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방역' 우기려고 국민을 또 코로나 험지로 내모나]
[세계서 한국만 '문 열고 방역' '세금으로 외국인 치료' 대체 왜?]
[시민 83만명 향해 '딴소리하면 돈 안 줘' 이게 나라인가]
[마스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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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방역' 우기려고 국민을 또 코로나 험지로 내모나
미·유럽서 2차 波高 오는데 감염원 유입 안 막고 무방비
'중국 안 막은 것 잘못' 비칠까 개방방역이 옳다 고집 부려
국경 1차 방어망 열어놓으면 국민·방역당국은 힘겨운 싸움
국내 프로배구 리그에서 뛰던 이탈리아 출신 선수가 "코로나가 겁난다"며 고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3월 4일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바보
짓' 같지만 당시로선 합리적 선택이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10년 이상 걸리지만 코로나 전장(戰場)에서 나라 처지가 뒤바뀌는 주기(週期)는 한 달도 채 못 된다. 이달 초만 해도 확진자 순위에서 중국 다음이었던
한국이 어느새 9위로 내려앉았다. 하루 이틀 새 영국에도
추월당할 분위기다. 올림픽 메달 순위는 한 칸이라도 오르면 흐뭇했는데,
코로나 순위를 들여다보는 심정은 정반대다.
한국이 확진자 1만명 저지선을 지키며 선방하자 국제사회도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때리면서 비교 대상으로 한국의 코로나 진단 능력을 칭찬하는 보도를 쏟아
낸다. "한국과 미국은 똑같이 1월 21일 첫 확진자가 나왔는데 한국이 매일 1만건씩 진단 검사를 하는
동안, 미국은 수백 건도 소화 못해 허덕대는 바람에 코로나 추적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진단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민간 업체들과 그 업체들의 발목을 잡지 않고 뒷받침한 우리 방역 당국의 유연한 대처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코로나 발자취를 뒤쫓았다고 승리가 보장되는 게 아니다. 코로나 전투는 감염원을 피해야
이긴다. 대구 신천지 확진자가 수십 명씩 쏟아지기 시작한 2월 19일부터 전 국민이 철저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돌입했다. 시끌벅적했던 번화가가 텅 비었고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를 썼다. 크고 작은 행사가 모조리 취소됐고 가까운 친구와의 약속도 미뤘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가혹할 만큼 스스로를 가뒀다. 그러는 동안 미국과 유럽 국민은 파티장, 해변가, 스포츠 경기장에서 평소처럼 일상을 즐겼다. 그 차이가 한 달 만의
대반전을 가져왔다.
대구 시민의 희생과 절제도 큰 몫을 했다. 중국 우한에서는 봉쇄를 앞두고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는데 대구 시민들은 아무도 막지 않는데도 자기 자리를
지켰다. 외지에 있는 자식들이 모셔 가려 해도 "(대구에) 얼씬도 마래이. 나도 안 간데이"라고
민폐를 거부했다. 중국 우한 사태는 광둥, 저장, 허난성으로 옮겨 붙었지만 대구 대확산은 경북 울타리를 넘지 않았다.
코로나
전투에도 시장 원리 비슷한 것이 작용하며 균형점을 찾아 간다. 코로나 감염원은 확진자가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이동한다. 대구 대확산이 시작된 2월 말부터
한국을 찾는 사람이 급감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니 새로운 감염원 유입이 저절로 차단됐다. 코로나 불씨를 옮긴 중국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이 무섭다고 도망가기까지 했다.
이른바 '감염 주도형 방역'이 이뤄진 것이다.
