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자본 특수법인'들의 분노 비즈니스
자본 한 푼 없이 돈 만들던 과거 정치의 빈자리에
운동권 시민 단체가 등장… 영업 무기는 '분노'
분노 사라지면 안 되니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고 '진상 규명'은 끝없어야
과거 정치인들이 공공연하게 기업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일과는 돈 받아낼 기업인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돈 뜯기는 것이 일상이 된 기업인들은 정치인을 '한국형 무(無)자본 특수법인'이라고 불렀다. 자본은 단 한 푼 투자하지 않고도 돈을 만드는 특수법인인데 오직 한국에만 있다는 것이다. 자본 투자가 0원이기 때문에 이익률은 '무한대'다. '특수법인'이라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무자본 특수법인의 영업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강력한 영업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을 국회로 불러 망신 주거나, 무엇을 폭로한다거나, 수사를 시키는 등의 '힘'이 그 무기였다. 기업인들은 그 힘 앞에서 '생명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돈을 줬다. 기업인들 중에는 자신이 직접 무자본 특수법인을 차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사람도 있었다. 재벌 회장이 정치에 뛰어든 것은 매년 정치인들에게 주는 돈만큼을 자신이 직접 쓰면 '무자본 특수법인' 중에서 1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이 바뀌고 정착되면서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은 거의 사라지거나 약화됐다. 그 자리를 대신 메운 것이 이른바 '시민 단체'다. 전국에 1만5000곳 안팎이라는 시민 단체 중에는 정말 자원봉사로 유지하며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는 곳이 많이 있다. 이들을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존경한다. 그러나 시민 단체를 직업으로 만든 프로페셔널들이 '무자본 특수법인'화한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시민 단체들도 자본 0원으로 돈을 만든다. '영업 무기'도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들과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 무엇을 폭로한다거나, 불매운동을 한다거나, 반대 시위를 한다거나, 수사를 유도하는 등의 '힘'이다. 기업들은 여기에도 '생명보험'을 들어야 한다. 작년에 우리나라 기업이 낸 '준조세(세금은 아닌데 세금처럼 나가는 것)'는 4대보험료를 빼고 3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액이 이런 시민 단체 무자본 특수법인에 들어간 것이다. 윤미향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한 대기업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은 이 시간에도 전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시민 단체 중 가장 강력한 무자본 특수법인은 운동권들이 만든 것이다. 스무 살부터 정치를 한 사람들이어서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의 전략과 생리를 잘 안다. 어디를 어떻게 찌르면 돈이 나오는지 알고 있다. 참여연대가 시민 단체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을지도 모르는 자체 사옥을 지으면서 기업들에 신축을 알리는 공문을 보낸 것은 찌를 곳을 찌른 것이다.
이 운동권 무자본 특수법인들은 민주당하고 거의 한 몸과 같다. 지금은 집권 세력이 됐다. 국민 세금이 이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통로가 커지고 공식화된 것을 의미한다. 정의연은 2016년에 국고보조금을 1600만원 받았는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작년엔 7억4000만원을 받았다. 운동권 시민 단체들이 대부분 이럴 것으로 추측한다. 작년에 전국 시민 단체가 받은 국가 예산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쩔쩔 맬 정도이니 기업에 운동권 시민 단체는 두려운 대상이다.
과거의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과 지금의 운동권 무자본 특수법인은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정치는 순전히 '완력'을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운동권은 '분노'를 이용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은 강력한 힘이다. 약점이 많은 기업들은 꼼짝할 수 없다. 일반 대중의 분노는 특히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운동권 시민 단체가 촉발하는 분노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민주당 정권은 다시 시민 단체를 돕는 '순환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정의연이 전형적 사례다. 정의연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부하고 대중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를 포함한 우리 사회 다양한 분노는 문재인 정부 지지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정의연은 종전의 40배에 달하는 국고보조금과 누구도 못 건드리는 '성역'이라는 보답을 받았다. 그 성역 속에서 그런 돈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이는 일종의 비즈니스처럼 보인다. 한상진 교수가 "시민사회 대변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 "정의연은 도덕성을 무기로 활용"이라고 한 것도 비슷한 얘기다.
