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포위'에 사로잡힌 親文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칼럼을 냈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옹졸함과 내면의 권위주의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일부 언론을 야당 편이라 여기고 그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을 갖는다고 했다. 민주적 집권 세력을 이런 용어로 표현한 건 이례적이다.
피포위 의식은 원래 적군에 포위된 상황을 말하는 군사 개념이다. 이를 특정 사회적 집단의 정서를 설명하는 용어로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크리스티가 가다듬었다. 외부로부터 공격받는다는 공통의 정서가 발동해 강한 내부 결속을 이끌어낸다고 크리스티는 분석했다. 흑백 사고에 빠지고 외부인을 신뢰하지 않으며, 두려움에 시달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려는 특성을 보인다고 했다. 소위 '친문 세력'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언론인으로서 피포위 의식을 깊게 성찰한 이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다. 그는 피포위 의식을 가진 정치 집단은 스스로 고결하다고 여기며, 대중에게 자신들의 우월함을 어필하는 스토리를 전달할 줄 안다고 했다. '악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성스러운 소수'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추종자들이 뭉친다고 했다. 친문 세력의 '충성심'이 발동하는 메커니즘이다.
브룩스는 피포위 의식이 집단 내 지도자의 해악을 정당화하는 경향으로 흐른다고 했다. 자신들의 집단이 위험에 빠졌다는 두려움을 느끼면 정직, 예절, 성(性) 윤리 등을 지킬 여유가 없다며 눈을 감아버린다는 것이다. 조국, 윤미향처럼 도덕적 흠결이 노출된 사람들을 왜 극성스럽게 감싸고 도는지 설명이 된다.
중요한 포인트는 피포위 의식이 주로 독재 권력과 그들의 추종자를 설명할 때 쓰이는 표현이라는 점이다.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의 철권통치 세력이 서방에 의해 위협받는다며 공포를 조장해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용어다. 브룩스가 피포위 의식 개념을 끌어온 것도 미국의 극우 정치가인 로이 무어가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는데도 왜 극렬 보수층이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지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민주화 운동이란 '훈장'을 달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독재나 극우 정치의 특질을 보여주는 용어로 비판받은 건 부끄럽다는 정도에 그칠 일이 아니다. 요즘 피포위 의식을 적극 활용하는 세력으로는 사법부·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폴란드 극우 포퓰리스트 정권이 지목된다. 이들과 비슷하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경로를 '한국의 민주적 권력'이 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해외 유력 매체가 제기한 것이다.
브룩스는 피포위 의식을 가진 집단의 말로(末路)를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들에게 거슬리는 팩트는 걸러버리고 점점 극단으로 치닫다가 자기 파괴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손진석 파리 특파원, 조선일보(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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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심판' 외친 집회가 文 정권 구명줄 됐다
방역 이완으로 수도권 확산… 교회·광화문이 대신 덤터기
이번 수도권 코로나 확산은 정부가 씨앗을 뿌렸다. 전문가들이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는데도 7월 24일부터 교회 등의 소모임 금지를 해제했다. 8월 14일부터 쓸 수 있는 외식·공연 쿠폰을 뿌리겠다고 예고했으며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모임을 갖고 놀러 다니라고 등을 떠민 격이다. 글로벌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는 선방 중이라고 자랑하려는 조바심에서였다. 8월 10일 무렵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가 두 배씩 폭증한 것은 7월 말 정부가 앞장서서 코로나 경각심을 이완시킨 결과로 봐야 한다.
