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대한민국號의 평형수가 완전히 고갈되는 날]
[추미애 다음 스텝은… 왈츠, 태권도 3단 옆차기, 아니면 헛발질?]
[그림 하나가 대수이겠냐고?]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권력은 완벽히 귀 막고, 독자는 살맛 난다 했다"
4년간 연재 칼럼 200회로 끝내
"글 쓰는 일 즐겁고 기질에 맞아, 절필 아니야… 다시 쓸 날 올것"
지난달 28일 서지문(72) 고려대 명예교수의 칼럼 '뉴스로 책 읽기'가 200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치자 본지 독자서비스센터에 독자들 전화가 쇄도했다. 대부분 "너무 아쉽다" "그동안 감사했고, 좋은 글 잘 읽었다고 꼭 전해달라" "어떻게든 계속할 수 없나" 등이었는데 일부는 "중단 압력을 받은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7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2월쯤 칼럼을 그만 쓸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전적으로 나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글 쓰는 일이 즐겁고 기질에 잘 맞는다. 절필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글 쓸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지난 2016년 칼럼 시작 당시엔 300회 정도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느 날 달력을 보다 곧 200회가 되는 걸 알고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만큼, 능력만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선 일정도 감안했다. "선거에서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 폭주를 막아줄 견제 세력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죠.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던 거죠." 결과는 야당의 참패. 그는 "글쓰기는 즐거움이자 활력소였다. 특히 좌파 집권 이후 정부 잘못에 대해 통한의 절규를 풀어놓을 장이라 정말 고마웠다"면서도 "(총선 이후) 너무 기운이 빠져 더 이상 칼럼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뉴스로 책 읽기’ 칼럼 연재를 200회로 끝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연재 재개를 요구하는 독자들에게 “절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심한 올빼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이날 인터뷰도 점심때와 오후에 진행됐다. 그는 거의 매일 오전 2~3시 이후 잠자리에 든다. 칼럼 쓰는 날은 오전 3~4시는 기본이고, 날이 밝아 올 때까지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칼럼은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원고지 10장 안팎의 초고를 쓴 뒤, 토요일 밤에 완고를 만들었다. 그는 "완성품 작업에 들어갈 땐 시작이 너무 두려웠다. 내 실력의 빈곤을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본인 칼럼에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 "비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글 쓰는 목표는 성취하지 못했다"고 했다. "예전엔 글 쓰면 정책 만드는 사람들이 귀담아듣고 참고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칼럼 쓰는 동안에는 '완전한 무시'를 당했어요." 그는 "정부를 독하게 비판하는 내용이라 주변에선 '그렇게 써도 괜찮냐'는 걱정을 하곤 했다"면서 "하지만 현 정부 사람들은 칼럼을 아예 읽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칼럼에 공감하는 분들은 '속 시원하다' '살맛 난다'고들 하고, 칭찬을 들어 기분도 좋았지만 사회 병폐를 지적하고 그걸 고칠 분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은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야당에 대해 "유례가 없을 정도의 방향감 상실의 결과로 자업자득이지만 자칫 이런 부정적 인식이 여당의 잘못을 가릴까 봐 두렵다"고 했다. 그는 "집권 세력의 실정과 횡포는 야당의 잘못보다 몇 십 배 큰데 선거 결과 때문에 야당이 더 잘못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면 그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어거지로 교체하려 한다"며 "우리나라가 이뤄놓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북한 같은 사회로 추락해 버릴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칼럼 연재를 마친 뒤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열흘 사이 넬슨 만델라의 전기와 한국전쟁사인 'This Kind of War'를 읽었고, 언젠가 꼭 보겠다고 별러왔던 영국 왕실의 고민과 대국민 관계를 소재로 한 시리즈물 '더 크라운(The Crown)' 시즌 1을 봤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인생 책이라고 소개한 그는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3권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과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들었다. 인간이 무엇이고, 어떻게 진화했는지, 인간이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일현 기자, 조선일보(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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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의 평형수가 완전히 고갈되는 날
주경철 '마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대인의 수난은 나치에 의한 것만이 아니었다. 유대인들은 나라 없는 민족으로 3000년을 이 나라 저 나라에 흩어져 살면서 정착한 나라에 기여도 많이 했건만 어느 날 갑자기 추방령이 내려 즉시 재산을 챙겨서 언제까지 나가라거나 또는 재산까지 몰수당하고 추방당하기 일쑤였다. 개별적인 차별과 박해는 일상이었고 대규모 학살도 숱하게 당했다.
