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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향하는 곳] [최종 높이 도달한 가우디 성당] ....

뚝섬 2026. 6. 13. 07:35

[겸손이 향하는 곳] 

[최종 높이 도달한 가우디 성당]

[성당의 진짜 얼굴] 

[사그라다 파밀리아.. 1882년 착공한 바르셀로나 대성당]

 

 

 

겸손이 향하는 곳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에서 10일(현지시각) 교황이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에서 지난 10일(현지 시각)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1882년 이 성당을 착공한 지 144년 만입니다. 성당 전체의 완공은 2034년쯤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은 성전(聖殿) 건설의 최종 단계에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역사적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이 성당을 설계한 안토니 가우디 타계 100주기이기도 했습니다. 가우디는 1883년 31세에 설계 책임자가 됐습니다. 1926년 6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공사에 매달렸습니다.

 

이 성당에는 모두 18개의 탑이 솟아 있습니다. 예수의 열두 제자와 복음서 저자 4명, 성모 마리아를 각각 상징하는 탑들이 있고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자리합니다. 이 탑은 높이가 172.5m인데요. 그냥 나온 설계 수치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가우디의 신앙심과 철학적 고뇌가 담겼습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약 173m)보다 낮은 높이로 탑을 설계했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의 건축물이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가우디는 당대 최고의 천재로 칭송받던 건축가였지만 대자연 앞에서 한낱 인간에 불과한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건축이란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신이 만든 세상의 섭리에 대한 경배이자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인류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이 천재의 위대함은 신이 만든 자연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려는 지혜로운 겸손함에 있었습니다.

 

저 탑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 현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욕심은 건물의 높이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더 높이 올라가려는 경쟁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무한한 성장과 정복을 절대적 가치로 믿으며 질주하는 현대 문명을 향해, 중요한 것은 그 속도가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사실을 가우디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가우디는 “내 고객(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십니다”라고 했다죠.

 

-김승범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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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높이 도달한 가우디 성당

 

144년째 공사 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聖가족 성당)’에는 모두 18개 탑이 솟아 있다. 예수의 열두 제자 탑이 외곽을 감싸고, 복음서 저자 4인과 성모 마리아의 탑이 안쪽을 호위한다. 중앙에는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있다. 하늘에서 보면 나머지 모든 탑이 예수의 탑을 향해 경배하듯 모여드는 것 같다. 이 장대한 서사의 마지막 단계인 예수 탑 꼭대기에 최종 십자가를 올리는 작업이 엊그제 완료됐다.

 

이번 십자가 설치로 성당은 가우디(1852~1926)가 설계한 최종 높이인 172.5m에 도달했다. 독일 울름 대성당(161.5m)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됐지만, 가우디의 목적은 기록 경신이 아니었다. 이 숫자에는 “인간의 피조물은 신의 창조물보다 낮아야 한다”는 그의 겸손이 담겨 있다. 그가 사랑했던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의 해발고도는 173m다.

 

가우디는 종이 도면 대신 모형을 만들었다. 추를 매단 끈을 늘어뜨려 중력이 만드는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실험했다. “직선은 인간의 선, 곡선은 신의 선”이라 믿었던 그는 성당에서 수직 기둥과 평평한 천장을 없앴다. 자연스러운 곡선을 뒤집은 ‘현수선 아치’로 중세 고딕 성당들이 거대한 벽을 지탱하기 위해 세워야 했던 외부 버팀 벽도 걷어냈다. 현대 항공우주공학이 슈퍼컴퓨터로 계산한 최적값을 100년 전 건축가가 직관과 실험으로 찾아낸 셈이다. 현대 건축의 불가사의로 추앙받는 이유다.

 

▶성당은 동서남북에서 보는 방향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동쪽은 예수 탄생, 서쪽은 수난, 남쪽은 영광이라는 파사드(정면부)가 각자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북쪽은 화려한 조각 대신 신성한 제단을 배치해 고요한 성소를 완성했다.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오직 관객 입장료와 기부금만으로 짓는다. 하루 입장료 수입만 5억원을 넘는 성당의 건축 현장은 사실상 세계인이 벽돌 한 장씩을 보태는 인류 공동의 프로젝트다. 탄생의 파사드에서 노래하는 15 천사를 조각한 일본인 조각가 에츠로 소토처럼 가우디의 철학에 매료되어 평생을 바친 세계인들의 땀방울이 녹아 있다.

 

▶올해 6월 10일은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지 100주기다. 완공식도 그때 열린다고 한다. 이 긴 여정이 일깨우는 철학은 결국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내 건축주(하느님)는 서두르지 않으신다”던 천재의 신념이 드디어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 성당의 이름 ‘성가족’은 인간이 돌아가야 할 근원적인 안식처를 뜻한다. 인류가 함께 머무를 영원한 ‘집’ 말이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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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진짜 얼굴 

