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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發 ‘옥토버 서프라이즈’ 미 대선 판세 흔들까] [바이든이 대통령 되면 북핵 문제 해결될까?]

뚝섬 2020. 7. 19. 07:04

 

김정은發 ‘옥토버 서프라이즈’ 미 대선 판세 흔들까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photo 백악관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 prise·10월의 충격)’는 미국 대통령 선거 혹은 중간선거 직전 달인 10월에 갑자기 발생해 판세를 뒤흔드는 사건을 말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9·11테러 3년 후에 치러진 2004년 대선 직전인 10월 29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의 동영상을 공개한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빈 라덴은 대선후보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모두 언급하면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을 겨냥한 추가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국가안보와 9·11테러를 선거 핵심 이슈로 활용한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또 다른 옥토버 서프라이즈도 있다. 1972년 10월 26일 재선을 노리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측근인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자회견에서 “평화가 손안에 들어왔다”며 베트남전 종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베트남전 종전을 바라던 여론 때문에 닉슨 전 대통령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인 조지 맥거번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베트남전은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하야한 이후인 1975년 4월에야 마무리됐다.
   
대선 직전 터진 옥토버 서프라이즈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로 종종 작용했던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지만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바이든 후보에 10% 정도 뒤지고 있다. 특히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휩쓸었던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플로리다 주 등 6개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에서도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다. 확진자가 300만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14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방역 후진국이란 말까지 국제사회에서 듣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봉쇄조치를 성급하게 해제하고 경제활동 재개에 적극 나서면서 코로나19가 폭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각 주들은 경제활동 재개를 보류하거나 다시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화해야 하는데, 대선이 4개월 남은 현재 경제가 급속하게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시작된 전국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가 하면,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층을 결집하기 위해 백인과 흑인을 분열시키는 ‘편 가르기’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핵심세력 일부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 상원의원, 사망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다. 또 러시아군 정보기관이 아프가니스탄 반군인 탈레반에 현상금을 내걸고 미군 살해를 사주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를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했다는 의혹도 ‘제2의 러시아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펴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 미국 시민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flickr


사면초가 트럼프의 연출?
   
이처럼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위해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연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들 중 하나는 김정은과의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7월 2일 뉴욕 외신기자협회(FPA)가 주최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깊은 곤경에 처했다고 느낀다면, 그의 친구인 김정은과의 회담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게 낫다고 여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영변 핵시설과 일부 제재 완화 간 맞교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할 때 추가 미·북 정상회담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도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야 일각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유럽연합(EU)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정상회담 중재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6·15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박지원 전 의원을 국가정보원장, 민주화 운동권 출신으로 통일 운동에 관심을 보여온 이인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를 통일부 장관, 서훈 전 국정원장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각각 발탁한 것도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들을 기용한 속셈은 남북관계를 회복해 미국과의 제3차 정상회담을 갖도록 북한 정권과 김정은을 설득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정은과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 제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이전에 남북이 이를 협의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몰딜+α’로 미국 정부 설득할 듯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이 과연 개최될 수 있을까.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되는 엄청난 합의가 도출돼 말 그대로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이 모두 제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문 특보와 청와대가 백악관의 기류가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7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비전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핵무기 제거, 한반도의 밝은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김정은이 (이런 비전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됐고 권한이 있는 카운터 파트너를 임명하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6월 29일 독일마셜기금(GMF)의 화상 간담회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할 때 대선 전 제3차 정상회담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7월 7일 그레이TV의 그레타 반 서스테렌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제3차 정상회담과 관련, “만약 도움이 된다면 북한과 3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면서도 “아무튼 (북한과는) 9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고 밝혀 미국과 북한의 거리가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레이TV는 애틀랜타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방송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우리는 지켜봐야만 할 것”이라면서도 “알다시피 (북한이) 운반시스템과 기타 등등이 아직 없다”고 밝혀 북한의 ICBM 도발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당장 우리는 김정은과 잘 지내고 있고,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우리는 아무도 잃지 않고, 아무도 죽임을 당하지 않았으며, 그런 것에 나는 괜찮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나 섣부른 합의를 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비롯해 일부 고농축우라늄(HEU)과 ICBM 시설의 폐기에 나서면 미국이 ‘스냅백’(약속 불이행 시 제재 재도입)을 전제로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이른바 ‘스몰딜+α(플러스알파)’ 방안으로 미국 정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스몰딜+α라는 완전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김정은의 손에 맡길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스몰딜+α에 합의할 경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포기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후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 북한이 2018년 2월 8일 인민군 창설 70주년 열병식에서 화성-15호를 선보이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김정은이 염두에 둘 조명록 특사의 교훈
   
더욱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이슈들 중에서 북한 문제는 사소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시하는 이슈는 코로나19경제회복이다. 외교안보 정책에서 그나마 관심을 갖는 이슈는 중국과의 관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계속 거론하고 중국 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때 트위터에 글이라도 올렸겠지만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 대선이 4개월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유세 등을 제쳐두고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평양은 물론 외국에 나가기도 어렵다.
   
