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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가장 두려움에 떨 존재, 그대 이름 '중간관리자'] [그리스의 방역 마법] 한 발이 아니라 두세 발 먼저 움직였다

뚝섬 2020. 5. 5. 07:33

코로나 이후 가장 두려움에 떨 존재, 그대 이름 '중간관리자'

 

재택근무·온라인 경영 확산·정착, 기업 문화 대격변 일으킬 듯
중간 관리자 몰락, 성과 위주 평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생태계
개인 위주 문화에 협동심은 경쟁심으로… 도전·부작용 만만찮아
대학도 기존 서열 파괴되고 평준화, 스스로 존재이유 찾아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된 이후를 '포스트 코바(Post Cova)', 줄여서 PC라고 부를 수 있겠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속담처럼 우리나라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먼저 겪으면서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재난 관리 선진국이 되었다. 이 여세를 몰아 PC도 가장 먼저 준비하는 PC 선진국이 되자.

20
여 년 전 창원의 한 특수강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굉음 속에서 상급자 지휘하에 수많은 직공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이게 바로 산업 현장의 다이내믹한 모습이구나"라고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그다음 방문한 미국의 특수강 공장은 전혀 달랐다. 포크리프트로 압연 코일을 운반하는 운전기사들만 보일 뿐 다른 직공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바로 자동화구나"라고 느꼈다. 이어 일본의 특수강 공장에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깜깜한 공장 안 통제실에서 직원 두 명이 빨간 불이 수백 개 켜져 있는 패널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인 공장의 극치'를 깨달았다
.

연구소 역시 환경에 따라 변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 프로젝트를 위해 처음 방문했던 한 연구소에서는 수많은 연구원이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그 후 방문한 연구소에서는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 몇 명이 거대한 연구 장비를 조작하고 있었다. 최근 인천대가 시니어 특훈 교수로 모셔온 바이오 분야의 세계적 대가 김성호 버클리대 교수는 연구 공간이 몇 평 필요하냐는 질문에 "나의 실험은 모두 노트북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답변했다
.

사무실은 공장·연구소와 비교하면 변화 속도가 느렸다. 출입문에서 제일 먼 곳부터 부장, 대리, 사원 순으로 배치한 십여 년 전 사무실과 비교하면 최근에는 패널로 가려진 곳에 부장이 앉아 있고 나머지 직원들도 칸막이로 나뉜 공간에서 근무하는 정도다.


/일러스트=이철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사무실 정경을 무인 공장, 노트북 안으로 들어간 연구실과 흡사한 모습으로 바꿔놓고 있다. PC의 가장 큰 특징은 재택근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회사 1089개 중 40.5%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이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경영은 기업 문화에 세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성이 대폭 증대된다. 최근 들어 보고 단계가 줄고 온라인 결재도 사용되고 있으나, 중요한 결재 때는 실무자와 최고 결재권자 사이에 중간 관리자의 대면 보고가 여전히 존재한다. 재택근무는 이러한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꾼다. 인터넷상에서 실무자가 중간 관리자와 최종 결재권자에게 동시에 보고함으로써 중간 관리자의 몰락과 함께 수직적 피라미드 조직이 붕괴하고 피자같이 생긴 수평적 조직이 자리 잡는다. 둘째, 구성원에 대한 평가가 공정해진다. 중간층이 사라지면서 직원들에 대한 정성 평가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인사팀은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성과만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모든 것이 공개되고 기록되는 이런 상황에서는 비윤리적 행태, 부정행위가 크게 줄어든다. 또한 아직도 일부 존재하는 성희롱과 폭언이 사라지고 파벌적 행태가 줄어든다. 셋째, 개인별 성과 차이가 뚜렷하게 구별된다. 객관적 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직원 간 평가도 생산성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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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택근무로 인한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조직 중심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개인 기반의 문화가 싹튼다. 협동심은 경쟁심으로 대체되고, 소소한 비리가 사라지는 대신, 시스템 조작에 의한 대규모 부정이 기업을 일순간에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재택근무가 대세가 되는 PC 시대는 기업 환경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바꾼다. 동시에 조직 문화와 전통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도전을 제기한다. PC를 맞아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인터넷 문화, 온라인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책임과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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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예외일 수 없다. 온라인 교육이 대세가 되는 과정에서 과거 6개월 단위로 이루어지던 의사 결정은 1~2주 단위로 빨라졌다. 학생 평가 시스템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교수의 자발적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반면 교수와 학생의 인간적 유대가 공식적이고 건조한 관계로 바뀌고, 작은 시스템 오류가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대학 교육의 온라인화는 모든 대학을 출발점에서 새롭게 뛰게 하는 평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대학 서열은 파괴되고, 대학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대학 사회에도 각 대학의 특징을 강조하는 차별화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준비는 대학 각자의 몫이다.

