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총선 이겼다고 '이익공유' '토지공개념' 개헌 운운] [이천 화재 참사까지 윤 총장 공격 수단으로 삼나]

뚝섬 2020. 5. 2. 07:50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상상 속 '탄핵의 강' 그어놓고 이쪽저쪽 아우성쳤지만
그 강이 신기루였다는 것을 총선이 알려줬다

과거에 발목 잡힌 역사의 강이 어디 그뿐이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가 나오게 된 뒷이야기를 들었다. 천막 당사 시절 신뢰를 쌓은 인사를 포함해 여럿이 보수를 구할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줄 것을 옥중의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한다. 메시지에 담을 내용은 대략 두 가지였다. 첫째는 미래통합당으로 힘을 모아줄 것과, 둘째는 나(박근혜)를 밟고 나아가라는 내용이었다. 그 전갈이 통한 결과인지, 어찌 됐든 옥중 편지가 공개되었다. 편지 내용은 조금 부족했다. '미래통합당' 대신 '현재의 거대 야당'이라고만 되어 있었고, '나를 밟고 가라'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줌의 힘도 아쉬운 당시 야당에서는 그 정도 메시지에도 감읍하는 분위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지 3년이 넘었다. 그동안 연동형 비례제를 둘러싼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자신이 국무총리에 임명한 황교안이 당대표가 되고, 의원들의 삭발 투쟁과 대표의 단식 투쟁도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계속 침묵했다. 여당이 총선 직전 박근혜를 석방해 야당을 교란할지 모른다는 온갖 정치공학이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고, 무너진 보수를 일으키려는 사람들은 제발 옥중에서 "나를 밟고 나라를 살리라"는 한마디만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 비추어보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은 늦은 감이 있고, 내용도 살신성인과는 거리가 멀다
.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지난 총선 기간 계속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대 야당'에 힘을 보태라고 했음에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작은 당에서 후보를 내고 열렬하게 지지를 호소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내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처참하기까지 한 야당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라는 둥, 탄핵을 막지 못한 무능력자라는 둥,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둥, 서로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아무도 탄핵을 이야기하지도, 박근혜를 거론하지도 않게 되었다. 탄핵의 강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정치인 박근혜도 더불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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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탄핵의 강이란 하나의 은유다. 탄핵이라는 사건을 거대한 강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표현일 뿐, 그런 강은 존재하지 않는다. 탄핵이 억울하고 기막힌 사람들이 상상 속의 강을 그어놓고 서로 나뉘어 비난하며 아우성을 쳤다. 출렁거리는 강 속에서 박근혜라는 조각배에 몸을 싣고 제 몸 하나 건사하려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지난 총선은 그 조각배도, 탁류가 흐르던 거대한 강도, 사실 모두 신기루였다는 것을 알려준 선거였다. 보수의 해답은 탄핵의 강 이쪽저쪽도 아니었다는 메시지를 준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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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선거는 국민이 보수를 탄핵의 강에서 구해준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은유로서 탄핵의 강이 설사 존재했다 하더라도, 세상은 그것과 무관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표가 말해주었다. 그러니 '리셋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친이, 친박을 가르고, 다시 진박, 가짜 박을 감별하며, 엉뚱한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맨 대가가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었다. 탄핵은 한 사건일 뿐, 보수의 앞길을 막는 강줄기는 아니었다. 그런 정치 지형을 읽어내고 강을 넘을 필요 없는 다른 길로 용기 있게 국민을 이끌어줄 지도자를 보수는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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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난 다음 날은 세월호 6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찬란한 성적표를 받아 든 여당은 성적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세월호의 강'을 다시 상기시키며 국민 분열을 재개(再開)했다. 그 강 또한 상상 속의 강이다. 유족들에게는 평생을 가도 넘지 못할 가슴 아픈 강일 테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이용 가치가 있는 고마운 은유의 강일 뿐이다. 정치적 효용이 다하는 날, 정치인들은 세월호를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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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 잡는 역사의 강이 어디 그뿐이랴. 지금 정부의 단골 메뉴인 '친일의 강'이 그렇고, 아직도 뭔가 해결이 덜 된 '광주의 강'이 그러하며, 나라의 탄생 시점을 둘러싼 '건국의 강'이 또 그렇다. 그런 은유가 건재하다는 건 그 강의 정치적 쓸모가 남아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크고 작은 역사의 강을 용서와 화합으로 훌쩍 뛰어넘어 앞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건 나만의 헛된 꿈일까.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조선일보(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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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겼다고 '이익공유' '토지공개념' 개헌 운운

