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매설한 ‘가덕도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월성 1호 폐쇄 조작과 똑같은 ‘김해공항 백지화’ 조작]
[‘스핀 닥터’ 정권]
[이등병으로 징집된 칙임관]
청와대가 매설한 ‘가덕도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공항 유치를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한 정치인들은
그 뒤 막대한 만성 적자에 대해 책임진 적 없었다

지난 9월 24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덕도신공항유치국민행동본부 소속 부·울·경 시민들이 정부에 가덕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해 신공항이 백지화됐을때,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흥분한 대구시장은 하수(下手)다. 청와대가 매설한 ‘가덕도 함정’에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이다.
현 정권 사람들은 선거에 이기기만 하면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프로다. ‘성추행’ 오거돈 전 시장 때문에 치르는 보궐선거에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안 꺼내면 오히려 이상했다. 친여 성향 신문 매체도 이를 ‘정치적 노림수’라고 썼다. 부산시장 보선만 아니라 후년 대선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카드는 요술을 부릴 것이다. 돌아선 부산 표(票)를 다시 끌어오고, 영남을 PK와 TK로 갈라칠 수 있다.
현 정권이 짜놓은 전략대로 PKㆍTK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쪽 지역 신문들은 일제히 1면부터 서로 물어뜯고 있다. 몇 년 전에 보여준 충돌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다. 보수 야당에서 한솥밥 먹던 PK와 TK 출신은 반목할 것이다. 현 정권이 이런 장면보다 더 바라는 게 있겠나.
4년 전 영남권 광역단체장끼리 맺은 ‘신사협정’(김해 신공항)을 PK가 깬 모양새가 된 것은 사실이다. TK로서는 허탈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의 덫에 함께 걸려드는 일은 피해야 한다. 최악의 결과가 기다리는데도 대구시장이나 TK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반대 집회에 인파 동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지역 언론도 ‘TK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라’고 북을 두들기고 있다. 그러나 머리띠 매고 몰려나온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럴수록 현 정권이 파놓은 ‘갈라치기 덫’에 더 깊이 빠져들 뿐이다.
지금 TK는 가덕도 신공항에서 한발 빼는 게 현명하다. 현 정권에 놀아나는 진흙탕 싸움을 멈출 수 있는 길이다. 안 그러면 대형 국책 사업을 갖고 선거 때 이런 장난을 치는 정권의 도덕성 문제는 PKㆍTK 대결로 덮이고 만다. 국책 사업 선정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도 생략하고 막 밀어붙이는 집권 여당의 독재적 행태에도 맞설 수 없게 된다.
노무현ㆍ이명박 후보 모두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다음 대선 후보들도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공항 입지를 둘러싸고 PKㆍTK의 격돌이 극에 달하자, 박근혜 정부는 세계 최고 권위의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용역을 줬고 영남권 단체장들은 결과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압도적 점수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 났다. 가덕도는 꼴찌였다.
김해공항은 그나마 부·울·경의 중간 지점쯤 된다. 부산 시내에서 30분이 채 안 걸린다. 가덕도보다 접근성 좋고 거리도 짧다. 경제성ㆍ안전성 등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태풍과 해일이 닥칠 수 있는 가덕도는 항공기 이착륙에 취약하다. 깊은 바다를 매립하기 때문에 지반 침하 문제도 생긴다. 하지만 부산에는 과학적 판정 대신 ‘김해 신공항은 안전하지 않다’는 미신(迷信)이 퍼져 있다.
공기(工期) 측면에서도 김해 공항에 활주로를 하나 더 놓고 시설을 확충하는 게 빠르다. 깊은 바다를 매립하고 공항 철도와 도로망을 모두 새로 깔아야 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드는 돈이 김해보다 두 배 넘는 10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토목 관계자들은 실제로는 이보다도 훨씬 더 들 것으로 본다.
