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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인천공항에 선 줄] [우리 외교에 '코로나 이후'는 없는 건가] 코로나 대응을 끝으로 외교는.. [정부가 말하지 않는 외신]

뚝섬 2020. 3. 9. 06:19

텅 빈 인천공항에 선 줄

 

지난 1일 네덜란드의 한국인 유학생이 동유럽 국가 조지아에 갔다가 공항에서 강제 추방당했다. 공항 직원은 한국 여권 소지자라는 이유로 체온을 잰 뒤 추방 결정을 내렸다. 이 유학생은 "이탈리아·폴란드·에스토니아 중 한 곳을 '추방 희망국'으로 골라야 했고 추방에 필요한 항공권도 내 돈으로 샀다"고 했다. 조지아가 한국인 입국 제한을 공식 발표한 것은 그로부터 5일 뒤였다.

 

▶이달 중순 봄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오려던 미국·캐나다 유학생들은 다들 계획을 취소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때' 입국을 제한할 방침을 시사했고, 미국 길이 막히면 캐나다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엔 베트남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 40분 만에 인천으로 회항하기도 했다. 그날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불허키로 한 베트남 정부가 "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현재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00개국이 넘었다.


 

▶영국 컨설팅 회사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지난 2006년부터 '헨리 여권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각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나라 수를 헤아려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2011년 처음 10위권에 든 이후 계속 순위가 올라, 지난 1월만 해도 독일과 함께 공동 3였다. 그때까지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189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었다. 일본과 싱가포르 여권이 그보다 한두 국가 많았다. 과거 한국 여권은 암시장에서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한국 여권은 이름 모를 아프리카 섬나라에서도 문전박대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GDP에서 무역 비율이 70%에 달하는 한국은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망하는 나라다. 그런데 10대 수출국 가운데 미국을 뺀 9개 국가가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3위 교역국인 일본 입국도 사실상 막혀버렸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생산 절반을 맡고 있는 베트남 공장에 출장 갈 수도 없다. 해외 매출 비율이 98%에 달하는 SK하이닉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들은 세계 곳곳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엉뚱한 모욕을 당하곤 했다. 이제 다른 동양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인천공항 등 국제 공항이 텅 비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니 충격적이다. 그런데 줄도 서 있다. 빨리 일본 미국으로 가려는 한국인들과 한국을 탈출하려는 불법 체류자들이 만든 줄이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일들을 이제 그만 경험했으면 한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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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교에 '코로나 이후'는 없는 건가

 

전 세계 100여國을 통째로 '방역 능력 없고 비과학적' 비하
이번 감염증 사태 지난 후 그들 나라에 뭐라 해명할 텐가

 

우한 코로나 감염증의 국내 확산세는 여전히 급박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자면 '코로나 이후의 외교'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 걱정이 든다. 요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코로나 대응을 끝으로 외교는 그만할 사람들 같다.

