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대통령의 상식’이 有故 상태다] [거리 곳곳에 붙은 폐업 인사말]

뚝섬 2020. 12. 19. 06:12

 

대통령의 상식’이 有故 상태다

 

後進的 지도자·정부·정치, 코로나 불길에 국민 가둬…
似而非 일자리·사이비 청정에너지·사이비 개혁이 나라 거덜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뉴시스

 

재난(災難) 방송은 정확해야 한다. 위험과 희망을 부풀리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 사령탑(司令塔)이 우왕좌왕하면 세상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아수라장으로 변해 희생을 몇 십 배 키운다. 세월호 어린 희생자들 영전(靈前)에 ‘고맙다’는 글을 남기고 들어선 정권이라 이런 이치만은 단단히 깨쳤겠거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발언록을 좇아가 보자. 지난 13일 ‘지금은 절체절명의 시간이자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 나흘 전엔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말을 세 번 되풀이했다. 11월 21일 G20 화상(畫像) 정상회담에선 ‘한국은 신속한 진단 검사와 역학 조사로 확산을 막았다. 한국 경험이 세계 각국에 참고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그날 255명이던 확진자는 사흘 뒤 553명으로 뛰었다. 침몰 직전 세월호 선내(船內) 방송도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백신 확보 여부에 따라 코로나 ‘불길에서 탈출하는 나라’와 ‘불길 속에 갇힌 나라’로 양분(兩分)됐다. 영국·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회원국 27곳과 일본은 백신 접종을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다. 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도 상당량의 백신을 확보했다. 구조 사다리 없는 한국은 제3 세계 국가들과 이 탈출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이 계약했다는 영국산(英國産) 백신은 임상(臨床) 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약품 심사 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영국 의약품규제청조차 이 자국산(自國産) 백신 심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걸 국민에게 접종하겠다고 한다.

 

세계 최고 최첨단 반도체·자동차·석유 시추선을 생산·수출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한국의 ‘지도자 경쟁력’ ‘정부 경쟁력’ ‘정치 경쟁력’이 낙후(落後)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부 대기업과 K팝·영화 산업의 선전(善戰) 덕분에 세계에서 선진국 또는 선진국에 가까운 나라로 대접받는 데 익숙해졌다. 국가 지도자는 물론이고 상당수 국민도 이걸 당연스레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선진(先進) 부문과 후진(後進) 부문이 병존(竝存)하는 이중 구조 국가. 일부 대기업·건강보험·공항·항만·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은 선진 부문이다. 반면에 지도자의 현실 인식과 미래 비전, 법치(法治)의 안정성, 정부 역할과 정치 행태, 노사 관계, 복지 시스템의 효율성, 시민 단체의 도덕성과 공공 의식은 후진의 허물을 벗지 못했다. 대학도 중진국 수준이다.

 

문제는 후진 부문이 선진 부문을 지휘·감독·감찰하고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런 역행(逆行)은 상향(上向) 평준화가 아니라 선진화된 부문의 토대까지 허물 위험이 크다. 이 정권 들어 건보(健保) 재정이 급속히 악화하고 노동 부문이 더욱 경직(硬直)되고 있는 것은 국가의 노화(老化)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코로나 불길에 갇힌 나라 모습은 ‘후진’에 짓눌린 ‘선진’이 내는 비명이다. 사이비(似而非)를 걷어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도 근본이 전혀 다른 걸 ‘사이비’라고 한다. ‘사이비 종교’만 해로운 게 아니다. 사이비 과학은 미신(迷信)만도 못하다.

 

기업 투자가 없어도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경제학은 ‘사이비’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Energy For Future Presidents)’의 저자 리처드 뮬러 버클리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방사선 누출로 인한 사망자는 한 사람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의회 증언에서 지구온난화의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미국 의회의 생각을 바꿔 놓은 인물이다. 대통령은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현재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사이비 물리학’에 감염(感染)된 것이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없는 죄를 만들지 않고 있는 죄를 덮지 않는 것’이다. 검찰총장 징계 과정은 ‘없는 죄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생중계하듯 보여줬다. 대통령 혼자 속고 속이는 개혁이다.

 

사이비에 대한 해독제(解毒劑)로는 건전한 상식만 한 것이 없다. 대통령의 상식은 무고(無故)하실까.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정(司正)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독재 운운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의 상식과 판단력이 유고(有故) 상태다.

 

-강천석 논설고문, 조선일보(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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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코로나 백신 업체 한국 대표 국회 출석 요청 거부…. 무엇이 두려워 국민 생명 직결된 최대 현안에 철벽을 치나.

 

○  “3단계에서도 대형마트 허용 검토” 발표에도 줄 잇는 생필품 ‘미리 구매’ 행렬. K방역 조변석개 어찌 믿나요.

