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안 고치고 ‘뒷돈’으로 제 집 해결한 부총리, 국민도 그러라는 건가]
[“당해보니 알겠나” 질타받는 홍남기, 이 정부 전체가 들어야 할 말]
[우울한 인생 常數]
법 안 고치고 ‘뒷돈’으로 제 집 해결한 부총리, 국민도 그러라는 건가
자신이 주도한 졸속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집도 팔지 못할 뻔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주고 집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기존 세입자가 안 나가겠다고 하자 아파트 매각이 불발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지급해 내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나타나고 있는 위로금 관행에 부총리마저 가담한 셈이다.
지금 시중에선 만기 때 집을 비워주겠다던 세입자조차 임대차법이 보장한 계약갱신 청구권을 무기로 내세워 위로금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법에서 ’2년 더 거주'라는 권리를 쥐여주었으니 더 거주할 의사가 없던 세입자들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갱신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500만~1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화되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이 주고받는 ‘영업 권리금’과 다를 게 없다. 세입자를 약자로, 집주인을 강자로 가정하고 법을 만들어 싸움을 붙여 놓으니 사적 계약 관계가 졸지에 긴장과 갈등 관계로 돌변해 버렸다.
졸속 시행 임대차법 때문에 듣도 보도 못한 ‘권리금’ 관행까지 생겨나는데도 정부는 법의 맹점을 고치려는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전세 대란, 월세 대란이 벌어지고 무주택 서민들이 아우성인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는 공허한 말만 했다. ‘기필코’가 벌써 몇 번째인가. 경제부총리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사람이다. 그러라고 국민이 세금으로 월급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제도 개선이 아니라 자기 집을 팔려고 뒷돈을 지급했다. 전에 없던 ‘전세 권리금’이 관행으로 굳어지는 데 일조한 것이다. 자기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 아닌가. 몇 배씩 뛰어오른 세금에다 법적 근거도 없는 위로금 부담까지 떠안게 된 사람들은 무슨 죄를 지었나. 이런 정책도 있나.
-조선일보(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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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해보니 알겠나” 질타받는 홍남기, 이 정부 전체가 들어야 할 말

전세 대란을 촉발한 임대차법을 밀어붙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홍 부총리가 자신이 입안한 임대차법 탓에 지금 사는 전셋집에서 쫓겨나 '주거 난민'으로 전락할 처지에 몰리자 홍 부총리를 조롱하는 사진과 글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법 탓에 사는 전셋집에선 쫓겨날 처지고, 보유 주택 매도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권 행사로 무산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시장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 선 대기자에 홍 부총리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사진이 돌아다니고 “당해보니 알겠냐” “홍남기가 홍남기를 쫓아냈다”는 댓글이 붙는다. 정부가 앞으로 전세 낀 집을 매매할 때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법을 고치겠다고 하자, “홍남기 구하기 법이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정책 수장이 그 정책으로 인해 졸지에 ‘주거 난민’으로 전락한 것만큼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는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을 하면서 스스로도 부끄러울 것이다.
주거 취약층에 심한 고통을 안기고 있는 전세 대란은 현실을 도외시한 외눈박이 정책의 결과물이다. 임대차 기간 4년으로 연장, 전·월셋값 인상률 상한 5%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전세 품귀, 전셋값 급등을 촉발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수없이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홍 부총리는 “임대차법이 안착하면서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마음을 모아서 극복하면 전세 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홍 부총리가 몸으로 겪고 있듯이 정반대다.
서울에서 촉발된 전세 대란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종(1.37%), 원주(0.48%), 울산(0.46%), 태백(0.43%) 등의 이번 주 전셋값 상승 폭은 서울의 5~16배에 달한다. 전세 매물 품귀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가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1798곳을 전수조사 한 결과, ‘전세 매물 제로(0)’ 단지가 22%(390단지)에 달한다. 전세 매물이 5개도 안 되는 단지가 전체의 72%에 이른다.
전세 품귀는 월세 전환, 월셋값 급등으로 이어져 주거 취약층의 주거비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달 중 서울에서 이뤄진 월세 계약 중 23%는 월세가 100만원 이상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관악구, 노원구 등에서도 월세 100만원 이상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매매 시장은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월세난에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서울에선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아파트 단지가 더 늘고 있다. 강남 4구뿐 아니라 동대문구, 관악구에서도 전용면적 84㎡ 아파트값이 8억~9억원 선까지 솟았다.
