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시장 집무실에서 '기쁨조' 강요받았다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가 4년간 겪은 성폭력 실태를 추가로 공개했다. 피해자 측은 "박 시장이 집무실에서 샤워를 하며 벗어놓은 속옷은 피해자가 직접 집어 처리하고 새 속옷을 가져다주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여성 비서가 낮잠을 깨워야 시장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성 수행비서 대신 피해자가 내실로 들어가 박 시장을 깨워야 했고, 박 시장이 주말 새벽 조깅을 할 때도 '여성 비서가 나와야 기록이 좋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출근하게 했다.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혈압 측정을 시키고 "자기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온다"는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피해자 측은 이를 "북한 (김씨 왕조) '기쁨조'와 같은 역할"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수도 시장의 집무실에서 평양 주석궁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 '여성 인권 수호자'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민낯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듣고도 '맑은 사람' '100조원을 들여도 만들 수 없는 사람' 소리가 나오는가.
박 시장을 만류해야 할 비서실 조직은 되레 성추행·성차별을 방조하고 가해에 동참했다. 이른바 '6층 사람들'로 통하는 이들은 대부분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으로 박 시장에 의해 별정직으로 발탁된 최측근들이다. '한통속'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이 '시장이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기쁨조' 역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적 노동을 견디다 못한 피해자의 인사이동 요청을 7차례나 거부했다. 피해자가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문제' 언급을 했는데도 담당자는 상황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6층 사람들'은 또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연락해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 "확실한 증거 없인 힘들 것"이라며 회유하고 압박했다고 한다. 그래 놓고 문제가 터진 뒤에는 "전혀 몰랐다"며 잡아뗐다. 모두 공범이나 다름없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서울시 다른 여성 공무원들도 성추행·성희롱을 수시로 당했다. 회식 때 노래방에서 허리를 감고, 술 취한 척 뽀뽀를 하고, 바닥 짚는 척하며 다리를 만지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고 한다. 직원 성폭행 건을 쉬쉬하다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당사자를 직위해제한 일도 있었다. 인구 1000만 도시 행정을 책임진다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 정도였다니 기가 막힌다. 성평등 도시를 구현한다며 '성폭력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젠더특보' 도입을 홍보한 것은 모두 사기 쇼였다. 이런 서울시에 진상 규명을 맡기면 스스로 면죄부를 줄 것이 뻔하다. 서울시는 조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다. 검찰이 철저히 조사해 모든 의혹을 밝히고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선일보(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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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관련 기각될 영장 신청해 수사하는 척 쇼한 경찰
박원순 시장이 사용했던 휴대폰 3대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겠다며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런데 이 영장은 '박 시장 변사(變死)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신청한 것이라고 한다. 박 시장 사망 원인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경찰은 박 시장이 사망 당시 지니고 있던 휴대폰 통화 내역은 이미 확보했다. 그런데 무슨 변사 경위를 파악한다고 영장을 신청하나. 법원은 "영장에 타살 등 범죄와 관련됐다는 소명이 없다"고 했다. 결국 경찰이 기각될 수밖에 없는 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이 사건 핵심 수사 대상은 박 시장 비서 성추행 혐의 피소 내용이 어떤 경로로 박 시장에게 유출됐느냐는 것이다. 피소 사실은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비서실장과 젠더 특보 등 박 시장 측근들이 미리 알고 움직인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자 변호사는 기밀 누설 혐의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도 했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다면 바로 이 부분, '공무상 기밀 누설'에 대한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변사 사건'으로 신청해 영장이 기각되게 만든 것이다.
박 시장 피소 내용 유출 수사의 핵심 대상은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 행동대가 된 경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할 리가 없다. 이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자 수사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 그래서 엉터리 영장 신청 쇼를 하는 것이다. 경찰은 17일 수사 책임자를 서울경찰청 차장으로 격상해 적극 수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성추행) 방임·묵인' '2차 가해'가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박 시장 피소 유출 수사는 빠져 있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비서실장과 젠더 특보 등에 대해서는 압수 수색도 않는다. 사실상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뭐겠나. 청와대 지시 아닌가.
-조선일보(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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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전 시장 의혹' 책임 있는 인사들, 모두 "몰랐다." 경찰 수사는 헛다리 짚고 검찰은 뒷짐 지는 요지경.
-팔면봉, 조선일보(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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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이 '조개 줍기'란 이들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 줍고 있다."
