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비리 수사 올 스톱, 검찰 다시 忠犬으로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주요 사건 수사가 별 이유 없이 계속 미뤄지거나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개점휴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작년 7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그 임명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들) 산 권력도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국민은 검찰 역사에서 거의 보지 못했던 진짜 검찰, 제대로 된 검찰의 모습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검찰의 존재 이유는 현실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의 비리를 감시하고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은 작년 8월 말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파렴치를 수사했다. 뒤이어 대통령을 형(兄)으로 불렀다는 유재수 부산 부시장을 구속하고, 청와대가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파헤쳤다. 검찰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산 권력' 수사였다. 그런데 지금 그 검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울산 선거 공작 수사, 대통령 앞서 멈춰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던 30년 지기(知己)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7개 부서가 총동원된 사건이다. '대통령'을 빼놓고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사 핵심도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가 대통령 앞에서 멈춰 섰다. 검찰은 지난 1월 말 송철호 울산시장 등 1차로 13명을 기소했지만 임종석 비서실장 등 다른 관련자 수사는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관련자들이 소환에 불응해서"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6개월간 밝혀낸 것이라곤 송 시장 측근의 불법 정치 자금 혐의뿐이다. 본질과 상관없는 일로 변죽을 울리며 수사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
소환 일정도 안 잡은 윤미향 사건
윤미향 수사도 2개월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이 사건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미 드러난 증거와 정황도 적지 않다. 정의연 회계장부에선 국고보조금 수억원을 포함해 37억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기부금이 누락됐다. 정의연은 사망한 피해자 할머니 계좌에서 수시로 뭉칫돈을 빼갔고 돈세탁 의혹까지 제기됐다. 할머니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위안부 쉼터' 건물은 정의연 펜션으로 쓰였고, 윤 의원 부친이 쉼터에 취직해 월급을 타갔다. 그런데도 윤 의원 소환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정의연 관계자가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연락을 끊은 일도 있었다. 정권 눈치를 살펴 적당히 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죽하면 야당 의원이 자신이 모은 자료를 갖고 검찰을 찾아갔겠나.
秋장관 아들 미복귀, 6개월째 눈치만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도 6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시 당직을 섰던 선임병이 "사실상 탈영이었다"며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기도 전에 상급 부대에서 휴가 연장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다른 병사 4명도 언론에 똑같은 내용을 증언했고, "우리 엄마도 추미애면 좋겠다"며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돌린 사실도 공개됐다. 이 수사는 계좌 추적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몇 달간 가만히 있다가 최근에야 일부 관계자를 조사했다고 한다. 관련자들이 입을 맞출 시간을 준 것이다. 장관 눈치를 보며 적당히 뭉개려 한다.
라임·옵티머스, 정권 비리는 덮나
1조6000억원대 금융 사기 피해가 발생한 라임 펀드 사건에선 민주당 의원이 라임 사기꾼에게서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보도하자 의원이 시인한 것이다. 해당 의원이 돈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의원 소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야당이라면 그렇게 했겠나. 라임과 비슷한 구조인 옵티머스 사건에선 사기를 주도한 변호사의 아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옵티머스 관련사 주식 50%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대형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반부패부에 맡기지 않고 일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조사부에 배당했다. 정권 핵심과 친분이 두터운 펀드 설립자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권 비리'는 건드리지 않고 덮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피소 유출, 2주 넘게 뭉개
서울중앙지검은 박원순 서울시장 피소 유출 관련 고발을 접수하고서도 2주 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서울중앙지검이 박 시장 피소를 경찰보다 하루 먼저 알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 면담 신청은 납득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며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유출해놓고 이를 숨기려고 수사를 뭉개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KBS에 채널 A 기자 사건 관련 허위 녹취록을 흘렸다는 의혹, MBC와 여권 인사들의 이 사건 조작 혐의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 모두가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뒤 검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밖으로 알려진 것만 이 정도이지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정권은 자신들의 불법 혐의를 수사했던 검사팀을 인사 학살해 공중분해시키고 검찰총장 손발을 잘라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조만간 또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검찰총장을 따르는 검사들에 대한 2차 학살이 목적이다. 결국 산 권력을 수사하던 몇 안 남은 '진짜 검사'들마저 모조리 쫓겨나고 대통령 충견(忠犬)이자 사냥개들만 남을 것이다.
-조선일보(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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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論의 장에서 설치는 거짓말쟁이들
公的 발언 거짓말하는 공직자… 대법원은 거짓말에 면죄부 판결
거짓말을 하는 공직자를 이대로 둬도 되나. 우리 사회는 거짓말하는 공직자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는다. 이들의 거짓말이 공론의 장을 더럽히면서 현안을 왜곡하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채널A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7000억원대 금융사기범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 취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대리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 요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기자가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 기자의 편지와 녹취록이 모두 공개됐지만 그런 내용이 없었다. 없는 말을 지어서 만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최 대표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1월에도 거짓말을 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2017년 10월과 2018년 8월 두 차례 인턴 확인서를 발급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재판에선 변호인을 통해 "2018년 8월 인턴 확인서는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다"라며 말을 바꾸었다. 자신의 거짓말에 소통수석까지 가담하게 만들었다.
지난 7월 23일 재판에서는 또 하나의 거짓말이 탄로 났다. 그가 2017년 10월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는데, 그가 써준 인턴 확인서가 조 전 장관 아들 입시에 쓰인다는 걸 알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까지 "인턴 확인서가 입시에 활용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업무방해죄' 처벌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남을 거짓으로 모함하고 공직자로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놓고 국민에게 거듭 거짓을 말해놓고도 그는 공론의 장에서 말을 삼가기는커녕 검찰과 언론 개혁을 운운한다.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독설(毒舌)을 퍼붓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도 지금까지 쏟아낸 거짓말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그는 정부 조직을 동원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 지난해 8월 언론이 그의 아내와 자녀가 출자한 사모펀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할 때, 그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명의로 "조씨(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가 펀드 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했다. 조범동씨 1심 재판에선 그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 운영자임을 확인했고,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도 그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그는 '확인되었다'는 말까지 사용하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공직자의 거짓말을 단죄하는 문제에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법원까지 공직자의 거짓말에 면죄부를 준다. 선거 TV 토론에서 친형 강제 입원 지시와 관련해 자신은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답변했다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적극적인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며 파기환송한 게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거짓으로도 민주주의가 성숙해질 수가 있는가. 정치 공론의 장이야말로 팩트가, 진실이 유통돼야 할 곳이다. 사실은 신념보다 신성하다. 신념과 이해가 충돌하더라도 팩트 앞에서는 굴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에서 거짓말을 하는 자들은 '거짓말쟁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조선일보(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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