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은혜가 돌고 도는 세상]
[진중권 "정경심, 소설가보다 더 '창작의 고뇌' 시달렸을 것"]
[결국 팩트가 승리할 것이다]
[진가권 對 유가권]
원수와 은혜가 돌고 도는 세상
20대 시절에 도가의 경전에 나오는 ‘은생어해(恩生於害) 해생어은(害生於恩)’이라는 대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원수로부터 은혜가 나오고 은혜로부터 원수가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러나 삼십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요즘 신문을 보니까 비로소 이 말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경전 한 구절 이해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여기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이다. 진중권과 윤석열은 경전의 깊은 의미를 터득하게 만들어준 나의 선생님이다. 보수 논객 조갑제가 90년대 후반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박정희 전기를 쓴 적이 있다. 이때 진중권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비평서를 써서 되받아 쳤다. 박정희와 보수 진영에 침을 뱉었던 진중권이 요즘에는 태극기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진중권이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는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보수 진영 사람들이다.
정권을 비판하면 어디 가서 강연하기도 어렵다. 기업들은 정권 눈치를 보기 때문에 반정부 인사는 강연자로 부르지 않는다. 신문 연재 원고료야 얼마나 되겠는가. 강연료가 문제다. 평소에 알고 지냈던 진보 진영 어떤 교수는 진중권을 향해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어 댔다. 윤석열도 그렇다. 박근혜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할 때는 진보의 찬사를 받았다. 이번 정권 초기에 적폐 청산한다고 칼에 피를 묻힐 때는 보수 인사들로부터 ‘인간 백정’이라는 욕을 먹었다. 윤석열의 칼을 맞고 보수 인사들의 목이 날아갈 때는 진보로부터 ‘우리 윤 총장’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은 어떻게 되었는가. 진보에게는 천하의 악당이 되었다. 은생어해가 되고 해생어은이 되는 상황을 매일 신문 지면에서 목격하고 있다. 이건 뭣인가? 삶이 코미디라는 말인가? 아니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분별(分別)에서 내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살았다는 말인가. 은혜와 원수만이 아니라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더러움과 깨끗함, 위와 아래, 안과 밖, 어두움과 밝음의 관계도 이런 게 아닐까. 더 나아간다면 생과 사도 이런 관계일 수도 있겠다. 생에서 사가 나오고, 사에서 생이 나온다는 관계 말이다. 그렇다면 너무 한쪽만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한쪽만 죽어라 하고 붙잡고 있을 때 고통과 번뇌가 온다. 조중동에서 매일 어록을 받아 적고 있는 진중권은 1500원짜리 김밥 한 줄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인생이다. 기한발도심(飢寒發道心)이다.
-조용헌 교수, 조선일보(20-11-3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진중권 "정경심, 소설가보다 더 '창작의 고뇌' 시달렸을 것"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씨 측이 최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표창장 발급 의견서와 관련해 “답변서 작성하는 동안 아마 소설가보다 더 큰 ‘창작의 고뇌’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씨의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의견서와 관련한 기사를 링크한 뒤 “소설은 허구라서 그 안에서 내적 개연성만 갖추면 되지만, 법정에 제출하는 답변서는 허구여서는 안 되기에 내적 개연성만이 아니라, 외적 현실과 매칭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썼다.
앞서 정씨 측은 지난 4일 표창장 위조 의혹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에 표창장 발급 경위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진 전 교수가 링크한 기사에서 해당 매체는 "정 교수 측은 ‘2012년 9월 당시 최 총장이 (딸 조씨에게) 봉사상을 줄 테니 기안을 해서 올리라고 했고, 정식 승인을 받고 정상적인 표창장을 받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는 정씨가 그간 주장해온 바와 모순된다고 했다. 지난해 언론에서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정씨는 “최 총장으로부터 표창장 발급을 위임받았다”고 해명했는데, 이것이 의견서에 담긴 주장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이에 대해 “그 동안 정경심측의 전략은 대략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과학의 입장과 비슷한 것이었다. 온갖 궤변과 억지로 공소사실의 세세한 부분을 물고늘어지는 것이었다”면서 “일종의 교란작전인데, 재판장이 현명하게 변호인단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다는 얘긴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한 수로 초장에 대마가 잡힌 것”이라고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진 전 교수는 “이제 자신이 그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는지 ‘적극적’으로 구성해 해명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라며 "이건 남이 하는 말에 트집을 잡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과제다. 없었던 사실을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꾸며내야 한다”고 썼다.