왜 부산에서는 이런 악조건의 가덕도에 매달릴까. 폭은 좁고 해안 산지를 따라 띠 모양으로 이뤄져 공항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가덕도는 부산의 서쪽 끝에 있다. 부산 동쪽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울산시에서는 완전히 남의 공항이 되는 것이다. 울산시장은 같은 여권 단체장이라는 이유로 가덕도의 들러리를 서주고 있다.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부산 사람들은 가덕도에 세워야만 ‘PK 숙원 사업’이 이뤄지는 걸로 믿고 있다. 가덕도는 인접한 부산 신항(新港)과 연계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아시아 허브 공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150도시와 연결되는 ‘인천공항’처럼 말이다. 하지만 항공업계나 관련 전문가들은 이게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환상인지를 설명해줄 것이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 공항을 지어놓아도 항공사는 채산이 안 맞으면 취항하지 않는다. 항공 노선은 여객과 화물 수요가 있어야 들어오는 것이다.
노무현 시절 ’2025년에는 수요 증가로 김해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동남권 신공항을 위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과연 지금 그런가. 국내 공항들은 부풀린 항공 수요를 내세워 선거 공약으로 건설됐다. 그 공항 대부분이 개점 휴업 상태다. 엄청난 국민 세금을 퍼붓고는 고추나 말리고 있다. 공항 유치를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한 정치인 중에서 그 뒤 막대한 만성 적자에 책임진 이는 없었다.
가덕도 신공항만 생기면 부산이 확 바뀔 것처럼 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일단 사기꾼 비슷하게 보면 된다. 공항이 무슨 마법(魔法)을 부리겠나. TK는 발걸음을 멈추고, PK는 표 매수 행위에 현혹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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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 폐쇄 조작과 똑같은 ‘김해공항 백지화’ 조작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 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낸 검증위원회에 참여했던 일부 위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권으로부터) 상당히 강력한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가덕도 공항을 원하는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이 공동으로 만든 TF로부터 문자메시지 등을 수차례 받았다고 한다. 한 위원은 “일부 젊은 위원들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고,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김해 신공항 유지로 방향이 잡힌 걸로 지난 5일까지 알고 있었는데 결론이 뒤집혔다”고 했다. 내부 의견 충돌로 심사 절차가 파행됐고, 가장 첨예한 쟁점인 ‘안전’ 내용을 담당 위원들이 대부분 불참한 가운데 표결로 통과시키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민주당 정권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가덕도 카드로 환심을 사기 위해 검증위 결론을 인위적으로 만들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했던 일이다. 하지만 막상 위원들의 입을 통해 노골적인 압박을 확인하니 그 무도함에 놀라울 따름이다.
김해 신공항 확장은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1년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지난 수년간 ‘김해가 최선’이라고 수차례 공식 입장을 냈다. 이런 안이 선거에 혈안이 된 여권의 압박 때문에 180도 뒤집혔다.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검증위 결론도 허점투성이다.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항목에서 결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소음, 활주로 길이, 여객 수요 계산, 낙동강 수질 오염 우려 등 다른 주요 쟁점도 합격선을 넘었는데 ‘관계 기관과 협의가 없었고 미래 확장성이 부족하다’며 결론은 사실상 백지화로 냈다. 김해의 강점인 경제성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이러니 검증위원들 사이에서 “여권 전략에 들러리를 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드러나는 모든 정황은 검증위가 요식 절차였다는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달 초 부산을 찾아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겠다”고 했고, 정세균 현 총리는 지난달 말 부산에서 “부·울·경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증위를 설치하고 총괄해온 전·현직 총리가 공식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한 것이 무엇을 뜻하겠나.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 사퇴로 다급해진 여권이 가덕도를 선거용으로 써먹기 위해 답을 정해놓고 온갖 무리수를 남발한 것이다. ‘조기 폐쇄’ 답에 맞추려고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월성 원전 1호기 때와 판박이다.
-조선일보(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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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 닥터’ 정권
2002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 회의 석상에 자리마다 노트북이 깔렸다. 당시만 해도 노트북 회의는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회의 참석자 상당수는 노트북을 어떻게 다루는지 모르는 ‘컴맹’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정당엔 선거 전문가가 많다. 어떤 장면을 연출하고 무슨 이슈를 던져야 유리할지 종일 그 궁리만 한다. 민주당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운동으로 시작해 평생 선거에만 몰두해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선거 전문가 정당이다.

