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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주인]

뚝섬 2020. 5. 27. 06:22

고흐의 1890년 작 '가셰 박사의 초상'은 주인이 14번 바뀌었다. 주인들의 면면이 다채롭다. 예술가, 화상, 금융업자, 전문 컬렉터, 나치 관료, 유대인 망명객, 기업인…. 13번째 주인은 일본의 다이쇼와 제지 회사 회장이었다. 그는 199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달러의 거액에 이 작품을 구입했다. 그림은 새 주인과 함께 도쿄로 건너갔다. 6년 뒤 일본인 회장은 세상을 떠났고 그림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의 주인은 다른 사람일 것이다. 세계의 명작 가운데 '가셰 박사의 초상'보다 소장자가 많았던 작품이 어디 있을까. 고흐의 또 다른 명작 '별이 빛나는 밤에'는 6명의 주인을 거쳤다.

1844년 김정희가 '세한도'를 그려 제자 이상적에게 주었다. '세한도'는 그해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이상적을 따라 중국을 여행했고, 1943년엔 일본 주인을 따라 바다를 건너가기도 했다. 1944년 컬렉터 손재형의 노력 끝에 극적으로 고향에 돌아왔지만 이후에도 주인은 계속 바뀌었다. '세한도'는 그렇게 10명의 주인을 거쳤다. 지금은 소유자의 기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하고 있다.

명작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세인들은 특히 주인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많다. 주인이 바뀌는 것도 열심히 눈여겨본다. 골동상, 수집가, 경매, 기증, 도난, 도굴 등은 따지고 보면 주인이 바뀌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가셰 박사와 '세한도'를 감상하면서 주인이 바뀌고 바뀌어야 했던 내밀한 사연에 귀 기울인다. 주인이 바뀌는 것이 때로는 가슴 졸이는 일이었겠지만, 세월이 흐르고 보니 작품의 중요한 이력이 되었다.

 

간송미술관의 불상 2점이 80여 년 만에 주인이 바뀔 운명에 처했다. 물론 이번 경매에서 주인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팔리든 팔리지 않든, 두 불상이 오랜 세월 간송 전형필 컬렉션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의 안타까운 사연 또한 먼 훗날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불상들의 가치를 높여주면 좋겠다.

 

-이광표 서원대 교수, 조선일보(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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