김정은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얻어낼 것이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김정일은 2000년 10월 9~12일 국방위 제1 부위원장인 조명록 차수를 특사로 미국 워싱턴에 파견했었다. 당시 조명록은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적대관계 종식 △평화보장 체제 수립 △경제교류·협력 △핵·미사일 문제 해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북 공동성명에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같은 해 10월 22~26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만나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이 패배하고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북 공동성명과 정상회담 합의는 폐기됐다.
   
회담이 아닌 도발 저울질
   
김정은도 당시의 이런 ‘교훈’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꺼릴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김정은이 똑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대선 이전에 정상회담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7월 4일 담화를 통해 “조·미 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미국과는 마주 앉지 않겠다”면서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꾸어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과 북한 정권으로선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당선된 후보와 ‘거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정권이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ICBM 또는 SLBM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으로선 미국 대선 이전에 ICBM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대선 이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당한 ‘대가’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오는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다. 이처럼 양쪽 모두 생각이 없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미·북 정상회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주간조선(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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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대통령 되면 북핵 문제 해결될까?

 

◀ 지난 6월 30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유세 중인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photo 연합

 

오는 11월 3일 뽑히는 제59대 미국 대통령은 각 주에서 뽑힌 선거인단의 투표로 선출된다.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이므로 270표를 먼저 확보하는 후보자가 당선된다. 결과를 예상하려면 전국적 여론조사보다는 선거인단 확보 수를 미리 파악해 보는 게 낫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연구기관인 쿡 리포트의 에이미 월터스 연구원은 6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4명,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248명의 선거인을 각각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분석했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나머지 88명 중 트럼프는 66명이 필요하지만, 바이든은 22명만 얻으면 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미시간(선거인단 16명), 펜실베이니아(20명)의 여론은 민주당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였던 애리조나(11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텍사스(38명) 등도 민주당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가 곤경에 빠진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인종 문제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바이든이 대승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고 판문점에서도 만났다. 그러나 하노이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민주당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북 관계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 과거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과 북한 간의 수교(修交)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된 적이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가 독재자 공인해줬다” 비판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세 차례나 만난 것도 독재자를 공인해주었다며 비판했다. 북한도 지난해 5월 바이든에 대해 “IQ 낮은 바보”라고 하고, 11월에는 “미친개…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바이든은 북한의 욕설은 “명예훈장”이라고 대꾸하였다.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되기 전에 상원 외교위원장을 세 차례나 역임한 관록의 정치인이자 외교전문가이다. 바이든이 트럼프와 김정은을 비판하는 것도 미국 외교정책의 전통적인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11일 뉴욕시립대에서 집권 후의 외교정책에 관해 설명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은 분명한 목표와 온전한 전략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트럼프처럼) “트위터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실수투성이고, 충동적이고, 부패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미국 외교정책의 3대 목표를 “국가안보, 경제번영, 미국이 지지하는 민주적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적 가치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면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한 것을 콕 집어내 비판하였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허영심 때문에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살인 독재자(murderous dictator)와 사랑에 빠졌다”고 비판하였다. 바이든은 “미국의 지도력과 외교는 신뢰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데 트럼프가 미국 외교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였다”며 자신은 “외교를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고 다짐하였다. 바이든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denuclearization)”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경우 “트럼프처럼 돌발적인 톱다운 방식의 외교를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한 고위 외교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정상회담이라는 최고 수준의 카드를 써버렸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될 여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어 북핵 문제를 전문가나 실무자들이 담당할 경우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6자회담은 당사자가 많아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과거 6자회담 당시 북한의 안전보장 분과를 담당한 러시아는 회의를 열지도 않았다.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였다. 현재는 미·중 관계 및 한·일 관계가 악화되어 어떤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있을까. 지난 6월에도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4자 평화회담을 개최하여 “북·미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비핵화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초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 미국과 북한은 연락대표부 설치에 합의하고 인선(人選)까지 마무리했다. 그러나 북한 측이 최종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반미(反美) 선동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 수도 평양에 미국 성조기가 휘날리고, 미국인들이 활보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김정은도 평양에 미국 성조기가 휘날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 핵 문제를 6자회담이나 4자회담을 통한 외교전문가들의 협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문제는 다시 미·북 간의 협상으로 귀결된다. 미국의 목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이고, 북한의 목표는 경제제재 해제이다. 미·북 간 협상은 입구론(入口論)과 출구론(出口論)을 오간다. 입구론은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것이다. 출구론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미국도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했다” 신념
   