그러니 정부는 방역의 고삐를 늦춘 안이한 인식을 반성하며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를 맞아야 할 처지다. 그런데 거꾸로 목을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대신 덤터기를 씌울 대상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랑제일교회의 무더기 확진과 이 교회 전광훈 목사와 교인이 참가한 광화문 집회가 희생양으로 제단에 올랐다. 대통령은 "방역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에게 공권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라"고 했다. 법무장관은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도 먹잇감을 지나칠 리가 없다.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을 하나로 묶어 때리고 있다. 통합당이 광화문 집회를 "방조했다"고 하다가 "독려했다"고 수위를 더 높였다. 근거를 물으니 "통합당 의원이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103명의 통합당 의원 중 집회 참석자는 단 한 명이었다. 야당 의원 한 명이 광화문 집회 참가자 5만명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광화문 집회에 몰려가면서 수도권 확진 폭발을 가져온 것처럼 프레임을 짰다. 통계 속 진실은 그렇지 않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26일 현재 215명이다. 15일 이후 전체 확진자 3250명의 6.6%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929명은 교회 내 모임을 통해 감염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만 표적으로 삼은 것도 편파적이다. 15일 민노총 2000여명도 종각에서 집회를 가졌다. 전체 교인 수가 4000명을 밑도는 사랑제일교회의 광화문 집회 참석은 그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민노총은 지난 6월 여의도에서 4000명이 모여서 집회를 가진 적도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도심 집회가 금지된 이후 최대 규모였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민노총에 경고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런 세세한 분석과 항변이 모두 광화문 집회 책임론에 덮여 버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시각적 이미지에 코로나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겹쳐졌다. 조국 사태 때 광화문 집회에 박수를 보냈던 사람들도 이번 광화문 집회는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다른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잡은 무책임한 행태로 간주했다. 수도권 확산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것은 폭탄을 지고 불 섶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는 그 시점에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에 나가 연설을 했다. 그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사진기자들 앞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통화했다. 자신은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담대함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제3자 눈에는 "감염병을 남에게 옮겨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로 비쳤다.
'아스팔트 보수' 명사 몇몇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들의 행태가 들끓는 여론에 기름까지 부었다. 12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몰고 다닌다는 인기 유튜버는 병원 음식이 "싱겁고 밍밍하다"면서 "과일을 넣어주면 안 되나" "얼큰한 탕은 없느냐"고 투정했다. 통합당 전 의원은 "25년 동안 몸담았던 당이 나를 남 취급한다"며 야박한 인심을 탓했다. 25년 동안 몸담았던 당에 폐를 끼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은 없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압살당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광화문에서 누리는 그 자유로 얻으려 했던 게 뭔가. 문 정부의 잘못을 널리 알려 여론을 움직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목적이었다면 광화문 집회는 실패했다. 아니 정반대 효과만 낳았다. 3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 지지율은 단숨에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탄핵 이후 처음으로 뒤집어졌던 여야 지지율도 일주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고 목청 높인 집회가 궁지에 빠졌던 문 정부의 구명줄 역할을 했다. 약자 돕는다는 정책이 약자만 더 힘들게 하는 문 정부와 묘하게 닮았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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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라더니 사실, 수많은 靑 거짓말 또 하나 추가
최근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조원 민정수석이 아파트 매각 문제로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고 보도되자 청와대는 "한마디로 가짜 뉴스"라고 했다. 노 실장도 "싸운 적 없다"고 했다. 그런데 25일 국회에서 김외숙 인사수석은 '두 사람이 2주택 처분 때문에 싸운 것 맞느냐'는 야당 질의에 "언쟁(言爭)을 한 적은 있지만 싸운 적은 없다"고 답했다. 언쟁은 말로 다퉜다는 뜻이다. 음주는 했지만 술은 안 마셨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을 놀린다. 두 사람 다툼을 '가짜 뉴스'라고 한 청와대 해명이 가짜 뉴스였다.
정부 정책이나 방침을 놓고 청와대 참모끼리 언쟁할 수 있다. 노 실장이 지시한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처럼 논란 소지가 클수록 내부 이견이 있기 마련이다. 과거 정권에선 이런 보도가 나오면 시인도, 부인도 안 하는 식으로 대응하곤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김 수석은 두 사람이 다투던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25일에도 처음엔 부인하다가 야당 의원이 '이거 기록에 남는다'고 압박하자 '했지만 안 했다'식 답변으로 실토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가까운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은 그 사건을 정식 조사한 적이 없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관련해 "수사에 관여한 적 없다"고 했지만 당시 반부패비서관은 울산지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협조해 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사찰 폭로가 나오자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했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 후 청와대가 "미국도 이해했다"고 하자 미 정부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때는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했는데 러시아 대사관이 바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북한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번 청와대발 가짜 뉴스는 수많은 거짓말 중 하나가 추가됐을 뿐이다.
-조선일보(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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