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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유감] [다시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워 낼 시간] [코로나가 쓸어간 것, 코로나도 척결 못 한 것]

뚝섬 2020. 3. 24. 07:01

황교안 유감

 

선거에 패배한 당 지도부는 언제나 물러나
황 대표의 야당 못할 일이 무언가… 모든 정치력 발휘해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에서 낙천된 정병국 의원은 "저의 희생이 어렵게 통합한 보수의 분열을 막고 총선 승리를 통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계기가 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또 "늘 개혁하자고 하면서 그 개혁의 칼이 자신에게 오면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악습에 본보기를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포인트는 "문 정권의 폭정을 막는 데 힘을 모으자"는 데 있다.

그런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인 정치인이 언제 있었던가 기억이 없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국에서 그가 던진 카드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신선함이었다. 더구나 공천에서 떨어지자 미래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거물급 정치인이 홍준표, 김태호씨 등 10여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그의 결단은 더욱 돋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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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상황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야당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했다. 문 정권은 조국 사태, 감찰 무마 사태, 그리고 울산 선거 개입 사태 등이 나라의 기강을 위험에 빠뜨리며 몰염치의 일로로 가고 있었다. 경제는 소득 주도 성장에서 시작된 엇박자가 탈원전 기업 파탄으로 이어지고 안보는 이제 국민의 관심에서조차 배제된 상황이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국민의 분노를 사는 듯했다. 그래서 야당이 승기를 잡았다고 여길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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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 정권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기왕에 보았듯이 이들은 안면몰수에 능하고 실책을 기회로 전환하는 데 특이한 기술을 갖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 사태만 해도 야당이 그들의 호기(好機)로 보았음 직하지만 여권은 자화자찬으로 반전(反轉)시키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자금 살포와 야당의 무기력 등이 합쳐져 그래도 '지리멸렬한 야당'보다 '현직'이 낫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선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은 이미 선거 전선에서 "그간의 행태로 봐서 야당이 나라를 끌고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유권자들에게 비교우위를 들고나오고 있다. 여권은 그야말로 얼굴에 철판 깔고 총선에 임하고 있다. 조국 맹신주의자들이 위성 정당을 차리고 보란 듯이 개점 선언을 하는가 하면 전직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이에 가담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무색할 정도로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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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당에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정에서 '씁쓸한' 잡음에 휩싸였다. 또 모처럼 보수 야권의 대동단결을 호소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호소에 힘입어 친박을 포용할 좋은 기회인데도 오히려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황교안 리더십까지 들고나오는 상황이다. 아무리 공정한, 사천 없는 공천이라고 해도 거기에서 '정치'를 배제하면 아주 교과서 같은 메마름만 남는다. 예를 들어 전 대통령의 메신저 격인 유영하 변호사를 그 무슨 '원칙의 틀'에 넣어 저 뒤로 빼돌리는 등의 교과서적인 '공정'은 결코 상황을 고려한 '좋은 정치'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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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는 무소속 출마자들을 향해서 유혹을 내려놓고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대안이나 해결책의 제시 없이 어디까지나 말에 그치고 있다. 이탈자들을 만나 간곡히 설득하는 '대접'도 없었던 것 같고 그들과 신인들을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라도 경선에 부치는 대안도 모색하지 않았다. 선대위원장 영입한다고 엉뚱한 곳을 헤맨 것도 그렇다. 그러면서 밀실 정치, 계파 공천 없었으면 그것이 장땡인가? 역대 선거 때마다 수십 차례 있어온 일이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당 지도부는 언제나 물러갔다. 그것이 관례였다. 황 대표의 지도부도 이번 총선에서 지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야당이 기로에 선 마당에 못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치력을 발휘하고 난 뒤라면 정치인으로서 보람이라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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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문 정권의 실정과 폭정을 딛고도 4·15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정통 보수와 진정한 진보의 미래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도의 실정(失政)이었으면 과거 같으면 어느 정권도 유지되지 못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미래통합당의 불능과 사명감 상실에 있다. 이 땅의 좌파 정치는 그들의 욕심대로 상당히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며 야당과 지도부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의 오명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김대중 고문, 조선일보(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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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워 낼 시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협잡·꼼수 오물로 위기에
70
년 전 폐허에서 일어섰듯 다시 한번 희망의 싹 틔워야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6·25전쟁의 폐허와 정치적 혼돈을 지켜보던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기자가 1951년 썼다는 이 비관적 문장이 69년이 지난 지금 다시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불법적 국회 범여(汎與) 협의체가 제1 야당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으로 '민주주의의 꽃' 선거가 협잡과 꼼수라는 오물(汚物)을 뒤집어쓴 채 위기에 직면했다. 철저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줄 알았던 선거법 틈새를 제1 야당이 파고들자 여당이 스스로 입법 취지를 부정하는 기만적 편법을 자행하면서 선거의 가치와 존엄성은 수직(垂直) 낙하 중이다.

