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국가를 하나로 이끄는 ‘자유의 로드맵’을 짜자] ....

뚝섬 2022. 9. 21. 09:23

[국가를 하나로 이끄는 ‘자유의 로드맵’을 짜자]

[대통령 권력이란 무엇인가]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에 빠진 것들]

[국민 뜻 받들겠다는 다짐, 실천되는지 지켜볼 것]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모른다]

[100일간 100건 지지율 조사]

[예와 명]

 

 

 

국가를 하나로 이끄는 ‘자유의 로드맵’을 짜자

 

[朝鮮칼럼]

 

요즘 한국 정치는 초현실적이다. 에미상 6관왕에 오른 나라의 정치가 진짜 ‘오징어 게임’ 같다. 여당은 당권을 둘러싸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벌이고 있다. 야당은 개딸들의 놀이터가 되며 방탄민주당 완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코노미스트지로부터 기본부터 배워야 한다 말까지 듣고 있다. 문화는 세계를 펄펄 나는데, 정치는 후진국 뒷골목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을 마치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1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진화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 때는 집무실에서 밤을 새웠다. 민방위복과 장화 차림으로 수해 현장을 누비고 사망자의 유족을 위로하는 모습이 대통령스러웠다. 명동성당의 무료급식소에서 손수 끓인 김치찌개를 퍼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미소가 절로 났다. “전 정권 핑계 더 이상 안 통한다”거나, “대통령은 경험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도 정곡을 찔렀다. 취임 후 정치적 곤경은 바로 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영빈관 신축을 둘러싼 갑작스러운 소동으로 꿈이 확 깼다. 다행히 대통령의 신속한 철회 지시로 해프닝이 되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첫째는 소위 정무적 판단력의 문제다. 지금은 영빈관을 지을 때가 아니다. 경제와 민생이 너무 어렵고, 대통령도 본인과 장차관의 급여를 10% 반납하겠다고 공언했다. 영빈관 신축 계획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런 모순을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국격을 위해 꼭 신축이 필요한가? 그런데 대통령실 이전 예산은 이미 초과되었다. 예산이 더 필요하면,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 초등학교 입학 연한을 만 5세로 낮추는 문제로 이미 혹독한 비판을 받지 않았는가. 정치가는 정책에 실패해도 용서받지만, 설명에 실패하면 무대를 내려와야 한다. 영빈관 신축이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다면, 그처럼 허무하게 취소하지 말고 국민에게 그 결정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이렇게 급히 결정하고 쉽게 취소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대통령실 내부의 의사 결정과 소통도 문제이다. 비서실장은 물론 수석들도 신축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신축이 공개 논의되었다면, 이런 결정이 내려질 리 없다. 대단한 센스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그렇다.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신축이 최종 결정되었나.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인데도, 소수에 의해 비밀리에 결정된 것인가. 실장도 모르는 그 소수란 누구인가. 이런 소수가 존재한다면 국가의 암적 존재고, 훗날 큰 우환이 될 것이다.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핵심 멘토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24일 강연에서, 그는 “내각, 대통령실, 정당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5년 뒤에 진다”고 개탄했다. 단순히 여당의 이전투구나 정치적 득실을 지적한 게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드는 문제’, 그리고당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갖고 나아갈 것인가 대한 깊은 논의가 어디에도 없다 것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새 세상이 온 것 같지 않다”(박성희 이화여대 교수)라든지, “지금 국민은 ‘저 당은 목표가 없는 당인가 봐’라고 한다”(윤희숙 전 의원)의 비판도 모두 같은 말이다.

 

윤 대통령이 “급하게 서두르고, 서툴게 의견을 철회하는 모습”은 단지 아마추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말하는 프레임과 가치가 명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5번, 8·15 기념사에서 33번 천명한 가치는 ‘자유’다. 사실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고,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정책 등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조치이자, ‘자유’의 정책적 실천이다. 다만 확고하고, 절실하고, 총체적이지 않다. 각이 서지 않으니 선명하지 않고, 그래서 내각, 대통령실, 정당이 따로 논다.

