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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과 생태탕, 그리고 박원순의 생태계] [박원순 9년의 심판 날]

뚝섬 2021. 4. 7. 06:05

김어준과 생태탕, 그리고 박원순의 생태계

 

벌써 10년이다
해먹을 만큼 해먹은 것 같은데
아직도 타오르는 저 목마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막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면 한국 우파는 이미 포기했을 것이다. 붙들고 늘어지는 악력(握力)의 강도에서 한국 우파는 좌파에 족탈불급이다. 생태탕 집 아들의 16년 전 페라가모 기억을 끌어내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광기에 이번에도 혀를 내둘렀다. 서울 시정이 좌파로 넘어간 지 10년이다. 해먹을 만큼 해먹은 것 같은데, 아직도 타오르는 저 목마름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번엔 공정성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TBS는 재정의 77%를 서울시 세금에 의존한다. 이 방송 시사 프로가 그제 익명 제보자 5명을 불러 90분 동안 야당 후보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하얀 면바지에 멋진 페라가모 구두”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주장은 내곡동 생태탕과 대조를 이루면서 타깃의 이미지 재구축을 시도한다. 진행자 김어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김어준은 2년 전에도 윤지오를 불러내 정파의 이익을 위한 소도구로 소비한 적이 있다. 윤지오는 의도를 알면서도 미끼를 물었고, 덕분에 한몫 챙겨 해외로 튀었다. 그는 지인에게 김어준에 대해 이런 문자를 보냈다. ‘병Х’ ‘미친 Х라이’. 윤지오는 비록 사기꾼이지만, 사람 보는 눈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윤지오씨 사기 파문이 일자 윤씨 지인들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록. 왼쪽이 김어준에 대한 부분이고, 오른쪽이 그를 기획 입국시킨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대한 부분이다. 윤씨는 김어준씨에 대해 "X신" "미친 X라이"라고 혹평했으나 김어준 프로에 출연해 자신을 공개하고 돈을 챙겨 해외로 튀었다. 과거사위에 대해선 "진짜 꼴값들"이라며 "기자보다 못한 작자들"이라고 조롱했으나 역시 그들이 뜻에 따라 입국에 국가 세금으로 국내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김어준은 왜 저럴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교통 전문 방송 TBS를 정파 방송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구축한 생태계 상단에 올려놓았다. 김어준은 이곳 최상위에 자리한 포식자에 속한다. 회당 출연료가 100만원이란 주장도 있고, 200만원이란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장보다 많고 전체 방송사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번에 “김어준 저리 가라”며 알몸으로 나선 사람이 안진걸이다. 거물은 아니고 마이크 끼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스팔트 좌파 정도로 평가하면 된다. 김어준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그에게서 찾을 수 있다. 안진걸은 2019년 TBS에서 시사 프로 진행자 자리를 꿰찼다. 방송 100회, 200회 때마다 박원순이 축하 영상을 보냈다. 평일 매일 방송이었으니 보수가 두둑했을 것이다.

 

내 경험으론 좌파일수록 자리를 탐한다. 밀려나면 더 격한 반응을 보인다. 돈, 권력도 마찬가지다. 이념? 동지애? 이번 선거에서 그들의 검질긴 광기는 좌파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지키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생전의 박원순 시장을 가까이서 몇 번 봤다. 그는 상대 성향에 맞춰 자기를 주장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어떤 자리에서 한 기자가 박 시장의 어떤 시정(市政)을 비판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 덕분에 기자님 회사 (부동산)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아세요? 저한테 고맙게 생각하셔야죠?” 그는 정치에 유리하면 개발 논리로 자신을 포장했다. 한강 노들섬, 한강 월드컵대교 등이 정치적 득실에 따라 소신을 바꾼 사례다.

 

박 시장은 10년 전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거대 사업을 벌이지 않고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읽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한 시장’이 될 듯하다. 박원순이 만든 서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넓어진 보행로와 따릉이, 정비된 골목길, 한양 도성길, 작은 박물관과 수많은 조형물. 그런데 서울시장은 구청장이 아니다.

 

서울은 일제의 대(大)경성 계획과 박정희 시대의 강남 개발로 영역이 확정된 메트로폴리스다. 한국만 한 땅에선 더 커질 수 없고 커져서도 안 된다. 균형 발전 논리에 따라 기능을 지방에 주는 맏형 노릇도 마다할 수 없다. 선진국 대도시가 이미 그 길을 걸었다. 그들은 국제화에서 활로를 찾았다. 도시 기능을 재생산하고 확대하면서 세계 도시로 재도약했다. 전임 시장들은 ‘금융 허브’ ‘문화 허브’를 내걸고 서울의 세계화에 도전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한양화’로 시침을 조선 시대로 돌렸다. 지금 광화문 공사판을 보라. 서울의 국제 도시 경쟁력은 하락했고, 경제 규모는 2014년부터 경기도가 추월했다. 나는 좌파 권력이 설계한 ‘의도한 쇠퇴'로 해석한다.