이제 코로나 기압골은 또 한 차례 역전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표값이 몇 배씩 뛰었다. 25일 신규 확진자 100명
중 해외에서 유입된 숫자가 51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발 1차 코로나 파고에 이어 유럽과 미국발 2차 파고가 밀려올 조짐이다. 확진자 순위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국무총리는 "종교, 실내 체육, 유흥 시설은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서울시는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에 대해 벌금을 300만원 물리고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 치료비와 방역 비용에 대해 구상권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국민에게 또 한
번 전투 태세를 갖추라고 독려하고 심지어 엄포까지 놓으면서도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원에 대해서는 무방비라는 점이다. 전 세계 179국이 한국에 대해 입국 차단이나 제한 조치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일본 한 나라에 대해서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제 와서 유럽과 미국발 입국을 차단하자니 중국에 대해 문을 열어 뒀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싫은 것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바로잡지 않으면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도
제 구멍에 맞출 수가 없다. 정부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우리 방역 조치가 세계 모범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방적인 모범 방역이라고 우기자니 국경을 활짝 열어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투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코로나 전투 능력을 과시하려고 일부러 초소 경계를 안 한다. 최전방 경계 포기로 감염원이 쏟아져 들어오면 후방에선 훨씬 힘겨운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다.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민과 방역 당국은 많이 지쳐있다. 정부에 애원한다. 코로나 진단 잘했다고 인정할 테니 제발
입국 문턱을 높여달라.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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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한국만 '문 열고 방역' '세금으로 외국인 치료' 대체 왜?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공·사립 병원에 '신규 외국인 환자 치료를 무기한 중단하거나 연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정적인 의료 자원을 아껴 자국민 치료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은 25일부터 모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공항 경유도 안 된다. 중국 본토와 마카오, 대만 국적자도 최근 해외여행 이력이 있으면 입국 금지다. 앞서 대만·싱가포르도
외국인 입국 금지 및 공항 환승·경유를 금지했다. 이들은 '방역
모범'으로 꼽힌다. 감염원 유입 차단이라는 제1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만 '개방 방역'을 고집한다. 국민 세금으로 외국인 치료비 대주는 나라를 한국 외에 찾기 어렵다. 지금
유럽·미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매일 3000명 안팎이다. 코로나
진단 검사비, 임시 생활시설 숙박비는 물론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엔 수백만원 치료비까지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 외국에서 요구한 것도 없다. 그래도 숙박비·치료비까지
세금으로 대준다. 정부는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아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말장난이다. 애초 입국 금지를 하면 세금 쓸 일이 없다.
왜 이러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시진핑 방한 등 정치적 고려로 중국에서 오는
감염원을 막지 않은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유럽 등 다른 지역도 막지 못하고 억지와 궤변만 계속하는 것이다.
세계가 한국을 다 막았으니 한국은 세계를 막을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머리 좋은 공무원들과
관변 학자들이 억지 논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유럽발 입국자 가운데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가 지난 한 주간 58명에서 이번 주
들어 사흘 만에 55명으로 늘었다. 미국발 입국자도 비슷한
추세다. 이렇게 방역에 구멍을 만들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현장 의료진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에서 정부는 희한한 방역을 고집하고 힘든 일은 의료진에게 떠넘기고 있다. 유럽발 입국자는 공항 현장에서 전수조사한다던 정부 방침은 발표 이틀 만에 철회됐다. 공항 시설·인력 부족 사태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조선일보(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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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83만명 향해 '딴소리하면 돈 안 줘' 이게 나라인가
이재명 경기 지사가 광역 자치단체로선 처음으로 전체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무려 1조3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드는 일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부천 시장이 "피해 소상공인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더 낫다"고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 지사는 '반대하는 시군은 지급 대상에서 빼겠다'고 했다. 논란이 큰 정책을 시행하면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해당 지역 시민 83만명을
지원 대상에서 빼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군사 정부 시절에도 없었던 폭력이다. 국민 세금을 제 돈인
양 생각하기에 이렇게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폭력적 협박으로 다른 의견을 봉쇄하는 것, 그로 인한 피해자가 수십만명이어도 상관없다는 것, 결국 부천시장이
돈을 못 받은 시민들에게 비난받을 것이란 계산 등이 모두 혀를 차게 한다.