 

신냉전과 대불황의 먹구름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다. 그런데 민생은 정쟁으로 내팽개쳐져 있다. 한국 근현대사는 한시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쓰나미는 세기적 전환을 가르는 위기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지원법은 수많은 경제 법률 중 하나가 아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시대는 끝났다. 안미경중(安美經中)도 한계에 달했다. 자유무역으로 번영을 일궈온 한국에는 경제적‧지정학적 결단의 시간이 도래했다. 윤석열 정부에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임무와 함께 정치 교체, 시대 교체라는 3중의 역사적 임무 동시에 부여되었다. 잠시 정치의 캐터필러(무한궤도)를 멈추고, 역사의 앞날을 조망하자. 그리고 국가 전체를 하나로 견인하는 ‘자유의 로드맵’을 짜자.

 

-김영수영남대 교수·정치학, 조선일보(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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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력이란 무엇인가

 

[박제균 칼럼]

尹 집권 후 과연 달라진 게 뭔가… “인사권으로 제 식구 보호하면 보스”
尹 주변 인사, 빌릴 머리가 없다… ‘대통령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써야 하나. 취임 100일 만에 이처럼 많은 지지율 여론조사가 쏟아진 게 윤 대통령이 처음이지만, 이토록 많은 대통령 비판 칼럼이 나온 것도 내 기억엔 처음이다. 과거에는 있었던 ‘허니문’ 기간이 사라진 것, 문재인 정권 이후 어느 때보다 진영으로 갈라진 언론 풍토가 큰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필자들도 비판 글을 양산(量産)한 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윤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정부의 실패는 ‘이재명 집권’의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실패할 것 같으니까 대통령부터 변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윤석열은 대통령이 됐고, 이재명은 ‘사법 리스크’가 심각하니 차기 대선까지 갈 수 있겠냐고? 지난 대선에 1600만 표 이상을 얻어 0.73%포인트 차로 2위를 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을 사법으로 ‘처리’하는 게 한국사회에서 가능할 것 같은가. 그러니 윤 대통령에게 남은 길은 하나, 정치를 잘해서 보수 정권에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 윤 대통령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남긴 감정은 실망감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집권 후에 과연 달라진 게 뭔가, 하는 회의감마저 준다. 물론 달라진 건 있다. 외교안보 정책은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복귀했고, 경제 정책은 경제논리에 맞게 기업 친화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부동산 정책도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충으로 제 방향을 찾았다.

 

그러나 이런 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국가 정상화 과정이다. 한마디로 윤 정권만의 그 무엇이 안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출근길 문답을 정례화한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국정 운영의 내용이 아니라 겉모양을 바꾼 것이어서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지난 5년 동안 많은 국민이 그토록 희구했던 공정(公正)을 복원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윤석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던 공정을 인사 실패로 좀먹으면서 문 정권과의 현격한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다. 부적절한 인사를 중용하는 것도 실망스러운데, 그런 인사를 쉽사리 내치지 못하는 것도 제 식구라면 귀 막고 싸고돌던 문재인 시절을 연상케 했다.

군왕무치(君王無恥)다. 국가 운영을 위한 최고 권력자의 변심은 무죄다. 17일 기자회견의 각오처럼 국정 쇄신을 하려면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만한 인사 쇄신을 해도 부족한 터. 만만한 홍보라인부터 손대 포장지만 바꾸려 하니 쇄신 의지를 의심받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남긴 유명한 말.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이 말을 변주해 돌려주고 싶다. 대통령이 인사권 가지고 보호하면 그게 보스지, 대통령입니까.”

 

그렇다고 정책에서 ‘윤석열다움’을 보인 것도 없다. 문 정권이 치외법권 집단으로 키운 민노총은 여전히 시너 통을 들고 다니며 불법을 자행한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 장관이란 사람은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까지 직접 찾아가 ‘농성 푸는 걸 한번 더 생각해 달라’고 사정한다. 노동개혁이나 이명박 사면처럼 사회적 인화성이 큰 문제를 피하고 미루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윤석열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모습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말 위에 올라 싸울 준비는 돼 있었어도, 말에서 내려 통치할 준비는 부족했던 것 같다. 검사라는 특이한 직군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것이 한계였으나, 그건 지지자들도 아는 문제였다. 그렇다면 본인 주장대로 머리를 빌렸어야 한다. 그런데 주변을 검찰 식구나 친구 동문, 정무 감각 떨어지는 B급 정치인들로 ‘도배’하다시피 하니 빌릴 머리가 없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권력의 속성, 최고 권력자의 처신에 대한 숙고의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반지의 제왕’에서 보듯 권력의 절대반지는 소유자의 인성(人性)을 파괴한다. 대통령에겐 인간관계도, 친구도, 심지어 가족도 없다. 적어도 대통령을 하는 동안은. 왜 한비자가 “군주는 어질고 지혜로운 신하라도 개인적으로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겠는가. 100일간 ‘대통령 신고식’을 호되게 치른 윤석열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깊이 고민했으면 한다. 대통령 권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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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에 빠진 것들