 

민주당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 '원 포인트 개헌안'을 처리하자"고 했다. 원포인트 개헌안은 현재 국회 재적 과반과 대통령이 가진 개헌안 발안권(發案權) '100만명 이상 국민'에게도 주자는 것이다. 국회의장도 개헌용 국회 소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왜 이런 개헌이 추진되는지 어리둥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국회에서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여당이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일단 개헌 논의를 촉발해 보자는 계산일 것이다. 거대 여당이 되는 다음 국회에서 본격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그림이다. 정세균 총리도 "개헌은 앞으로 1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한국 정치의 폐해인 제왕적 대통령제는 바꿔야 한다. 개헌으로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켜 예외 없이 이어져 온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개헌 내용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변경이 아니라 '이익공유제''토지공개념'부터 꺼내 들고 있다. '이익을 본 기업이 손해난 분야에 이익을 나눠준다'는 이익공유제와 토지공개념은 시장경제의 근본을 바꾸는 내용이다.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자칫 국가 경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이런 논의에 불이 붙으면 정작 논의해야 할 권력 분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국민적 분열만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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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토지공개념 등이 담긴 헌법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겠다고 했을 뿐 정작 중요한 권력 분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유민주'에서 자유를 뺀 개헌안도 등장했었다. 코로나 경제 위기가 닥친 지금이 개헌으로 국가적 논란을 부를 시점인지도 의문이다.

 

-조선일보(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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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참사까지 윤 총장 공격 수단으로 삼나

 

민주당 황운하 당선자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 지시를 내리자 "검찰이 앞장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며 "국제적 망신거리"라고 했다. "화재 사건에는 소방과 경찰이라는 담당기관이 있는데 (검찰이 나서는 것은) 비상식적 검찰 만능주의"라는 것이다. 열린민주당 비례 후보였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찰 ××들이 언론 플레이 하는 이유는 직접수사 범위를 넓히려는 작업"이라고 했고, 같은 당 최강욱 비례 당선자도 "검찰의 속셈과 이에 놀아나는 언론의 현실"이라고 했다. 총선을 전후해 윤 검찰총장을 비난하던 여권 인사들이 이천 참사 수사를 계기로 일제히 검찰 공격에 나선 것이다.

사실 관계부터 잘못됐다. 검찰 수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진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도 '검찰이 적극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올 초 통과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도 검찰이 공무원 비리, 선거 범죄 등과 함께 '사회적 참사'를 직접 수사하라고 돼 있다. 다름 아닌 민주당이 주도해 만든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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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창고 신축 과정 화재로 무려 38명이 희생된 이천 참사는 공사 현장의 안전 수칙 무시가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정부에서 또다시 벌어진 인재(人災). 그렇다면 사고 책임을 밝혀내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 ××' '언론 플레이' '권한 남용'이라고 한다. 후진적 참사가 반복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 검찰이 참사에서 위법 사실을 찾는 것이 어떻게 '국제적 망신'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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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권 인사들의 검찰총장 공격은 억지에 가깝다. 자신들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검찰총장 아내와 장모 관련 문제를 다시 꺼내 고발하면서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한 기자의 취재 윤리 문제를 크게 부풀려 '검·언 유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의 불법 혐의를 수사했기 때문이다. 하다 하다 이제는 수십 명이 희생된 참사까지 보복 수단으로 쓰고 있다. 자제해야 한다.

 

-조선일보(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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