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없는 ‘내로남불’]
[이명박 전 대통령 다시 감옥으로, 같은 잣대 文 정권에 댄다면]
[내로남불 청와대에 사무실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니]
외국어 없는 ‘내로남불’
1980년대 후반 서울 집값이 무섭게 올랐다. 원성이 빗발치자 노태우 정권은 수도권에 주택 200만 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 라디오에서 전화 연결된 청취자가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진행자가 “목돈이 생기면 뭘 하실 거냐?”고 묻자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집에 투자해야죠.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은 저서 ‘지식인의 두 얼굴’에서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다가도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게 인간 본성”이라고 갈파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를 꼽았다. 루소는 ‘에밀’에서 “주위의 나쁜 영향에서 아이를 보호해야 하며, 그 책임은 어머니에게 있다”는 말로 부모의 양육 책임을 강조했다. 정작 자신은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낸 냉혈한이었다. 사람들이 비난하자 루소는 이런 변명을 했다. “집안일과 아이가 내는 소음으로 가득 찬 다락방에서 어떻게 일하는 데 필수적인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겠는가.”
▶'내로남불'이란 말의 기원은 확실치 않다. 1987년 출간된 이문열 소설집 ‘구로 아리랑’에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하기사 지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달이라 카기도 하고…” 이 말을 한 정치인이 ‘스캔들’을 ‘불륜’으로 바꿔 사용한 게 ‘내로남불'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정치인도 성추행 논란을 빚은 뒤 “손녀 같고 딸 같아서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것”이라고 했다. 남이 하면 성추행이고 자신이 하면 ‘쓰다듬기'다.
▶교수신문이 올해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골랐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린다’는 뜻이다. 원래 ‘내로남불'을 골랐는데 거기에 맞는 한자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시타비'로 했다고 한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의 속뜻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내로남불'과 딱 들어맞는 외국어가 있는지 궁금하다. 재미 저술가 조화유씨는 “영어에 이중잣대(double standard)란 말이 비슷한데 내로남불 같은 말맛은 없다”고 설명한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이 정권만큼 많이 쓰인 때는 없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내로남불의 끝판왕으로 등장했다. ‘조로남불'이란 말까지 생겼다. 황당한 것은 이런 정권의 청와대 사무실마다 ‘춘풍추상’이란 액자가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남에겐 봄바람처럼, 나에겐 가을서리같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 하는 행동은 ‘내로남불'이다. 이러고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되레 눈을 부라리고 화를 낸다. 어떤 독특한 정신세계인지 모르겠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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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다시 감옥으로, 같은 잣대 文 정권에 댄다면

항소심 공판 출석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대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곧 다시 감옥에 수감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당초 국정원 댓글 지시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기서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옮아갔고, 다시 다스 실소유자 논란 및 대선 자금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 전 대통령 감옥행을 정해 놓고 혐의가 나올 때까지 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2년 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 전 대통령보다 1년 전 구속된 박 전 대통령 수감 기간은 1300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길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768일의 곱절에 가깝다. 이 전 대통령은 내년에 80세, 박 전 대통령은 후년에 70세가 된다. 17년, 22년 형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라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을 겨냥한 재판은 지난주 100번째를 넘어섰다. 왜 죄가 되는지, 왜 재판을 하는지도 알기 힘든 재판이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판사 6명에 대해 줄줄이 무죄판결이 나왔는데도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 혐의가 안 되면, 저 혐의 식으로 무려 여섯 가지 혐의로 사람 사냥을 당한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지난주 사이버사령부 댓글 지시 혐의 2심에서 2년 4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권 출범과 더불어 시작된 전 정권 사람들 사냥이 3년 반을 넘어섰다. 전 정권 수사와 같은 잣대를 이 정권에 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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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청와대에 사무실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니
남에겐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에겐 가혹하게 하라는 '춘풍추상' 벽에 걸어놓고
행동은 정반대 내로남불… 낯 두꺼운 사람들인가, 무서운 사람들인가
노영민 새 대통령 비서실장이 처음으로 한 말이 춘풍추상(春風秋霜)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을 둘러보니 방마다 춘풍추상 액자가 걸려 있었다"며 "그런 생각으로 일하자"고 했다. 신영복이 쓴 글을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에 돌렸다고 한다. 춘풍추상은 '다른 사람은 봄바람처럼 대하고, 나 스스로에겐 서릿발처럼 엄하게'라는 뜻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반대의 정신이다. 내로남불과 위선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권이 사무실마다 춘풍추상을 걸어놓고 있다니 청와대 누구 말대로 유전자가 다른 사람들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사무실에 뜻은 좋지만 지키기는 어려운 경구를 걸어놓기는 하지만 청와대 춘풍추상처럼 현실이 반대인 경우는 보기 어렵다.
