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키려고 제보자를 범법자 낙인찍어 겁박하다니]
[정의는 끝장났지… 이기는 것만이 전부야!]
[갑작스러운 공직 감찰, 정권 비판 입 다물라는 것]
추미애 지키려고 제보자를 범법자 낙인찍어 겁박하다니
민주당 황희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제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단독범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권력이 군 복무 기강을 농단했던 상황을 언론에 알린 20대 공익제보자에 대해 황 의원은 ‘단독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범죄자로 단정했다. 도대체 이 청년이 무슨 죄를 저질렀나. 그는 추 장관 아들이 19일에 걸친 병가 기간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부대 복귀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고 전화를 걸어 부대 복귀를 종용했던 당직사병이었다. 그가 당장 부대로 돌아오라고 했던 추 장관 아들은 오지 않는 대신 육군본부 부대마크를 단 대위가 나타나 “휴가 연장 처리를 했으니 미복귀 보고를 올리지 말라”고 지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추 장관 아들은 나흘 더 일반 휴가를 쓴 뒤 귀대했다. 당직사병 출신 청년은 일반 사병들에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 특혜를 알렸을 뿐이다.

민주당 황희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단독범'이라고 부르며 배후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황 의원이 제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친문 극렬 지지층에게 좌표를 찍어주며 괴롭히라고 공격 개시 명령을 내린 것이다. 실제 친문 네티즌들은 제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폭언을 퍼부으며 “엄벌” “응징” 같은 협박성 글을 올리고 있다. 제보자에 대한 가해인 동시에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 추가 폭로 가능성이 있는 잠재 제보자들에게 겁을 줘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익 제보자 보호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시켰던 정권의 집권 여당이 벌이고 있는 일이다.
국방부는 지난주 추 장관 아들 휴가 문제에 규정 위반은 없었다고 발표했는데 그 바로 하루 전 황 의원이 참석한 당정회의에서 관련 사실을 보고했었다고 한다. 정부 부처가 장관 의혹 관련 회의를 집권당과 상의해 발표한다는 것도 도를 넘은 것이다. 황 의원이 당직사병 출신 청년을 범죄자로 부르는 것도 이 회의 논의 내용과 분위기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
추 장관은 소셜 미디어에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서 정말 송구하다”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얼핏 사과문처럼 보이지만 속 내용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종전 입장 그대로다. 추 장관은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불법이 있었는지 검찰 수사 결과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못하도록 막았던 대검 간부를 아들 수사 총책임자인 동부지검장에 앉혔다.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대로 했던 검사들이 이 정권에서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도 잘 알려져 있다. 추 장관이 진실의 순간을 기다린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바보가 아니면 다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권력만 있으면 어떤 일을 저질러도 뒤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조선일보(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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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끝장났지… 이기는 것만이 전부야!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Metallica, ‘And Justice for All’(1988)

And Justice for All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는 지금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일어난 이른바 ‘황제 휴가’ 논란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이 연일 뜨겁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군 복무 당시에 휴가 마지막 날 만취로 제때 부대로 복귀하지 못해 다음 날 위병소에서 바로 군 영창으로 직행한 아름답지 못한 경험이 있는 터라 이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참으로 궁금하다(참고로 그날 밤 우리 모친께서도 손수 부대로 전화를 걸어 사정을 하셨다).
4년 가까이 된 이 일의 발단이 장관 청문회를 둘러싸고 정치적인 쟁점으로 불거졌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군 입대와 복무는 입시와 채용과 더불어 이 땅의 평등과 공정을 가늠하는 가장 대중적이며 또한 가장 민감한 이슈이다.
이 갑론을박을 지켜보며 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명문이 줄곧 떠올랐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그 감동적인 말. 분명 전문가가 다듬었겠지만 우리가 선출한 최고 통치자의 수사학이 이런 정도의 수준에 올랐구나라는 감정에 울컥했던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그러나 가만히 곱씹어 보니 무언가 좀 이상하다. 정의는 결과로 보여지는 것일까? 결과만 정의로우면 기회와 과정은 정의롭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혹시 이 논란에 참여하고 있는 누군가(들)는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슬래시 메탈의 지존격인 메탈리카는 1988년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어를 앨범 표지로 내세우며 이렇게 부르짖었다.
‘정의는 실종되었고/ 정의는 강간당했으며/ 정의는 사라졌어/ 꼭두각시 줄로 너를 조종하며/ 정의는 끝장났지/ 없는 진실을 찾고 있지/ 이기는 것만이 전부야....’
무슨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대한민국에서만 20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그 책을 보니 정의란 참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독후감밖에 남지 않았다.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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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공직 감찰, 정권 비판 입 다물라는 것

청와대가 지난 11일 공직 기강 특별감찰을 예고하며 "위기 극복에 역행하는 언행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공직 기강 특별감찰을 실시한다"고 했다. “정부 출범 4년 차를 맞아 국정 동력을 강화하겠다”며 청와대 공직감찰반, 총리실, 감사원이 공직 사회의 직무 태만, 금품 수수, 이권 개입, 소극 행정 사례를 집중 점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난 극복 기조에 배치되는 무책임한 언동 등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정부 기조와 다른 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이다.
공직 사회 기강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겠지만 최근 특별한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 시점에 돌연 대대적인 군기 잡기를 예고한 속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자 입단속에 나선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실정, 윤미향·이상직·김홍걸 등 여당 의원들의 잇단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에 다음 달 국정감사, 내년 보궐선거 등을 계기로 여권에 불리한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도로 문제를 풀 생각은 안 하고 공무원 입을 틀어막아 비판을 차단하려 한다. ‘코로나 방역’은 좋은 핑곗거리일 뿐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반일(反日)몰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질 때도 “일본의 조치에 맞서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공직 사회를 대상으로 특별감찰을 실시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불리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영장도 없이 공무원 휴대전화를 가져다가 포렌식하고 사생활을 캐내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총리실, 감사원까지 총동원해 공직 사회에 재갈을 물리겠다고 한다.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권력을 추종하는 공무원들인데도 아예 입조차 봉쇄해버리겠다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과거 독재 권력과 똑같은 짓을 한다.
-조선일보(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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