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몽골 황사 바람]

뚝섬 2021. 3. 30. 06:06

2012년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하러 몽골을 가봤다. 한밤중 비행기가 울란바토르 공항에 내리다가 느닷없이 굉음을 내더니 엔진을 재출력해 하늘로 치솟았다. 공중을 한 바퀴 돈 뒤 다시 내리다가 또 올라갔다. 그렇게 다섯 번 만에 겨우 착륙했는데,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석 팔걸이를 으스러지도록 움켜쥐었던 기억이 난다.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 비행기 착륙이 용이치 않았던 것이다.

 

▶하늘을 누렇게 만든 이번 황사가 주로 몽골 사막에서 발원했다고 한다.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타고 올라간 사막 흙먼지가 사흘쯤 걸려 한국까지 온 것이다. 몽골 평원을 버스로 한 시간 넘게 달려도 끝없이 지평선만 보이지 나무 한 그루 구경 못 해 놀랐다. 저녁 해 질 무렵 어머니가 지평선 끝에 나타난 점(點)을 보고 ‘저기 아버지 오신다’ 했는데 아버지가 다음 날 새벽 도착하더라는 얘기도 있다. 지난 13~15일 몽골에서 초속 30~40m 모래 폭풍이 불었을 때 590명의 유목민이 실종됐는데 580명은 살아 돌아왔다고 한다.

 

▶고비 사막 이름은 ‘풀이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의 몽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몽골 사막화는 기후변화 탓도 있고, 과도한 가축 방목도 작용한다. 몽골 인구는 330만명쯤 되는데 가축은 2018년 센서스에서 6646만마리로 확인됐다. 아무리 나무 심어봐야 염소 몇 마리 풀면 어린나무 뿌리까지 다 파먹는다. 나무, 풀이 사라지면 표토가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고 표토 상실로 식물은 더 자랄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다.

 

▶몇 년 전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로부터 “몽골 나무 심기가 사막화를 더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무는 뿌리로부터 빨아올린 토양 속 수분을 잎을 통해 공기 중으로 흩뿌리는 증발산 작용을 한다. 그나마 땅 속에 약간 남아 있던 수분마저 말라붙게 만든다는 것이다. 설마 그러겠냐 했더니 이 교수는 중국 북서부 쿠부치 사막에 포플러나무 숲을 조성한 후 지하수위가 떨어져 건조화가 더 악화됐다는 외국 논문을 보내왔다.

 

▶국내 황사 일수는 1960·70년대 23일·24일이었는데 2000·2010년대는 117일·74일로 늘어났다. 몽골과 중국 북서부 건조 일대에서 발원한 황사는 굵은 흙먼지 성분이지만 중국 동북부 산업 지대를 거치면서 미세 오염 물질을 끌고 들어온다. 어제 초미세 먼지 농도까지 제법 높았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만 갖고도 숨 막히는 시절인데 황사까지 겹쳐 마음마저 누레졌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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