스페인 마요르카 대성당(Cathedral de Palma de Mallorca). 방문객들로 하루 종일 붐비지만 관람시간이 지나고 성당 문이 닫히면 주민들이 하나씩 등장, 인파가 사라진 고요함을 즐긴다.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는 웅장함만으로도 숨이 멎을 것 같은 ‘팔마 대성당(The Cathedral of Santa Maria of Palma)’이 있다. 처음엔 이슬람 사원으로 지어졌다가 후에 가톨릭 성당으로 개조되며 약 400년에 걸쳐 완성된 고딕 건축의 걸작이다. 장대한 규모와 더불어 바로크 양식의 벽화, 지름 14m의 장미창, 20세기 초 복원 때 가우디가 디자인한 제단 등으로 유명하다. 섬 방문객들로 하루 종일 붐비지만 관람 시간이 지나 문이 닫히면 성당 주변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인파가 사라진 고요함을 기다린 듯 주민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석양을 보며 사색에 잠긴 노인, 지중해의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속삭이는 연인들이 성당의 테라스를 더 아름답게 장식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멕시코의 ‘산 미겔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에는 유명한 대성당 이외에도 크고 작은 성당이 많다. 그 성당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공유한다는 점이다. 정성껏 정원을 꾸미고 놀이터나 벤치를 마련해, 미사가 없는 시간에도 주민들의 휴식·여가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종교를 기반으로 한 서양 중세 사회에서 성당은 모든 생활의 중심이었다. 도시의 심장부에 세워진 성당 주변으로 필요한 시설들이 들어섰다. 오늘날까지 성당 앞 광장 주변에 도서관이나 마을회관 같은 공공시설, 레스토랑과 상점 같은 상업 시설이 배치된 근원이다. 실제로 유서 깊은 성당을 방문해보면 미사나 기도를 하는 현지인 못지않게 관광객이 많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귀한 유산이자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보고(寶庫)를 마주하고 종교적, 건축적 경이로움을 느끼는 경험은 특별하다.

 

성당이 이렇게 종교적 기능을 초월해 방문객을 포용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깊은 산중에 위치한 우리나라 사찰도 평소에 늘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문을 열어놓았다. 본래 절의 기능일 것이다. 종교의 본질적 가치인 포용은 교리뿐만 아니라 공간 활용을 통해서도 베풀 수 있다. 

멕시코 산 미겔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의 성당(Templo del Oratorio de San Felipe Neri). 성당 앞 광장에 작은 정원을 꾸미고 벤치를 마련해서 미사가 없는 시간에도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배려한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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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1882년 착공한 바르셀로나 대성당

 

지난해까지 137년간 무허가 건축물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도시 바르셀로나에는 공사 중인 거대한 성당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풍경을 바꾼 명물이지요.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유작인 이 성당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입니다. 1882년 이래 계속 공사 중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 사망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완공이 무기한 연기됐어요. 방문객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감소하면서 입장료로 충당하던 공사 비용이 70% 이상 줄었다고 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경. /위키피디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정확한 명칭은 '속죄의 성가정 대성전'입니다. 바르셀로나의 한 종교 서적 출판사 대표 조셉 마리아 보카 벨라는 1872년 이탈리아에 다녀오는 중 로레토의 산타 카사 성당에 들렀다가 큰 감명을 받습니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급속히 바뀌며 기존 사회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생기자 종교 시설이 해코지당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는데요. 그는 성모 마리아, 예수, 성 요셉으로 대표되는 성가정(聖家庭)의 집을 천사들이 옮겼다는 산타 카사 성당의 전설에서 영감 받아 속죄하는 마음으로 신에게 봉헌하는 성가정 성당을 바르셀로나에 짓기로 결심합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폴라 델 빌라르가 공사를 시작했어요. 그가 1년 만에 사임하면서 31세의 가우디에게 기회가 찾아왔죠.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가우디는 기존 설계를 대폭 바꾸고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친 새로운 설계안을 내놨습니다. 먼저 120m 높이의 첨탑을 성당 3면에 4개씩 배치합니다. 이는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하죠. 그리고 중심에 예수를 상징하는 171.5m의 초고층 첨탑, 주변에는 4명의 복음성인을 상징하는 4개의 첨탑, 뒤쪽에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첨탑 등 첨탑을 총 18개 세우는 거대한 구조입니다. 가우디는 생전에 이 성당 건설 기간을 200년으로 예견했죠.

1926년 가우디가 사망하고 다른 건축가가 계속 진행하던 공사는 1936년 돌연 멈췄습니다. 스페인 내전이 발발했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성당 외부는 파괴되지 않았지만, 내부 작업실이 전소하면서 가우디가 직접 만든 모델과 설계 도면 상당수가 유실됐습니다. 성당 지하에 자리 잡은 그의 묘소도 엉망이 됐죠. 1950년대에 가우디의 후배들이 설계 도면을 복구하며 다시 공사를 시작했어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협의가 필요한 터라 현대 건축 기술의 발전에도 공사는 지지부진했죠. 2010년대 들어 컴퓨터 디자인 등 기술 발달로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었어요. 완공되면 독일의 울름 대성당(161m)을 제치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성당이 된답니다.

재밌는 사실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세계 최장기 불법 건축물이었다는 겁니다. 2015년 성당 토지 문제를 해결하려 토지 등기부를 찾는 과정에서 착공 때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오류가 밝혀졌습니다. 순식간에 130년 넘는 무허가 건축물이 된 거죠. 향후 10년간 누적 벌금 3600만유로(약 476억원)를 내기로 합의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작년 공식 건축물로 승인받았습니다. 착공 137년 만이었죠.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 조선일보(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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