입구론에서 시작하면 북한은 핵 개발을 동결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핵시설을 신고하고, 사찰을 받으면 된다. 북한 핵시설이 영변에만 있을 때는 이게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여 지금은 우라늄농축시설 등 미신고시설이 늘어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고하고 사찰받아야 할 범위도 확대되었다. 북한이 미신고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없다.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유도 미신고시설을 신고하라는 미국에 대해 북한이 “벌거벗으란 말이냐”라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고위 외교관계자는 “미·북 간 협상이 훨씬 어려워졌다”며 “시간적인 여유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셈법이 변하지 않는 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북핵 문제 타결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하면 중국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의 경제제재를 견뎌나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중 관계가 개선되어 북한이 원하는 대로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지난 3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국장은 바이든 외교팀의 노선에 대한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는 ‘조용한 개혁을 추진하는 바이든 외교정책’이라는 논문에서 바이든의 외교는 지난 20년 동안의 민주당 외교 노선과 크게 다를 것으로전망했다. 라이트 국장이 지적한 바이든 외교팀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오바마는 임기 말년에 중국 및 러시아에 맞서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지정학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피했다. 오바마는 미국과 민주주의가 역사에서 승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외교팀은 오바마와도 다르고 트럼프와도 다르다. 이들은 중국에서 시진핑이 집권하고, 러시아에서 푸틴이 재집권하고, 오바마가 재선된 2012년 이후 세계는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 8년간 서방에서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은 성장했으며, 국제적으로 권위주의는 강화되었다고 본다. 기후변화나 팬데믹 같은 국가 공동의 문제는 악화되었지만, 국제적 협력은 더욱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외교팀은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가 오바마처럼 리버럴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도 물론 국제 협력과 가치에 바탕을 둔 외교정책을 믿지만, 글자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은 ‘자유세계(Free World)’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바이든 외교팀은 미국의 성공이 미래에도 보장된 것은 아니며, ‘자유세계’가 지난 수십 년 동안처럼 자유롭고 영향력 있는 상태를 지속시켜 나갈 수 있도록 보장된 것도 아니라고 믿는다.
   
바이든 외교팀은 세계를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본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극동 및 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과 바이든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엘리 래트너는 최근 논문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을 뒷받침하는 대전제는 중국을 경제적으로 포용하면 중국 경제가 자유화되고 중국이 국제질서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대전제는 잘못된 것이었다고 단언했다. 권위주의 정권들을 다룰 때 최우선 과제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부패를 척결하는 문제와 이러한 도전이 5G,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합성생물학 등의 신기술과 엮여 있는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의 안보보좌관이던 제이크 설리번과 오바마 행정부 고위관리였던 제니퍼 해리스는 최근 논문에서 미국이 무역협상을 개혁하여 조세회피지역(tax haven)을 겨냥하고, 타국의 통화 조작을 방지하고, 미국 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정책을 활용하여 중국과 특별히 신기술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외교팀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중국의 도전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처럼 나토 동맹국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2% 수준으로 상향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이들은 미국의 막대한 국방비를 감축하긴 해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군에 신기술을 활용하여 현대화하고 개혁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듯
   
바이든 외교팀은 트럼프가 중국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문제를 놓고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트럼프의 방식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의 쇠퇴를 방지하고, 미국에 대한 공세에 대처하고, 글로벌 경제를 개혁하는 데 민주당도 이러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100만의 위구르인과 신장 소수민족들에 탄압을 가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 보복을 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중국 공산당 자체를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이미 의회에서 많은 민주당 의원이 동조하고 있다.
   
결국 바이든 외교팀이 중국과의 경쟁을 최우선 목표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라이트 국장의 분석이다. 세종연구소의 김기수 박사는 “미국 정계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데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며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더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은 중국에 딸린 종속변수에 불과하다”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우태영 자유기고가, 주간조선(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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