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중국군의 ‘금의환향’] .... [을사늑약보다 더한 치욕 당할 수 있다] ....

뚝섬 2022. 9. 21. 09:49

[중국군의 ‘금의환향’]

[北 남침 지원해 놓고 ‘평화 수호’ 위해 싸웠다는 시진핑] 

['제2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전략인가?] 

[을사늑약보다 더한 치욕 당할 수 있다] 

[미·중 대결별 시대, 한·중의 위험한 러브라인]

 

 

 

중국군의 ‘금의환향’

 

[특파원 리포트]

 

지난 16일 인천공항에서 6·25전쟁 당시 숨진 중국군 유해 반환 행사가 열렸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철원, 연천, 포천, 파주, 횡성, 홍천에서 발굴한 유해 88구가 중국 측에 전달됐다.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 2차관이 공항에 나가 행사에 참석했다.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에서 발굴된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중국군 전사자 유해 88구에 대한 인도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2.9.16/국방일보

 

중국군 유해 반환 사업은 2013 한중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향후 미군, 북한군 유해 송환 사업과 연계해, 전쟁의 상처를 화해와 평화의 새살로 바꾸자는 구상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코로나 와중에도 2014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총 913구가 중국에 인도됐다. 한국은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 따라 9년째 약속을 지켰다.

 

총을 겨눈 사이에서도 인도주의와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아픈 역사까지 묻어둔 채 중국군 유해를 인도해 주는 동안 6·25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우리와 더 멀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 중국군 6·25 참전 70주년 기념 대회 연설에서 6·25 참전에 대해제국주의 침략 확대를 억제하고 중국의 안전을 수호한 이라고 했다. 10여 년 전까지 의례적으로나마 추가됐던 “참혹한 전쟁” “사람들에게 아픔을 남겼다”는 표현은 더 이상 중국 측 연설이나 문건에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유해 송환식을 보도하며 “민족의 기대를 짊어진 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반대하는 깃발을 들고 전쟁에 참전했던 영웅들의 귀환”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은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젠-20까지 띄워 유해 수송기를 예우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감사나 전쟁의 비극에 대한 언급은 찾기 어려웠다.

 

우리 정부도 양국 간 6·25에 대한 인식 차가 큰 상황에서 중국이 유해 송환 사업을 애국주의 소재로 이용하자 문제 제기를 했었다고 한다. 당시 중국 측은 “내부용일 뿐”이라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건 변명일 뿐 선전의 효과는 외부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2020 방탄소년단의 리더 RM 한미 우호 관련 행사에서우리는 양국(한미)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하자 중국군의 희생은 무시하느냐 중국 네티즌이 화를 내는 황당한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16일 유해 인도식에 참석해 자국 기자에게 “72년 전 평화를 수호하고 가정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240만명의 중국인민지원군이 전선으로 나아가 20만여 명의 영웅 열사가 생명을 희생했다”며 “조국과 인민은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군 유해 발굴에는 우리 장병들의 땀과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그 예산 가운데는 6·25 때 조국을 지키려 중국군과 싸운 군인, 전쟁 희생자의 후손이 낸 세금도 포함돼 있다. 참전 용사를 비롯한 국민이 이해할 성과를 내고 있는지 정부는 중국군 유해 반환 사업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조선일보(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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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침 지원해 놓고 ‘평화 수호’ 위해 싸웠다는 시진핑

 

시진핑 주석이 23일 중국의 6·25 참전 7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이 23일 중국의 6·25 참전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평화 수호, 침략 반대의 기치를 들고 압록강을 건넜다”며 “북한과 손잡고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켰으며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지켰다”고도 했다. 북한의 남침을 지원해 한반도를 피로 물들여 놓고 ‘평화 수호’라는 것이다. 중국은 70년 전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날(10월 25일)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다) 기념일’이라고 한다.

 

시진핑은 6·25를 내전(內戰), 10·25를 항미원조로 구별했다. 6·25는 중국과는 무관한 일이고 항미원조는 미국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6·25는 김일성이 마오쩌둥의 군사 지원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발발했다. 6·25 직전 중국이 북에 넘긴 조선인 사단 2개는 남침의 주력 부대였다. 중국의 6·25 책임이 분명한데도 모른 척했다. ‘항미’라고 하지만 유엔군 병력이 중국 땅을 밟은 적은 없다. 6·25 때 전사한 국군이 14만이다. 당시 마오쩌둥은 “위군(僞軍·국군)부터 타격하라”고 했다. 국군을 ‘약한 고리’로 봤다.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은 “중공군과 싸운 기간이 거의 전부”라고 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인데도 시진핑은 언급하지 않았다. ‘항미원조’라는 단어 자체에 한국의 존재가 없다.