진 전 교수는 “답변서 안의 그 스토리가 절대로 답변서 밖의 현실에 존재하는 증거 혹은 사실들과 모순돼서는 안 된다”며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부랴부랴 내적 개연성과 외적 대응성을 동시에 갖춰 시나리오를 쓰려다 보니, 과거에 자신이 했던 발언, 그 동안 법정에서 해왔던 발언과의 정합성까지 갖출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썼다.
진 전 교수는 “아마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신이야 그냥 무에서 세상을 (창조)했지만, 정교수는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 그것과 모순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끼워맞춰 넣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을 거부하는 게 양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명진 기자, 조선닷컴(20-05-0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결국 팩트가 승리할 것이다
우리 사회 모든 갈등·반목 그 한복판에 '진영 논리' 똬리
팩트와 진영논리 대결서 번번이 후자가 승리
민주와 정의, 공정을 향한 이성·양심 투쟁 계속돼야 하고 이길 수 있는 길도 있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모든 문제의 뿌리에 진영 논리가 존재한다. 진절머리 나는 정치 싸움, 공공 정책 파행, 사분오열된 시민사회, 괴담·증오·인격 살해의 장으로 변질된 온라인 공간 등 우리가 목도하는 모든 갈등과 반목의 한복판에 진영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국익·공동체·공정성·합리성·신뢰·관용·미래가 아니라 사익·파당·편향성·격정·불신·보복·과거를 앞세우는 뒤틀린 집단사고다.
진영 논리는 지난 한 해 조국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었다. 2020년 한 해도 진영 논리는 정치는 물론 외교·안보, 경제, 민생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것인가. 해법이 있긴 한가.
이런 우울한 상념으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은 필자의 눈에 우연하게 한 신년특집 TV 프로그램이 들어왔다. JTBC의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나와 진보 진영의 동지였던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그 한 장면이다(축약).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 PC 반출이 증거 보존이라니. 검찰이 압수물 증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상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검찰 증거물을 뜯을 때 변호인이 입회한다. 그렇게 안 하면 증거로 못 쓴다." "이 음모론 내지 피해망상을 대중은 사실로 믿는다. 스탈린, 히틀러식의 전체주의 대중 선동이다."
표창장 위조를 둘러싼 설전도 있었다. "레거시 미디어의 보도가 옳고 뉴스공장이나 PD수첩 등이 왜곡·날조였다(진중권)." "어떻게 그토록 확신하는가(정준희)?" "표창장에 기재된 프로그램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은 프로그램이 어떻게 봉사활동에 있고,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이 어떻게 표창장에 있나(진중권)?" 진중권 전 교수는 차가운 분노로 진영 논리에 맞서고 있었다. 그의 칼은 형사사건 수사 절차, 그리고 그가 최근까지 몸담았던 동양대 학사 운영의 객관적 '팩트'였다.
팩트와 진영 논리의 이 같은 대결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 싸움의 승자는 번번이 후자였다. 2000년대 이후 필자가 겪어온 사태들이 그러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가결 후 거센 여론의 역풍이 일자 지상파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진영들이 격돌했다. 한국언론학회는 전문 연구진을 구성해 96시간 분량의 방송물을 분석했고 보도, 자막·인터뷰·배경화면, 프레임, 사회·출연자의 표현에 편향성이 실재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진영화된 학자들·방송사·시민단체들이 이 팩트를 공격했고 결과의 채택은 무산되었다.
2009~2010년 미디어법 개정을 두고 또 진영과 진영이 맞붙었다. 개정 반대 진영은 신문·방송 겸영 확대가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했고 찬성 진영은 지상파 방송의 여론 독과점을 완화한다고 맞섰다. 죽기살기식 싸움 앞에 필자 등 전문 연구자들이 제시한 팩트는 무력했고 정치권을 넘어 온 사회가 둘로 갈라졌다. 2016~2017년 가짜뉴스가 뜨거운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복수의 언론사가 정치인의 발언을 교차 검증하는 'SNU 팩트체크'가 출범했다. 정치 진영발 가짜뉴스에 팩트로 맞서려는 시도였다. 이번엔 야당 진영이 공격에 나섰다. 언론조정신청, 국정감사 자료제출 요구, 교육부 감사, 민형사 소송이 줄을 이었다. 2017~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KBS, MBC 등 공영방송사 수장이 친정부 인사로 전격 교체되고 현 정부 지지를 공공연히 표명한 인사들이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대거 진출했다. 그에 따른 공정성 약화를 필자는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이 연구의 팩트에 대해 진영화된 미디어 비평지들이 앞장선 공격이 쏟아졌다.
