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뭐길래… 포르셰·롤스로이스까지 빠져들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
[작물 생산과 꿀벌]
꿀벌이 뭐길래… 포르셰·롤스로이스까지 빠져들었다
생태계 파괴에 집단 폐사···
세계가 ‘꿀벌 살리기' 나섰다
지난달 20일 서울 동작구 동작소방서.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 꿀벌들이 살림을 차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에 자리 잡은 벌의 수만 어림잡아 2만 마리. 그런데 소방서 관계자들은 물대포로 직접 벌집을 제거하는 대신 일명 ‘꿀벌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곧 현장에 도착한 꿀벌구조대 활동가들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대에 벌 무리를 담아내더니, 훈연기로 여왕벌 흔적까지 말끔히 제거했다. 남은 벌들도 여왕벌의 냄새를 따라 벌통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구조된 벌들은 한국항공대 내부에 있는 양봉장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됐다.
꿀벌구조대는 말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꿀벌을 살리는 구조팀이다. 도시 양봉을 하는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서울’이 성동소방서 등과 협약을 맺고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은 소방서에서 벌집 제거 요청을 받으면 주로 물대포나 화염방사기를 사용했지만, 어반비즈서울은 자체 개발한 분봉 청소기 등으로 벌들을 산 상태로 구조한다. 이렇게 구조된 벌들을 도시 양봉장으로 옮기는 게 꿀벌구조대의 임무다.
이날 현장에 출동했던 어반비즈서울 박찬 이사는 “자연 생태계 유지에 꼭 필요한 벌들이 도심에서 터전을 잃는 게 마음이 아파 구조대를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벌이 얼마나 위기에 빠져 있길래 이들은 ‘구조대’까지 운영하는 걸까.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꿀벌구조대’ 팀원이 분봉 청소기로 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구조한 벌은 인근 도시 양봉장으로 보낸다. /어반비즈서울
◇이상 기온 현상에 꿀 생산량 10% 불과
양봉업만 42년째 하고 있다는 윤화현(66) 한국양봉협회 회장에게는 지난 한 해가 ‘역대 최악의 해’였다. 4월 늦추위로 꿀벌이 꿀을 주로 채집하는 아까시나무의 꽃봉오리가 제대로 맺지 못한 탓에 벌꿀 생산량이 평년의 30%에 불과했다. 200군의 벌통을 운영하고 있다는 윤 회장이 지난해 만진 돈은 기껏해야 2000만원 남짓. 통상 벌통 1군에 4만~5만 마리의 꿀벌이 들어있는 점을 감안하면, 1000만 마리의 벌이 마리당 겨우 2원을 벌어온 꼴이었다.
문제는 올해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3월의 평균·최고·최저기온은 모두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아까시나무 꽃도 평년보다 5일 정도 먼저 폈다. 그런데 4월 들어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권에 들어서고 비가 자주 오는 등 저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꿀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은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난생처음 겪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상 현상’은 최근 전국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에서 3대가 양봉을 하고 있다는 김선희(68)씨는 “지난해 꿀벌 생산량이 2019년 대비 2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면서 “올해도 꿀 농사를 망칠 가능성이 크다. 막노동을 알아보는 농가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원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연간 2810만원이었던 양봉 농가 소득은 2018년 207만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꿀벌 사육 가구 수가 1만9903가구에서 2만9026가구로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양봉 농가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주된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꿀벌들이 바뀐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먹이를 생산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또 농약 사용과 도시화로 밀원지(벌이 꿀을 빨아오는 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낭충봉아부패병 같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토종벌 개체 수가 90% 정도 감소하는 등 꿀벌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꿀벌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고, 영국 역시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을 채집하러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유충이 집단 폐사하는 이른바 벌집군 붕괴 현상(CDC·Colony Collapse Disorder)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최초 꿀벌 수의사인 정년기 박사는 “최근 10년 사이 세계적으로 꿀벌 생태계가 빠르게 파괴되는 추세”라면서 “한국은 특히 단위면적당 꿀벌 개체 수가 많아 먹이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했다.