여권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이 지사는 코로나 사태를 정치 인기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려 전력을 다해왔다. 한밤에 경찰과 함께 신천지 교주 거처로 달려가는 등의 활동으로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박원순 서울시장도 나섰다. 두 사람이 함께 수도권 신천지
신도 환자를 찾아낸다며 7만여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한다고도 했다.
새로 찾아낸 확진자는 2명이었다. 이 지사는
지난달 북한에 마스크 120만장, 코로나 진단 키트 1만개, 소독약 등 12억원
상당을 지원키로 했다가 국내 상황이 악화되자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정치인이 큰 사태를 기회로 이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적절해야 국민에게
해가 되지 않고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 지사가 1조3000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쓰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다른 의견이 하나 나왔다고 시민 83만명을 배제하겠다는 것을 보면서 그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세금으로 표를 사는 포퓰리즘이 당연한듯 횡행하는 세상이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기로에 놓인 저소득층,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각 지자체가 경쟁하듯 중구난방으로 현금을 살포하겠다고 나서는 나라는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
정부가 지자체별 재난 구호금 경쟁에 제동을 걸고 정리된 방침을 정해줘야 한다.
-조선일보(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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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貧富 가리지 않고 재난 구제 10만원 주겠다. 내 말 반대하는 곳 빼고." 세금 쓰는 머슴이 주인 노릇? -팔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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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의 힘
미국 미시간대에서 벌인 실험이다. 독감 돌던 시기에 기숙사서 지내는 대학생 1437명을 대상으로 마스크와 손 씻기 효과를 조사했다. 기숙사 세 동을 무작위로 나눠서, 첫째 동은 마스크 쓰기, 둘째 동은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셋째 동은 아무것도 안 하기를 시켰다. 6주를 평소처럼 지내게 하고 그사이 발열·기침 등 독감 증상 발생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봤다. 그 결과,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같이 했을 때 다른 그룹보다 독감이 35% 줄었다.
▶홍콩 공중보건대 연구진이 한 실험도 흥미롭다. 독감 진단을 받은 40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간호사가 환자 집을 찾아가 첫째 그룹에 손 씻기를 잘하라 했고, 둘째는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셋째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했다. 7일 후 가족 내 전염 여부를 봤다. 전체 가족 인원 8%에게 독감 추가 전파가 있었는데, 이 역시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같이 한 집에서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여럿이 지내는 공간에서는 두 가지를 같이 해야 확실히 독감 전파를 줄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독감 환자는 기침 한 번에 바이러스를 약 10만 마리 뿜는다고 한다. 재채기를 하면 200만 마리가 방출된다. 이걸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 마스크다. 바이러스 자체는 직경이 0.1㎛(마이크로미터)여서 마스크로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침방울(5㎛)에 묻어 나가기 때문에 웬만한 마스크에 걸린다. 침방울이 직접 내 얼굴로 날아와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오진 못한다.
▶대구 사람인 걸 감추고 서울백병원에 입원했다가 뒤늦게 코로나를 확진받은 할머니가 엿새 입원하는 동안 접촉한 의료진과 주변 환자 250명에게 추가 감염이 한 건도 없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마스크를 쓴 덕이다. 할머니는 위 내시경을 받았는데, 시술 과정서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퍼지는 에어로졸이 튄다. 내시경 의료진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바이러스 입자도 차단하는 N95 마스크를 썼기에 전염을 막을 수 있었다.
▶통상 2~3월에는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데 이번엔 씨가 말랐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와 손 씻기를 챙긴 덕이다. 마스크는 특히 발열·기침 증상이 있을 때, 유증상자와 지낼 때 꼭 써야 한다. 너와 나를 위한 에티켓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경우,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처럼 1~2미터 내에 여럿이 있을 때, 밀폐된 공간에서 다중이 같이 있어야 할 때에도 마스크가 필요하다. 답답해야 잘 낀 거고, 그래야 안심이다.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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