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北이 이런 집단인 줄 지금 안 사람들이 나라 떠맡은 건가] [나라가 나를 지켜줄까?]

뚝섬 2020. 6. 19. 06:16

北이 이런 집단인 줄 지금 안 사람들이 나라 떠맡은 건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이 지경까지 오니 화도 나고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대다수 한국 국민은 북의 이런 모습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북한도 정상 국가라면 기본을 지켜달라"고 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윤 의원은 2018년 3월 대북 특사로 평양에 다녀오고 3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런 사람이 북을 정말로 '정상 국가'로 알고 있다는 건가. 인간으로서 누릴 주민의 기본권 자체를 말살하고, 권력을 세습하고, 공개 처형을 밥 먹듯 하며,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위조지폐와 마약을 거래하고,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사람을 암살하고, 심지어 우리 영토 민간인들을 향해 포격을 한 집단이 '정상 국가'로 보인다는 것이다. 속자고 작정을 한 듯하다.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이 대북 특사 파견 제의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사 제안 공개가 처음인 양 말했지만 북한은 작년 11월에도 정부가 김정은을 부산 아세안 정상회담에 초청하면서 "위원장이 못 오시면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간절하게 청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는 남북 베이징 비밀 접촉을 까발리면서 "남측이 천안함 사과와 정상회담 개최를 애걸하며 돈 봉투까지 내밀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런 몰상식과 외교적 무례를 서슴없이 해치우는 체제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현금 인출기로 취급하거나 미국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지렛대로만 써먹어 왔다. 2000년 6월 남북 첫 정상회담이 하루 연기된 것은 정상회담 뒷돈으로 약속했던 4억5000만달러가 기일 내에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은 5년 임기 한국 정권이 이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만 대화와 접촉을 이어 간다. 더 이상 빨아먹을 단물이 없으면 등을 돌린다. 김정일은 김대중 정부 임기 초·중반 두 차례 북한에 간 임동원 특사와는 5시간씩 시간을 내서 환담을 나눴지만, 임기 종료 직전인 2003년 1월 말 방문한 임 특사는 사흘 동안 만나주지 않고 돌려보냈다. 쓸모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이 맸던 넥타이까지 빌려 매고 북에 "대화의 창을 닫지 말라"고 호소한 것은 북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 같다"고 아쉬워하고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에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훼손하지 말라"고 했다. 정성과 노력으로 축적한 신뢰로 외교 현안을 푸는 것은 정상적 국가 사이의 얘기다. 김씨 왕조 체제는 국가 전체가 병영이자 감옥이다. 체제의 속성 자체가 폭력적, 야만적이다. 이런 집단을 상대하는 방법은 이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되 그 길로 가지 않으면 '망한다'고 확실하게 알게 하는 것이다. 지금의 유엔 대북 제재가 바로 그 방법이다.

이 방법은 꾸준히 끝까지 밀고 가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려면 한국 정부가 북 집단의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상대를 알아야만 협상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 정부 사람들은 북 체제의 속성을 마치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듯이 놀라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 속에 있는 사람들이 국가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건가. 김정은과 판문점 도보 다리를 산책하고 백두산에 오르고 냉면을 함께 먹는 것으로 남북 평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국정과 안보를 동화(童話)로 여기는 것이다.

 

-조선일보(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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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나를 지켜줄까?

 

北의 폭파에 공포감 느끼는데 대통령은 대북정책 유지만 생각
"이 나라에서 나는 안전한가" 국민은 근본적 질문 던지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33초짜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여러 번 들여다봤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한국이 180억원 들여 지어준 4층 건물이 산산조각이 났다. 9·11 테러 때 항공기 자살 테러 공격으로 뉴욕의 무역센터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물론 북한 땅에서 일어난 일이고 규모도 작고 사람이 죽지도 않았다. 하지만 거기서 폭발하는 폭력성과 강렬한 적의는 무섭게 닮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이 정부의 현실감 부족한 대북 정책과 대미 정책을 상징한다. 미국은 남북 관계와 비핵화 진전의 속도를 맞추라며 개소를 서두르는 한국을 말렸다. 유엔 제재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갈등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 한국이 무얼 하든 사전에 미국과 조율하도록 한 워킹그룹이 가동된 중요한 배경이기도 했다. 무리한 시작은 결국 이렇게 파국을 맞았다.

한 지인은 "이 나라에서 법 지키고 세금 내고 살면서,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나라가 나를 지켜준다'는 데까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어본 일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대북 전단 트집 잡기에서 막말 폭격, 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으로 이어지는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보면서 '이 나라에서 나는 안전한가'란 의문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자신은 북한의 도발에 위협과 공포감을 느끼는데 정부는 여전히 기존 대북 정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부가 과연 자신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이런 의문을 일으킬 만했다. 청와대는 폭파 두 시간 만에 대통령 없이 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국방부도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 외교안보 원로들과의 오찬에서 "계속 인내하며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은 "대포로 폭파하지 않은 것이 어디냐"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가 "창의적 개그 감각"이라고 했던 그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두관 의원은 "이 기회에 평양과 서울에 남북대사관 역할을 할 연락사무소 2개를 두는 협상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촉구했다.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놓으라는 얘기로밖엔 안 들린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암시하는 등 상상을 뛰어넘는 조치를 하겠다고 벼르는데도 정부는 거의 종교적 수준으로 기존 대북 기조를 유지할 태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만 유지하면 시간은 미국 편이란 입장이다. 그 전제하에서 앞으로 몇 달 어떤 대북 정책이 재선에 도움 될지만 계산할 것이다.

바다 건너 동맹국에서 한국민의 안보 불안까지 공감하진 않는다. 트럼프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북한의 공동사무소 폭파는 "'대화하자'는 북한식 어법"이라고 했다. 위기를 조장해 대화를 시작해보려는 속셈이란 것이다. 또 다른 전직 관리는 "북한이 새 판을 짜려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 미·북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판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이웃해 시달린 탓에 우리는 모두 나름 대북 전략가이다. 북한의 한계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북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 도발의 강도와 박자가 비정상적으로 달라질 때 본능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연락사무소와 함께 무너진 건 단순히 남북 화해의 상징만이 아니다.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안전감도 흔들렸다.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패 위기에 빠지면 조정하면 되지만, 이 나라가 나를 제대로 지켜줄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전부가 흔들리는 것이다.

 

-강인선 부국장, 조선일보(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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