 

미·중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진핑은 미국을 겨냥해 “패권 행위는 막다른 길(死路)”이라며 ‘강력한 군대 건설’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선 “피로 전투적 우정을 맺었다”고 했다. 지금 중국에선 ‘항미원조’를 띄우는 방송과 행사가 쏟아지고 있다. 김정은도 중국군 전사자 묘를 참배했다. 그런데 한국 안보의 보루인 한·미 동맹은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 주미 대사가 동맹 흔들기에 가담하는 상황이다. 70년 전 참극이 떠오른다.

 

-조선일보(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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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전략인가?

 

란팅(藍廳·푸른 방)이라고 불리는 중국 외교부 내외신 브리핑룸에서는 매일 오후 3시(현지 시각) 중국과 관련된 각종 문답이 오간다. 북핵(北核)도 그중 하나다. 최근 미·중 관계가 신(新)냉전으로 치달으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톤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브리핑에서도 그런 인상을 받았다.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인)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말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왕 대변인은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가 강경 국면에 빠졌고, 문제는 북한의 합리적인 이익이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란 언급도 없었다.

중국 외교부가 "북한의 합리적인 이익"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은 6월 12일부터다. 화춘잉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 교착은) 북한의 합리적 이익이 해결되지 않은 것이 주원인"이라고 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북핵 문제가 나올 때마다 "북한의 합리적 이익"이라는 문구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과 때를 같이한다. 지난 6월 하와이에서 만난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중이 연일 치고받던 시점에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몇 년간 미·중은 북한 비핵화를 공동 관심사이자 공통의 이익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연일 북한의 이익을 강조하는 중국의 태도를 보면서 중국이 북핵을 대미(對美) 전략의 '카드'로 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심지어 6·25 때처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 전략이 다시 가동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올 들어 중국이 코로나, 홍콩 문제로 서방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맨 먼저 중국을 감싼 나라는 북한이었다. 김정은은 핵보유국을 강조한 지난 27일 연설에서 "혁명전쟁(6·25)을 피로써 도와주며 전투적 우의의 참다운 모범을 보여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과 노병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올해는 중국이 북한을 돕기 위해 6·25에 참전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졌던 이유 중 하나는 천안문(天安門)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와 압력에서 탈출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한국은 수교를 서두르면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도발을 억제해 주길 기대했고, 그런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오곤 했다. 2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조선일보(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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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보다 더한 치욕 당할 수 있다

 

美·中 갈등, 막장 대결 격화… 中, 한·미 동맹 와해 속셈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대국(大國) 자존심을 건 막장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선(戰線)도 남중국해, 무역, 첨단기술 분야에서 홍콩, 대만, 신장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중국의 급소를 겨냥하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두 기관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패권 세력의 교대가 전쟁을 수반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기우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의 창궐이 미국 내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붓고 트럼프가 대선 전략 차원에서 중국 때리기에 과잉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대선이 끝난다고 미·중 대결이 해소될 가망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결의 근본 원인이 천하 패권을 둘러싼 사활적 이해관계의 대립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백악관이 2017년 12월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이 방향과 틀을 설정하고 금년 5월 20일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접근법'에 이르러 구체화되고 체계화됐다. 중국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뿐 아니라 근본 가치에도 위협이 되는 도전자라는 데 미국 내에 초당적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어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해도 대중국 전략이 달라질 여지는 별로 없다.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전선이 확대될수록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을 사안이 많아진다. 중국으로서는 한·미 관계를 이간하고 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 최우선 전략 목표다. 중국과 안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주변국 가운데 중국의 회유와 협박이 통할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중국의 위성국으로 편입되면 대중 봉쇄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한국이 지정학적 요충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력에서도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체급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미·중 대결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으로 생존과 번영의 공간을 확보해 나갈 것인가?