 

-조동성 국립인천대학교 총장, 조선일보(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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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방역 마법

 

유럽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부채에 허덕이는 나라에서 많이 나왔다. 다들 공공 의료 체계라서 나랏빚에 짓눌리며 보건·의료 분야에 충분한 재정 투자를 못 했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각 2만명 넘게 숨을 거둔 배경이다.

그래서 2010년 이후 8년간 구제 금융으로 연명한 그리스가 가장 역병(疫病)에 취약할 법했다. 그리스는 경제 규모(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170%가 넘어 EU 회원국 중 살림 상태가 최악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리스는 4월까지 사망자 140명으로 코로나를 막아냈다. 인구가 엇비슷하면서 훨씬 잘사는 벨기에에서 7594, 스웨덴에서 2586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비교하면 경이로울 정도다
.

그리스의 '방역 마법'은 지도자 교체 덕분이다. 지난해 취임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하버드대 학부와 경영대학원(MBA)을 마친 뒤 런던에서 컨설팅 회사와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조국을 지켜보고 돌아와 시장 친화적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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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닥치자 미초타키스는 "우리 처지를 인정하고 대비하자"고 했다. 중환자용 병상이 전국에 560개뿐인 나라가 그리스다. 역대 정부가 숱한 현금성 복지 혜택을 남발하면서도 보건·의료 분야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결과다. 바이러스가 상륙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미초타키스는 한 발이 아니라 두세 발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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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폐쇄 명령을 내린 시점이 3 10일이었다. 사망자 없이 감염자만 89명 확인된 때였다. 312일 첫 사망자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모든 식당·카페·술집 영업을 중단시켰다. 너무 이르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미초타키스는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다. 프랑스가 127, 영국이 194명이 죽고 나서야 영업 금지령을 내린 것보다 훨씬 빠른 대응이었다. 미초타키스는 신속한 디지털화를 주문했다. 단순 질병 처방전을 이메일로 받도록 해서 이동 금지령을 내린 뒤 첫 20일 동안 25만명이 병원에 가는 것을 막았다. 덧붙여 가능한 한 모든 민원 문서를 온라인으로 관공서에 보내게 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봉쇄령 이후에도 병원이나 관공서를 방문하는 이동을 계속 허용한 것과 달랐다. 그리스는 더 세밀하고, 민첩하고, 전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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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적으로 유럽 강대국은 자만에 빠져 재앙을 키웠다. 프랑스에는 평소 미국보다 훌륭한 의료 시스템을 갖췄다며 자화자찬하는 지식인이 많았다. 영국은 총리가 코로나를 우습게 여기다가 중환자실에 실려가는 망신을 당했다. 국난(國難) 극복은 지도자가 냉정하게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가능하다는 것을 미초타키스는 보여줬다. 그리스에서 국민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포퓰리즘 성향의 좌파 정부가 계속 권력을 쥐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장담컨대 방역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진석 파리 특파원, 조선일보(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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