 

박원순 전 시장은 ‘원전 하나 줄이기’ 프로젝트로 태양광 사업에 엄청난 세금을 투입했다. 과거 운동권 동지와 좌파 시민단체가 다수 이 열매를 따먹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때 586 운동권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고대 총학생회장 출신 허인회씨다. 그는 권력자에게 청탁·알선을 해주는 대가로 민간 업체로부터 총 3억9000만원을 받고 2억원을 더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그래서 그의 발언에는 더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다. 깊숙이 뿌리내린, 노출하고 싶지 않은 생태계다. ‘원전 하나 줄이기’는 좌파 동지들에게 광범위한 축재(蓄財) 기회를 안겼다는 의심을 받는다. 태양광 사업으로 한몫 챙긴 운동권 허인회가 대표적 인물이다. 윤미향의 정대협에 여성부 다음으로 많은 세금을 쏟아부은 곳이 박원순의 서울시였다.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단체를 키웠다. 서울시 등록 시민 단체를 2295개로 늘렸다. 각종 보조금과 공모 사업을 통해 이들에게 세금을 수혈했다. 이 모두를 좌파로 볼 순 없다. 하지만 상당수가 그렇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대 유산은 세금에 기대는 좌파의 합법적 생태계를 만든 일이다. 지금 최전선에서 광기를 발산하는 좌파의 전사 중 직간접으로 그에게 녹을 먹지 않은 자가 없다. 실제로 밥통을 빼앗겼을 때 좌파 생태계가 발산하는 전방위적 광기는 실로 볼만할 것이다.

 

-선우정 부국장, 조선일보(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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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9년의 심판 날

 

박원순의 졸렬한 도시 개조… 전임들 잘하던 것까지 맥 끊어
7일 보궐선거는 권력 악용한 성범죄 응징하는 것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건물 앞에 이맘때면 취할 듯한 향기를 뿜어내는 크고 아름다운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때 이 나무가 베어지고 길거리 농구장이 들어섰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이 와서 농구를 했다. 얼마 지나 여기까지 와서 농구를 하지 않게 되자 농구장마저도 사라졌다. 지금 빈터로 남아 있다.

박 시장의 어버니즘(urbanism)이 이런 수준이다. 그는 한 번은 잠수교에, 한 번은 광화문광장에 모래를 퍼날라 프랑스 파리처럼 서울 플라주(plage·해변)를 시도했다. 비가 와 두 번 다 망쳤다. 유럽의 여름은 가물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걸 잊었다. 거의 아무도 찾지 않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가보면 좀스러운 원순 씨를 느낄 수 있다. 그곳에서 철거된 카페와 맛집이 그리울 뿐이다. 서울역 인근의 고가인도(高架人道)인 ‘서울로’ 정도가 인정해줄 만한데 그마저도 최선의 개조였는지는 의문이다.

광화문 일대는 단지 서울의 메인 스트리트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메인 스트리트이다. 그곳 광장이 한쪽으로 찌그러져 개조되고 있다. 박 시장과 친한 몇몇 문화인들이 광화문 앞에 월대(月臺)를 복원해야 한다며 도로를 없애고 광화문 일대 전체를 광장화한다는 망상을 박 시장에게 불어넣었다. 그것이 현실성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면 포기했어야 하는데 안 되는 걸 억지로 밀어붙인 반쪽짜리가 편측광장이다.

 

이해찬 씨는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했다.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서울을 천박하지 않게 하려면 멀쩡한 광화문광장을 파헤칠 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부터 뜯어고칠 생각을 했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유신 말기 정부 행사장으로 만든 곳으로 부분적 개조를 했음에도 음향이 좋지 않다. 서울 도심에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음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천박하다면 진짜 천박한 것이다.

 

박 시장의 성곽 복원 사업은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면서 완고한 집착으로 흘렀다. 옛 한양 성곽은 군사적 성벽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드는 것을 막는 담 같은 것이었다. 유럽의 도시들에는 해자까지 갖추고 감시탑만 수십 개에 이르는 진짜 성벽이 있었지만 오늘날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를 굳이 복원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한적한 곳에 성곽을 복원해 서울만의 독특한 둘레길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사람 사는 주거지에서 성곽을 복원한답시고 개발을 막는 것이다. 복원한 성곽이 무슨 문화재적 가치가 있겠는가. 유네스코가 그런 걸 등재해줄 리도 없지만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도 끌지 못할 걸 등재해서 박 시장 실적이 되는 외에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옛 굴레방다리 인근의 아현동 일대와 모래내시장 뒤쪽의 남가좌동은 작부들의 맥양집(맥주양주집)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곳이 뉴타운 사업으로 상전벽해해 아파트촌이 됐다.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때 시작됐다. 2005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활력을 얻었으니 노무현 정부와 당도 그 사업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이런 뉴타운 사업이 박 시장 재임 9년 동안 줄줄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창신동과 숭인동은 광화문에서 아현동과 남가좌동의 반대 방향으로 딱 그 정도의 좋은 위치에 있지만 낙후돼 있다. 박 시장이 동대문 의류시장 수선집 주인들을 부추겨 뉴타운 개발을 막았다. 박 시장 밑에서 서울주택공사(SH) 사장을 하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뉴타운 대신 도시 재생이란 걸 했는데 900억 원을 들여 했다는 게 고작 계단 손잡이 수리하고 벽에 페인트칠하는 정도였다. 현재 노후화가 심각해 주민들이 점점 더 떠나면서 폐가가 속출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19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에서 공정성이라곤 ‘일(一)도 없는’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말짱히 이런 말을 하고 듣는 자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물론 시정(市政)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히 했으면 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윤석열 씨가 간명히 정리한 대로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하게 된 선거’다.

오늘은 ‘공소권 없음’으로 인해 못 한 박 시장의 성범죄에 대한 응징을 선거로 하는 날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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