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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불통의 벽'] [법사위원장 가져간다고 울산 선거공작 진실 못 막는다] [협력의 역설]

뚝섬 2020. 6. 16. 08:26

민주당은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정부·국회 장악한 176석 與… 아직도 '약자' '탄압받는다' 생각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극심한 불안을 동반한 공황 증상에 시달린다고 한다. 직무 수행을 못 하겠다며 "이로 인해 받게 될지 모를 비난이 두렵다"고 했다. 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아픈 건 죄가 아니다.

민주당은 당론과 다른 투표를 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국회법 정면 위반이다. 민주당의 '단일 대오 강박'이 빚어낸 비민주적 결정이란 지적이 나왔다.

북한 김여정이 "확실히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라며 군사행동을 협박한 날, 민주당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북측 입장을 배려하지 못했다"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학성 발언이 뒤따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이 '집단적 강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질환이다.

공황이나 강박의 뿌리는 똑같이 '불안'이다.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느낄 때 찾아온다.

이해찬 대표는 불안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행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다. 참말로 징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총선 전에도 "(어디선가) 공작을 2~3개 정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씻기 어려운 트라우마가 됐다. 그런 일이 또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고 한다.

불안은 자기 힘으로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을 때 심해진다. 민주당은 아직도 자신들을 '약자'라고 여긴다. 당 대표를 노리는 한 의원은 "힘이 약한 자의 무기가 정치"란 말을 요즘도 한다. 이제 민주당이 압도적 강자라는 지적에 다른 중진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우린 그게 잘 안 된다."

민주당은 여전히 탄압받는다고 느낀다. 조국 사태 때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의 인권침해를 걱정했다. 윤미향 사건도 인권운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한다. 불법 자금을 수수한 한명숙 전 총리는 여전히 '정치 탄압'을 주장한다.

공황과 강박이 심해지면 환시, 환청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 '소득 주도 성장이 경제를 나아지게 할 것' 등 여권이 공유하는 믿음들이 혹시 이런 증상의 발현은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제가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씨는 "문 대통령도 불안에 빠져 있다"고 했다. 김씨는 "불안은 오로지 국정을 바르게 수행할 때 덜어진다"는 처방을 내렸다.

공황과 강박은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호전되고 완치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시작은 정확한 현실 인식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는 충분히 강하고, 현재 나를 해칠 만한 위협은 없다'는 인식이 불안을 없애고 병을 낫게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현실은 이렇다. 중앙·지방 행정부와 국회 의석 176석을 갖고 있다. 대기업들은 벌벌 떨며 심기를 살핀다. 그나마 위협이 됐던 검찰은 언제든 수사팀을 산산이 해체할 수 있음을 경험했고, 언론도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해 대부분 우호적이다. 만에 하나 2022년 대선에서 진다 해도 압도적 의석은 여전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민주당이 '아픈' 게 아니라 '나쁜' 거라고 한다. 혹시 '아픈 척'만 하는 거라면 지금 이 순간 불안을 느끼는 게 마땅하다.

 

-황대진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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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불통의 벽'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0%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점, 즉 지지 이유를 물은 항목에서 '소통(疏通)'이란 응답은 1%에 불과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지지 이유 1위인 '코로나19 대처'(43%)가 여전히 떠받치고 있었다.

3년 전 현 정부 출범 당시에는 갤럽 조사에서 10주 연속 '소통'이 대통령 지지 이유 1위였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 때에도 '소통을 잘해서 지지한다'가 27%로 압도적 1위였다. 탄핵 정국에 지친 국민의 '소통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소통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바닥 수준으로 추락한 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보훈처는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 명단에서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관련 유족과 생존자를 제외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포함했다. 통일부는 북한 김여정이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한 직후 탈북민 단체를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우리 국민과의 소통보다 북한 심기를 먼저 살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는 정의기억연대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 보고서에 대한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직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정대협 대표)과 면담한 기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여당 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윤미향 의혹'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정부와 여당이 정의연 사태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에 "정치는 소통"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不通) 정권"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야당이던 지난 정부 때에는 "대통령 앞에 거대한 불통의 벽이 놓여 있다"며 "소통과 대화, 타협을 해야 한다"고 날 선 비판을 반복했다. 하지만 과거에 상대방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요즘에는 정부의 탈원전 밀어붙이기란 거대한 절벽 앞에서 많은 국민이 암담함을 느끼고 있다.

