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星의 솥바위 전설]
[반도체와 ICBM]
[AI 변호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三 星의 솥바위 전설
6⋅25 이후로 남북한은 각각 물건을 하나씩 만들었다. 북한은 ICBM을 만들었고, 남한은 반도체를 만들었다. ICBM이 이북의 체제를 유지해 주는 돈과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부도수표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반도체가 현재 남한의 먹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건희 사후로 삼성이 상속세로 11조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납부한다는 것은 기업에는 부담이지만 국가로서는 축복이다. 11조라는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내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닌 것이다. 삼성이 있으니까 중국, 일본이 한국을 쉽사리 잡고 흔들지는 못한다고 본다.
나도 삼성의 흠을 알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공칠과삼(功七過三)이다.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 명 굶겨 죽이고 문화혁명으로 피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모택동에 대해서도 공칠과삼이라고 등소평이 평가했는데, 삼성에 대해서 점수를 줄 건 줘야 한다. 삼성의 반도체가 한국의 밥솥 단지 역할을 하게 된 배경에는 솥바위 전설이 깔려 있다.
경남 의령군 남강에는 강 가운데에 가마솥 단지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있다. 조선조 말기에 어떤 도사가 이 솥바위에 앉아서 ‘반경 30리 내에서 큰 부자 3명이 나온다. 백성을 먹여 살리는 부자가 나올 것이다’고 예언하였다고 한다. 강물 속에는 솥바위를 받쳐 주는 다리가 3개 뻗어 있다. 솥바위의 다리가 3개라서 부자 3명이 나온다고 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솥바위 인근에서 삼성, 금성, 효성의 창업주가 탄생하였다. 호암 이병철이 왜 이름을 삼성(三星)이라고 짓게 되었는지 직접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필자의 추측으로는 이 솥바위 다리 3개하고 관련이 있다. 호암(湖巖)이라는 호도 물속의 바위라는 뜻 아닌가?
또 하나의 전설은 함양군 서상면 출신의 박 도사가 호암의 아들 3명 중에서 셋째인 이건희에게 사업을 물려 주어야 번창할 것이라는 예언을 호암이 받아들인 점이다. 장자상속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교 문화권에서 셋째에게 물려준다는 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해방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험한 예지력을 발휘했던 인물이 박 도사(제산 박재현⋅1935~2000)이다. 호암이 삼성의 임원 승진 대상자들의 사주팔자를 자문한 도사가 박 도사이고, 박 도사는 살아생전 필자에게 ‘내가 사주가 좋은 젊은 인재들을 삼성에 추천해서 입사시킨 직원이 1000명이 넘는다’고 술회한 바도 있다. 이건희 인생이 ‘공수래공수거’는 아니라고 본다.
-조용헌 교수, 조선일보(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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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ICBM
한반도에는 2개의 물건이 있다. 반도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남한의 반도체와 북한의 미사일이다. 이 2개의 물건이 현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분단 이후로 남한은 반도체를 만들어 냈고, 북한은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3대가 눈에 불을 켜고 노력한 결과 ICBM을 만들어 냈다. 물론 북한의 ICBM은 1만㎞가 넘어간다는 사거리만 입증되고, 그 정확도와 성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밥도 굶는 북한이 대륙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중·러·영·프와 같은 세계의 부국강병들이나 보유하고 있는 홍두깨를 빈국 북한이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이 북한의 대륙간미사일 때문에 북한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몇 년째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10만t급 항공모함 2~3척을 파견하고, '화염과 분노'로 곧 죽일 듯이 압박을 가했어도 여전히 북한은 미사일 가지고 버티고 있다.
북한이 살상무기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미국과 딜을 하고 있다면 남한은 반도체로 버티고 있다. 반도체도 삼성의 이병철부터 이건희, 이재용에 이르기까지 3대가 땀 흘려서 이룩한 경지이다. 미·중 간의 무역 전쟁에서도 그 알맹이는 반도체라고 본다. 모든 인공지능(AI)의 핵심 부품에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래산업 예측에서 세계 최고의 후각을 가지고 있는 점쟁이(?) 손정의가 얼마 전에 한국에 와서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하지 않았던가!
