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절차 다 무시하는 ‘민주화 세력’, 이 폭주 누가 멈추나]
[소위 통과 뒤 法 바꿔치기한 與, 입법 아닌 집단 사기]
[독재의 꿀 빠는 ’586정당']
[일산난취 (一散難聚)]
민주 절차 다 무시하는 ‘민주화 세력’, 이 폭주 누가 멈추나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경제부총리에게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구상하고 있는 주택 공급 방안을 함께 협의하라”고 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 요청서도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변 후보자를 장관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지시를 내렸다. 국회 청문회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니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장관급 24명을 국회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머릿속에는 법적 절차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데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아예 없는 듯하다.
이 정권이 법적 절차를 우습게 보는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가 어려울 정도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과정에선 절차와 법치가 송두리째 무시됐다. 구체적 혐의가 있어야 압수 수색을 하는 것인데 거꾸로 윤 총장 혐의를 찾겠다고 압수 수색을 했다. 수사권도 없는 법무부가 이를 ‘지휘’했고, 수사 의뢰는 법무부 핵심 간부의 결재조차 생략된 채 진행됐다. 윤 총장 관련 감찰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법무장관이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수사도 안 하고 기소부터 한 셈이다. 이런 무리한 징계 시도 때문에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지적하고 징계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법무차관은 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하루 만에 새 차관을 임명했는데, 이 차관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피의자의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에서 뛰는 선수를 갑자기 심판시킨 것이다. 그래 놓고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모르고 하는 말인지 얼굴이 두꺼운 건지 알 수가 없다.
국회에서는 법이 정한 토론, 심사 절차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폭거가 일상이 됐다. 문 대통령이 공수처 출범을 재촉하자 여당은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해 야당 반대 토론 요청을 무시한 채 기립 표결로 6분 만에 통과시켰다. 언론의 취재조차 막았다. 이로써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야당의 거부권마저 사라졌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마음대로 수정하고선 야당에 그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 단독 처리하기도 했다.
이 정권은 민주당 지자체장의 성추행 때문에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이기겠다며 4년 전 결론 난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필수 절차인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한다. 가덕도는 과거 평가에서 2등도 아니고 3등을 한 곳이다. 오죽하면 여당 출신 국토부 장관까지 “사업할 때는 지킬 절차가 있다”고 했겠나. 틈만 나면 민주화 운동 경력을 내세우는 집권당이 민주 절차를 하찮게 취급하고 위협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던 듯하다.
-조선일보(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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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통과 뒤 法 바꿔치기한 與, 입법 아닌 집단 사기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등 공정 거래 분야 법 위반 행위는 공정거래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민주당은 원래 폐지 입장이었지만 폐지하면 검찰에 힘을 더 실어준다는 지적이 나오자 유지하기로 당론을 바꿨다. 문제는 법안 처리 과정이었다.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간 쟁점 법안을 논의하고, 위원 3분의2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할 수 있다. 여야가 최대한 논의해 합의하라는 게 국회선진화법상 안건조정위의 취지인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캐스팅보트를 쥔 정의당 도움을 받아 공정거래법을 하루 만에 처리하기로 했다. 정의당은 전속고발권 폐지가 당론이다. 민주당은 정의당 도움을 받으려고 자신들 당론과는 정반대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안건조정위에서 가결했다. 그러나 가결된 법이 정무위 전체회의에 올라오자 민주당은 다시 입장을 바꿨다. 여기서는 정의당 도움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 뜻대로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수정안(修正案)을 제출해 이를 통과시켰다. 안건조정위 통과만을 위해 정의당을 속이고 곧바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야바위 수법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국회는 통상 상정된 법안의 일부 내용을 고쳐야 할 경우 수정안을 만들어 원안(原案) 대신 처리해왔다. 하지만 원안의 주요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당은 취지가 정반대로 바뀐 수정안을 대놓고 처리한 것이다. 꼼수가 아니라 사기다. 민주당의 야바위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작년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면서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에 올린 원안과 크게 달라진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폭주하는 민주당엔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브레이크조차 없다.
-조선일보(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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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꿀 빠는 ’586정당'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한 각종 쟁점 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8일 더불어민주당 법안 처리 강행을 막기 위해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 3법을 모두 각 상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안건조정위는 의견 차가 큰 법안을 여야가 숙고해 처리하라며 최장 90일을 보장한 국회법 제도다. 하지만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각종 꼼수와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이를 무력화했다.