운동권 무자본 특수법인의 분노 비즈니스는 위안부 문제만이 아니다. 미선·효순 사건, 광우병 사태, 세월호 사태, 사드 사태 등이 모두 분노의 소재가 됐다. 문제가 해결되면 분노가 사라지기 때문에 곤란하다. 진상 규명은 끝이 없어야 한다. 지금 3차인 세월호 진상 규명위는 필요에 따라 4차, 5차로 넘어갈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윤미향에게 "굴복하지 말라"고 했다. 굴복이라니, 책임 안 져도 되는 성역의 '특수법인'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0-05-2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 못 간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아니다
국가보훈처가 6·25 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 측에 "장군이 돌아가시면 서울 현충원에는 자리가 없어 대전 현충원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지금 여권 일각은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를 이장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친일파 낙인은 자신들이 찍는다. 이들이 친일파로 매도하는 백 장군이 사후(死後) 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뽑혀나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훈처 측은 "단순히 법 개정 상황을 공유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현충원은 안 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백 장군 측도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100세 호국 원로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두려운 일이다.

백 장군이 6·25 때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내지 못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다. 백 장군 현충원 안장을 막는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당연히 없다. 백 장군은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인 다부동 전투에서 8000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2만여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도망치려 하자 백 장군이 맨 앞에 나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고 독려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미군에 앞서 평양에 입성했고, 1·4후퇴 뒤 서울 탈환 때도 최선봉에 섰다. 6·25의 살아 있는 전사(戰史)이자 전설이다. 그는 국군 창설에 참여했고 휴전회담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군 최초 대장에 올라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맡으며 군 재건을 이뤄냈다. 이런 백선엽을 미군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한국군 장교' '최상의 야전 지휘관' '참모와 지휘관 모두 탁월'이라고 평가했다.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취임하면 백 장군을 찾아 전입신고를 했다. 단순한 '한·미 동맹의 상징'이 아니었다. 백 장군을 군 작전가로서 존경했다.
그런데 여권 지지 세력은 나라를 지킨 백 장군을 깎아내리기만 한다. 그의 공훈에는 눈을 감고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에 복무한 기록만 부각시켜 '독립군 토벌 친일파'라고 한다. 이렇게 친일파 공격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정작 자신의 부모가 진짜 친일파인 경우가 숱하게 드러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백 장군이 "당시 중공 팔로군과 싸웠고 독립군은 구경도 못 했다"고 했으나 이는 외면한다. 이 정부 광복회장은 "백선엽은 철저한 토착 왜구"라고 했고, 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백 장군을 '민족 반역자'로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백 장군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남침 공로로 북한에서 중용된 인물을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 육사는 백 장군 활약을 그린 웹툰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그의 훈장을 박탈하자는 주장이 나오더니 이제는 현충원 안장까지 시비 거는 것이다.
이들이 백 장군을 공격하는 진짜 이유는 그가 친일파여서가 아니라 6·25 때 공산군과 싸워 이겼기 때문일 것이다. '친일파'라는 것은 대중의 반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안식처다. 백 장군이 현충원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아니다. 6·25 때 백 장군의 지휘 아래 목숨을 바친 12만명의 국군 선열이 통탄할 일이다.
-조선일보(20-05-2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누가 친일파인가
文 대통령의 지난 3년, 잇따른 한일 관계 파괴
일본 우익엔 활로 열어주고 親韓세력은 소멸 위기로 몰아
"2차 대전 후 지성적이고 사상적 축적을 해 왔던 일본의 양심 세력들이 분명히 있는데 혹시 이분들의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나올 수 없는 분위기인가."
지난해 10월 주일대사관 국정감사장.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질문이 국감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왜 이전과는 달리 일본 진보 세력이 한국을 응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는 개탄에서 나온 것이었다.
남관표 대사는 당시 부임 5개월을 막 넘기고 있었다. 그가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뼈저리게 느낀 일본 상황이 국회 속기록에 기록돼 있다. "일본 내에서도 양심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적지 않게 있다. 간혹 그분들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서 발표되기도 하고 단체적 의사 표시도 하는데 비중으로 봐서는 굉장히 소외된 감이 있어서 상당히 안타깝다." 남 대사는 30년 넘는 공무원 생활 동안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런 외교관이 '굉장히' '상당히'라는 수식어를 사용해 친한(親韓) 세력의 상황을 묘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도쿄 한복판에서 나온 여당 중진 의원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출신 남 대사 간의 무거운 대화. 이 장면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본 내 친한파 인사들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현 정부가 지난 3년간 위안부 합의 파기, 징용 배상 추진, 한일 청구권 협정 무시로 한일 관계를 부숴온 결과는 참담하다. 일본 내 혐한(嫌韓) 우익의 활로를 활짝 열어주고, 친한파는 남 대사의 표현대로 '굉장히' 소외돼버렸다.