2020년 1월 문재인 정부는 현 정권 수사를 진행해온 윤석열 검찰총장 휘하 검찰 간부를 전원 좌천시켰다. 윤 총장 징계, 직접수사 부서 대폭 축소, 총장 직속 수사팀 설치 차단 등의 조치가 추가될 것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임명한 윤 총장이 진영을 넘어 팩트에 기초한 '성역 없는 수사'를 실행하자 취해진 보복 조치다. 이것이 입만 열면 민주·정의·공정을 외치던 이 권력 진영의 엄연한 수준이다.
우리 사회의 진영은 이처럼 공고하고 집요하며 후안무치하게 탈(脫)진영의 노력들을 억압하고 좌절시킨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정의·공정을 향한 이성과 양심의 싸움은 지속되어야 한다. 유시민 이사장과의 논쟁에서 진중권 전 교수는 이기고 있었다. 팩트의 힘이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선일보(20-01-1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진가권 對 유가권
서울에 두 명의 권법가(拳法家)가 맞부딪치면서 보여주는 비무대회가 우울증에 빠져 있는 중년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진가권(陳家拳)의 진중권과 유가권(柳家拳)의 유시민이다. 권법은 칼이나 창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주먹과 발차기, 그리고 박치기로 맞붙는다는 특징이 있다. 말과 글, 그리고 인터넷이 주요한 권법의 초식이다. 진가권과 유가권은 원래 같은 태극권 문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초식과 공격 양태를 잘 알고 있다. 진가권이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권법은 철사장(鐵沙掌)이다. 거친 모랫바닥에 손가락을 찔러 넣는 피나는 수련 끝에 도달하는 철사장은 상대방의 취약점을 정확하게 가격한다. 말 그대로 철사장이다. 이 철사장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걸 맞으면 상대방의 뼈가 부러지거나 피멍 든 손자국이 난다. '조국 사태' 이후로 발휘되는 진가권의 철사장은 유가권이 수십년 연마한 끝에 도달한 어용풍(御用風)을 몰아붙이고 있다.
진가권이 내공을 얻기까지는 두 단계의 해탈이 있었다. 직장을 던져 버리고 자기가 속해 있던 진영을 뛰쳐나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논객무림(論客武林)의 세계에서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논리보다는 정리가 더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진영을 벗어난다는 것은 거의 종교적 파문급의 고독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직장도 그만둬 버렸다. 고려 후기 송광사의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종파적 갈등과 대립을 벗어날 때 한 말이 '학무상사(學無常師) 유도지종(唯道之從)'이다. 배움에는 정해진 스승(종파)이 있는 게 아니고 오로지 도(진리)만 추종하겠다는 선언이다. 진가권의 진영 이탈과 직장 사표는 '탈번낭인'의 냄새가 난다. 유가권도 그 출신 배경은 만만치 않다. 임진왜란 때의 명재상인 서애 유성룡의 13대 후손이다. 서애는 바로 스테디셀러인 '징비록'의 저자 아닌가. 더군다나 서애 대감의 후손들인 하회 유씨들은 17세기 초반부터 수백년간 전개된 병호시비(屛虎是非)를 거치면서 수많은 논객을 배출한 집안이다. 서애 후손들은 병산서원의 병파(屛派)였고, 내앞 김씨들은 호계서원(虎溪書院)을 근거지로 한 호파(虎派)였다. 나는 그동안 안동을 출입하면서 이 두 집안의 뛰어난 논객들에 대한 일화를 많이 들었다. 이러한 집안 내력으로부터 격세유전(隔世遺傳)된 DNA가 유가권에 깔려 있다고 본다. 그러나 조국 사태 이후로 유가권은 진가권에 밀리고 있는 형국인 것 같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20-01-13)-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치심 모르는 운동권 독재] [끝없는 뒤집기 神功]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안합니다”] (0) | 2020.11.30 |
|---|---|
| [“국민 피눈물 나게 하면 대가 치러… 文, 가장 불행한 대통령 될 것”] (0) | 2020.11.30 |
| [1년반 남은 정권이 빚은 대혼란… 文 책임 피할수록 더 커진다] .... (0) | 2020.11.29 |
| [피의자가 수사관 쫓아내는 ‘법치 파괴’ 막을 곳 법원뿐] [“지라시 버릇” ... 너무나 오만한 與] (0) | 2020.11.28 |
| [“한국은 ‘民의 힘’으로 발전... 30년 뒤처진 정치인들은 완장만”] (0) | 2020.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