 

-팔면봉, 조선일보(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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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 붙은 폐업 인사말

 

그동안 감사...행복했습니다” “쿠폰, 문 닫기 전 꼭 쓰세요”
폐업 인사는 애잔한 시민 문학...코로나 빙하기 확인하는 나날

 

 

서울 봉천동 폐업인사 /김시덕

 

서울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 자리한 편의점이 얼마 전 문을 닫았다. 과묵해 보이던 중년의 남성 사장님이 가게 문을 닫으면서 이런 폐업인사를 남기셨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건강하시고 꼭 부자되세요!”

 

현대 한국의 곳곳을 걷다보면, ‘작가’ 라고 이름을 내세우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훌륭하게 자신들의 심정을 글로 표현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신도시 개발로 고향을 떠나게 된 ‘제자리 실향민’들이 세운 망향비, 새로이 건물을 세우는 마음을 압축적으로 담은 머릿돌,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뜨거운 찬반양론이 담긴 팜플렛 등, 한국의 도시에는 시민의 문학이 넘쳐난다. 이들 시민의 문학 가운데 가장 애잔하게 다가오는 것이 폐업인사다.

 

폐업하는 이유도 여러가지다. 북촌•서촌에 비하면 전혀 유명하지 않았지만 개량 기와집이 넘쳐나던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강북구 미아동으로 이사하신 이발소 사장님은 이런 글을 남겼다.

 

“지난 40여 년간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우리이발관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시고 성원해주신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혹시라도 이전장소 방향으로 지나실 때 들려주시면 차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항상 健剛하시고 가정에 행복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사하신 곳에서는 두 번 다시 재개발 걱정 없이 은퇴하실 때까지 오래오래 가위를 잡으시기를 빈다.

 

한편, 재건축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의 모 상가 건물 1층에는, 재건축으로 인해 폐업하게 된 카페 사장님께서 단정한 글씨로 폐업인사를 남기신 것을 보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렀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 했습니다.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커피로 힘든 하루를 시작하시던 아침 손님들 힘내세요. 바쁜 점심시간 늦게 나오는 음료 기다려 주신 손님들 감사해요. 매일 오셔서 열심히 공부하시던 손님들 응원해요. 책 읽으러 오셨던 조용한 손님, 즐거운 모임 가지시던 여러 손님들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그리고 저희 최애 손님이었던 반려동물 친구들도 좋아하는 산책 많이 하고 건강하게 지내요^^ 저희도 각자 새로운 자리에서 라떼킹 기운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마무리 !! 그동안 열심히 모아두었던 ‘쿠폰' 1월 31일까지 꼭 사용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

 

과천 별양동 폐업 인사/ 김시덕

 

안양의 오래된 전통시장인 석수시장 외곽에서는, 아마도 따님께서 어머니의 폐업을 알리고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중에 동료 상인과 손님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멋진 폐업인사를 보았다.

 

“35년간 운영해 온 저희 엄마의 ‘세일타운’이 드디어 10월 10일부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희 엄마께 많은 힘과 용기를 실어주신 동료상인 여러분들과 손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오랜기간을 엄마가 이토록 잘 견디어 낼 수 없었을 겁니다.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엄마가 고운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더 열심히 효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안녕과 평안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이 석수시장의 사장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폐업하시는 것 같았지만, 폐업인사 말미에 적혀 있듯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상인분들이 많다. 특히 지난 몇 달 사이, 폐업한 카페를 너무나도 많이 본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의 모 카페 정문에는, 코로나로 인해 영업시간을 단축한다는 안내문과 더불어, “9/1(화)~9/11(금) 휴무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장기간의 휴업을 안내하는 글이 붙어 있었다. 사장님이 죄송해하실 일이 아닌데, 왜 방역 당국이 아닌 카페 사장님이 시민들에게 죄송해해야 하는지. 지난 추석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조정되면서 카페들이 테이크아웃 영업만 할 수 있었는데, 당시 이렇게 아예 추석 기간 중 휴업한 카페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휴업에 들어갔다가 재개업하지 못하고 폐업에 이른 카페도 많이 본다.

 

얼마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갔을 때에는, 정부 방침에 따라 테이크아웃만 하는 커피 전문점 옆에서, 전통 찻집과 낮술을 파는 식당이 홀 영업으로 성업중이었다. 이렇게 원칙없이 일방적으로 카페의 홀 영업만 금지되는 바람에, 소규모 카페를 개업하고 또 그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코로나19를 명목삼아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는 회사도 늘어나는 등, 특히 청년들에게 가혹한 요즘이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일본에서는 버블 붕괴 이후의 취업 빙하기(就職氷河期)에 구직 기회를 놓친 청년들이 그 후 대량으로 사회의 흐름에서 낙오되어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상황이 사회 문제다. 거리 곳곳의 폐업인사, 휴업인사에서 코로나 빙하기의 징후가 확인되는 2020년말이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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