1965년 수교 후 한일 역사 문제는 한국의 시민 단체 홀로 뛰어서 진전된 것이 아니었다. 동해(東海) 건너편에서 손뼉을 맞춰온 이들이 일본 정치의 중심지 나카타초(永田町)를 움직여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모태가 된 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일조했다. 사할린 잔류 한국인이 귀국하는 데도 오누마 야스아키(大沼保昭) 도쿄대 명예교수 등의 공헌이 컸다. 그랬던 이들이 현 정부 들어서 일본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은 물론 따가운 시선을 받는 처지가 돼 버렸다.
한일 역사 문제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다. 여기에 깊숙이 관여했던 일본인 관계자는 현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 사회는 그동안 식민 지배라는 원죄 때문에 한국의 무리한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기존의 일한 합의를 모두 뒤집어엎으려고 해 우익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젠 나 같은 사람이 한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부의 후원으로 그간 '무한 권력'이 돼 질주해 온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씨에게 실망한 친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그중 한 명은 윤씨 사건이 터진 후, "문재인 정권 들어서 마치 벼슬을 단 것처럼 행동하던 이들의 위선을 자주 봐 와서 별로 놀랍지 않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일본 내 친한 세력의 실망감은 표면화하고 있다.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마이니치신문·아사히신문이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것은 이제 뉴스도 안 될 정도다.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해 온 공로로 만해평화대상을 받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도 화가 나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하면서 정작 위안부 피해자 4분의 3이 일본 정부가 보낸 위로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 이라고 비판한다.
여당과 친문(親文) 세력이 자주 활용하는 '친일파'는 오래전에 유효기간이 끝난 개념이다. 그럼에도 "친일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그들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지난 3년간 일본 사회의 친한 세력을 위축시키고 혐한 세력의 힘을 키워준 문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을 친일파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이하원 도쿄 특파원, 조선일보(20-05-2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윤미향 굴복 말라" "모두 자성하라"는 與 대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성숙한 민주 사회로 도약할 수 있게 모든 부문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씨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관련된 의혹들은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그런 의혹을 갖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자성'은 스스로 반성하는 것인데 지금 윤씨 사태와 관련해 도대체 누가 반성을 해야 하나. 윤씨와 그를 공천한 민주당인가, 국민인가.
정의연과 윤씨 관련 의혹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에 속을 만큼 속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고 했다. "나는 30년 재주 넘고 돈은 그들이 받아먹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에게도 '자성하라'고 한 셈이다.
윤씨와 정의연의 문제는 단순한 의혹 수준이 아니다. 회계 장부에서 사라진 국민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이 37억원에 달한다. 걷은 돈보다 쓴 돈이 훨씬 적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왔다. 정의연은 올해도 20억원을 걷어 2.5%에 불과한 5000만원만 할머니에게 쓸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사기 문서나 다름없는 계획서로 10억원을 타내 마련한 안성 쉼터에는 할머니가 단 한 명도 살지 않았다. 대신 수련회장, 바비큐 파티장, 펜션으로 사용됐다. 비싸게 사서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씨는 11차례나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걷었다. 여당 대표는 이 모든 문제가 별것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이상하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향해 '자성하라'고 손가락질한다. 국민이 압승을 안겨준 뜻은 이렇게 오만하라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선일보(20-05-28)-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렇다면 현충원에, 백선엽 대신 김원봉 묻을텐가] (0) | 2020.05.29 |
|---|---|
| [위협이 위협을 낳고 결국 충돌했다] (0) | 2020.05.29 |
| ['재주는 곰이, 돈은 되놈이'] [文 정권은 윤미향씨에게 왜 금배지를 달아줬나] ['피해자가 가장 중요하다'더니 부담되자 '토착 왜구'라 조롱] (0) | 2020.05.27 |
| [177석 與 처음 하는 일이 또 과거 뒤집기와 국립묘지 파묘론] [임금이 몰래 하고 싶어 하는 것] (0) | 2020.05.27 |
| ['프레지덴셜 미스·미스터 트롯'을 펼쳐라] 스스로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은 채 썩은 뿌리로 똬리만 트는 것은 '수구(守舊)'일 뿐.. (0) | 2020.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