개정한 선거법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 여야가 과거에 비해 비례대표 의석을 덜 얻게 되는 구조였다. 민주당은 대신 정의당 등 자기들과 가까운 범여 군소 정당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 국회 과반(過半) 연합을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 속에 국회의장까지 동원해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문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의 위력이 총선에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자 태도를 180도 바꿨다. 미래한국당을 맹비난하던 입의 침도 마르기 전에 외곽 세력을 이용해 사실상 똑같은 방식의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한때 진보 진영 원로들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연합을 이른바 '플랫폼 정당'으로 삼겠다더니 며칠 만에 등을 돌리고는 골수 친문·친조국 인사들이 이끄는 가설 정당 '시민을 위하여'를 파트너로 택했다. 한쪽에서는 정봉주, 손혜원, 김의겸, 최강욱 등 또 다른 친문 인사들이 뭉쳐 비례 정당을 따로 만들었다. '군소 정당의 사표(死票) 방지와 다당제 확립'이라는 선거법 개정 명분이 '완벽한 사기'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광분(狂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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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선거의 위기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경찰에 상대 후보였던 자유한국당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수사하게 하고 당내 경쟁자에게는 공직을 제안해 경선 포기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까지 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총선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국가 존립의 근거인 민주주의를 무너뜨렸을지 모르는 중대 범죄 혐의자들에게 오히려 국민의 대표가 될 기회를 주는 파렴치한 도착(倒錯)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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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라고 했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국가기관이 개입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국기(國基) 문란"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뒤에는 당정청(黨政靑)이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선거 제도 자체를 유린하고 결과를 사유화하려는 만행(蠻行)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런 의혹과 논란에 침묵하면서 야당만을 겨냥해 "20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저서 '법의 정신'에서 "민중은 자기의 권위 일부를 위탁할 사람을 선택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한 언론인이 절망적으로 지켜봤던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날 수 있었던 건, 집권 세력의 끊임없는 훼방과 압력 속에서도 이렇듯 현명한 집단 지성을 구현한 대한민국 유권자들 덕분이었다. 다시 민주주의를 지켜낼 선택의 시간이 22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승현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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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쓸어간 것, 코로나도 척결 못 한 것

 

워싱턴 어빙 '립 반 윙클'

 

미국 문학의 시조로 불리는 워싱턴 어빙의 단편 '립 반 윙클'의 주인공은 게으른 공처가인데 마나님 잔소리를 피해서 매일 산으로 강으로 쏘다닌다. 하루는 캐츠킬 산속에 들어갔다가 술을 거나하게 얻어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세상은 20년 후였다. 그의 엽총 총신은 완전히 삭았고 수염은 한 자나 자라 있고 그동안 장성한 그의 아들은 그처럼 게으름뱅이였다. 그는 자기가 잠든 사이에 미국이 독립한 줄 모르고, '누구냐'는 동네 사람의 질문에 '조지 3세의 충직한 신하'라고 대답했다가 봉변을 당한다.

만약 올 초에 사고나 병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연말쯤(?) 코로나 상황 종료 후에 깨어나는 사람이 만나는 세상은 어떨까. 사람들이 모두 위생에 극도로 예민해져서 가족 간에도 같은 그릇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술잔 돌리기는 아득한 옛 추억이 되었다. 대중식당도 몰라보게 청결해졌고 악수도 팔꿈치 맞대기 등 여러 창의적인 버전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학교나 학원의 수업은 화상 강의가 대세가 되었고 사무직 업무는 재택근무와 출근이 32로 정착되고, 공장의 집단 작업도 개인 간 칸막이를 설치 못 하는 경우엔 안면 실드를 착용하게 되었다. 예배나 법회도 신도를 몇 그룹으로 나눠 본다. 그래서 너무나 낯선 세상이라고, 내가 혹시 외국에서 깨어났나, 그간 30년은 흘렀나 생각하던 사람도 정치판을 일별하면 '2020년 대한민국이 맞는구나' 하면서 맥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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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정권을 탄핵과 비리 폭로에서 구할 목적으로 대다수 지역구와 비례에 정권 비리의 주범과 공범들을 공천한 후유증은 총선 후 단 하루도 국회의원 '비리'가 전방위에서 폭발하지 않는 날이 없게 했다. 조국 게이트는 항목과 수법이 기발하고 다양하기는 하나 그중에선 규모가 작은 비리였고, 울산시장 선거 게이트, 유재수 감찰 무마 게이트, 신라젠 게이트, 라임 게이트 등 각종 대형 범죄의 내막은 국민의 숨을 막히게 했다.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는 권력의 비리뿐 아니라 정권에 침투한 반국가 세력도 척결할 천재일우의 호기를 제공했는데, 야당이 조금만 강력하게 뒷받침했으면 그 작업이 강력하고 철저하게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수 진영이 오랜 병폐인 응집력 부족에 더해서 이번 총선에서는 보수의 가치관과 신념, 경륜이나 정치력보다 '인적 쇄신'을 최우선 목표로 신인, 무명인, 심지어 좌편향 의혹 인사도 공천한 모양이다. 마지막 순간에 수정한 비례 후보 명단이 지역구의 약점을 적잖게 보충했지만 뚜렷한 노선의 강한 정당으로 변신시키지는 못했다. 코로나도 갈아엎지 못한 한국의 정치 풍토라니!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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