버지)의 가슴에 꽂혔다. 위선의 중심에 대한 감독의 가차 없는 응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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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거장 감독에게 위선과 차별의 아이콘인 짜파구리를 헌정해 '충격'을 안긴 기괴한 파티가 있은 지도 20여 일이 흘렀다. 바이러스의 시간이었다. 바이러스 원천 차단은 실패로 끝나고 온 국민이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를 지역 감염 위험에 노출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처방 앞에 온 사회가 멈추었다. 하지만 그다음 계획이 무엇인지 들려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마스크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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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분노와 탄식이 절로 새 나온다. 세월호 참사를 그토록 공격하던 이 정부의 재난 감수성이 이전 정부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분노, 아득하게 쌓여가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탄식이다. 하지만 이 위기 상황은 어떻게든 넘겨야 한다는 차가운 인내심이 이런 감정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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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상한 시기,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이 '짜파구리 헌정 파티' 같은 감수성과 문해력에 이끌릴까 두렵다. 오직 과학과 팩트에 기반한 계획이 있기를 바란다. 침묵과 순응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선일보(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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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분노한 국민 앞에서 정부는 또 성급한 자화자찬

 

오늘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다. 국민은 "살다 살다 배급제까지 본다" "이게 한국 맞느냐"고 한다. "일주일에 마스크 두 개로 어떻게 버티느냐"는 걱정도 쏟아진다. 하지만 마스크 5부제 시행 하루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과는커녕 "빠른 진단 검사" "진단비 무료" 등을 말하면서 "우리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며, 세계적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 외 다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고, 100여국에서 한국인을 입국 금지시킨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나. 자랑거리가 있다면 상황 종료 후 해도 늦지 않다. 성급하게 "메르스 때보다 잘한다" "곧 종식된다" "방역과 경제 둘 다 놓칠 수 없다"고 큰소리치다 이 지경이 된 걸 벌써 잊었나. 잘된 것이 있다면 한국 의료진이 칭찬받아야지 정부가 왜 나서나.

코로나 확진자 발생 50일이 다 돼 가는데 제조업 세계 5, 마스크 생산 능력 세계 2위라는 한국이 아직도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건 정부의 상황 오판(誤判)과 문제 해결 능력 부재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 "마스크는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 능력이 있다"고 했다. 다음 날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 등을 발표하며 "공적 마스크 물량을 28일부터는 본격 유통·판매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줄 서기 대란'이 벌어졌다. 결국 가수요까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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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인구가 2800만명인데 마스크 생산 능력은 하루 1200만개다. 평상시엔 충분해도 이런 비상사태에선 역부족이다. 국민 불만이 폭발하자 문 대통령은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면 현실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라"고 말을 바꿨다. 처음엔 대리 구매를 금지했다가 대통령 한마디에 노약자 대리 구매를 허용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마스크 부족 근본 해법은 획기적인 공급 확대뿐이다. 대만의 경우 중국의 우한 봉쇄 다음 날인 1 24일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를 발동하고, '마스크 여분 지도'를 배포하면서 '1인 일주일 두 장, 장당 200원씩에 구매' 대책을 내놨다. 동시에 정부가 직접 마스크 제조기 90대를 구입해 민간 공장에 기증해 생산 설비를 확충했다. 하루 390만개 수준이던 대만 마스크 생산량이 820만개로 늘었고, 4월부터는 1200만개가 된다고 한다. 발 빠른 정부 대응 덕분에 대만은 성인 2, 아동 4장이던 1인당 주당 마스크 구매 수량도 5일부터 한 장씩 더 늘렸다.

올해 정부 예산이 512조원에 이르고, 코로나 추경도 8조원이 넘는다. 포퓰리즘에 날린 세금의 100분의 1만 투입해도 마스크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대만 사례를 보면 마스크 대란은 불가항력이 아니라 정부 능력의 문제다.

 

-조선일보(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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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 집단 감염 발생하면 그 지역도 '손절'할 텐가

 

여권에서 '대구·경북 비하'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7 "신천지와 코로나 위협이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과 그것을 광신하는 지역민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청년위 관계자는 "대구는 손절(損切·손해 보고 파는 일)해도 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른 지역은 안전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친문(親文) 방송인도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했다. '대구 코로나' '대구 봉쇄' 논란으로도 모자라나. 궤변을 넘어 섬뜩하다.

대구·경북 주민이 고통받는 건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감염이 주요 원인이지만 그에 앞서 정부가 전문가들의 '중국인 입국 제한' 권고를 무시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신천지 신도를 감염시킨 바이러스도 결국 중국에서 온 것이다. 문제가 된 대구 신천지의 예배는 지난달 9일과 16일이었는데 대통령은 13일 코로나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정부 판단을 믿고 평상시처럼 행동한 사람들만 탓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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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에선 외국 같은 대탈출도, 사재기도 없었다. 외지 친척이 "당장 빠져나오라"고 해도 자발적 격리와 봉쇄를 택했다. 마스크를 중국에 팔지 않고 주민에게 나눠주는 지역 인터넷 쇼핑몰 대표도 있다고 한다. 식당은 손해가 뻔한데도 손님을 안 받고 포장·배달만 한다. 손님은 3명이 4~5인분을 시키며 식당을 돕는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내려주고 식당 주인은 그만큼 음식값을 깎아준다. 비하가 아니라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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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 감염의 80% 정도가 집단 감염이다. 신천지가 클 뿐 다른 집단 감염도 적지 않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그 지역도 '손절'할 텐가.

 

-조선일보(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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