첫째,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편에 서야 한다. 자명한 진리이지만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편이 어디인지 헷갈리는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을수록 안보 분야에서 중국이 적대적으로 여길 정책을 선택할 문턱도 높아진다. 보통 국민 눈높이에서는 미래의 더 큰 안보적 이익은 추상적인 반면, 눈앞의 작은 경제적 실익은 손에 잡히고 피부에 와 닿는다. 그래서 사안의 경중을 가리는 균형 감각은 정부 몫이다. 사드 '3불(不) 합의'는 균형 감각의 상실이 초래한 대형 참사다.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보복에 지레 겁부터 먹고 국가의 생존과 5000만 국민의 안전이 걸린 안보 주권을 중국에 양도한 것이다. 든든한 동맹을 두고도 중국의 겁박에 저항 한번 못 해보고 무너진다면 우리 편이 어딘지를 판단할 능력에 치명적 고장이 난 것이다. 그런 나약한 자세로는 을사늑약이나 '3불 합의'보다 더한 치욕을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의 패권적 횡포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줄 최후의 보험은 한·미 동맹이다. 보험 혜택을 확실히 누리려면 아깝더라도 보험료를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을 잘 지키는 것이 우리 편에 서는 것이다.

둘째는 대한민국이 추구할 가치를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시장경제에 반하고 전체주의적 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나라와는 돈벌이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종은 하고 이웃으로서 예의는 지키지만, 마음을 줄 수는 없다. 중국몽이 한국에는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이나, 신장(新疆)에서 일상사가 되고 있는 위구르족 탄압을 규탄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라는 말은 아니다. 억압받는 북한 주민을 외면하고 동족을 억압하는 김정은 정권의 편에 선 정부가 남의 나라 인권 문제에 나설 처지는 못 된다.

끝으로,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과 원칙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 점령과 영유권 주장에 대하여는 중국이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구성된 상설중재재판소(PCA)가 2016년 7월 12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우리가 국제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중국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국제법을 떠나 수입 에너지의 80% 이상이 통과하는 남중국해의 항해 자유 보장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다. 국익과 국제 규범에서 우리 편이 어딘지 분명한 이런 사안에서조차 애매모호한 기회주의적 태도로 계속 얼버무릴 수는 없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 외교안보 수석, 조선일보(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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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결별 시대, 한·중의 위험한 러브라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photo 뉴시스

 

대만의 TSMC(臺積電)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Foundry) 업체이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48%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설계를 하지 않고 팹(Fab)을 통한 반도체만 생산하는 업체다. 반도체 업계에서 팹은 공장을 의미하는데, 공장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팹리스(Fabless)라고 부른다. TSMC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5세대(5G) 이동통신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중국의 화웨이(華爲)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들을 이용해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면서 각국에 화웨이의 5G 제품을 쓰지 말라고 요청해왔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해 5월에는 화웨이와 114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리고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거래를 금지했다. 그러자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海思半導體)을 통해 핵심 반도체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이실리콘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팹리스 업체다.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곳은 TSMC다. 당초 TSMC의 하이실리콘과의 거래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 대상이 아니었다.
   
TSMC는 지난 5월 15일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14조8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최신 기술인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2021년에 건설이 시작될 예정이다. 중국의 난징과 상하이에도 공장을 운영하는 TSMC가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TSMC의 발표가 나오던 날 공교롭게도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활용한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경우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할 수 없다는 내용의 새롭게 개정된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TSMC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TSMC는 그동안 미국의 기술과 제조장비 등을 이용해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등 공장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TSMC의 전체 매출에서 하이실리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에서 지난해 14%까지 늘었다. TSMC는 또 미국의 애플, 퀄컴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사업 파트너이다. TSMC 매출의 60%가 미국 기업들에서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에서 ‘양다리 작전’으로 매출을 극대화했던 TSMC는 결국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TSMC의 결정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TSMC 지분의 6.68%는 대만 행정원 국가발전기금이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어온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라고 압박해온 중국 정부와 시진핑 국가주석을 견제하기 위해 TSMC에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양국이 경제 전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4일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면서 “우리가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는다면 5000억달러(615조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5000억달러는 미국이 연간 중국으로부터 상품 등을 수입하는 규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에도 “당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는데, 이제는 대화 상대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나왔다고 재차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일련의 보복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각종 제재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1년 연장했다.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대통령이 거래와 교역을 차단할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의거한 조치다. 백악관은 또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를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재무부는 뉴욕증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들의 회계 규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도 미국 정부에 화웨이에 대한 제재 철회를 요구하며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5월 17일 “일체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대응 조치로 애플, 퀄컴, 시스코 등 미국 기업들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려놓고 대외무역법과 반독점법, 국가안전법 등에 따라 제재 조치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또 보잉사의 항공기 구매도 유예할 수 있다. 양국의 대결과 갈등은 앞으로 제2의 무역 전쟁과 금융 전쟁 및 기술 패권 전쟁으로 비화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양국은 1979년 1월 1일 수교한 이후 지금까지 40년간 서로 가까워지며 협력을 확대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에 돌입했다면서 양국의 결별은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추진 중인 ‘경제번영 네트워크’
   