 

[朝鮮칼럼]

대통령이 생각하는 역할과 국민 눈높이 간 괴리 드러내
지지율 하락 근본 원인 여전히 모르고 있는 듯
부족함 받아들이는 겸허한 태도, 개별 정책 묶는 비전 보여야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유심히 지켜봤다. 취임 초 낮은 지지율이 보여주듯 전례 없이 ‘허니문’을 누리지 못하는 데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했다. 회견을 지켜본 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을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긴 시간을 할애해 지난 100일의 성과를 나열한 모두(冒頭) 발언에서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과 국민 눈높이 간의 거리감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초보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신임 대통령의 100일은 시행착오와 학습의 과정이다. 그 기간 후 국민이 확인하고 싶은 건 그새 얼마나 깨달음이 컸고 달라지려고 할까 하는 점이다. 100일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은 여전히 관료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자회견 발언은 검사가 범죄 소탕을 벌여 조폭과 경제사범 몇 명을 잡았으며, 그중 몇 명을 기소했고, 그 가운데 몇 명은 중형을 선고받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식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겨우 100일을 보냈고 앞으로 수없이 많은 날을 이끌고 가야 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듣고 싶었던 말은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국정 목표와 비전이었다. 미래에 대한 말을 기대했지만 윤 대통령의 관심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는 민심이 지난 대선의 결과였다고 해도, 그게 이 정부의 국정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사실 윤 대통령이 꿈꾸는 미래 모습은 대선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때도 궁금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다수 유권자에게는 당장의 정권 교체가 더 급했다. 취임 후 100일이나 지난 만큼 이제는 그런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되었고, 그래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더 궁금했던 터였다.

 

국정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니 국가 정책은 각개 약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등을 강조하지만 이 정책들이 왜 중요한지, 굳이 왜 다 하려고 하는지 알기 어렵다. 개별 정책만 강조될 뿐 그걸 하나로 묶어줄 큰 그림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가 비전이라는 상위 개념이 없으니 5세 초등학교 입학 같은 정제되지 않은 정책도 뜬금없이 던져질 수 있다. 되돌아보면, 장관 보고를 대통령 독대 형식으로 한 것도 문제였다. 장관과의 1대1 업무 보고가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했기 때문이라지만 이런 식으로는 도대체 새 행정부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국민은 알기 어렵다. 장관의 업무 보고는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에게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향한 것이다.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목표를 우리 부서는 이렇게 추진해서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는 로드맵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기회가 되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나 우선순위도 국민의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5세 초등학교 입학 건이 교육부 보고 때 이렇게 제시되었다면, 대통령의 국정 목표라는 상위 개념과의 관련 속에서 수용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이때 비판받으면서 큰 논란 없이 철회됐을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된 것은 대통령의 정치 경험 부족 때문이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윤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정치 지도자로 변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부족함을 주변에서 채워줘야 할 텐데, 문제는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들으려고 하기보다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실무적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서실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시킨 일은 잘하겠지만, 대통령이 듣기 불편해하는 말을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당에 대통령을 정치적 운명 공동체로 생각하는 오랜 인연을 가진 ‘동지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윤 대통령에게는 그런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 아들 문제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까지 듣기 불편한 말을 꺼낸 건 여당 내 측근 인사였다. 하지만 이른바 윤핵관은 친윤 ‘세력’이라기보다 개별적 관계이고 오랜 인연도 아니다.

 