2003년 초 유시민 당시 개혁국민정당 집행위원은 2002년 대선 때 벌어진 개혁당 당원 MT에서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당원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당내 성폭력이 '조개'였다면 '해일'은 선거였다. 2003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여성위원회가 지도부의 미진한 조치를 문제 삼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유시민은 이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가 사용한 조개라는 단어는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2006년 보건복지부 인사청문회에서 "임박해 있는 여러 일정을 제쳐두고 당내의 작은 일로 회의 시간이 소모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해변에서 조개껍데기를 들고 놀고 있는 아이와 같다'고 했는데 왜곡된 것에 대해 속이 상했다"고 해명했다. 어찌 됐든 당내 성폭행은 그에게 '작은 일'인 것이다.
조개 발언 이후 18년이 흘렀다. 지난 10일 오후 9시쯤 유시민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았다. 박 전 시장은 서울시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유시민은 취재진에게 "그만하세요!"라고 외친 뒤 빈소를 빠져나갔다. 죽음 앞에서는 성추행에 관한 진실을 추적하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당 차원의 대응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자식 같으니"라며 눈을 흘겼다. "7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함께한 친구"라고 박 전 시장을 회상한 이 대표는 큰소리로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합니까! 최소한도 가릴 게 있고!"라고 외쳤다.
80년대 운동권 내부에서 성폭행과 성차별은 대의를 위한 희생으로 여겨지곤 했다. 남성들이 화염병을 들고 앞장서 싸울 동안 여성들은 빨래하고 청소했다. 40년이 지났지만 성추행은 박 전 시장이 이룩한 시민운동 업적에 비하면 사소한 일로 치부되는 듯하다. 빈소를 찾은 여권 인사들은 하나같이 박 전 시장을 "맑은 분"이자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분"으로 회상했다. 피해자에게는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폭로 이틀 만에 발표한 '권력형 성폭력 대응 3대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피해자 중심주의와 불관용 원칙을 어긴 것이다.
당·정·청의 미진한 대응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특히 여성층에서 크게 떨어졌다. 여권은 여론 눈치를 살피며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사과하는 순간에도 피해자는 '피해 호소인'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청와대·국가인권위원회가 이 표현을 썼다. 이낙연 대표는 "피해 고소인"이라고 했다. 18년 전 조개 줍기라고 했던 이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그들에게 성추행은 대의에 가릴 수 있는 '작은 일'이다.
-허유진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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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it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마야 안젤루 책입니다. 10대 흑인 소녀가 미국 아칸소주에서 겪은 억압과 성폭력에 관한 자전소설입니다. 드라마 '델마와 루이스(Thelma and Louise·사진)'는 새장의 새가 '어떻게' 노래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1980년대 아칸소주. "누가 당신 어머니나 아내 혹은 딸에게 그 짓을 하면 좋겠어?" 이 대화에서 '그 짓'은 트럭 운전기사가 운전 중인 여인 델마와 루이스에게 한 저속한 언행입니다. 두 여인은 상대가 계속 육두문자를 쓰자 방아쇠를 당깁니다. 트럭과 인화 물질이 폭발합니다.

여자들 정체는 뭘까요. 사건 며칠 전으로 이야기를 돌립니다. 가부장적 폭군과 사느라 숨이 막힌 주부 델마가 친구 루이스와 오랫동안 꿈꾼 둘만의 행복한 여행을 떠납니다. 낚시와 캠핑 등의 소박한 계획은 첫날 심야에 산산조각 깨집니다. 술집에서 함께 춤춘 취객이 주차장에서 델마를 성폭행한 겁니다. 루이스가 놈의 심장에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남성이 억압받는 건 비극이다. 여성이 억압받는 건 비근(卑近)하다(When men are oppressed, it's a tragedy. When women are oppressed, it's tradition).' 남성 중심주의 세태와 힘의 불균형을 비판하고 있지요. 자수하자는 델마에게 루이스가 충고합니다. "우리 말 믿어줄 그런 세상은 없어." 둘은 숨어 살 낙원을 찾아 멕시코로 도망치기로 합니다. 새장이나 감방에 갇히지 않고 세인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다고도 다짐합니다. 그런데 텍사스주만 건너면 멕시코이건만 루이스는 거길 피해 갑니다. 어릴 때 성폭행당한 곳입니다. 과연 목적지에 무사히 당도할까요. 경찰이 에워쌉니다. 수백 총구가 두 여인을 겨냥합니다.
마야 안젤루가 이 글을 썼습니다. '어떤 일이 내 운명을 바꾸려 할 때 그 일로 자존감이 깎일 선택을 할지 안 깎일 선택을 할지는 내 결정에 달렸다.' 과연 둘의 선택은? 성폭행 직전 추근거리던 수컷에게 델마가 "그만(Stop it)" 하며 경고했을 때 그가 따랐다면 안 이어졌을 비극들. 그 끝은 가려둡니다.
-이미도 외화번역가, 조선일보(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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