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단 1표의 반대] [사드 장비 교체까지 中에 사전 설명해야 한다니 군사주권국 맞나]

뚝섬 2020. 5. 30. 06:42

단 1표의 반대

 

1949년 9월 중국 정치협상회의가 초대 국가주석을 뽑을 때 모두가 마오쩌둥의 만장일치를 점쳤다. 그런데 576명 중 반대 1표가 나왔다. 당황해하는 선거관리위원들에게 마오가 "반대는 반대일 뿐"이라며 결과 발표를 지시했다. 당시 당 안팎에선 마오 본인이 '겸양'의 의미로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한참 뒤 이 반대자는 옌징대 교수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이후 누명을 쓰고 쫓겨났고 문화대혁명 때 옥사했다.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서 선거·표결은 대부분 형식적이다. 공산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거수기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헌법 개정과 주석·총리 선출권을 가진 명목상 최고 권력기관이지만, 서방에서 '고무도장(rubber-stamp)'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실제로 70여 년 동안 당의 결정을 번복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결도 수두룩하다.

 

▶'고무도장'이 변화 조짐을 보인 적도 있다. 2008년 2946명이 참석한 전인대에서 한 상무위원 임명 동의에 반대표 688장이 쏟아졌다. 부장(장관) 4명도 100장이 넘는 반대표를 받았다. "당내 민주화 진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민일보는 "만장일치는 민의를 납치하는 것"이라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에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8년 전인대는 반대는 물론 기권표 하나 없이 시진핑을 주석으로 다시 뽑았다. 시진핑 종신 집권을 가능케 하는 수정 헌법안마저 찬성률 99.8%를 기록했다.

▶엊그제 전인대가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을 찬성 2878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이는 '일국 양제'와 '고도의 자치'라는 약속을 깨뜨리는 행위다. 미국이 이 법안 통과 시 홍콩의 국제 금융·물류 중심지 위상을 없앨 수 있는 제재를 예고해 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중대한 사안에 반대가 단 1표였다. 홍콩에서 온 대표단이 200여 명인데 이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15억 인구의 나라가 이렇게 일방통행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소름을 돋게 한다. 이미 우리에게도 이 일방통행이 밀어닥치고 있다. 경제·군사력 뒤에 감춰진 일당 독재의 민낯이다. 세계는 이 본질을 잘 알기 때문에 중국을 경계하며 '글로벌 리더'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한국 정부에만 "중국과 운명을 같이하겠다" "중국몽을 꾸고 싶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임민혁 논설위원, 조선일보(20-05-3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드 장비 교체까지 中에 사전 설명해야 한다니 군사주권국 맞나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28일 한밤중 경북 성주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의 노후 장비 교체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단체와 마을 주민의 저항을 뚫고 작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지면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사드는 북핵 미사일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장비인데도 관련 작업을 할 때마다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쉬쉬하며 일을 처리해야 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나.

군은 이번 작업이 운용 시한이 넘은 요격 미사일을 동일한 종류와 수량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해서 바꾼 것일 뿐이라면서 "사드 체계의 성능 개량과는 상관이 없다"고 몇 차례나 강조하듯 말했다. 우리가 배치한 사드 성능이 원래보다 좋아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인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 역량은 끊임없이 고도화되고 있다. 불규칙 비행으로 요격을 피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 실험을 작년에만 13차례나 했다. 미국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 2016년 이래 대폭 증강된 북 미사일에 대처하려면 사드 성능 개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미사일 방어국장은 사드 발사대와 포대의 연결 방식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꿔 수십km 떨어뜨리면 사드 방어 영역을 수도권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북 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 개량 필요성을 검토하고 제안하는데 정작 북핵 피해자인 한국의 군은 사드를 개량하는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중국이 화낼까 봐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군은 이번 사드 장비 교체 작업에 대해 사전에 중국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우리가 우리 안보를 위해 하는 일을 왜 중국에 일일이 보고해야 하나. 세상에 군사적 조치를 다른 나라에 미리 알려주는 나라도 있나. 사드 레이더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중국에 설명했다. 그런데도 낡은 장비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조차 중국에 미리 알려줘야 한다니 이 나라의 군사 주권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조선일보(2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