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키려 수사 막겠다”… 대통령은 민망하지도 않은가]
[법조계도 모르는 공수처장과 또 민주당 법무장관]
[집가벌가 (執柯伐柯)]
“文 지키려 수사 막겠다”… 대통령은 민망하지도 않은가
검찰총장 징계 법원서 막히자 尹 탄핵, 공수처, 수사권 박탈
하나같이 대통령 수사 차단용 “내 죄 감추는 것처럼 보인다”
호통쳐서 말릴 생각은 않고 침묵 속 방조로 독려하는 건가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윤석열 탄핵’을 선창하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재청’,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삼청’을 외쳤다. 친문 진영이 집단으로 앓고 있는 ‘정신 출타 증후군’ 확진자 중에서도 중증인 삼인방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해 달라”며 엄선한 징계위원들이 억지로 짜낸 ‘형량’이 고작 정직 2개월이었다. 법원은 그마저도 “감이 안 된다”며 퇴짜를 놓았다. 그런 마당에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동의하겠나. 기각될 게 뻔하다. 그래도 상관없단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가결하면 윤 총장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 해임 효과가 있다는 거다. 탄핵 절차의 전반부를 직무 정지 용도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 헌법 조항을 뗐다 붙였다 가지고 노는 조립용 장난감 취급한다.
더욱 황당한 게 윤석열 탄핵을 사흘 연속 주장한 김두관 의원이 내건 명분이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윤 총장과 검사들이 대통령 시해를 모의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윤 총장이 권력형 비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면 대통령이 다치게 된다는 거다.
친문들은 “윤석열이 검찰 개혁 저지를 위해 권력 주변을 뒤진다”고 한다. 그 음모론이 맞는다고 치자. 대통령 처신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무슨 재주로 없는 죄를 꾸며내겠나. 대통령 하명을 받들겠다고 맹세한 김명수 법원이 그런 조작에 맞장구쳐줄 리도 없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검찰총장을 탄핵한다는 건 대통령에게 죄가 있으니 그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검찰 수사를 막아야 한다는 말밖에 안 된다.
법원이 윤석열 징계를 기각한 다음 날 청와대 게시판에는 ’174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핵하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은 문자 메시지 수천 통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탄핵안을 실제 국회 표결에 부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대한민국 집권당 174명 개개인의 정신 출타 여부를 검증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지 않겠나.
다른 여당 사람들은 “현실성도 실익도 없다”며 탄핵에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탄핵과 똑같은 효과를 낼 대체재를 찾고 있다. 공수처장에 대한 야당 거부권을 삭제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마자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서둘러 마쳤다. 검찰 직접 수사권을 빼앗는 방안도 밀어붙인다. 그게 검찰 개혁 2.0이란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권력 수사를 막는 묘수들이다.
올 한 해 국민 눈을 어지럽힌 추미애 장관의 광무(狂舞)도 마찬가지 목적이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감찰 무마, 옵티머스·라임 사기, 윤미향 의원 위안부 기부금 횡령 의혹 수사 라인을 공중으로 날려버린 몇 차례의 학살 인사, 70년 헌정 사상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검찰총장 지휘권의 세 차례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한 검찰총장 징계 추진에 이르기까지.
정권 전체가 나라의 명운이라도 걸린 양 검찰과 멱살잡이를 벌이고 있다. 월성 원전을 조기 폐쇄하기 위해 산자부 공무원들이 경제성을 조작하고,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그들의 혐의 뒤에서 어른거리는 대통령 그림자를 들추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다.
대통령은 법을 어겨도 검찰이 수사하면 안 되나.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게 4년 전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국민들의 외침이었다. 입만 열면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랑하는 정권 사람들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불법 수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무슨 염치로 내뱉나.
윤 총장 징계가 무산되자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자신이 임명장을 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 집권당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2차, 3차 방어선을 치는 일을 남의 일인 양 모르는 척한다. 심지어 “공수처가 내년 1월에 출범하기를 바란다”며 부추기기까지 한다.
2개월 정직 사유도 꼽을 수 없는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면 대통령은 민망하고 면구스러워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짓이냐며 역정을 내야 한다. “국민들이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어서 감추려고 하는 줄 알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쳐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러질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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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도 모르는 공수처장과 또 민주당 법무장관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30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법을 바꿔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거부권)을 없애고 후보자 추천위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소동 끝에 문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를 낙점한 것이다. 그런데 김 지명자는 수사 지휘나 조직 운영 경험이 거의 없다. 3년간 판사직과 12년간 로펌 변호사 생활 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에서 선임연구관 등으로 일했다. 유일한 수사 경험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에서 2~3개월간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김 지명자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잘 모른다고 한다. 신설된 국가 형사사법기구 수장에 이런 사람을 앉힌 것이다.