홍 부총리가 “전·월세 시장에 대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자 시장에선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있으라”고 한다. 상식과 현실을 부정하다가 ‘당해봐야 아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하소연이다.
-조선일보(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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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인생 常數
인생에 불가피한 상수, 포퓰리즘·집값·북핵… 즐비
우리 아들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 성인으로 살아갈 인생 앞에는 변수(變數)가 있고 상수(常數)가 있다는 점이다. 변수로는 직업 선택, 배우자, 건강, 경제적 여유, 이런 개인적 영역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정치·사회 영역에서 또래가 공통으로 겪게 될 상수 얘기를 하고 싶다.
첫째 인생 상수로는 2022년 봄 대선 때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포퓰리스트 대통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그때도 인기 영합 선동가가 다투는 선거 판엔 ‘달콤한 독약’이 무차별 살포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란 세금으로 형성된 정부 예산을 위임받아 집행하는 책임자를 뽑는 절차라고 할 수 있는데, 민주주의의 ‘꽃’인 줄 알았던 선거가 민주주의의 ‘덫’이 돼버렸다. 독약으로 표를 구매하는 악순환 고리가 끊기질 않을 것 같다. 미 언론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살아생전 한 칼럼에서 “고위 공무원을 선거로 뽑아야 하는 시스템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데 때론 우리가 더 심한 편은 아닌가 우울해진다. 특히 하나에서 열까지 보여주기식 ‘쇼(show)통령’ 스타일이 생기면서 그렇다.
다음 인생 상수로는 ‘서울 아파트’다. 값이 치솟든 진정세를 회복하고 고개를 숙이든 ‘서울 아파트’가 아이들 삶에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정부 대책을 무시하진 말되 믿지도 말 일이다. 불안감과 박탈감 사이에서 방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 상수는 ‘대규모 감염병’이다. 옛 페스트·천연두·콜레라까지 돌아볼 필요 없다. 불과 한 세대 안에 에이즈·사스·메르스·에볼라가 있었고, 지금 코로나를 겪고 있다. 두려워 말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위중한 상수는 북핵이다. 엊그제 북 ‘최고 존엄’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라는 말로 일부 인사를 감동시킨 모양인데, 그날 서울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 첨단 무기까지 잔뜩 보여줬다는 점에는 왜 눈감는지 모르겠다. ‘평화 몽유병’ 환자들 같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금품을 뜯어가면서 “내 친구”라고 부르는 조폭도 이토록 야비하진 않다. 지난여름 조사에서 우리 국민 열에 아홉이 “북한은 핵 포기 않는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반미 반일, 친중 친북’으로 정치 에너지를 모으려는 세력이 끊임없이 준동하며 주변 상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증오와 반목을 부추겨 지역·세대·빈부의 갈등을 격화시키려는 사악한 시도 역시 상수라는 점이다. 저들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척하겠지만 사실은 이용하려 들 것이다. 아들한테 정말 미안한 것은 정부·가계·기업 다 합치면 무려 5000조원에 이르는 부채가 미래 세대의 인생 상수가 될 것이란 점이다. 아무리 말려도 정권이 듣지 않았다고 해서 선대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을 잘못 뽑은 죄가 크다.
본격 디지털 세대인 자녀들에게는 ‘인터넷’과 ‘다중 익명성’이 인생 상수로서 중요 요소가 될 텐데, 한 가지 당부는 이른바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너무 믿지 말라는 점이다. 그것은 공평한 공익을 위해 작동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만든 오너와 사익을 위해 설계됐다. 국내외 대형 포털사는 다들 비슷하다. 그래서 가짜 뉴스, 거짓 정보, 음모론 같은 것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미세 먼지’는 제발 우리 아들 딸들 인생 상수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고교 졸업식 날 담임이 제자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셨는데 입으로 말조심하고, 손으로 돈 받지 말고, 성(性) 일탈 사건에 휩싸이지 않게 조심하라 하셨다. 암울한 인생 상수만 말해서 면목 없다. 다만 이것을 견디는 방법은 ‘수면·섭생·근로·운동·휴식’이라는 다섯 건강 상수를 성실히 지키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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