21세기 후반부 문명을 좌우할 반도체를 과연 누가 가질 것인가는 패권 경쟁의 핵심 전략에 해당한다. 반도체 쟁탈전에 일본도 가세하여 한국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일본의 뒤통수 때리기는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미국도 재미 볼 부분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반도체 기술만 확보하면 미국과 한번 제대로 붙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저걸 어떻게 손에 넣을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고 본다.
예언서인 '정감록'에 '소두무족(小頭無足)'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머리는 작고 다리는 없는' 이것을 보통 미사일이라고 해석하는데, 이게 '나를 죽이는 것'이라고 나온다. 북한은 미사일을 가지고 죽기 살기로 살아남으려 하고 있고, 남한은 좋든 싫든 간에 반도체 가지고 먹고살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었다. 반도체와 ICBM 고차방정식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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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변호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자, 전 세계 사람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언론에서는 연일 ‘인공지능의 습격’ 등 제목을 달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으며, 향후 30년 안에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를 줄줄이 소개하기도 했다. 변호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억 쪽에 달하는 데이터를 3초 안에 분석해낸다는 무시무시한 인공지능 앞에서, 인간의 한계는 뚜렷해 보였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로펌들은 ‘로스’라는 인공지능 변호사를 고용하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열린 ‘알파로 경진대회’에서, 인간으로만 구성된 팀을 제치고 인공지능과 협업한 팀이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쯤 되니 두려워진다.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인데(人工), 이것이 도리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니 믿고 싶지 않다. 심지어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와 같은 첨단 분야 유력 인사들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가능성에 대해서까지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가 아닐까? 플러그를 뽑거나 망치로 부수어, 기계들이 더 똑똑해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파도를 막을 수는 없다. 제2⋅3의 물결이 우리를 향해 넘실넘실 밀려왔듯이, 네 번째 물결도 이미 인류의 발을 적신 지 오래다. 처음부터 바로 적응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결국 그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배워왔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직접 하던 일들은 무수히 대체되어 왔다. 변호사 업무만 해도 그렇다. 팔이 떨어지도록 손으로 서면을 쓰던 시절도 있었을 텐데, 오늘날 컴퓨터를 활용해 빠르게 서면을 작성할 수 있다. 두 발로 법원에 직접 찾아가 일일이 판례를 확인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아끼게 된 변호사의 에너지와 시간은 맡은 사건에 대해 더 고민하고, 더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쓰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 변호사가 나를 대신해서, 더 빠른 시간 내에 실수도 없이 관련 논문을 분석하고, 판례 수천 건을 살펴보겠다고 한다. 나아가서는 나를 대신하여 서면을 작성해주거나, 내가 작성한 서면을 지적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는 대체되는 것일까? 나의 쓸모는 다해버린 것일까?
변호사의 역할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물론 지능이 높고 아는 것이 많으며,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해내는 것도 변호사의 중요한 능력이다. 그렇지만 많은 의뢰인을 직접 만나보고 사건을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분들이 처한 힘든 상황을 마음으로 이해하며, 문제를 최선의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비록 바라던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의뢰인이 미소를 띠며 돌아가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발전해서 똑똑해진다 하더라도, 서로 나누고 이해하는 인공‘마음’이 자라나지 않는 한 우리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찌 보면 기술의 발전은 진짜 인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찾아나가는 배움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인간이 해왔던 많은 것이 대체되고도 인간에게만 남아있는 특성,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지 모른다. 결국 ‘인간성(人間性)’이란 단순히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는 마음에서 발견되는 것이라는 데 인류의 미래를 걸어보면 어떨까.
-조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조선일보(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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