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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기 ‘미궁’은 왜 층간소음 보복 음악이 되었나] [층간소음 잡으며... ]

뚝섬 2021. 4. 4. 06:37

황병기 ‘미궁’은 왜 층간소음 보복 음악이 되었나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수능 전날 밤새 기타치기, 천장에 우퍼 달아 메탈음악 틀기…
‘소음 보복’ 유행 속 46년 전 전위음악 ‘미궁’ 뜻밖에 유명해져
레드제플린·피카소 못잖은 ‘프런티어’ 황병기 음악의 재발견

 

작년 1월인가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니 윗집 아저씨가 음료수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우리 손주가 외국에 있다가 방학이라 왔는데, 얘가 좀 많이 뛰어요. 시끄러워도 좀 양해를…..” 말을 끊다시피 하며 아유 괜찮습니다, 애들이 다 그렇죠 뭐,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고 대답했다.

 

그분이 주신 홍삼 음료수를 한 병 따서 마시려는데 윗집에서 다다다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며칠째 났던 소리였을 텐데 실제로 들린 건 처음이었다. 층간소음의 세계에서 이런 현상을 ‘귀가 트인다’고 한다.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가 갑자기 들리면서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귀를 틔워준 윗집 아저씨가 약간 원망스러워졌다. 방학 끝나면 조용해지겠지 했는데 곧바로 코로나가 터졌다. 윗집 손주는 요즘도 뛴다. 불평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층간소음 보복 사례 중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는 수능 전날 잠을 설쳤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평소 윗층 꼬마가 치는 피아노 소리에 시달리던 이 사람은 수능시험 전날 윗집에 찾아가 “내일이 수능이니 오늘만 참아달라”고 했다. 윗집에서는 “내일 우리 아이 피아노 콩쿠르다”며 거절했다. 결국 잠을 설친 이 사람은 윗집 아이가 고3이 될 때까지 10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해 수능 전날, 자신의 집에서 밤새도록 기타를 쳤다. 참다 못한 윗집에서 찾아왔을 때 “내일 기타 콩쿠르가 있어 연습 중”이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층간소음 보복 방법으로는 막대기로 천장 두들기기, 우퍼를 천장에 매달아 헤비메탈 음악 틀기, 모기향이나 담배 연기를 화장실 환풍구로 피워 올리기 같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들었다. 친구 한 명은 남매가 어렸을 때 아랫집 사람이 베란다에서 수도 호스로 위층 자신의 집 거실에 물을 쏘아대고 유치원 가는 남매를 붙들고 다그치기도 했다고 한다.

 

층간소음 때문에 느닷없이 유명해진 음악이 있으니 바로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괴작(怪作) ‘미궁’이다. 한밤중 윗집을 향해 이 음악을 틀었더니 다음 날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됐다는 둥, 윗집에서 무당을 불러다가 귀신 쫓는 굿을 했다는 둥 층간소음계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1975년 초연된 ‘미궁’은 제목이 말해주듯 시작부터 끝까지 혼란스럽고 기괴하며 빠져나가고 싶어 발버둥치게 만드는 음악이다. 46년 전 가야금으로 이런 전위음악을 만들었다니 새삼 황병기라는 세계적 음악가를 존경하게 된다.

 

황병기 제3작품집 미궁 / Google arts & culture

 

가야금의 가장 낮은 현을 바이올린 활로 두들기며 음악이 시작된다.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일렉트릭 기타를 활로 켜며 ‘Dazed and Confused’란 곡을 연주한 것이 1970년대 초였다. 황병기의 음악 스펙트럼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윽고 어떤 여자가(초연에서는 무용가 홍신자가 맡았다) 우우우, 하고 허밍을 하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 심지어 사람의 소리인지도 불분명하다. 톱으로 연주하는 듯한 소리를 내던 여자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가 점점 울음 소리로 바뀌어 소리지른다. 왜 이 음악을 들은 집에서 굿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음악은 여자가 “하얀 와이셔츠에 가지런한 넥타이를 맨…” 어쩌고 하며 신문 기사를 읽기 시작하면서 정점으로 치닫는다. 여자의 내레이션은 곧 광인(狂人)의 아무 뜻 없는 울부짖음으로 바뀌고 칠흑의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발목을 잡힌 사람처럼 비명이 된다. 18분이나 지속되는 음악은 반야심경의 마지막 부분인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반복하다가 끝난다.

 

웬만한 음악 애호가가 아니면 이 곡을 끝까지 듣지 못할 것이며, ‘미궁’의 미학적 가치를 알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피카소의 추상화를 처음 본 마티스는 “대체 뭘 그린 건가.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라고 말했고, 소변기에 사인을 해서 작품이라고 내놓았던 뒤샹도 전시를 거부당했었다. 국악에서 황병기는 피카소와 뒤샹 못지않은 프런티어였다.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미궁’이 층간소음 보복 음악으로라도 알려지는 게 기쁜 이유다.