문제는 꿀벌이 자연 생태계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곤충이란 점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이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를 매개(가루받이)하고 있다. 꿀벌 의존도가 100%인 아몬드는 벌이 사라지면 재배하기가 불가능해지고, 사과나 양파 등도 수분의 90% 이상을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에 따르면,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사라지면 과일과 채소 값이 급등해서 한 해에 14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 UN은 2017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다.

서울 동작구 핸드픽트 호텔이 건물 옥상에서 도시 양봉을 하는 모습. /핸드픽트호텔
◇포르셰·롤스로이스도 ‘꿀벌 살리기'
꿀벌 생태계 조성 운동이 주목받는 건 이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직접 꿀벌을 키우거나, 아예 국가적 차원에서 꿀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포르셰는 라이프치히 지역에서 꿀벌 약 150만 마리를 기르면서 한 해 400㎏의 꿀을 생산하고 있고, 영국의 롤스로이스도 본사 인근 부지에 25만 마리의 꿀벌 서식지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브랜드 ‘마몽드’를 통해 서울숲, 서울시립미술관 등지에 꿀벌 정원을 조성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양봉 산업 지원을 위해 2019년 양봉산업법을 지정하고 국유림을 중심으로 아까시나무 등 밀원수를 연간 150헥타르(ha)씩 심기로 하는 등 국가적인 ‘꿀벌 살리기’에 나섰다. 어반비즈서울이 꿀벌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도시 양봉도 꿀벌 생태계 복원의 복안으로 꼽힌다. 도심에 양봉장을 만들어 벌들이 화단이나 공원에서 꿀을 채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 양봉을 하면 인근 꽃의 발화율이 증가해 다른 곤충과 소형 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핸드픽트 호텔은 2016년부터 호텔 옥상에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호텔 김성호 대표는 “양봉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벌집을 처음 보는 어린이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했다. 정년기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훼손된 밀원지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종헌 기자, 조선일보(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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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진다면?… 식량 자원 3분의 1 감소
꿀벌

/그래픽=유재일
지난 1월 아르헨티나 연구진이 2015년 기준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야생 꿀벌 종류가 1990년보다 25%나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불과 25년 만에 야생 꿀벌이 엄청나게 사라진 거죠.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2017년 유엔(UN)은 전 세계 벌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기후 온난화, 살충제 살포, 전염병, 야생화 서식지 감소 등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토종벌도 가뜩이나 꿀 따는 능력이 월등한 서양 꿀벌이 도입되면서 수가 서서히 줄어왔는데, 최근엔 '꿀벌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등이 창궐해 멸종 직전에 몰렸다고 합니다.
전 세계 곳곳에선 벌을 보호하는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요. 네덜란드는 도시 곳곳에 벌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대나무로 만든 '벌 호텔'을 설치하고, 버스 정류장 위에 식물을 심어 '벌 정류장'도 만들었죠. 고속도로 등에 야생화를 심는 '꿀 고속도로' 사업도 펼친다고 해요. 이런 노력으로 벌 개체 수가 조금 회복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벌 감소에 우려를 표하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9년 런던 왕립지리학회는 벌을 '살아 있는 가장 중요한 생명체'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 사태로 '꿀벌발 식량난 우려'
벌의 종류는 8000~2만종에 이르고, 꿀벌과에 속하는 벌만 해도 5700여종에 달해요. 꿀벌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바로 꿀벌들이 꿀과 꽃가루를 먹으려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면서 꽃의 수분(受粉)을 돕기 때문이에요. 수분은 꽃가루가 암술에 붙는 것이에요. 수분이 되어야 수정이 이뤄지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2006년 독일 연구진 연구에 따르면, 사과·배 등 인간이 기르는 주요 농작물 종류의 70%가 꿀벌 같은 동물이 수분 활동을 도와줘야 한다고 합니다. 이들 농작물의 생산량은 전체 농작물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해요. 이때 농작물 수분 활동을 돕는 동물은 나비·새 등 다양하지만, 대다수는 꿀벌의 도움으로 수분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꿀벌이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373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꿀벌 수급이 잘 안 되어 전 세계 식량난이 우려된다는 뉴스까지 들려왔어요. 꿀벌은 각 지역에 사는 토종도 있지만 외국에서 수입도 하고 양봉업자가 기르기도 해요. 그런데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자 꿀벌을 수입하지도 못하고 해외 양봉 인력을 데려오지도 못해서 농작물 수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합니다.
