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與가 野 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까지, 여기 대한민국 맞나] [통합당, 사람 귀하게 여겨라]

뚝섬 2020. 6. 17. 06:20

與가 野 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까지, 여기 대한민국 맞나

 

민주당이 어제 국회 법사위원회 등 6개 상임위 회의를 야당 없이 단독으로 열었다. 전날 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한 위원회들이다.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구성한 야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53년 전인 1967년 7대 국회 개원 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지만 당시는 야당의 교섭단체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의원들은 무소속 신분이었다. 엄연히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의장이 마음대로 아무 상임위에나 내리꽂아 배정한 것은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쉽게 못 했던 일이다. 그런 일을 당시에 민주화투쟁을 했다는 사람들이 했다. 생각조차 못 한 일들이 이 정권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여당 의원들만 모여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것도 1988년 13대 국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여야 의석수에 비례해 배분하는 정치 문화가 만들어졌고 위원장은 여야 합의로 선출됐다. 이 원칙과 관행은 30여년간 지켜졌다. 하지만 이번에 깨져버렸다. 박병석 의장은 의사봉을 쥐자마자 국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여러 원칙과 관행을 깨뜨리고 국회 시계를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 국회의장의 중립성, 여야 협치와 타협 등에 대한 고민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작년 말 선거법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 변경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여당은 이제 못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다른 당 의원들 상임위 강제 배정이라는 전대미문의 폭거까지 저지른다. 요즘 민주당의 독주와 폭주를 보면 여기가 대한민국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

 

-조선일보(20-06-17)-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통합당, 사람 귀하게 여겨라

 

AI 전문가를 영입하고 사흘 만에 내쳤다
상대의 비난이 두려워 상대의 억지에 따라
이렇게 쉽게 사람을 버리는 정당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누군가를 영입한다고 발표하고 며칠 후 공개 철회하면 당사자에겐 보통 모욕이 아닐 것이다. 폐지론이 나오던 미래통합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AI 전문가 이경전 교수를 내정해 놓고 사흘 만에 없던 일로 했을 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교수가 그런 글을 올렸는지 전혀 몰랐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그가 말한 '그런 글'을 찾아보니 총선 당시 차명진 후보의 발언을 계기로 이 교수가 세월호 일부 유가족의 일탈 의혹에 대한 개인 생각을 소셜미디어에 적은 글이었다. 이 교수는 일탈 의혹에 대한 뉴스플러스의 첫 기사를 "용기 있는 보도"라며 소개했고, "아이들을 욕보인 행위에 분노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차 후보의 발언은 분노가 아니라 한심한 조롱이었다"며 "그런 조롱은 자기들끼리 안 보이는 곳에서 하라"고 했다. 몇몇 자극적인 단어가 있지만, 지인과 소통하는 소셜미디어에선 용인되는 수준이었다. 여의도연구원장은 성직(聖職)이 아니다. 개인 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내치는 통합당의 정체는 무엇인가.

거대 여당은 세월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역사왜곡금지법안을 지난 1일 발의했다. 근현대사에 대한 자유로운 평가와 비판을 억압하는 법안으로, 통합당이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한다면 앞장서 막아야 할 전체주의적 악법이다. 그런데 이 법안이 여당에 의해 법으로 탄생하기도 전에 통합당은 똑같은 억지 논리에 따라 자신이 영입한 인재를 '공개 망신'이란 일종의 명예형(名譽刑)으로 징벌했다.

통합당이 주변 인재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마구 다룬 건 이뿐이 아니다. 총선 전에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공천으로 수많은 사람을 내쳤다가 들이고, 들였다가 내쳤다. 정파 간 밥그릇 싸움을 영입 인재의 자격 논란으로 포장하는 정치적 만행까지 저질렀다. '자격 미달'이란 낙인까지 찍히고 내침을 당한 이들의 명예를 통합당은 고려한 적이 있는가.

총선 중 서울 관악구 김대호 후보는 해명 기회도 얻지 못하고 통합당에 의해 제명됐다. 소명 없는 제명 처분에 의해 그는 30·40대(代)는 물론 노인까지 비하한 인물로 찍혔다. 선거 기간 중 그는 30·40대의 대한민국 현대사 인식에 대해 "논리가 아닌 막연한 정서"라고 했고,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되니 (처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하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의 급박한 순간에 말을 가리지 못한 정치적 미숙을 탓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회평론가 출신 정치인으로선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통합당은 '세대 비하'라며 달려든 상대방의 적대적 논리에 따라 허둥지둥 제명이란 정치적 극약을 자기 후보에게 먹였다.

총선 후에도 마찬가지다. 통합당의 많은 정치인이 접전지에서 박빙의 차이로 낙선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싼 거친 주장에 동의하진 않아도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그들의 처지까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통합당 내에서의 비판이 더 가혹하다. "당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당에서 내쫓으라는 주장도 나왔다. 비판에 앞장서는 한 명은 영남권의 보수 텃밭에서 당선된 정치인이고, 다른 한 명은 부정선거를 의심할 여지없는 큰 표차로 3연속 낙선한 정치인이다.

거대 여당은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씨도, 소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횡령 의혹으로 수사받는 윤미향씨도 끼고돌며 놔주질 않는다. 여성을 농락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김남국씨를 공천하더니 당선 후 법을 지키는 국회 법사위원회에 집어넣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굴이 좀 아닌' 여성을 '단지 섹스 상대로 친구와 공유'하고 그 과거를 공개적으로 자랑한 탁현민씨를 청와대로 다시 불러들였다. 졸부가 자식을 돈으로 보호하듯 그들은 권력으로 제 식구를 감싼다. 거대 여당의 이런 행태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원칙도 철학도 없이 비판만 나오면 자르고 보는 통합당의 요즘 행태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이 변하면 정치도, 정당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것과 세상 눈치를 보면서 시류(時流)에 영합하는 것은 다르다. 통합당 지도부는 영합하고 있다. 상대의 비난이 두려워 상대의 억지에 따라 주변 사람을 내치고 비난하는 정당을 누가 지지하고 도와주겠는가. 과거 발언을 꼬투리 잡아 인격을 공격하는 적의에 가득한 세력에 동조한다면 누가 그런 정당에 다가가겠는가. 버림받지 않으려면 사람부터 귀하게 여겨라.

 

-선우정 부국장, 조선일보(20-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