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눈사태에 깔릴 2030세대가 포퓰리즘에 "NO" 해야 한다
지난해 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이 1400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올해는 512조원에 달하는 본예산만으로도 1인당 빚이 1500만원을 웃돌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 지원금과 총선용 선심 비용을 더하면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이미 마지노선이라는 40%를 뚫었다. 미국처럼 달러를 찍어 변제할 수도 없다.
1981년 집권한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며 최저임금과 연금부터 대폭 끌어올렸다. '좋은 일자리'라는 공무원도 두 배 늘렸다. 당시 그리스 국민은 60세 이전에 은퇴하고서 퇴직 전 임금의 80%를 연금으로 받으며
인생을 즐겼다. 그러나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재정은 단 한 세대 만에 파탄 났다. 2009년 취임한 아들 파판드레우 총리는 아버지와 반대로 임금과 복지를 서둘러 깎았지만 2010년 최대 2887억유로(약 370조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980년 22.5%에서 2018년
184.8%까지 뛰었다. 빚더미에 오른 그리스는 중국 등에 항구와 공항을 팔아치우고
있다. 부모가 흥청망청 빚을 지면 자녀 등골이 휜다.
100년 전 아르헨티나에는 이탈리아 여성이 가정부로 일하러 왔다. '엄마 찾아 3만리'의 배경이다. 하지만 1946년 등장한 페론 정권이 나랏돈을 '공짜 시리즈'에 퍼부으면서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재정 적자→국가 부도
위기→구제금융이 반복되면서 1980년대 자식 세대는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공짜'를 외치는
포퓰리즘 세력에 표를 던지자 손자 세대는 미국·유럽으로의 탈출을 유일한 희망으로 삼는 처지가 됐다. 반면
노르웨이처럼 북해 유전 수익금으로 조성한 국부 펀드를 미래 세대를 위해 비축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포퓰리즘이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는 그 폐해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나랏빚을
물려받은 자식 세대가 '이건 아니다'라고 깨닫게 될 때는
이미 늦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6070세대는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온전히 받는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현금 복지 종류가 벌써 2000종에
육박하고 최근 여야가 도박 베팅하듯 벌이는 포퓰리즘 경쟁을 보면 기우라 할 수 없다. 부모 세대의 포퓰리즘
뒷감당을 해야 하는 2030세대가 지금 '아니다'라고 외쳐야 한다.
-조선일보(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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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곳 남양주도 결국 포퓰리즘에 항복
경기도 남양주시는 1인당 10만원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는 별도로 경기도 각 시군 차원에서 또 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움직임에 마지막까지 반대했다. 시장은 "시민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 무엇인지 보름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며
"재정 여건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그 시장이 8일 "도시
발전 관련 사업을 축소·연기해서 800억원을 마련했다"면서
하위 80%에게 15만~105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역민들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31개 시군 모두 중앙정부, 경기도가 각각 주는
재난 지원금 외에 지자체 차원의 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한다.
당초 남양주 외의 몇몇 시군도 이런 중복 지원에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 차원 지원 대상에서 빼겠다는 도지사의 위협과
"우리는 왜 안 주냐"라는 여론 압박이 쏟아지자 모조리 백기 투항했다. 대부분 재정 자립도가 30% 수준에 불과한 가난한 자치단체들이다. 나눠줄 돈이 없자 비상 상황에 대비해 쌓아둔 각종 기금을 헐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기존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탈탈 털어 현금을 마련했다. 표만 바라보는
정치인이 '공짜 바이러스'를 뿌리고 여기에 감염된 지역민들이
집단 압력을 가하는 현금 포퓰리즘의 광풍 앞에서 어떤 지자체장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1년
전 전국 226개 기초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무분별한 현금 살포 경쟁을 자제하자며 '자정 결의'까지 했지만 한번 발동 걸린 포퓰리즘 정책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포퓰리즘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중앙정부는 말리기는커녕 지자체의 현금 뿌리기를 부채질했다. 지자체 재난 비상금을
전용할 수 있게 해 이 돈이 대부분 바닥났다. 앞으로 코로나 2차
파도가 오거나 홍수·지진·화재 등 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무슨 돈으로 대응할 건가.
포퓰리즘의
폭주를 막을 최후의 보루는 성숙한 시민의식뿐이다. 2016년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약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77%가
반대해 부결됐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 덕에 쌓은 국부펀드가 1조달러에
이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원금을 손대선 안 된다는 원칙을 20년 이상 지키고 있다. 반면 같은 성격의 국부펀드를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정부가 현금 복지에 마구 전용한 탓에 10년 만에 모두 탕진했다. 선거는 나라를 흥하게도 할 수 있고 망하게도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유권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
-조선일보(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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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5회 지역 간 文, 선거 아니면
이렇게 했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4월 들어 쉼 없이 지역을 돌고 있다. 지난 1일 경북 구미산업단지를 찾은 데 이어 3일 4·3 사건 72주년 추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5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식목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강릉을
찾았다. 6일에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를 찾아 현장 간담회를 가졌고,
7일에는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거의 매일 현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대통령의 외부 인사 접촉은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해외순방을 빼곤 1주에 한 건을 밑돌았는데
올해엔 이달에만 8일 가운데 5일이나 지역을 찾았다. 청와대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대통령이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정치 상황과 방문 시점을
감안했을 때 청와대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지역을 찾으면 주민들과
해당 기관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모여들어 대통령을 맞이한다.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 초기에도 총선의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에 내려가 단체로 마스크를 쓰고 집회를 강행했다. 선거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를
했겠나.
총선 출마를 위한 크고 작은 청와대 인사이동만 재작년 이후 열다섯 번이나 있었다. 국정
쇄신이 아니라 총선용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한 것이다. 청와대 출신이 70여 명이나 옷을 벗고 나가 28명이 집권당 공천을 받았다. 현직 장관이 청와대에 사표도 안 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야당 반대를 짓누르고 선거 규칙을 강제 개정하고 심판을 봐야 할 선관위 상임위원에 문재인 캠프 출신을
억지로 임명했다. 전국 시도에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해주며 세금 살포를 하고 선거가 있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편성했다. "총선에서 국민이 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가 탄핵 파동까지 벌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인다.
-조선일보(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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