김 지명자는 워낙 생소한 인물이어서 문재인 정권과 무슨 인연으로 이 정권이 이토록 집요하게 공수처장으로 밀어붙였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는 이 정부에서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이강국 헌재소장 비서실장이었을 땐 후임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언행을 했다는 뒷말도 나온다. 그러나 주변에선 “자기 색채가 옅은 사람”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위의 지시에 순응할 것이란 얘기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공수처는 공직자 비리 수사처이지만 실제로는 그 이름과는 달리 정권 비리 수사를 막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정권 불법 수사를 강제 이관받아 뭉갤 수 있다. 그런 역할이라면 소신이 뚜렷한 인물보다 통제하기 쉬운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질적 지휘권을 휘두를 공수처 차장은 강성 친문(親文) 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차장은 처장이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문회나 인사위원회 검증 절차도 없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에는 민변 출신 변호사와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들어올 것이다. ‘수사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진입 장벽도 이미 없앴다.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이 또한 숫자로 밀어붙일 것이다. 이들은 다음 정부까지 계속 남아서 ‘문재인 호위대’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정권 비위 수사 검사들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파다하다.
청와대는 이날 추미애 장관 후임으로 친문(親文)의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민주당 법무장관이 나라를 이 난장판을 만들었는데 그 후임을 또 민주당 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과거 윤 총장이 자신들 마음에 들 때는 추켜세우다가 문 정권 불법을 수사하자 맹비난했던 사람이다. 추미애 ‘시즌 2′일 뿐이다.
-조선일보(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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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가벌가 (執柯伐柯)
1633년, 회시(會試)의 시무책(時務策)은 법제(法制)를 묻는 출제였다. 문제는 이랬다. 시대마다 그 시대의 법제가 있다. 법제가 타당하면 정치가 간결해서 백성이 편안했고, 법제가 요점을 잃으면 정사가 번잡해져서 백성이 원망한다. 한 나라의 치란은 법제에 좌우된다. 어찌해야 법제가 제자리를 얻고, 정사가 바르게 설 것인가?
윤선도(尹善道·1587~1671)는 글의 서두에서, 맹자가 “한갓 법으로는 저절로 행해질 수가 없다(徒法不能以自行)”고 한 말을 인용하고, “정치만 있고 그 마음은 없는 것을 ‘도법(徒法)’이라 한다(有其政而無其心, 是謂徒法)”고 한 주자의 풀이를 끌어왔다. 백성을 위한 마음 없이 정치를 위해 만든 법제는 도법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어 말했다. “법이란 정치를 보좌하는 것이고, 마음은 법을 만드는 것이다. 법이 아니고는 정치를 할 수가 없고, 마음이 아니고는 법을 만들 수가 없다. 대개 남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과 같게 하여, 도끼 자루를 벨 때 잡은 도끼 자루에 말미암는다면, 어찌 내 마음을 닦지 않으면서 능히 법을 세움이 있으며, 어찌 내 마음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서, 능히 법을 행함이 있겠는가? 선왕이 천하에 법이 되어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먼저 그 마음을 바로 하였기 때문이고, 후세가 법을 세우고도 폐단이 일어나고, 명령이 나와도 행해지지 않은 것은 그 마음을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끼 자루를 벨 때 잡은 도끼 자루에 말미암는다는 글 속의 말은 출전이 있다. 『시경』 「벌가(伐柯)」편에 “도끼 자루를 베고, 도끼 자루를 벰이여. 그 법칙이 멀지 않네(伐柯伐柯, 其則不遠)”라 했다. 도끼 자루감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벨 때는 손에 쥔 도끼 자루를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데, 자꾸 멀리서 딴 기준을 찾으려 든다는 말이다. 『중용』 13장에서도 “도끼 자루 잡고서 도끼 자루를 베면서, 둘러보아 살피며 멀다고 생각한다(執柯以伐柯, 睨而視之, 猶以爲遠)”고 했다. 표준이 자기 손에 있는데도 엉뚱한 데서 기준을 찾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마음은 안 고치고 제도만 고치려 드는 사이에 민심은 저만치 떠나고 없다. 마음이 그대론데 제도를 바꾼다고 망가진 정치가 바로 서겠는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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