▶모사꾼 선거 전문가를 ‘스핀 닥터’라고 한다. 볼에 스핀을 먹여 타자를 속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문제를 슬쩍 비틀어 본질을 바꾸거나 덮는 기술이다. 노무현이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대응해 장인의 6·25 양민 학살 문제를 덮어버린 것도 한 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으로 부시 대통령을 무너뜨린 클린턴의 스핀 닥터 딕 모리스는 자신의 선거 전략을 ‘첨예한 이슈를 선점해 상대를 분열시키고 지지자들은 결집시켜라’라고 했다. 이 전략을 가장 잘 실천해온 정당은 한국의 민주당일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미군 장갑차 사고로 여중생들이 사망하자 교통사고를 대형 반미 정치 이슈로 만들어냈다. 당 차원에서 아줌마 부대도 동원했다. 어용 방송을 동원해 사기꾼 김대업을 의인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수도 이전 공약으로 불리했던 충청권에서 역전했다. 이후에도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 등 상대를 가르고 내편을 모으는 이슈들이 민주당에서 나와 선거판을 달궜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죽창가'와 ‘토착 왜구’ 공격을 총선에 써먹을 궁리도 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생긴 선거다. 민주당에 대한 부산 시민의 부정적 시각을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한번에 덮어버렸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으로 갈라졌다. 언론과 다른 지역 비판 목소리가 커질수록 부산 민심은 이에 반발하며 민주당 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성추행 자숙을 해도 모자랄 민주당이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민주당 스핀 닥터들이 서울시장 선거도 그냥 둘 리 없다. 강남과 비강남을 갈라치는 수를 궁리할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강남표는 소수에 불과하다. 스핀 닥터들에게 선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만 하면 이기는데 나라는 골병이 들고 있다. 이 정권 들어 국가 부채가 무려 220조원 늘었다. 민주당 선거 승리를 위해 나라가 치른 비용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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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으로 징집된 칙임관
1944년 7월 체신부 공무국장 마쓰마에 시게요시(松前重義)에게 느닷없이 징집 전보가 날아든다. 공무국장은 전파 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칙임관(고위 공무원)의 자리다. 누가 봐도 43세의 그에게 날아든 이등병 소환장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군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그는 꼼짝없이 이등병 신분으로 남방 전선에 투입된다.
마쓰마에는 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정통 기술 관료였다. 대미(對美) 개전 이후 악화 일로의 전황을 지켜보던 그는 승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다. 현대전은 정신력이 아니라 병기의 기술력, 인적 자원, 자원량으로 승패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과학 기술계 동료들과 미·일 간 생산력 및 자원량 조사에 착수한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대미전을 수행하려면 연간 최소 철강 600만t, 알루미늄 30만t, 동 16만t, 납 13만t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나, 당시 일본의 생산량은 철강 420만t, 동 7.8만t, 납 2.3만t에 그쳤고 알루미늄은 아예 해외에 원료를 의존해야 했다. 일본의 생산력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했고 이는 군부가 주장하던 수치와 너무나 달랐다. 그는 자신의 소신을 담은 보고서를 요로에 전달했고, 그의 이등병 소집은 이를 괘씸히 여긴 도조 총리의 사적 보복이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을 다문 관료 사회와 함께 일본은 패전의 길을 질주했다.
관료의 소신이 보복당하는 분위기 속에서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모 부처의 자료 무단 폐기를 적발한 감사원 보고가 있었다. 소신은커녕 불법행위를 감수해야 하는 관료 사회의 실상이 놀랍다. 정권 위세에 눌린 관료의 유구무언 가슴앓이 사정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개혁을 내세우며 보복성 인사와 감찰을 남발하고 상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고서라며 장관이 ‘너 죽을래’ 폭언을 내뱉었다는 작금의 관료 길들이기 상황은 국기 문란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도를 넘은 것이 아닌가 한다.
-신상목 대표, 조선일보(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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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름을 ‘오거돈 공항’으로 합시다 (이원재 11월 19일 조선닷컴)
[與 ‘오거돈 성추행 심판’ 부산 선거를 ‘가덕도’로 덮었다] 기사: 민주당은 정부가 김해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주장.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성추문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신공항 문제를 이용해 부산시장 보선 승리 전략까지 챙겼다”는 말이 나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생긴 보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신공항 문제로 덮어버렸다는 것.
-촌철댓글, 조선일보(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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