지난 4일 국회에서 한국을 겨냥한 입국 제한 조치가 잇따르는 데 대한 책임을 추궁당한 강 장관은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92국을 '방역 능력 없는 투박한 국가'로 전락시킨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호주·싱가포르·일본이 입국 금지 대열에 동참했다. 입국 통제국은 100곳을 넘었다. 미국도 추가 조치를 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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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6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00여 나라를 "자국의 의료 체계나 방역 능력에 자신이 없는 나라" "의료 체계도 완비돼 있고 방역 능력이 상당한 나라"로 양분(兩分)했다. 전자(前者)인 나라들은 이해할 만하지만, 후자(後者)인 나라들은 "비과학적이고 비우호적인 조치"를 했다는 설명이었다. 각각의 예시로 몇몇 국가 이름도 언급했다. 외교부 덕분에 세계의 절반은 '무능하거나, 한국에 비우호적인 나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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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국 조치를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외교적 금기. 그걸 아는 고위 당국자들이 서슴지 않고 금기를 깼다. '이것은 외교라기보다 정권을 위한 선전 활동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초기에 중국발 입국자를 통제하지 못해, 한국이 되레 입국 제한을 당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선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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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이 선전에 한 가지 논리를 계속 이용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여행 제한 조치는 질병 통제와 예방에 과학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없다"(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논리이다. 중국발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결정이 우한 코로나 통제와 예방의 과학적 대응 방안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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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발끈해 상응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런 논리의 일관성마저 사라졌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6일본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일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8 "국민의 보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병 유입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여행 제한이 질병 통제에 효과적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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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일본에만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이유를 정당화하며 불투명한 검사 방식으로 인해 "코로나 감염자 숫자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CNN 보도도 인용했다. 그것이 이유라면 우한 코로나의 유행 자체를 은폐하려 했고 확진자·사망자 숫자를 조작한다는 외신의 의심을 줄곧 받아온 중국에 대해서는 왜 진작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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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인 입국 제한을 결정한 데 정치적 계산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만한 조치에 보복하자면, 자국 선거를 앞두고 한국발 비행기를 그대로 돌려보낸 이스라엘에도 해야 한다. '비우호적, 비과학적 조치'를 한 싱가포르·호주에도 마찬가지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주요 파트너 국가와도 앙금이 남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외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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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자국에 대한 입국 금지에 "부당하다"며 펄펄 뛰던 중국도 지금은 달라졌다. 일본의 입국 제한에 "과학적·전문적 조치는 이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뒤가 안 맞는 말로 세계를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진명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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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말하지 않는 외신

 

"한국의 선제적 방역 대응, 막대한 검진 실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은 향후 감염병 대응을 위한 좋은 선도적 모델이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 세계 2위 국가인 한국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국제통화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온·오프라인에서 국민에게 설파하던 선전 논리를 외국 고위 관료들에게까지 그대로 들이민 것이다. 그 자화자찬을 27개국 대표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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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코로나 자화자찬' 주요 근거는 외신(外信)이다. 기재부는 3일 외신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모아놓은 선전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첫 페이지에 독일과 영국의 유력 언론 기사가 실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의료 분야의 정직함이 희망보다 더 큰 가치"라고, 독일 슈피겔이 "한국 정부의 전략은 단호한 투명성"이라고 각각 한국 정부를 칭찬한 것처럼 표현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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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코노미스트 기사 원문에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는 없었다. 한국이 언급된 것도 "한국과 이탈리아처럼 이미 질병이 확산됐다면 중국인 입국 금지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문장이 전부였다. 이 기사가 호평한 유일한 국가는 미국('좋은 소통의 좋은 사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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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슈피겔 기사의 'Radikalen'이란 단어를 '단호한'으로 번역했는데, 본문 내용을 읽어보면 이는 오히려 '과격한, 급진적인'이라는 뜻에 가깝다. 본문에 "(한국 정부가) CCTV, 신용카드 등을 분석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한다"고 소개하며 "대중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담겼기 때문이다. '우려' '찬사'로 둔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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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트위터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폭스뉴스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은 매우 선진화된 공중보건, 의료 시스템과 투명한 리더십이 있다'고 발언했다"고 적어 올렸다. 발언 자체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 핵심은 두 나라에 대한 '여행 제한' 여부였다. 해당 인터뷰에서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두 나라에 대한) 비자 제한도 가능하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쏙 빼놓고 우방국에 대한 여행 제한 결정을 거론하기에 앞서 일종의 '체면치레'로 발언한 대목만 인용해 칭찬으로 소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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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언론 중에는 한국 정부를 비판적으로 다룬 곳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대통령의 '코로나 종식' 발언은 대가가 큰 실수"라는 제목을 뽑았고,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와 아시아 정세를 다룬 기사에서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BC 뉴스도 마스크 부족 현상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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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던지는 우려의 시선을 우리 정부는 마치 관심인 것처럼 즐기고 있다. 그사이 한국 우한 코로나 누적 감염자는 7000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50명이 넘었다.

 

-원우식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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