로열젤리 계속 먹어야 여왕벌 돼
벌은 자손의 성별을 조절할 수 있는 대표적 생물이에요. 여왕벌은 수벌과 짝짓기 중에 받은 정자를 몸 속 저정낭에 저장해두고 조금씩 꺼내어 사용해요. 이때 자신의 난자와 수벌의 정자를 결합한 수정란에서는 암컷이 나옵니다. 정자를 사용하지 않고 난자만으로 태어나는 것은 수벌이죠. 이를 처녀생식이라고 해요. 수벌뿐 아니라 수개미도 처녀 생식으로 태어난답니다.
암컷 꿀벌 애벌레 대다수는 생식력이 없는 일벌이 되지만, 일부는 생식력을 갖춘 여왕벌로 자라요.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운명을 가르는 요인이 먹이 차이라는 것이에요. 갓 태어난 애벌레는 모두 첫 3일은 로열젤리를 먹고 자라요. 로열젤리는 번데기에서 깨어난 지 5~15일 된 일벌 머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에요. 그런데 이 로열젤리는 3일 이후엔 특정 애벌레에게만 공급되는데 이 애벌레가 여왕벌이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로열젤리 속 로열락틴이란 성분이 일벌과 여왕벌을 가르는 핵심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난해 연구에선 로열젤리 성분보다 양이 더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일 덜 하는 겨울에 태어나면 더 오래 살아
꿀벌의 일생은 '효율성'이란 슬로건 아래 꽉 짜여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일벌은 6일간 짧은 애벌레 생활을 마치고 12일 동안 번데기로 지내다 일벌이 되어 벌집 속 자기가 머물던 육각형 방에서 나옵니다. 이후 며칠 동안은 벌집 안에 머물며 청소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관리하고, 몸속에 독액을 축적하기도 합니다. 5~15일까지는 머리에서 로열젤리를 분비해 동생 애벌레들을 먹이죠. 그러다 로열젤리 분비선이 막히면 그제야 집 밖으로 나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경계를 서요. 집 안팎을 순찰하며 부서진 곳이 있으면 밀랍을 분비해 수선하거나 새로운 방을 만들죠. 생후 18~21일 즈음 본격적인 바깥일을 시작합니다.
일벌이 한 번 일하러 나가면 평균 꽃 50~200송이에 날아들어 꿀 0.02~0.04g을 따서 돌아와요. 날씨가 좋고 꽃이 많이 피는 계절엔 하루에 8~16회까지 꿀을 따러 나간다고 해요. 노동 강도가 높은 한여름에 태어난 일벌은 겨우 두 달밖에 못 살지만, 겨울에 태어난 벌은 6개월까지 수명이 늘어납니다.
벌은 여름에는 날개를 부채처럼 이용해 벌집 안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가슴 근육을 떨어 열을 내서 벌집 안을 따뜻하게 유지합니다. 벌은 최고 50도까지 열을 낼 수 있어서 겨울에도 벌집 내부 온도가 32도 이하로 안 내려간다고 해요.