지난번 칼럼에서 정권의 내로남불을 아는 대로 찾아 열거했더니 많은 분이 '더 있다'며 케이스를 보내주셨다. 칼럼에 쓴 것도 20여 건인데 새로 알려주신 것도 수십 건이었다. 다시 들어도 혀를 차게 되는 것이 적지 않았다. 위선도 이 정도면 정말 '역대급'이다. 특히 많은 분이 분노한 사례는 이 정권이 고른 대법관, 헌법재판관이 자신도 위장 전입을 해놓고 다른 위장 전입자에게는 징역형을 내린 경우였다. '내게는 봄바람같이, 너희에겐 서릿발처럼'이다. 그 대법관은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취임사에서 사법부가 신뢰를 잃어 위기라고 일장 연설을 했다. 보통 사람은 얼굴이 화끈거려 이러지 못한다.
남의 잘못은 있는 것 없는 것 다 뒤져 가혹하게 짓밟으면서 제 잘못은 덮고 뭉개는 사람들이 의자 뒤 벽에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나에겐 가혹하게'를 좌우명으로 걸어놓고 태연하게 앉아 있다.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인가, 무서운 사람들인가.
이 정권이 적폐 수사한다면서 사실상 죽인 사람이 4명이다. 자살이라고 하지만 타살이다. 방산업체 수사에 연루된 기업 임원이 자살했는데 비리는 나오지도 않았고 엉뚱하게 분식 회계로 걸었다. 국정원에 파견됐던 검사, 변호사는 국정원 압수 수색 때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는 혐의를 받다 자살했다. 2주일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 수색도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했다. 국가 보안 시설은 통상 이렇게 압수 수색을 한다. 남에게는 목숨을 끊게 할 정도로 모질게 하면서 자기들끼리는 봄바람처럼 한다.
고 이재수 장군은 기무사령관 시절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고 수사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 세월호 구조에 군이 많이 동원돼 기무사가 활동했으나 요원들에게 '추모 분위기 저해 행위 차단' '사찰 논란 없도록 무분별 행동 금지'를 지시했다. 검찰은 영장에서 이런 부분은 모두 뺐다고 한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일부러 수갑을 채워 망신을 주고 아들 원룸과 친구 사무실까지 압수 수색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에 얼마나 큰 부담을 느꼈겠나. 결국 자살을 택했다.
몇 년 전 일로 안되면 10년 전 일을 뒤진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별건 조사로 들어간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여섯 가지 다른 혐의로 검찰, 감사원,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수사가 아니라 '사람 사냥'이다. 이재수 자살 사흘 뒤에 문 대통령은 '인권이 최우선'이라고 연설했다. '수갑 채우기를 최우선'으로 하다가 사람이 자살까지 했는데 '인권이 최우선'이라고 한다. 청와대 사무실에 걸려 있는 춘풍추상도 이런 역설일 것이다.
세월호와 아무 상관없는 이재수 장군 아들은 압수 수색을 당하는데, 대통령 아들은 그 이름만 부르면 면죄부가 나온다. 청와대가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한 것은 '가상한 일'이고, 민간인들 성향을 조사한 것은 '모르는 일'이고, 비위 첩보를 제 친구에게 알려준 것은 '알아보니 무혐의더라'라고 한다. 전 정부 먹칠을 위해 나랏빚을 일부러 늘리라고 한 것은 '다른 곳에 물어보라'고 한다. 공무원 휴대폰 압수해 사생활 캔 것도, 34세 두 달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이 된 것도, 그가 육참총장과 카페서 장성 인사를 논의한 것도 뭐가 문제냐고 한다. 청와대 내부를 폭로한 김태우는 '6급 주사 따위' 취급을 하고, 육참총장 만난 자기편 5급 행정관은 '수석이든 5급이든 다 대통령의 비서'라고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나에게는 봄바람이다.
원로 정치인 한 분은 현 정권의 내로남불에 대해 "이들은 말을 책임으로 하지 않고 멋으로 한다"고 했다. 말을 하면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연기(演技)처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알다시피 실제 벌어진 일은 그 정반대로, 취임사는 결과적으로 멋진 연기에 불과했다. 지금 청와대 춘풍추상은 그런 연기의 소도구로 벽마다 걸려 있는 셈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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