이런 본질적 문제를 그대로 두고 비서실의 정책과 홍보 기능을 보완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윤 대통령은 사람을 잘 안 바꾼다고 했지만, 기존 인사들이 못하고 무능해서가 아니라 지금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자질을 갖춘 인사로 일부 자리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 정무 감각이 있고 경륜을 갖춘, 때로는 듣기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주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게 해야 한다. 물론 그 무엇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려는 윤 대통령의 겸허한 태도가 우선 중요해 보인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선일보(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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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뜻 받들겠다는 다짐, 실천되는지 지켜볼 것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취재진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집권 초반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앞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정의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한 치도 국민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잘 받들고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면서 “조직·정책·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짚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사 실패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국정 운영과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고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출근길 문답 때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인사 실패 지적에 지난 정권과 비교하며 언성을 높였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꼽히는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집값과 전세값 안정을 위한 민간 공급 대책 등을 펴나가겠다고 했다. 투자와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와 반도체·바이오·우주항공 등 신산업 육성, 재정 건전화와 서민 생활 지원책 등도 제시했다. 특히 노동·교육·연금 개혁과 관련해 독일의 사민당 사례를 들면서 정치적으로 손해 보더라도 초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노조의 불법 강경 투쟁에 대해선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다. 빈틈 없는 안보 태세와 함께 북 비핵화를 위한 담대한 대북 지원 방안,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도 피력했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 속에서 민생을 안정시키고 성장 동력을 키우면서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겠다”면서 국민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강조했다. 그동안 국민이 실망한 것은 구체적 국정 혼선 못지않게,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가려는 대통령의 태도였다. 그런 점에서 잘못을 성찰하고 겸허하게 몸을 낮추는 모습은 바람직한 변화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출근길 문답에 대해 “당장 그만두라는 분이 많았지만 계속하겠다”고 했고 “언론의 제언,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이번 회견에 적잖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취임 초반 미숙하고 때론 거칠게 비쳤던 모습에서 벗어나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진짜 변화를 느끼려면 그런 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말로만 끝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 실망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조선일보(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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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모른다

 

[김순덕 칼럼]

‘국민’을 20번이나 읊조리면서도 대통령실 인사쇄신도 안 밝힌 회견

사랑 없는 사랑고백처럼 공허하다
‘내 식구’만 챙기는 인사부터 탈피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소회와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2022.8.1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듣고 싶은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 그러나 한 번도 사랑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사랑 고백처럼 답답하고 공허했다. 마음에서 우러난 사과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은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하기는 했다.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래 놓고 국정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한번 따져 보겠다”고 답했다. 입때껏 뭘 하다 이제 와 ‘여러 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따져 본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통령실부터 인사쇄신을 해야 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밖에 안 돼서다. 대통령의 분신이랄 수 있는 대통령실장이라도 바꿔 대통령이 달라질 것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장이 미워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연애할 때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 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해 ‘밥은 먹었느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으라’며 늘 전화를 잊지 않았다”던 윤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게 사랑이다. 사랑이 있어야 상대의 뜻을 알고, 공감도 가능한 법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공감했다면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아서, 특히 도어스테핑을 하면서 태도나 말투에서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하다.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는 말도 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앞으로 고치겠다”라고 사과했어야 했다. ‘부인 리스크’에 대해서도 “제 처가 당초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과 다른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특별감찰관을 속히 임명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써주기 바란다”고 밝혀야 했다. 그랬다면 국민의 돌아선 마음도 상당 부분 풀렸을 것이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대통령 소통의 새 모습이라는 도어스테핑에 대해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린다”며 당당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의 ‘집안싸움’에 대한 질문에도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어떤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며 솔직하지 않은 답변을 했다. 차라리 윤 대통령이 통 큰 사과와 수습 의지를 보였더라면 훨씬 대통령다웠을지 모른다.

윤 대통령이 숨차게 소개한 100일간의 국정과제가 간단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던 탈원전 정책을 윤 대통령이 폐기함으로써 우리 원전 산업을 다시 살려낸 것만 해도 하늘이 도왔다 싶다. 취임 열흘 만에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공고히 한 것도 박수 칠 일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최근 중국의 ‘거대한 몰락(great falling)’을 특집으로 다룬 바 있다. 만에 하나 3·9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면 윤 대통령이 어제 강조한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특히 외교 안보 분야에 있어서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는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에게서는 결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윤 대통령의 어제 기자회견은 현미절편 같다. 영양가는 있을지 몰라도 먹음직스럽지 않다. 5년 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체리 장식에다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케이크처럼 화려했다. 문 대통령은 “서민 괴롭힌 미친 전세·월세를 잡을 더 강한 부동산 대책이 주머니에 많다”고 큰소리쳤고, 탈원전을 해도 전기료는 크게 오르지 않으며, 꼼꼼한 재원 대책으로 재정부담이 크지 않다고 장담했다.