21대 첫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을 맞은 9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수처 반대 피켓 시위를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가장 이견이 컸던 공수처법 개정안은 77분 만에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곧바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는 6분밖에 안 걸렸다. 야당 의원이 반대 토론을 신청했지만,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종결했고, 곧바로 기립 표결을 했다. 야당 의원들이 윤 위원장을 향해 “민주화 운동 했다는 사람이 이게 말이 되느냐” “입법 독재다”며 소리쳤지만, 돌아온 말은 “평생 독재의 꿀을 빨더니 이제 와서 독재로 몰아가나”는 냉소였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반대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배 의원이 반대하면 표가 모자라 안건조정위 의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민주당은 ‘신공(神功)’에 가까운 입법 기술을 보였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안을 올려 정의당의 찬성표를 받아 안건조정위를 넘기고는, 전체회의에서 돌연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수정안(案)을 올려 통과시킨 것이다. 결국 안건조정위를 거쳐봐야 전체회의에서 국민이나 다른 정파 의견에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뜯어고치면 된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신의 한 수인데 왜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 절차를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도 비슷한 전법(戰法)을 썼다. 이 규정은 1년 전 민주당이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과 신설한 조항이다. 당연히 정의당이 강력 반발했다. 그런데 난처해할 줄 알았던 민주당은 이 조항을 대신 정당법에 신설하겠다는 신공을 발휘했다.
민주화 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내세우는 정당에서 이럴 수 있는가 의문이 들어 한 민주당 의원에게 물었다. 그는 지난해 말 민주당이 공수처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통과시킨 장면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시 제1 야당 반발에도 군소 정당을 앞세워 ‘살라미 전술’(하나의 과제를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로 야당을 무력화하며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모두 처리한 직후 여의도 인근에서 ‘축하 파티’를 열고 “검찰 개혁” “총선 압승”을 건배사로 외쳤다. 실제 3개월 뒤 열린 총선에선 압승했다. 국회 절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진영에 이익을 가져다주면 상관없다는 인식 아닌가. 그 인식이 두렵다.
-주희연 기자, 조선일보(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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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난취 (一散難聚)
동계(桐溪) 정온(鄭蘊·1569~1641)의 ‘큰일을 하는 사람은 인심을 근본으로 삼는다(立大事者 以人心爲本)’는 장강대하의 글이다. 서두가 이렇게 시작한다. “큰일을 세우는 방법 아는가? 위엄과 무력으로 해선 안 되고, 갑옷과 병장기에 기대도 안 된다네. 백성과 함께하면 이루어지고, 제 힘 믿고 처리하면 실패한다네. 근본은 여기 있고 저기에 있잖으니, 애초에 인심을 벗어나지 않아야지. 어리석은 사람 두고 얘기하자면, 이익을 가지고 꾈 수도 있고, 위엄으로 임하여 누를 수도 있다네. 신령스러운 사람으로 논해본다면, 일을 세워 성취할 수도 있지만, 나라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법(若知夫所以立大事乎? 匪因威武, 匪賴堅利. 與衆則成, 自用則墜. 惟其本在此而不在彼, 初不出於人心. 自其莫愚者而言之, 可以利誘, 可以威臨. 自其莫神者而論之, 足以立事, 足以僨國).”
나라의 큰일을 하려면 민심을 얻는 것이 먼저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무력으로 겁박한다고 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인심이 함께하면 안 될 일이 없고, 제멋대로 가늠하면 될 일도 망치고 만다.
말이 다시 이어진다. “사람이 나라의 근본이거니, 근본이 단단해야 나라가 편하다네. 순리에 따르면 일을 이루고, 거스르면 난리가 생겨난다네(人惟邦本 本固邦寧 順則事立 逆則亂生).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백성 마음 떠나고 사졸들은 맥 풀리며, 용자는 겁을 먹고 성내던 이 입 다무네. 다들 이마 찡그리며 서로 고해하는 말이 우리 임금 원수 잊고 부끄러움 참다가, 어이 인심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는가? 무리 한번 흩어지면 모이기가 어렵고, 마음 한번 떠나가면 합쳐지기 어렵다네. 물 엎으면 다시 담을 기약이 아예 없고, 깨진 사발 온전해질 날이 없는 법. 그늘 싫다 함부로 도끼 찾다가, 시들해져 죽는다는 그 말과 같네. 얼마 못 가 엎어지고 자빠질 테니, 큰일 세워 큰 사업을 어이 이루랴(顧乃不然, 則人離心士解體, 勇者㥘憤者弭. 不蹙額相告曰, 吾王之忘讐忍恥, 夫何使人心至於此? 衆一散而難聚, 心已離而難合. 水覆無再收之期, 甌缺無重完之日. 此所謂庇焉而縱尋斧焉, 鮮不離披而摧折. 則僵仆顚躋之不暇, 尙何望立大事而成大業也哉).” 그늘이 싫다고 자꾸 도끼질로 찍어내면 끝내 나무는 시들어 죽고 만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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