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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꼬막 비빔밥]

뚝섬 2021. 2. 10. 06:21

[김준의 맛과 섬]  

 

벌교 꼬막 비빔밥.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벌교시장 입구에 나이 든 주모가 운영하는 선술집이 있었다. 시장에서 꼬막이나 낙지를 사가면 삶아주고 술값만 받았다. 그곳에서 먹었던 ‘꼬막 비빔밥’<사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날도 시장을 어슬렁거리다 시장기를 느껴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내 세 명이 꼬막을 삶아 소주를 두 병째 마시고 있었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밖에서 사가지고 와요’, 앉기도 전에 주모의 말이 뒤통수를 때렸다. 시장 골목에서 꼬막을 사서 건네고, 둘러보니 어디에도 메뉴나 술값이 적혀있지 않았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꼬막이 나왔다. 뜨거움을 참으며 깐 꼬막살 위로 터질 듯 붉은 피가 솟아올랐다. 잘 삶은 꼬막이다. 한참 까먹다가 옆을 보니, 대접에 밥을 털어 넣고 꼬막을 까서 넣는 것이다. 익숙한 솜씨로 큰 대접에 꼬막 비빔밥을 만드는 중이었다.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시고는 밥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김 가루와 참기름을 두른 대접을 받아 밥을 부었다. 반찬으로 나온 콩나물과 다른 나물까지 얹고 무침도 넣고 남은 꼬막을 까서 올렸다. 그렇게 쓱쓱 비볐다. 벌교에 꼬막 요리로 한 상 가득 나오는 꼬막 정식집이 있지만 그 꼬막 비빔밥을 덮을 게 없다. 그 꼬막은 참꼬막이었다.

 

벌교 꼬막.

 

참꼬막은 겉면에 부챗살처럼 도드라진 방사륵이 18줄이고 새꼬막은 31줄이다. 참꼬막 껍데기는 두껍고 단단하지만 새꼬막은 얇고 약하다. 참꼬막은 4년 정도 자라야 성패가 되고 새꼬막은 2년이면 팔 수 있다. 참꼬막은 바닷물이 빠지면 직접 널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 채취하지만 새꼬막은 형망이라는 어구를 배에 매달아 수심 10미터 정도 되는 바닥을 긁어서 잡는다. 참꼬막은 짭조름한 맛이 더 강하고 피도 붉고 양도 많다. 벌교에서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던 새꼬막을 ‘똥꼬막’이라 불렀다. 이제 벌교 갯벌에서 참꼬막을 구경하기 힘들다. 새꼬막도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 올 명절에는 참꼬막 대신 새꼬막을 올려야겠다. 지구촌 환경이 변하는 것을 조상님들도 아시겠지.

 

벌교 꼬막 채취 장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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