문 정권의 ‘쇼통’에 홀렸던 탓일까. 문 정권 5년간 국가채무는 404조 원이나 늘어났다. 우리 아이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려면 윤 대통령은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국민의 협조를 얻어내야만 한다.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분골쇄신이 아니다. 지지율이 중요한 것도 좋은 국정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인사가 중요하다. 검찰이나 대통령 동문, 코바나컨텐츠 같은 ‘내 식구’만 챙기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윤 대통령이 취임 전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은 한 뼘쯤 올라갈 수 있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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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 100건 지지율 조사

 

[여론&정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 조사에서 특이한 것은 ‘매우 잘못한다’는 극안티층이 많게는 60%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초반에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지만 당시 극안티층은 30%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22.08.17./뉴시스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2년 차에 50%에 육박하며 회복한 것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은 언제 지지율이 반등할지 기약하기 어렵다. 각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 운영을 ‘잘못할 것’이란 전망이 60%가량인 점도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이 매우 싫거나 그에게 기대를 접은 국민이 10명 중 6명이란 것은 웬만해선 지지율 복원이 쉽지 않은 심각한 상황이란 의미다.

 

윤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해 특이한 것은 또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간 공표한 대통령 지지율 조사가 무려 100건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반 100일간 50건의 두 배나 되고 문재인 정부 때 66건보다도 크게 늘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다 보니 관련 기사도 많았다. 주요 신문·방송 54곳의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인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다룬 기사는 100일간 3288건이었다.

 

우후죽순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와 관련 뉴스가 거의 매일 반복되자 여권 지지층이 기가 눌려서 입을 못 여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독일 학자 노엘레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螺線)’ 이론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다수에 속한다고 생각할 때에는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지만 반대일 때는 침묵한다”고 했다. 선거에서 여론조사와 다르게 막판 뒤집기가 종종 나타나는 것도 ‘침묵의 숨은 표’ 때문이라고 한다.

 

여론조사 폭증은 조사 회사 난립의 영향도 있다. 현재 여심위에 등록된 조사 회사는 92곳으로 1년 전보다 22곳 늘었다. 정치 여론조사 회사가 13곳에 불과한 프랑스, 20곳인 일본보다 많아도 너무 많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선거와 더불어 평상시 정치마저도 여론조사에 휘둘리고 있다”며 “여론조사는 여론조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했다. 여론조사가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눈치 챈 사람들이 여론조사를 쏟아내면서 민주주의의 맥박을 측정하는 본래 목적을 잃었다는 것이다.

 

마침 중앙선관위는 ‘선거 여론조사 등록 기관 관리 강화 방안’을 관련 학회에 의뢰해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조사 회사 등록과 취소 요건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해서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수준 낮고 부실한 여론조사 양산을 막을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조선일보(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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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명

 

[이한우의 간신열전] 

 

공자는 ‘논어’에서 서른에 이립(而立)하라고 했고 마흔에 불혹(不惑)하라고 했다. 이립은 압축어인데 복원하면 입기이례이입인이례(立己以禮而立人以禮)이다. 먼저 예로써 자기를 세운 다음에 남도 예로써 세워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군신(君臣) 모두에게 해당되는 덕목이다.

 

그래서 공자는, 신하는 임금에게 진례(盡禮), 즉 예를 다해야 하고 임금은 신하에게 예대(禮待), 즉 예로써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공자에게 예란 넓은 의미에서 사리(事理), 즉 일의 이치다. 그래서 간언을 할 때 지나치게 임금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해서도 안 되지만 아예 임금의 잘못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진례(盡禮)하는 것이다.

 

마흔에 도달해야 할 불혹이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일의 이치가 아닌 것, 즉 비례(非禮)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전히 예(禮)와 연관된 것이다. 공자는 신하가 일을 할 때는 주도면밀해야 한다[敏於事]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가 여러 차례 보여준 해프닝이야말로 불민(不敏)함의 전형적 사례다. 그런데도 어물쩍 넘어가는 듯하다. 당 전체가 혹(惑)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쉰 살은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명(命)이란 팔자나 운수가 아니다. 예가 사리(事理)라면 명은 사세(事勢), 즉 일의 형세다. 임금이 내리는 말을 명(命)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의 형세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그러나 모든 임금들이 명을 좌우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내리는 말, 즉 명(命)이 자주 사세에 적중할 때 그 말은 점점 힘을 얻었고 적중하지 못할 때는 그 반대였다. 임금은 신하들의 말을 듣고서 판단해[聽斷] 명을 내리는 자리다. 그러니 누구보다 대통령이야말로 말의 무게를 알았으면 한다. 할 말은 꼭 하되 불필요한 말은 한마디도 않는 절(切)자 하나라도 새겨주면 좋겠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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