게다가 양국은 각국을 상대로 ‘우군 만들기’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라는 일종의 생산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략은 한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 멕시코, 일본 등과 협력해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춰 글로벌 공급망을 바꾸겠다는 의도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는 호주,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베트남 등과 협력해 세계경제를 전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문제는 미국 국가 안보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미·중 간 물리적·심리적 디커플링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주요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단절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이런 전략에 맞서 기존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판 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보건 분야를 추가해 각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탈리아, 세르비아, 캄보디아, 라오스,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 16개국에 의료진을 직접 파견하고 의료용품을 대거 무상 지원했다. 브래들리 세이어 미국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중국이 코로나19 위기를 ‘보건 실크로드’ 구축에 이용하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 패권이란 전략 목표를 위해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독일 등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 5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양국이 기업인들의 필수적 활동 보장을 위해 입국절차를 간소화한 ‘패스트트랙(신속통로)’ 제도를 신설한 것을 코로나19 대응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았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먼저 걸어온 시 주석은 “양국은 최초로 공동방역과 통제 협력 체제를 수립했다”며 “양국은 기업인 패스트트랙을 개통해 산업·공급·물류체인의 운영을 원활하게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를 ‘풍우동주(風雨同舟·비바람 속에서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라고 표현하면서 “한국과 중국은 떼어놓을 수 없는 좋은 이웃이며, 앞으로 전략적 교류를 강화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올해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시 주석이 “올해 안에 방한하는 데 대해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있어 시 주석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일관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 지린성에 ‘한·중 국제합작시범구’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볼 때 문 대통령은 아직도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목을 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의 완전 해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등 선물 보따리를 갖고 올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개별관광, 남북철도 연결 등 남북 경협 구상을 적극 지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의한 남북 협력 구상을 성사시키려면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 해제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자신의 이런 구상을 강력하게 밀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지난 5월 12일 북·중 접경 지역인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에 ‘한·중 국제합작시범구’를 설치하겠다는 방안을 공개했다. 중국 정부가 비준한 이 방안에 따르면 창춘시 동북부에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36㎢ 면적의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210㎢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협력 분야로는 인공지능(AI), 5G, 반도체, 공업·서비스 로봇, 신재생에너지 자동차·지능형 자동차 및 주요 부품, 가상현실(VR) 등 첨단 분야가 대거 포함됐다. 이와 함께 한·중 관광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시범 지역에 한국 관광기구의 지사 설립을 지원해 국경 간 관광을 적극 발전시킨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발개위는 “이 방안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공동 건설과 중국 동북 지역의 전방위 진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주입해 동북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 권구훈)와 기획재정부가 중국의 발개위와 한·중 국제합작시범구 설치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권구훈 위원장은 “중국 정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 재건을 위해 5G,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한·중 국제합작시범구는 첨단 기술 분야 등에서 양국의 경제 협력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한·중 국제합작시범구까지 설치하려는 의도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로선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제재하기 위해 외국 반도체 업체들의 수출까지 막는 조치를 내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끌어들인다면 미국 정부의 제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친중 정책을 묵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탈(脫)중국과 본토 복귀(rehoring)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제동을 걸 것이 분명하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자국과 동맹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공장을 이전하도록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 조치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은 이처럼 신냉전에 따라 각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제전문가 모임 발다이클럽의 표도르 루키야노프 연구소장은 “세계가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라는 매우 거대하고 위험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며 “신냉전은 다른 나라들에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주간조선(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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