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177석 與 처음 하는 일이 또 과거 뒤집기와 국립묘지 파묘론] [임금이 몰래 하고 싶어 하는 것]

뚝섬 2020. 5. 27. 06:20

177석 與 처음 하는 일이 또 과거 뒤집기와 국립묘지 파묘론

 

민주당 최고위원이 북한이 벌인 폭탄 테러로 결론난 1987년 칼(KAL) 858기 폭파 사건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가 KAL기 추락을 북한 소행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과거사 뒤집기 첫 번째 바람이 불었던 노무현 정부 때도 똑같은 목적으로 이 사건을 재조사했었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의 결론은 "안기부 조작설은 사실이 아니며 북한 대남 공작 조직의 주도에 의한 테러"였다.

그런데 민주당 최고위원이 "노무현 정부 때의 재조사도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영향력이 작용됐을 것"이라며 다시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이 퇴임하고 내란과 뇌물 등으로 법의 단죄를 받은 지 10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더구나 진보 정권이 두 번째 들어선 노 정권 아래서 그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재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인가. 아무리 아무 말이나 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이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민주당 당선자들은 "친일파 묘지를 국립묘지에서 파내서 옮겨야 한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좌파 진영은 '친일 인명 사전'을 기준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60여 명을 문제 삼아 왔다. 이 논리대로라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도 옮겨야 할 대상이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키운 사람들이다.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런 주장을 하나. 선거에서 승패가 엇갈릴 때마다 국립묘지를 파헤치자는 건가.

여당 의원들은 '한명숙 전 총리 무죄' 주장도 이어가고 있다. 판사 출신인 한 친문 의원은 "(건설업자) 한만호 비망록은 당시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이 비망록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면밀하게 검토됐다.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않아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면 나라가 재심으로 날을 지새워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면 흑이 백으로 바뀌나.

선거 압승 직후엔 민주당 내에 '과거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기류가 있다고 했다. 당시 탄핵 역풍으로 대거 당선돼 '탄돌이'로 불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와 정치를 마구 어지럽혔다. 민주당이 그에 대한 반성을 하는가 기대했으나 지금 상황을 보면 열린우리당 이상으로 갈 조짐이 보인다.

 

-조선일보(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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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몰래 하고 싶어 하는 것

 

교언영색(巧言令色)이란 말은 '논어'에 나온다. 공자는 "교언영색하는 사람 중에 마음속까지 어진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교언영색하는 사람이 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 어진 사람도 교언영색, 즉 말을 잘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데 그중에 겉만 그렇고 속은 어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원래 이 말의 저작권은 고대 중국의 주나라 천자 목왕(穆王)에게 있다. 그는 백경(伯冏)이라는 신하를 재상으로 삼으면서 사람을 선발하는 지침을 내려주었는데 그것이 '서경(書經)' 주서(周書)에 실려 있다.

"관리를 선발할 때는 신중해야 하니 교언영색하고 편벽측미(便辟側媚)한 자는 쓰지 말고 길사(吉士)를 쓰도록 하라."

여기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오히려 편벽측미다. 글자 하나하나가 뜻을 갖는다. 편이란 임금이 몰래 하고 싶어 하는 바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고, 벽은 반대로 임금이 속으로 싫어하는 바를 어떻게든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측이란 간사함이고 미는 아첨하는 것이다. 즉 간신이나 소인의 전형적 모습과 행태다. 반면에 길사란 군자를 말한다. 이 여덟 글자 중에서 요즘 시사(時事)의 문맥에서 눈길이 가는 말은 편벽이다. 한쪽으로 쏠린다는 뜻의 편벽(偏僻)과는 전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갖고 있는 각별한 정이랄까 부채 의식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권 정치인들이 개원(開院)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한명숙 9억원 뇌물 수수 사건' 재조사를 경쟁적으로 입에 올리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유죄 사건을 무죄라고 강변하고 나선 것이다. 총선 승리에 도취돼 자신들은 못 할 것이 없다고 확신하지 않는 한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떠 공수처가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편벽(偏僻)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편벽(便辟)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법치는 야금야금 잠식돼 가고 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조선일보(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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