이런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벌의 일생은 주변 자연과 교류하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진화되어 왔어요. 그런데 최근 산업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벌을 둘러싼 환경이 지나치게 급변해 벌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꿀벌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인류의 삶 역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앞다리에 숨어 있는 특별한 기능
꿀벌 머리에는 눈과 더듬이가 한 쌍씩 있어요. 커다란 겹눈 사이에 자그마한 홑눈 3개가 있는 게 특징이에요. 홑눈은 빛을 감지하고, 겹눈은 사물을 구별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리 세 쌍은 역할이 달라요. 앞다리와 가운뎃다리는 꽃가루를 모아 뒷다리에 달린 꽃가루 수집 통에 모으는 역할을 해요. 앞다리에는 '더듬이 청소기'가 있어요. 반달 모양 홈에 잔털이 나 있는데 여기에 더듬이를 집어넣어 이물질을 털어냅니다. 더듬이에는 여러 감각 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털어줘서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은희 과학저술가/기획·구성=김연주 기자, 조선일보(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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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생산과 꿀벌
꿀벌이 전부 사라지면 과일·견과류 생산량 23% 줄어
향긋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5월이면 활짝 핀 꽃과 함께 떠오르는 곤충이 있어요. 바로 꿀벌이지요. 본래 꿀벌은 봄이면 꽃과 꽃 사이를 열심히 오가며 부지런히 일을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요새는 '붕~' 하는 꿀벌의 날갯짓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가로수 가까이만 가도 귓가를 맴도는 꿀벌을 피하느라 도망다녔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꿀벌은 꽃과 꽃을 이어주는 '매개 곤충'이에요. 꿀벌은 꽃 속을 뒤지거나 잎자루 끝에 달린 꿀샘을 찾아 채밀(꿀을 뜨는 것) 활동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꿀벌은 몸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옮겨 주지요. 다른 꽃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혀 수분(受粉·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붙는 일)이 일어나고, 곧 수정이 일어나 열매를 맺어요. 벌떼 한 무리는 4만~6만 마리의 꿀벌로 이루어지는데, 이 벌떼 한 무리가 하루에만 꽃 3억 송이의 수분을 도와줍니다.

채밀(꿀을 뜨는 것) 활동 중인 꿀벌의 모습. 이를 통해 꿀벌은 몸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옮겨주고 식물의 수정을 도와요. 하지만 최근 꿀벌 개체 수가 크게 줄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꿀벌은 이렇게 브로콜리, 양파, 가지와 같은 채소부터 수박, 딸기, 키위 같은 과일, 아몬드나 캐슈넛 같은 견과류까지 100가지 이상 작물의 수분을 돕는답니다. 이렇게 꿀벌이 지구를 위해 하는 일은 연간 수조원의 가치에 이른대요.
문제는 최근 꿀벌이 매우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1980년과 비교해 2010년대 미국과 유럽의 꿀벌 개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어요. 꿀벌 수가 계속 줄면 장기적으로 인간이 작물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A, 비타민B, 엽산과 같은 무기질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영양소가 풍부한 아몬드나 블루베리는 대부분의 수분이 꿀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위기라는 지적이에요. 이 때문에 사람이 일부러 붓에다 꽃가루를 묻혀 옮겨주는 등 임시방편을 쓰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꿀벌의 생산성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답니다.
연구자들은 꿀벌 감소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식물의 개화기(꽃이 피는 때)가 짧아진 점, '네오니코티노이드' 등과 같은 독한 살충제를 뿌린 꽃의 꽃가루를 꿀벌이 먹고 죽은 것이라는 분석, '낭충봉아부패병'과 같은 꿀벌 바이러스가 창궐한 점 등이 주요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담배나 오이와 같은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담배둥근무늬바이러스(TSRV)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꿀벌에게 전염된 사실도 밝혀졌지요.
꿀벌이 사라진 생태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쉽지 않아요. 꿀벌이 줄면 작물 생산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목축도 줄어들 수 있고요.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꿀벌을 비롯한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전부 사라질 경우 과일 생산량은 22.9%, 채소는 16.3%, 견과류는 22.9%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조선일보(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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