여권(與圈)은 총선 이후 일방통행식 진영 논리와 독선의 늪에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총선 직후 실시한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국민 다수(55%)가 여당이 얻은 180석이 '과도하다'고 했고 '적절하다'는 32%에 그쳤다. 총선 승리에 취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역대 정부에 씌워졌던 '불통 정부'란 멍에를 이번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조선일보(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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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 가져간다고 울산 선거공작 진실 못 막는다

 

민주당이 어제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하던 국회 단독 일방 개원을 하더니 여야 합의로 뽑아오던 상임위원장도 야당을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 모여 선출한 것이다. 여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여야 의석수에 비례해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정치 문화가 정착된 1988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박병석 의장은 위원장을 뽑기에 앞서 야당 의원들을 6개 상임위원회에 강제로 배정했다. 지금까지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은 교섭단체 대표의 권한이었다. 기한을 어길 경우 의장이 선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한 적이 없다. 이마저 깨뜨리고 야당 요청 없는 상임위 배정을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은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야당이 계속 본회의에 불참하면 자신들끼리 모여 뽑겠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세력이 하는 행태는 과거 독재 정권과 다를 게 없다.

현재 민주당은 176석이고 범여 세력까지 합칠 경우 190석 안팎에 육박한다. 국회선진화법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먹은 모든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 왜 법사위원장에 이토록 목을 매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법사위원회는 검찰과 법원을 관할한다.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울산 선거공작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재판에 넘겨져 있다.

이 밖에도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조국 일가 사건' '드루킹 대선 여론 조작' 같은 정권 비리 의혹도 줄줄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과 법원 장악만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기 말 정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에 국회 관행과 민주 절차를 무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불법 비리 혐의에 대한 진실을 잠시 덮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결코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선거의 규칙인 선거법과 나라의 형사 사법 시스템을 바꾸는 공수처법을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 통과시켰다.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도 힘든 일이었다.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하더니 상임위원장마저도 야당을 배제한 채 자신들끼리 모여 뽑았다. 폭주 독주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한번 선을 넘으면 다음에는 쉬워진다. 앞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각종 정치 경제 사회 법안들이 브레이크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처리될 것이다.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조선일보(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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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역설

 

1990년 2월 넬슨 만델라의 출소로 남아공 사회는 일촉즉발 위기를 맞는다. 흑백 갈등은 물론, 진보 단체와 극우 보수 진영, 기업과 노동자, 빈민과 중산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1991년 9월 케이프타운 근교 몽플뢰르 콘퍼런스센터에 당시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과 앞으로 권력을 잡게 될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 22인이 모였다.

생각도 다르고 호감은커녕 서로 신뢰하지도 않는 이들을 대화와 타협으로 이끌 진행 중재자로 초빙된 사람은 바로 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셸의 갈등 조정 전문가 애덤 카헤인이었다. 나는 몽플뢰르 콘퍼런스 성공의 절반은 카헤인 영입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후에도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도와 오랜 내전을 종식하는 등 세계 여러 갈등 지역에 초대되어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그의 책 'Collaborating with the Enemy(적과 협업하기)'가 '협력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철천지원수처럼 으르렁거린다. 양당 원내대표는 서로 마주 보며 협상해야 할 시간에 연신 국민을 향해 '나는 맞고 상대는 틀렸다'며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카헤인은 이런 행위를 '적화(敵化) 증후군'이라 부른다. 국민이 매사에 관여할 수 없어 대신 일하라고 뽑았는데 한 번도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지 못하는 우리 의원들은 영락없는 적화 증후군 환자들이다.

나는 2020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최고의 덕목은 도덕성, 창의성, 근면함이 아니라 마주 앉아 이야기하며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세계 최고의 IQ를 지녔고 지나치게 근면하며 충분히 도덕적이다. 상대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도, 합의에 도달하지 않고도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제21대 국회의원과 보좌진 모두의 손에 '협력의 역설'을 쥐여주고 싶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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