 

며칠 전 늦은 밤 TV로 영화를 보는데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왔다. 한밤중 음악 소리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불평이었다. 누가 뛴 것도 아니고 피아노를 친 것도 아닌데 그럼 밤에 TV도 못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사과하고 TV 볼륨을 줄였다. 나 역시 황병기의 ‘미궁’을 즐겨 듣지도 않을뿐더러 아랫집 천장을 뚫고 들리는 ‘미궁’은 정말 끔찍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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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잡으며... ] 장판이 돌아왔다

 

목재 마루시장 추월할 듯…

 

탄력 쿠션층 2~3배 강화… 청소기 소리 등 소음 줄여 나무보다 열전도율 우수… 겨울철 난방비 절감 효과… 한때 집안금고 역할 비상금 등 장판밑에 보관…습기 등으로 지폐 부패돼… 韓銀 돈 교환 해프닝도

 

장판이 돌아왔다. 1980~90년대만 해도 열에 여덟, 아홉 집엔 장판이 깔려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방에 장판 대신 마루를 까는 집이 늘어나면서 장판은 바닥재 시장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장판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시장에서 마루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 장판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장판과 마루 간 주도권 전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장판·마루 주도권 전쟁

'비닐 꽃장판'이 처음 등장한 게 1958년이었다. 흔히 비닐 장판이라 불리는 폴리염화비닐(PVC) 바닥재가 방바닥을 덮었다. 그전엔 대부분 구들장 위에 기름 먹인 한지, 노르스름한 종이 장판을 바르고 살았다. 비닐 장판은 물에 약한 종이 장판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었다. 설치하기 쉽고 관리하기도 편했다. 비닐 장판 출시 초기엔 방에 깔았던 장판을 이사 갈 때 챙겨갈 정도로 귀하신 몸 대접을 받았다.

1978년 '모노륨'의 등장은 바닥재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장판=모노륨'이라 인식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겨울에 난방을 하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쭈글쭈글해지던 기존 1세대 장판의 단점을 보완했다. 단순히 바닥을 덮는 데서 그치지 않고 쿠션을 보완해 편안함을 더했다. 모노륨은 1980년대 아파트 건설 붐에 맞물려 장판 대중화를 이끌었다. 디자인과 기능도 다양해졌다. 원목 무늬를 재현하거나, 황토나 숯 등을 첨가해 세균과 곰팡이 번식을 막아주기도 하고, 벌레 퇴치 효과가 있는 제품도 선보였다.

1990년대 이후 전성기를 구가했던 장판의 위세를 꺾은 건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친환경·웰빙 열풍이었다. 이번엔 바닥재 시장에 마루 바람이 불었다. 장판이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해물질을 방출하고 아토피나 새집증후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것도 장판이 주춤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반면 마루 시장은 2010년 3800억원으로 증가해 장판 시장(1700억원)의 2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맞서 장판도 친환경 제품 개발 및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마루 시장은 2012년 33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로 축소된 반면, 장판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 마루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올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장판 시장이 마루 시장을 추월해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판이 승기(勝機)를 잡은 계기는 무엇일까. 최동규 LG하우시스 부장은 "장판이 친환경 기술 발달로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해성 논란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데다,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된 공동주택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LG하우시스는 2011년부터 장판 만드는 데 들어가는 프탈레이트계 화학물질 대신 친환경 물질을 사용해 인체 유해성 논쟁을 잠재웠다. 프탈레이트계 화학물질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인간의 내분비계를 교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도 2013년부터 이 물질의 함유량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장판 두께 경쟁

최근 바닥재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층간 소음 문제 해결이다. 층간 소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면서 마루보다 충격 및 소음 흡수 효과가 우수한 장판이 '대안'으로 주목받게 됐다. 장판업계에선 '두께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께 2~3㎜ 장판 대신 고탄력 쿠션층 비중을 높인 6㎜짜리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KCC 관계자는 "소음 테스트 결과 일반 콘크리트 맨바닥 대비 33% 정도 충격음 감소 효과가 있었다"며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큰 소리는 어쩔 수 없지만, 청소기를 돌리고 의자 끄는 소리 등은 이 장판으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소음 완화를 화두로 삼아 제품 이름도 '소리지움' '숲 소리 휴(休)' 등과 같이 지었다. 나무보다 열전도율이 뛰어나 겨울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장판의 장점으로 꼽힌다. 최 부장은 "시흥목감·목포대성 지구 등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경우 이례적으로 바닥의 30~40% 정도를 장판으로 깔았다"며 "그동안 대부분 마룻바닥을 사용했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장판 사용이 늘고 있다"고 했다.

장판밑은 집안 '금고'?

마루에 비하면 시공비가 절반도 되지 않는 장판은 서민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였다. 20~30년 전만 해도 담뱃불로 구멍이 나고, 한겨울 연탄불을 많이 때는 바람에 아랫목이 거무튀튀하게 변색된 장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장판 밑은 귀중한 것을 숨겨두는 '가정 금고' 역할을 하기도 했다. 포항에 사는 최모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손자의 결혼 자금을 장판 밑에 보관해오다 습기로 곰팡이가 피고 눌어붙은 1100만원을 한국은행에서 새 돈으로 교환했다. 지난해 불에 타거나 습기 등으로 손상돼 한국은행에서 교환된 손상 화폐는 모두 29억6600만원으로, 이 중 장판 밑 눌림으로 부패돼 교환된 것은 839건에 1억7000만원이었다.

 

-최홍렬기자, 조선일보(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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