수많은 나라에서 전염병이나 천재지변, 흉작 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면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푼다든가 종교의식용으로 어린이를 살해한다는 따위의 소문을 퍼뜨려서 유대인을 민중 분노의 표적으로 만들었다. 1000년 가까이 자행되었던 유럽의 잔혹한 '마녀'사냥('witch'의 대다수는 여자였으나 남자도 적지 않았다)은 도전을 두려워하는 공권력이 자신의 정당성을 선포하기 위해서 '악을 말살하는 위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한다. 세계 어느 민족이나 역사상 모두 이런저런 집단 박해를 당해 보았다. 그런데도 유사한 가해자가 되기를 삼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이 압승한 바로 다음 날 "세월호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겠다"는 맹세(또는 위협)를 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온 천하가 아는 바와 같이 과적과 평형수 부족이었다. 과학적인 원인이 확인되었는데 '원인'을 밝히겠다는 것은 사실상 유대인, 마녀, 또는(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경기부천병 당선자의 어휘를 빌리면) '짐승'을 만들어 내겠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좌파가 북한의 온갖 만행에 대해서도 사용하지 않은 이 '짐승'이란 어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월호 사고 발생 이래 불행히 자녀를 잃은 부모 중 상당수는 좌파에게 인질로 잡혀 몇 년이나 '애도'를 본업 삼기를 강요받았고 일부 정치인과 시민 단체는 세월호를 정치적 요술 방망이로 마구 휘둘렀다. 그렇게 해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좌파의 배타적 특권이 되었고 우파는 추모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불가사의하게 '가해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노란 배지가 상장(喪章)이 아니고 도전장, 고발장으로 보이게 되었다.
이 좌파 정부는 세월호 사고의 원인에 대해 어떤 가설을 입증하겠다는 것일까? 나의 두뇌로는 추측이 안 되는 그 가설은 아마도 모든 우파를 일거에 '불가촉천민'으로 강등하기에 족한 것일 게다. 그 가설이 억지로 '입증'되는 날, 대한민국호(號)는 평형수가 완전히 고갈되어 전복되고 말 것이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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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다음 스텝은… 왈츠, 태권도 3단 옆차기, 아니면 헛발질?
잇사 '개구리야 그런 목소리를…'
문재인 정권이 검찰을 초토화해서 조국과 청와대를 보호할 특공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뽑았더니 추미애는 즉시 청와대 앞에 붙은 불 위에 몸을 굴려서 진화하며 불길이 문 정부 요인들에게 닿지 않게 하려고 사투하고 있다. 자기가 보호하는 대상이 섬길 가치가 있는지, 그들을 결사 옹호하는 말과 행위가 자신의 인격이나 명예 또는 정치적 생명에 끼칠 영향이 무엇일지 전혀 가늠 못 하는 사춘기 여학생 같아서 딱하다. 남자 같았으면, 개인적 손익 계산을 재빨리 해서 지탄받는 일은 가급적 시늉으로 때우려 했을 것 같은데.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을 분리하다니, 수사한 검사는 심문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공소를 결정하는 검사는 피의자와 접촉 없이 수사 기록만 보고 글에는 드러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한 '감(感)'이나 심증을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있다 해도 왜 그런 인력 낭비를 하는가? 또 그 경우 수사 검사와 공소 결정 검사 사이의 서열은 어찌 되는가?
추미애는 일본에서는 그렇게 한다고 주장했는데, 일본 검찰 제도는 동일한 것이 아니거니와 일본 제도라면 이점이 없어도 본받아야 하는가? 또 추미애는 검사들에게 검사 동일체라는 것이 이제 무너졌으니 검찰총장의 명령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검사 동일체는 법무장관이 무너졌다고 선언하면 무너지는 것인가? 나아가 상명하복 문화도 깨야 하니 검찰총장은 건너뛰어도 좋다고 했다니, 그는 법무부 차관보나 차관이 자기를 건너뛰어 대통령과 직거래하면 개혁 마인드를 갖춘 훌륭한 공무원이라고 칭찬할 텐가?
검찰의 공소장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국민의 알 권리는 나중에 충족하면 된다고 한다니, 국민의 알 권리가 유보되어도 괜찮은 기간은 얼마인가? 추미애는 애당초 정계에 진출할 때 정치 도의로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을까, 없었을까? '누구든 덤벼만 봐라' 하는 듯한 그의 자살 특공대 같은 표정을 보니 그의 초심이 무엇이었을까 매우 궁금해진다. 그는 문 정권 측에서 그 살신적(殺身的) 봉사 대가로 어떤 보답을 약속받았는지 모르겠는데, 이 거짓말 잘하는 정부가 그 약속을 지킬까? 아줌마가 너무 사나워서 표 떨어졌다고 오히려 볼멘소리나 들으며 팽당하지 않을까?
18~19세기 일본 하이쿠의 대가 잇사(一茶)는 읊었다. '개구리야, 그런 목소리를 가졌다면 춤추는 것도 배울 만하겠구나.' 추미애는 이제 어떤 무도를 보여주려나? 왈츠의 낭만적 스텝은 아닐 것 같고 영춘권 보법? 태권도의 3단 옆차기? 아니면 헛발질?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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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하나가 대수이겠냐고?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는 외숙부, 숙모와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지나게 된 다아시의 저택을 보고 그의 구혼을 모질게 거절한 것에 대해 후회 비슷한 마음이 든다. 그것은 그 저택의 부동산 가치 때문이 아니고, 위풍당당하지도 않고 과시적인 치장도 없이 자연과 편안한 조화를 이룬 저택을 보니 다아시가 자기가 생각했듯 거만하고 배려심 없는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 시대에는 오래된 장원(莊園)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대부분 돈을 처들여 요란하고 천박하게 고치고 치장해서 그 장원의 유서와 정감을 말살하곤 해서 오스틴의 개탄을 샀다. 다아시의 저택은 내부 역시 과시적 요소가 배제된 절제되고 품격 있는 공간이어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다시 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 '촛불'이라는 가로 11m 세로 3.6m의 대형 그림을 걸었다고 한다. 그 속에는 촛불 광장의 수많은 피켓이 그려져 있는데 인터넷에 비스듬히 비친 사진으로는 '재벌총수 구속하라'와 '탄핵' '박근혜' 정도의 구호가 보였고 커다란 면도칼이 뚜렷이 보였다.

청와대 본관 로비에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진 촛불집회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이 걸렸다. 이 그림은 임옥상 작가가 그린 '광장에, 서'라는 작품으로 30호 캔버스(90.9㎝X72.7㎝) 108개를 이어 완성한 그림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그 그림이 "우리 정부 정신에 부합하고 정말 좋아" 보여서 걸었다고 했다니 문 대통령의 인품과 안목을 반영하는 그림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청와대의 주인이 아닌 세입자로서 청와대를 치장할 때 자신의 취향보다는 국가의 이미지와 품격, 그리고 그림이 보는 사람에게 야기할 심리적 반응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그 그림이 걸린 방으로 재벌 총수들을 불러 생맥주를 따라주면서 투자를 더 하고 고용을 늘려서 우리 경제를 살려달라고 부탁할 작정인가? 외국 경제사절단을 그 방에서 접견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튼튼하니 투자하면 절대 안전하다고 보증할 심산인가?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은 1970년대 초에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조선업을 하라"는 난감한 명령성 권유를 받고 거북선이 들어 있는 지폐 한 장을 가지고 유럽에 가서 우리나라가 최고의 조선 국가가 될 수 있는 나라임을 '입증'해 차관을 받고 선박을 수주했다고 한다. 괴기한 분위기의 '촛불' 그림은 우리나라를 어둠이 지배하는 나라로 인식되게 할까 두렵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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